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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Penulis: 류한나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녀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은서는 곽승재가 자신이 한 말로 자존심이 상해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엘리베이터가 이내 1층에 도착했다

로비에 도착하자 주민기가 일행과 함께 곽승재에게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연락받고 바로 왔습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괜찮으세요?”

곽승재가 쌀쌀하게 대꾸했다.

“아직 위층에 있으니 경찰서로 데려가서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어깨는 왜 그러십니까?”

주민기가 곽승재의 상처를 보고 놀라 물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거죠?”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하기 싫다는 기색을 풍겼다.

고은서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를 도우려다가 범인들의 칼에 베였어요.”

“칼까지 썼단 말입니까?”

주민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사모님, 기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을 병원으로 모셔주세요. 여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고은서도 호칭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곽승재와 함께 로비 출입구로 향하던 고은서는 밖에서 빛나는 스포츠카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고은서!”

민시후였다.

그는 차에 시동을 끌 여유도 없이 바로 고은서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아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핸드폰은 어디 갔어?”

민시후가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고은서와 통화 중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급히 온 모양이었다.

“나는 괜찮아. 핸드폰은 위에 있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곽승재가 다쳐서 일단 함께 병원에 가려던 참이야.”

민시후는 그제야 곽승재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

“곽 대표, 우연이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쯧.”

민시후는 곽승재의 다친 어깨를 보고 혀를 찼다.

그는 비아냥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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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시후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바로 고개를 숙여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녀는 바로 다시 고개를 들며 의심스럽게 물었다.“송민아도 없는데 왜 여기서 연기해?”민시후는 말없이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고은서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려 했지만 민시후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차 쪽에 몰아붙였다.“고은서, 내가 단순히 연기하는 것 같아?”민시후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민시후의 뜬금없는 행동에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민시후의 잘생긴 얼굴에 장난기 섞인 표정이 서려 있었다.평소에는 유혹적인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얼마간의 온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민시후, 너...”고은서가 이제 장난은 그만치라고 하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서 곽승재가 차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곽승재의 운전기사도 운전석에 올라타 차에 시동을 걸었다.차가 고은서와 민시후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고은서는 차 뒷좌석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정히 앉아 있는 곽승재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았다.“쯧. 내려서 날 상대하지도 않다니. 곽승재한테 넌 그냥 그 정도밖에 안 되나 보네.”민시후가 약간 실망한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비켜!”민시후가 일부러 곽승재를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은서가 짜증 내며 그의 팔을 밀쳤다.“한가해서 이러는 거지!”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한가하기는? 곽승재가 제 멋대로 먼저 가버린 거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고은서가 그에게 눈을 흘기며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가자. 태워준다며?”“팔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병원까지 꼭 가야겠어?”민시후가 옷과 손에 흰색 가루가 묻은 고은서를 불만스럽게 쳐다봤다.“지금 네 꼴이 얼마나 볼품없는지 알기나 해?”‘엉망이 아닌 게 이상하지. 두 남자에게 끌려다니고 두 층이나 되는 계단을 기어오르고 소화기로 공격까지 했으니 몸이 성한 게 더 이상하지. 곽승재가 아니었다면 엉망이 아니라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지.’“됐어. 귀찮게 해서 미안하네.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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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아의 시선을 따라가던 고은서는 송민준을 발견했다.금테 안경을 쓴 그는 연회색 정장에 같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며 늘씬한 체형에 절제된 기품이 감돌았다.그는 마치 귀족 신사처럼 성숙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빠도 이 시상식에 초대받은 거야?”송민아는 반가운 기색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송민준의 주변에는 이미 몇몇 업계 인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송민아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들은 간단한 인사를 건넨 후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었다.고은서를 발견한 송민준은 곧 송민아와 함께 그녀에게 다가왔다.“은서 씨, 해성에서 선정한 젊은 리더상 후보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미리 축하합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웠다.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짧게 답했다.“감사합니다.”“오빠, 지난번에 게임 어플 업체 몇 군데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오늘 현장에 와 있어?”송민아는 못내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게임사는 보편적으로 핵심 개발진 몇 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팀이었기에 자체적으로 테스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일부 플랫폼에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해야 했다.프로젝트의 테스트 업무를 맡고 있는 송민아로서는 출시 전부터 충분한 마케팅과 시장 반응을 끌어내 좋은 시작을 열고 싶었다.송민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오늘따라 적극적인 이유가 있었구나?”“도와줄 거야, 말 거야?”송민아는 살짝 투덜거렸다.“동생이 부탁하는 데 당연히 도와야지.”송민준은 자연스럽게 고은서를 바라보았다.“은서 씨도 같이 가실래요?”시상식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던 터라 고은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업체 관계자들은 송민준의 체면을 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밝혔고 송민아는 그들과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며 테스트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고은서와 송민준은 옆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민준 씨,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지난번 저희 삼촌 일도요.”“문제는 해

  • 어게인, 비긴   제938화

    “육현석 부모님은 언제 만나볼 생각이야?”고은서는 박지연이 이 문제를 너무 오래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예전에 어머님은 한 번 뵌 적 있잖아. 꽤 온화하고 좋은 분이라고 하지 않았어?”“맞아. 부드럽고 친절하셨어.”박지연은 소파에 기대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하지만 그때는 여자 친구 신분으로 간 게 아니었잖아. 어머님 입장에서 나는 그냥 낯선 사람이었다 보니 예의상 친절하셨을 수도 있어. 근데 내가 여자 친구로서 찾아가면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쩌지?”박지연은 고은서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은서야, 사실 나 좀 무서워. 현실에서 부모님들이 아들의 연인이 이혼녀라는 걸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 게다가 육현석처럼 집안 조건이 좋은 경우라면 더하겠지. 더 좋은 선택지도 많은데 겉으로는 허락한다고 해도 정말 진심일까 싶어.”박지연의 걱정도 완전히 기우라고 할 수는 없었다.고은서는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동료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그 동료의 시어머니는 밖에서 교양 있고 온화한 분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고부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혼하고 보니 실제로는 깐깐하고 까다로운 사람이었다고 했다.겉으로는 며느리를 배려하는 척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괴롭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시어머니 편만 들었고 결국 동료만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만약 육현석 부모님도 그런 사람들이라면 박지연은 앞으로 다시는 연애나 결혼은 거들떠보지 않을지도 몰랐다.“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고은서는 여전히 육현석 부모님이 그런 분들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육현석만 봐도 알잖아. 아들도 바르게 잘 키우셨으니 믿을 만한 분들이실 거야.”박지연은 고은서의 손을 자기 눈 위에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조금만 더 기다려볼래. 우리 아직 사귄 지 얼마 안 됐잖아.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고은서는 그녀의 고민을 이해하며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다른 제안을 건넸다.“지연아, 혹시 다른 일 해볼 생각은 없어?”박지연은 그녀의 손을 치

  • 어게인, 비긴   제937화

    곽승재는 여시은을 흘끗 쳐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말 그대로예요.”여시은은 대화가 재밌는 듯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설마 인터넷에서 떠도는 그 소문들이 사실이었던 거예요? 곽 대표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이 생겼다던데요?”곽승재는 얼마 전 여시은과 한 번 만나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지 직접 물었었다.여시은은 담담하게 인정하며 예전에 Y국에서 열린 연회에서 여재훈이 일부러 자신을 데려갔다는 사실을 밝혔다.원래는 여재훈이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했지만 여시은이 실수로 곽승재에게 술을 쏟아버리는 바람에 연락처를 달라고 하지 못했다고 했다.이후 서운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아직도 부모님들 입에서만 오르내리는 사이로 남았을지도 몰랐다.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가십을 캐묻는 여시은을 보며 곽승재는 더 이상 대화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도착했네요. 회의실로 가죠.”여시은은 보통 부잣집 아가씨들처럼 까탈스러운 성격이 아니었다.상황을 잘 파악하는 편이라 곽승재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채자 곧바로 사무적인 태도로 돌아갔다.“알겠습니다. 대표님.”...고은서가 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박지연은 이미 집에 와 있었다.그녀를 본 박지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나보다 늦었어? 무슨 일 있었어?”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곽승재를 데려다준 일을 이야기했다.“도대체 왜 그래? 곽승재랑 거리 두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왜 또 굳이 먼저 나서서 데려다줬어?”박지연은 말하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고은서, 설마 곽승재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보고 질투라도 한 거야? 아직도 곽승재를 못 잊은 거 아니야?”고은서는 바로 박지연에게 눈을 흘겼다.“제발 상상은 멈춰줘.”“그럼 왜 그랬는데?”박지연은 고은서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고은서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곽승재가 곽현수랑 주주들에게 약점을 잡힌 것도 결국 우리 삼촌 때문이잖아

  • 어게인, 비긴   제936화

    “뻔뻔한 건 너지.”고은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용서한다고 해? 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었잖아. 그냥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니 갑자기 사랑에 빠진 척 후회하는 척하면서 나를 붙잡고 늘어진 거잖아. 네가 그렇게 끝까지 매달리지 않았으면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했겠어!”“너...”“곽 대표님, 은서야.”곽승재가 분노로 말을 잇지 못할 때 갑자기 밖에서 여시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가 시선을 돌리자 서류를 품에 안은 여시은이 차 밖에 서 있었다.그녀는 평소처럼 단아하고 사랑스러운 복장 대신 정장에 가까운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고 여전히 검은 생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있었다.고은서가 바라보자 여시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야, 아빠가 나를 판주 투자은행 쪽에 보내서 곽 대표님 비서를 하게 됐어. 보고 배우라고 보내신 거지. 오늘도 회의가 있어서 내려와서 일정 조율하려고 곽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 할 얘기가 남았으면 먼저 올라가서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릴게.”여시은은 배려 깊은 척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고은서가 거절할 틈도 없이 곽승재가 차갑게 말했다.“일이 우선이죠. 좌천된 몸인데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죠.”곽승재의 말에 고은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곽승재가 판주 투자은행으로 온 건가?’판주 투자은행은 GS 그룹에서 인수한 투자은행에 불과했다.그룹 대표였던 그가 여기로 왔다는 건 단순한 강등이 아니라 사실상 유배당한 거나 다름없었다.방금까지 곽승재에게 쏟아냈던 분노가 가라앉고 죄책감이 밀려왔다.곽승재는 GS 그룹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그런데 이제 본사에 남을 수도 없게 됐다면 그 심정이 어떨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곽승재는 이미 차에서 내려 로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여시은은 바로 따라가지 않고 고은서를 향해 미안한 듯 미소 지었다.“은서야, 우리도 오래 못 봤네. 요즘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 오늘은 일이 있어

  • 어게인, 비긴   제935화

    사람을 부르려던 곽승재가 고은서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았다.곽승재의 새까만 눈동자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고 날렵한 얼굴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고은서는 갑자기 사과할 용기가 사라졌다.“못 들은...”“판주 투자은행.”못 들은 걸로 하라던 고은서의 말에 목구멍에서 맴도는 사이 곽승재는 무심한 어조로 목적지를 말했다.이미 태워주겠다고 말한 이상 고은서도 이제 와서 무를 수 없었다.“타.”고은서는 운전석에 탔고 곽승재는 뒷좌석에 탔다.‘날 대놓고 기사 취급하네?’고은서는 앵두 같은 입술을 꼭 다물고 차를 출발시켰다.차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고은서는 운전에 집중했고 곽승재는 핸드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뀐 순간 고은서는 무심코 백미러를 바라보았다가 마침 곽승재의 시선과 맞닥뜨렸다.그의 눈동자 속에는 뭔가 반짝이고 있는 듯했지만 차 안이 어두워서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흐린 조명 덕분에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깊고 뚜렷하게 드러났고 그의 모습은 마치 신이 직접 조각한 완벽한 작품 같았다.그런 곽승재를 오래 봤던 탓에 고은서는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볼 때마다 신의 불공평함을 새삼 느끼곤 했다.빵!신호등이 바뀌었고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고은서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액셀을 밟았다.“회사 일은 지연에게서 들었어. 미안해.”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고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곽승재는 코웃음을 흘리듯 낮고 냉소적인 소리를 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차 안의 공기는 다시 싸늘해졌다.그렇게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판주 투자은행 빌딩 앞에 도착했다.고은서는 차를 건물 앞에 세웠다.“재경이가 비록 인플루언서이긴 하지만 계략 있는 애는 아니야. 생각하는 대로 내뱉는 것뿐이니 지연 씨한테 괜히 건드리지 말라고 해줘.”곽승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고은서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곽승재를 돌아보았다.“지연이가 왜 재경 씨를 곤란하게 해?”곽

  • 어게인, 비긴   제934화

    도아름은 씩 웃으며 말했다.“그만큼 진지해졌다는 뜻이겠지. 지연이 육현석 부모님 만나본 적 있어?”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현석이는 데려가고 싶어 했지만 지연이가 자꾸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안 가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지연이가 육현석 부모님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아요.”도아름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생각이 많은가 보네. 이럴 때는 누가 설득해도 소용없을 거야.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자신감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야.”고은서는 도아름의 말에 공감했다.박지연은 이미 한 번 시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육현석이 아무리 안심시켜도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확실히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은서야, 곽 대표랑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뭔가 평소랑 다르네.”도아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잠시 침묵하던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아름 언니, 이유는 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곽승재가 GS 그룹에서 쫓겨난 건 나 때문이에요.”곽승재와 관련된 일은 도아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너무 자책하지 마. 곽 대표도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나름의 계획이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는 걸 믿어.”도아름의 말에 고은서는 오히려 더 죄책감을 느꼈다.사실 고국성의 일은 그리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하지만 하루라도 미루면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봐 곽현수의 계획을 따른 것이었다.결론적으로 곽승재에게 가장 큰 죄를 지은 건 그녀였다.“물론 마음이 정 불편하면 곽 대표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며 오해 풀어.”고은서는 고민스러웠다.사과는 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녀가 직접 함정을 만들고 약까지 먹인 후 여자를 들여보냈으니 오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박지연이 육현석에게 연락했던 탓인지 자리를 마칠 때쯤 육현석이 데리러 왔다.고은서는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박지연과 육현석만 남겨두고 떠났다.도아름도 기사가

  • 어게인, 비긴   제933화

    여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알죠. 곽 대표님 전 부인이 아주 아름답다는 소문은 늘 들었는데 오늘 직접 뵈니 그 말이 헛되지 않았네요.”고은서는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마재경은 말을 마친 후 조금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곽 대표님의 습관과 취향을 좀 더 알고 싶어서요. 은서 씨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고은서는 여자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이고 적극적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곽승재가 가만히 놔두니까 자신감을 얻은 걸까?’“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네요.”고은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저도 곽 대표님의 습관이나 취향을 잘 모르거든요.”여자는 난처한 기색을 표했고 곽승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돼.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곽승재의 말에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시 생기가 되살아났다.“정말요? 곽 대표님, 저한테 너무 다정하신 거 아니에요?”그녀의 목소리는 애교가 넘쳤고 딱 적당한 정도의 달콤함이 섞여 있어 듣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듯했다.곽승재도 예외는 아니듯 그의 시선이 마재경을 향했다.“넌 착하고 얌전하잖아.”여자는 더욱 부끄러워하며 웃었다.반면 고은서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티 나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진짜 구역질 나네.”박지연이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여긴 여성 요가 회원 클럽인데 저 역겨운 남자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박지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마재경은 바로 곽승재를 감싸며 말했다.“곽 대표님은 저 때문에 들어온 거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게다가 예약할 때 이미 물어봤고 남성 동반도 가능하다고 했어요.”박지연이 반박하려 하자 고은서가 급히 그녀를 말렸다.“지연아, 우리 그냥 가자.”도아름도 적절한 타이밍에 곽승재에게 실례할게요라고 한 마디 남긴 후 세 사람은 화단 근처 테이블로 이동했다.곽승재는 마재경을 데리고

  • 어게인, 비긴   제932화

    송민아에게 회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고은서는 책상에 앉아 진형서가 준 자료를 펼쳤다.대충 훑어보니 그 안에는 여시은의 기본 정보가 담겨 있었다.여시은은 해외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출산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이후 그녀의 아버지인 여재훈이 그녀를 데리고 귀국해 어린 시절부터 각별한 사랑을 쏟았다.여시은은 오랜 시간 강성에서 생활했으며 가끔 여재훈과 Y 국에 머물기도 했다.생활 반경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고 친구나 동료들 외에도 어머니의 오랜 친구였던 한 여성이 자주 찾아와 돌봐주곤 했다.여시은과 곽승재가 처음 만난 건 한 사교회 자리였으나 이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여재훈과 곽현수가 Y 국에서 사업적 거래가 있어 여시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곽현수를 알고 있었다.자료에서 보면 여시은은 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다.대학 시절 가볍게 만난 두 사람이 있었지만 성격 차이로 인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헤어졌다.‘그렇다면 여시은이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단순한 핑계였던 걸까? 그녀가 곽승재와의 결혼을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곽현수 때문일까?’고은서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송민아가 와서 재촉했고 그녀는 자료를 서랍에 넣고 열쇠를 잠궜다....저녁 무렵 고은서는 업무를 마치고 박지연을 픽업해 도아름을 만나러 갔다.오늘은 세 여자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명운 주류가 상장된 이후 도아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오랜만에 시간을 비워 나온 만큼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세 사람은 함께 여성 전용 요가 센터로 향했다.센터에서는 요가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시거나 꽃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다.세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명상 요가를 한 세션 진행했다.몸을 충분히 이완시킨 후 개방형 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시려던 차에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곽승재와 최근 그와 열애설이 난 인플루언서였다.곽승재는 검은색 캐주얼 셔츠를 입고 있었고 외투는 한쪽 팔에 무심하게 걸쳐 있었다.소매를 걷어 올린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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