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해진 고씨 가문의 저택 문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는 돌처럼 묵묵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시괴 거인 동산이다.얼마 후 갑자기 고씨 가문의 대전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이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온 정태웅과 남궁서준이였다.“뭐지? 저 자식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정태웅은 장엄한 동산을 보고선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동안 고씨 가문에서 동산을 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그의 곁을 따라다닌 남궁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동산을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이봐, 그쪽은 누구지? 어디서 나타난 거야?”정태웅은 다가와 물었다.비록 동산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파리 한 마리가 눈에 떨어졌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정태웅은 답답함이 밀려왔다.“야, 내가 지금 물어보잖아! 벙어리냐?”동산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X발,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그럼 이제는 내가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정태웅은 주먹을 들어 동산을 위협하려고 했다.“바보, 아무리 겁을 줘도 상대해 주지 않을 거예요.”이때 남궁서준이 한마디를 내뱉었다.“왜?”정태웅은 궁금해서 물었다.“왜냐하면 사람이 아니잖아요.”남궁서준의 답에 정태웅은 의아한 듯 다시 물었다.“뭐라고?”“살아있는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잖아요. 설마 그것도 몰랐어요?”그 말에 충격받은 정태웅은 얼른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동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그제야 확실히 살아 있는 사람의 기운이 없다는 걸 깨닫고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머, 진짜 사람이 아니었네. 잠깐만, 사람이 아닌데 여긴 왜 있는 거지? 봐봐, 심지어 눈을 뜨고 있잖아.”남궁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동산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됐다, 신경 끄고 얼른 군왕님 만나러 가자.”말을 마친 그는 곧장 남궁서준을 데리고 대전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굉음과 함께 동산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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