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주근깨 노인 따위 개의치 않고 고시연에게 계속 말했다.“고시연, 충고하겠는데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라면 더 늦기 전에 결혼을 철회하는 게 좋을 거야! 저런 쓰레기는 남궁 세가의 이름을 받을 자격도 없거든!”이 말에 고시연은 알아들었는지 모르는지 입을 꽉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딜 감히!”주근깨 노인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그가 한 발짝 내딛자 순식간에 주위의 현기가 공기를 흔들었고, 그의 두 눈동자는 윤구주를 죽기 살기로 노려보고 있었다.“꼬마야, 감히 내 앞에서 남궁 세가를 손가락질해? 목숨이 몇 개나 되길래 그렇게 무모하게 행동하지?”주근깨 노인이 기세 강하게 나서자 정태웅도 덩달아 앞으로 나왔다.“늙은이, 감히 군왕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어디라고 끼어들어? 당신이야말로 죽고 싶어?”정태웅이 욕하는 것을 본 남궁 세가의 원로는 화가 나 수염까지 곤두설 지경이었다.“죽고 싶나 보구나!”주근깨 노인은 기함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르는 장법으로 정태웅을 공격했다.6급 대가인 노인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도 정태웅은 움직이지 않고 미소만 지으며 서 있다가 노인의 장법이 자신에게 닿으려는 순간 입을 열었다.“꼬맹아, 아직도 안 나서고 뭐 해?”말이 떨어지자 정태웅의 눈앞에 흰옷을 입은 형체가 나타났다!쾅-주근깨 노인의 장법이 흰옷을 입은 소년의 가슴에 향했고 소년은 그의 공격을 맞고도 움직이지 않고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에서 무한한 살기를 뿜어내며 눈앞의 노인을 죽기 살기로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자신의 장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던 노인이 다시 한번 공격하려던 찰나, 갑자기 그의 동공이 커지더니... 겁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떨었다.노인은 안색이 잿빛으로 변한 채 눈앞의 흰옷을 입은 소년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세상에... 당... 당신은... 서준 도련님?”말을 마치기 바쁘게 노인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남궁 세가의 노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남궁 세가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
진정한 기린의 아들은 윤구주 앞에서 서늘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꼿꼿한 소년이었다!“하하하! 늙은이, 그리고 거기 절뚝거리는 놈, 조금 전까지 남궁 세가 사람이라고 잘난 척하지 않았나? 어디, 계속해 봐!”정태웅은 무릎을 꿇은 이들을 보고 비웃음을 터뜨렸다.안타깝게도 남궁혁과 조금 전 나섰던 주근깨 노인은 놀라서 영혼까지 빠져나갈 지경이었다.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뉘우쳤다.“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서준 도련님이 계신 줄 모르고…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용서하라고? 네가 뭔데?”정태웅이 바로 쏘아붙였다.“자자 꼬맹아, 저 멍청한 고씨 세가 사람들과 절름발이에게 보여줘 봐. 누가 진짜 남궁 세가 기린의 아들인지!”흰옷을 입은 소년은 확실히 정태웅처럼 요란떨지 않고 말없이 서 있었다.“고씨 세가 멍청이들은 잘 들어. 너희가 혼인을 맺으려던 남궁 세가는 사실 쓰레기야, 알아? 저 절름발이 따위가 뭔데 자길 남궁 세가라고 하는 거야. 이 정태웅이 알려주지. 쟤는 남궁 세가 지파 쓰레기일 뿐이야. 아니, 쓰레기보다도 못하지. 그리고 이 사람이 진짜 남궁 세가 기린의 아들이란 말이다!”정태웅은 눈앞에 있는 남궁서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그의 말에 고씨 세가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자신들이 자랑스러워하던 혼인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편 주근깨 노인은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제 죄를 반성합니다… 제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서준 도련님께서 저를 가엽게 여기시어 한 번만 살려주시옵소서…”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흰 옷을 입은 소년의 서늘한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백색 섬광이 그의 목을 관통했다.애석하게도 남궁 세가의 노인은 목이 뚫려 몇 번 경련을 일으키다 피를 머금은 채 쓰러졌다.“내 형님을 건드리다니 죽어 마땅하다! 게다가 넌 사리 분별도 못하는 늙은이가 아닌가.”흰옷을 입은 소년은 단칼에 노인의 목숨을 거두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궁서준이 휘두르는 칼에 주근깨 노인
질문을 받은 고시연은 가녀린 몸이 떨리면서 목구멍에 무언가가 걸린 듯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두 줄기 눈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렇다. 윤구주는 전에 고시연에게 고 씨 세가에서 순순히 봉안보리구슬을 내놓으라고 설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 씨 세가에서는 거절했고 지금에 와서는 고 씨 세가의 어르신들이 살해당한 것뿐만 아니라 고 씨 세가에서 계속 기대고 있던 남궁 세가도 쓰레기 가지일 뿐이었다. 이 사실에 고시연은 가슴이 찢어졌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고 씨 세가의 아름다운 셋째 아가씨는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윤구주를 보고 있었다.“제발... 저희 고 씨 세가를 살려주세요... 저희 고 씨 세가에서 잘못했습니다!”참회의 눈물이 고시연의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고 고시연이 무릎을 꿇는 것을 따라 나머지 고 씨 형제들과 고 씨 세가의 사람들이 전부 일제히 윤구주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었다.“제발 살려주십시오!”그들은 전부 복종하였고 완전히 윤구주의 발아래서 굴복하였다. 어찌 됐든, 고 씨 세가에서 제일 자랑으로 생각하는 남궁 세가의 아들과의 혼인마저도 윤구주가 아는 사람이었다니, 이런 사실들이 그들을 한없이 절망하게 했다.지금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윤구주는 담담하게 그들을 훑었다.“당신들을 살려주는 건 문제 없어! 하지만 오늘부터 고 씨 세가 전체는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할 거야.”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있는 누구도 감히 거절하지 못했고 심지어 하나같이 다 고개를 끄덕이며 따랐다.“당신들이 동의했으니 지금부터 서남연맹의 모든 사람을 소집해. 할 얘기가 있어.”말을 마친 윤구주는 고 씨 세가의 사람들을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연맹의 전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 그는 서남연맹을 통일하고 동시에 서남의 모든 문파가 복종하도록 하려고 결심하였다.점심때가 되니 고 씨 세가의 통지를 받은 서남 문파들이 하나하나 연맹으로 들어왔다. 그중에는 예전에 윤구주에게 심한 타격
윤구주가 나왔다. 윤구주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암부 3대 지휘사 중의 한 사람인 정태웅과 남궁 세가의 준수한 자태를 가진 남궁서준이었고 그 뒤에 오는 사람은 시괴 거인인 동산이었고 마지막으로 오는 사람이 고시연이었다. 늘 아름답고 생기가 넘쳤던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는 지금 파김치가 된 것처럼 기운이 없었다.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서남의 각 문파의 얼굴에는 저마다 두려운 기색이 순식간에 나타났고 그들은 전전긍긍하여 자리에 서서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윤구주는 연맹의 대전 정중앙에 가서 가장자리에 있는 위치에 앉았다. 고요한 대전 안에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긴장된 눈빛으로 윤구주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살수가 분노하여 오늘 그들을 다 죽여버리면 어떡하겠는가?윤구주가 자리에 앉자 위엄이 넘치는 분위기가 각 문파를 짓눌렀다. 그는 담담하게 눈을 치켜뜨고 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오늘 여러분을 소집한 이유는 다들 알고 있겠죠?”윤구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도문의 사람들이 먼저 털썩털썩 무릎을 꿇었다.“윤성인께서 살려주시길 바랍니다...”“윤성인께서 지난 일들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저희 단도문을 살려주신다면 저희 단도문은 앞으로 윤성인을 모시면서 윤성인의 말을 따르겠습니다.”단도문이 선제적으로 이렇게 입장을 표하자 형의문, 청성관, 금강사뿐만 아니라 한쪽에 있던 신 씨 형제와 현장에 있는 백여 명의 서남 각 문파의 구성원들이 우르르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윤성인, 살려주십시요...”“윤성인께서 저희를 살려주신다면 저희 서남 각 문파에서는 앞으로 윤성인을 섬기겠습니다!”모든 이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면서 자신의 말을 따르겠다는 것을 듣고 윤구주의 입가에는 담담한 미소가 걸렸다.“오늘 나는 당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예정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어?’윤구주가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서남의 각 문파는 넋이 나갔다. 윤구주는 계속해서
윤구주가 자신을 보고 서남연맹을 관리하라고 하는 얘기를 듣자 고시연은 순간 놀라서 가냘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의 예쁜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준수한 외모의 윤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윤구주가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니... 심지어 나더러 서남연맹을 관리하게 한다고?’고 씨 세가의 사람들은 윤구주가 고 씨 세가에게 원한이 깊어 그들을 사지로 내몰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윤구주가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한테 연맹을 관리하라고 할 줄 몰랐다. 이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하고 혼돈 속에 빠뜨렸다.“시연아, 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윤성인께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곁에 서 있던 고 씨 세가의 맏이, 고해진은 얼른 고시연에게 얘기했다.“그래, 시연아, 얼른 윤성인께 감사하다고 전해!”둘째 고해식도 다급하게 말했다. 그들은 이 살수가 혹시나 마음을 바꾸면 어떡하나 두려워했다. 고시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떨리는 아름다운 두 눈으로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왜... 왜 저더러 서남연맹을 이끌라고 하시는 겁니까? 저를 원망하지 않으십니까?”윤구주가 웃었다.“내가 왜 너를 원망해야 해?”“하지만... 저희 고 씨 세가에서는 예전에...”고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고 윤구주는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너희 고 씨 세가의 죄는 이미 다 갚았어. 지금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나를 도와 다시 서남연맹을 잘 관리하는 거야.”윤구주의 말을 들으면서 고시연의 눈물은 결국 또 한 번 볼을 적셨다. “그리고 나는 네가 서남연맹의 지도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네가 고 씨 세가의 가주가 되기를 원해.”윤구주는 계속해서 말했다.‘뭐라고?’“제가 고 씨 세가의 가주가 되라고요?”고시연은 한 번 더 놀라서 물었다.“맞아. 지금 고 씨 세가의 가주가 네 아버지라는 걸 알아. 하지만 너한테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은 고 씨 세가의 가주가 될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그 사람이 있는 한 너희 고 씨 세가
고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윤구주한테 아주 감격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고 씨 세가를 살려준 것뿐만 아니라 고 씨 세가에게 새롭게 궐기할 기회를 주었다.“됐어!”“내가 할 얘기는 다 끝났어!”“아, 그리고 너 오늘 밤 내 방으로 와.”윤구주는 고시연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되돌아 대전을 떠났다. 하지만 고시연은 윤구주가 밤에 자신의 방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순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예쁜 얼굴은 훅하고 순식간에 빨갛게 쑥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윤구주의 마지막 말은 고시연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고 더욱이 대전에 있던 연맹의 사람들과 고 씨 세가의 사람들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밤에 방으로 오라고? 이건 뭐 하려는 거지?’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남자라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찌 모르겠는가! 눈앞에 있는 고시연은 연예인 뺨치는 예쁜 외모는 물론 몸매도 무척 볼륨감이 넘쳤는데 이런 미녀를 어떤 남자가 안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윤구주가 밤에 고시연을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 짓을 하려는 게 아니고 또 뭐가 더 있겠는가? 한편, 윤구주는 연맹의 대전을 나선 뒤, 아무렇게나 옆에 있는 조용한 방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남릉행은 거의 끝나갔고 윤구주도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인의 곁으로 돌아가야 했다.그저... 떠나기 전에 모든 걸 잘 정돈하고 떠나야 했다.“군왕님, 애들한테 시켜서 밤에 뭘 좀 준비해드릴까요?”방으로 돌아가자 둥글둥글하게 살찐 정태웅이 깐족거리며 윤구주에게 물었다.“뭘 준비해?”윤구주는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남녀 사이의 그런 물건들이죠! 군왕님께서 얘기하셨잖아요? 고 씨 세가의 그 여자를 오늘 밤에 군왕님의 방으로 오라고요. 그래서 저는 혹시 두 사람한테 야한 스타킹이나 하는 것들을 준비해줘야 하나 했죠. 하하하, 저 전태웅은 다른 재주는 없어도 이 방면에 대해서는 아주 전문가입니다.”전태웅이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내는 것을 듣고 있던 윤구주는 살이 뒤뚱뒤뚱 찐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망할 뚱땡이, 젠장 지금
윤구주와 접촉하면서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는 이미 철저하게 빠져들어 갔다. 고시연은 윤구주를 좋아했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윤구주는 서남연맹을 그녀에게 주어 관리하게 하고 심지어 고 씨 세가도 그녀에게 돌려주었으니 윤구주에 대한 고시연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단지 고시연은 두 사람 사이의 이 선을 넘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고시연의 마음속에서 윤구주는 신과도 같아서 그녀는 자신이 윤구주에게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이고 얼굴을 보나 몸매를 보나 특출난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윤구주한테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윤구주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밤에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겠어? 아마 그도 나를 좋아하는 거겠지!’설사 윤구주가 자신의 몸만 탐한다고 해도 고시연은 기꺼이 가져다 바칠 생각이었다. 창가에 서 있는 고시연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편으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밖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고시연은 지금 당장 밤이 되어서 윤구주를 찾아가고 싶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가고 기대에 차서 기다리는 와중에 고시연은 연속하여 3, 4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첫 번째는 지적인 드레스였고 두 번째는 화끈한 미니스커트였다. 세 번째에 고시연은 검은색의 벨벳 치마 세트로 갈아입었는데 그녀의 매끈한 다리와 더불어 통통 튀는 여왕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그뿐만 아니라 고시연은 화장대 앞에 앉아서 정성스레 치장하였다. 원래도 화려한 외모를 가진 그녀는 꼼꼼한 치장 끝에 더욱 아름답고 요염해졌다. 특히 섹시하고 유혹적인 붉은색 립은 남자라면 누구나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밤이 오기를 기다려서 윤구주를 만나러 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드디어 밤이 되었다.고시연은 하늘이 어두워지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방문을 열고 윤구주를 찾으러 갈 준비를 했다. 방문을 열었을 때 고시연은 문 앞에 있는 두 그림자에 깜짝 놀랐다.
고해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맞아요. 오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 그리고 구주 성인을 잘 모셔야 해요.”“만약 구주 성인의 여자가 될 수만 있다면 우리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고해진과 고해식의 말에 고시연은 부끄러움에 목까지 전부 빨갛게 달아올랐다. “큰오빠, 작은오빠, 그만해요.”“전... 전... 전 아직 왜 절 방으로 오라고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고요...”고시연이 고개를 떨구며 나지막이 말했다. “바보 같기는. 다 큰 성인 남자가 저녁에 방으로 오라고 하는 건 무슨 뜻이겠어요?”고해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아무것도 모른 척하지 마요. 우리가 하는 얘기 잘 들어요. 구주 성인에게 잘 보여야 해요.””우리 가문의 운명이 달린 일이에요.”형제의 부추김으로 고시연은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검은 드레스에 망사 스타킹을 신은 채 윤구주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 고시연의 스타일링은 정말이지 너무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녀가 입은 검은 드레스는 섹시한 그녀의 몸매를 감싸 아름다운 몸매를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깊게 파인 디자인의 드레스라 봉긋한 가슴 라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가늘고 길어 예쁘게 빠진 다리는 걸음걸음마다 여자의 치명적인 유혹이 되었다. 그리고 곧, 긴장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시연이 윤구주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방문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밝은 불빛을 보며 고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용기를 내어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안에서 곧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시연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다. 윤구주의 방 안. 윤구주는 고시연에게서 등을 돌린 채 가장자리에서 다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우뚝 솟은 산처럼 듬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어 그 누구보다 단단한 안전감을 주었다. 게다가 그의 타고 난 위엄있는 아우라는 고시연이 한눈에 그에게 빠져버리게 했다. 윤구주가 고시연을 등지고 있었기에 고시연은 윤구주가 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