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윤구주한테 아주 감격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고 씨 세가를 살려준 것뿐만 아니라 고 씨 세가에게 새롭게 궐기할 기회를 주었다.“됐어!”“내가 할 얘기는 다 끝났어!”“아, 그리고 너 오늘 밤 내 방으로 와.”윤구주는 고시연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되돌아 대전을 떠났다. 하지만 고시연은 윤구주가 밤에 자신의 방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순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예쁜 얼굴은 훅하고 순식간에 빨갛게 쑥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윤구주의 마지막 말은 고시연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고 더욱이 대전에 있던 연맹의 사람들과 고 씨 세가의 사람들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밤에 방으로 오라고? 이건 뭐 하려는 거지?’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남자라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찌 모르겠는가! 눈앞에 있는 고시연은 연예인 뺨치는 예쁜 외모는 물론 몸매도 무척 볼륨감이 넘쳤는데 이런 미녀를 어떤 남자가 안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윤구주가 밤에 고시연을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 짓을 하려는 게 아니고 또 뭐가 더 있겠는가? 한편, 윤구주는 연맹의 대전을 나선 뒤, 아무렇게나 옆에 있는 조용한 방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남릉행은 거의 끝나갔고 윤구주도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인의 곁으로 돌아가야 했다.그저... 떠나기 전에 모든 걸 잘 정돈하고 떠나야 했다.“군왕님, 애들한테 시켜서 밤에 뭘 좀 준비해드릴까요?”방으로 돌아가자 둥글둥글하게 살찐 정태웅이 깐족거리며 윤구주에게 물었다.“뭘 준비해?”윤구주는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남녀 사이의 그런 물건들이죠! 군왕님께서 얘기하셨잖아요? 고 씨 세가의 그 여자를 오늘 밤에 군왕님의 방으로 오라고요. 그래서 저는 혹시 두 사람한테 야한 스타킹이나 하는 것들을 준비해줘야 하나 했죠. 하하하, 저 전태웅은 다른 재주는 없어도 이 방면에 대해서는 아주 전문가입니다.”전태웅이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내는 것을 듣고 있던 윤구주는 살이 뒤뚱뒤뚱 찐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망할 뚱땡이, 젠장 지금
윤구주와 접촉하면서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는 이미 철저하게 빠져들어 갔다. 고시연은 윤구주를 좋아했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윤구주는 서남연맹을 그녀에게 주어 관리하게 하고 심지어 고 씨 세가도 그녀에게 돌려주었으니 윤구주에 대한 고시연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단지 고시연은 두 사람 사이의 이 선을 넘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고시연의 마음속에서 윤구주는 신과도 같아서 그녀는 자신이 윤구주에게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고 씨 세가의 셋째 아가씨이고 얼굴을 보나 몸매를 보나 특출난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윤구주한테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윤구주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밤에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겠어? 아마 그도 나를 좋아하는 거겠지!’설사 윤구주가 자신의 몸만 탐한다고 해도 고시연은 기꺼이 가져다 바칠 생각이었다. 창가에 서 있는 고시연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편으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밖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고시연은 지금 당장 밤이 되어서 윤구주를 찾아가고 싶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가고 기대에 차서 기다리는 와중에 고시연은 연속하여 3, 4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첫 번째는 지적인 드레스였고 두 번째는 화끈한 미니스커트였다. 세 번째에 고시연은 검은색의 벨벳 치마 세트로 갈아입었는데 그녀의 매끈한 다리와 더불어 통통 튀는 여왕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그뿐만 아니라 고시연은 화장대 앞에 앉아서 정성스레 치장하였다. 원래도 화려한 외모를 가진 그녀는 꼼꼼한 치장 끝에 더욱 아름답고 요염해졌다. 특히 섹시하고 유혹적인 붉은색 립은 남자라면 누구나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밤이 오기를 기다려서 윤구주를 만나러 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드디어 밤이 되었다.고시연은 하늘이 어두워지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방문을 열고 윤구주를 찾으러 갈 준비를 했다. 방문을 열었을 때 고시연은 문 앞에 있는 두 그림자에 깜짝 놀랐다.
고해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맞아요. 오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 그리고 구주 성인을 잘 모셔야 해요.”“만약 구주 성인의 여자가 될 수만 있다면 우리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고해진과 고해식의 말에 고시연은 부끄러움에 목까지 전부 빨갛게 달아올랐다. “큰오빠, 작은오빠, 그만해요.”“전... 전... 전 아직 왜 절 방으로 오라고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고요...”고시연이 고개를 떨구며 나지막이 말했다. “바보 같기는. 다 큰 성인 남자가 저녁에 방으로 오라고 하는 건 무슨 뜻이겠어요?”고해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아무것도 모른 척하지 마요. 우리가 하는 얘기 잘 들어요. 구주 성인에게 잘 보여야 해요.””우리 가문의 운명이 달린 일이에요.”형제의 부추김으로 고시연은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검은 드레스에 망사 스타킹을 신은 채 윤구주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 고시연의 스타일링은 정말이지 너무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녀가 입은 검은 드레스는 섹시한 그녀의 몸매를 감싸 아름다운 몸매를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깊게 파인 디자인의 드레스라 봉긋한 가슴 라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가늘고 길어 예쁘게 빠진 다리는 걸음걸음마다 여자의 치명적인 유혹이 되었다. 그리고 곧, 긴장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시연이 윤구주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방문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밝은 불빛을 보며 고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용기를 내어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안에서 곧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시연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다. 윤구주의 방 안. 윤구주는 고시연에게서 등을 돌린 채 가장자리에서 다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우뚝 솟은 산처럼 듬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어 그 누구보다 단단한 안전감을 주었다. 게다가 그의 타고 난 위엄있는 아우라는 고시연이 한눈에 그에게 빠져버리게 했다. 윤구주가 고시연을 등지고 있었기에 고시연은 윤구주가 뭘 하
고시연이 망상을 펼치고 있을 때쯤, 윤구주 쪽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됐다!”멈칫한 고시연이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쳐다보자 그의 몸에는 금빛이 서서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금빛이 사라진 후, 윤구주는 천천히 잘생긴 얼굴을 돌려 고시연을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고시연의 얼굴이 순간 수줍은 듯 빨개졌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두근거리는 그녀의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널뛰고 있었다. “내가 왜 오라고 했는지 알아?”윤구주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고시연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내적비명을 질렀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대놓고 해?’비록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얼른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구주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리 와.”날씬한 그녀의 몸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래도 고시연은 할 걸음 한 걸음 윤구주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오늘, 윤구주가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전부 받아들인 준비가 되어있었다. 설사 그가 자신을 거칠게 다루더라도... 상관없었다. 고시연이 터질 듯이 빨간 얼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자, 이 두 개 너 가져.”말하며 윤구주는 눈이 부시게 빛을 뿜어내는 두 장의 부적을 내밀었다. 그의 말에 고시연이 멈칫했다. 그녀는 윤구주의 손에 들린 빛이 뿜어져 나오는 두 장의 부적을 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이게 뭐예요?”“이 두 장의 부적은 내가 특별히 널 위해 새긴 거야. 하나는 공격 부적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 부적이야.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두 장의 부적을 사용하면 돼.”윤구주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고시연은 그대로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윤구주가 건네는 부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오늘 밤에 오라고 한 게 이 부적을 주려고 그런 거예요?”“그게 아니면?”윤구주가 고시
윤구주의 생각을 이해한 고시연은 예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절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마워요.”“별말씀을. 말했잖아. 넌 내 하인이라고.”하인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듣게 되자 고시연의 마음은 괜히 씁쓸한 기분으로 물들었다. ‘그저 하인일 뿐인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의 여자가 되겠어?’“난 곧 여길 떠날 거야. 그러니 앞으로 서남연맹은 모든 권한을 너에게 일임할게.”윤구주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뭐?’“남릉을 떠나신다고요?”윤구주의 말에 고시연이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응.”“이미 이곳에 오래 있었어. 그러니 이제 가야지.”윤구주가 말했다. 그가 남릉을 떠난다는 말에 고시윤의 마음은 갑자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해졌다. “여길 떠나시면 제가 앞으론 어떻게 연락을 드리죠?”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고시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예쁜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윤구주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하자. 내가 너에게 전화번호를 줄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연락해.”그렇게 윤구주는 자기 하나뿐인 전화번호를 고시윤에게 남겼다. 유일한 전화번호를 고시윤에게 주고 나서야 윤구주는 입을 열었다. “이젠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이만 돌아가라는 윤구주의 말에 고시윤은 괜스레 쓸쓸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녀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시윤은 윤구주의 입에서 그 한마디 말이 나오길 간절히 바랐다. “오늘 밤 내 곁에 있어.”하지만 끝내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시윤은 또다시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 그날 밤, 고시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난 고시윤은 윤구주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가 방문을 열었을 때, 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마당을 몇 번이나 찾아봤지만 여전히 윤구주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고시윤은 그대로 바
윤구주가 자기를 창밖으로 내다 버리려 하자 정태웅은 순간 입을 틀어막고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는 남궁 서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말이라면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라고 해도 이 괴물 같은 녀석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것이다. 정태웅이 입을 꾹 다물자 윤구주는 봉안보리구슬 팔찌를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그 팔찌엔 음산한 기운이 들어있어 팔찌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기차 안의 온도가 살이 떨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역시 보물이야.”“이젠 한 그루의 천년초만 남았어. 그것만 있으면 기린화독에 벗어날 수 있어.”윤구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세 그루의 천년초를 모이기만 한다면 윤구주는 최고의 경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윤구주는 전에 버렸던 모든 것을 다시 찾아올 것이다. “군왕님, 우리 지금 어디 가요?”정태웅이 갑작스레 질문했다. 윤구주는 봉안보리구슬 팔찌를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채은이 찾으러 갈 거야.”“형수님요?”“군왕님, 형수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셨어요?”정태웅이 얼른 물었다. “채은이 병은 당장 치료가 될 수 없어. 내가 최고의 경지를 회복한 후에야 치료할 수 있어.”윤구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군요.”말을 마친 정태웅이 갑자기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 “야, 넌 우리 군완님께서 얼마나 좋은 여자친구를 만났는지 알아?”뜬금없는 질문에 멍해졌던 남궁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하하!”“우리 형수님은 말이야, 엄청 아름다우신 분이야. 마음씨는 더 말 할 것도 없지.”“그리고 말이야, 우리 군왕님과 하마터면 결혼까지 할 뻔했었다고.”“하지만 그 군형 삼마 개자식들 때문에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어.”군형 삼마를 거론한 정태웅의 눈빛에 순간 살의가 흘러넘쳤다. 남궁서준은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쳐다보았다. “형님, 저에게 정말 형수님이 있어요?”윤구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형수가 있지.”그 말에 웃음이라고는
고대 도시 기차역. 소채은이 소청하, 천희수와 통화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정태웅, 남궁서준 그리고 시괴 동산을 데리고 기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형수님을 만날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되잖아.”기차에서 내린 정태웅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아, 맞다. 군왕님, 규비 여신님도 백화궁도 서남 고대 도시에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만나신 적 있으세요?”정태웅은 갑자기 절세 미녀인 연규비를 떠올렸다. “만났어.”윤구주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와아아, 규비 여신님께서 형수님을 질투하진 않았어요? 군왕님의 여자가 되고 싶어 안달 났던 사람이잖아요.”정태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구주가 그를 노려보았다. 깜짝 놀란 정태웅이 얼른 입을 닫았다. 기차역을 나선 윤구주는 세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출입구를 도착하자 새까맣게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한눈에 봐도 누군가의 팬클럽인 듯했다. 손에 커다란 사진과 플래카드는 물론 저마다 짐을 한가득 들고 잔뜩 흥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한 여자의 섹시 컨셉의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대스타 은설아, 서남 고대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연예인이 오나 보네.”쓱 훑어보던 윤구주가 덤덤하게 얘기했다. “빠순이들, 덕질하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정태웅이 욕설을 지껄였다. “은설아라는 연예인이 최근 뜨고 있긴 해요. 영화, 예능 심지어 할리우드 진출까지 노리고 있어요. 심지어 제 휴대폰에도 비키니 사진이 몇 장 있는걸요.”정태웅에 낯짝도 두껍게 말을 이었다. “뚱땡이, 역겹게 굴지 마.”윤구주가 참지 못하고 장난스레 욕설을 흘렸다. “군왕님, 전 진심으로 하는 얘기예요. 은설아가 정말 예쁘긴 해요. 나올 덴 나오고 들어갈 덴 들어간 몸매라 규비 여신님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아요.”정태웅이 변태 같은 멘트를 계속 내뱉었다. 윤구주는 더 이상 뻔뻔한 정태웅을 대꾸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제일 측면에 있는 문으로 나
총소리 때문에 기차역 출구 쪽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그중에서도 열광하던 팬들은 총소리를 듣더니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뿔뿔이 흩어졌다.은설아 또한 겁을 먹었다.그녀의 옆에 있던 십여 명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경호하며 크게 외쳤다.“어서, 어서 은설아 씨를 경호해서 옆으로 빠져!”경호원 여러 명이 은설아를 지키며 옆으로 빠져나갔고 나머지는 남아서 싸웠다.그 킬러들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듯했다.게다가 모두 무사 이상의 무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설아 곁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대스타 은설아는 경호원 세 명의 경호를 받으며 허둥지둥 도망쳤다.그 광경을 바라보던 정태웅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저하, 저희가 좀 도와줄까요?”윤구주는 덤덤히 현장을 쓱 둘러보았다.“도와주고 싶으면 돕든가.”“네!”정태웅은 그렇게 대답한 뒤 곧바로 사람들 틈 사이로 돌진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대스타 은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경호원 세 명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그녀의 맞은편에 갑자기 무인 십여 명의 기운이 나타났다.그 기운을 느낀 윤구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꽤 많이 왔네.”은설아를 지키던 세 명의 경호원은 사력을 다해 겁먹은 은설아를 지키려고 했다.“은설아 씨, 이쪽으로 도망치세요!”한 경호원이 말을 마치자마자 슉 소리와 함께 은빛 화살이 어둠을 뚫고 나와 그의 목을 꿰뚫었다.가엽게도 그 경호원은 목을 움켜쥔 채로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쓰러져서 숨을 거뒀다.다른 두 명이 손을 쓰려는 데 또 화살 두 개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었고 곧 그 두 사람도 바닥에 쓰러져서 더는 일어나질 못했다.세 명의 경호원들이 모두 죽자 대스타 은설아는 겁을 먹고 크게 울면서 비명을 질렀다.심지어 신고 있던 유리 구두 한 쪽이 벗겨졌다.그녀는 구석에 움츠리고 앉아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킥킥! 은설아,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냐?”그 말과 함께 복면을 쓴 사람 십여 명의 은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