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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들었어? 온 주임이 다음 주 휴가 때 여자친구 데리고 여행 갈 거라는 얘기?”“뭐? 근데 임유희 씨가 퇴원하려면 아직 멀었잖아?”“바보야, 임유희가 온 주임님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거지, 진짜 여자친구는 강지아라는 뜻이지.”“하지만 다들...”“다들 허튼소리 그만해. 흉부외과에서 나온 얘기야. 온 주임님의 학생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임유희는 간병인을 보며 말했다.“햇볕이 너무 강하니 이만 병실로 돌아가죠.”간병인은 그녀를 밀고 병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임유희 씨, 간호사들의 헛소리는 들을 필요 없어요. 온 선생님의 어머니가 임유희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말솜씨가 좋은 간병인 아주머니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간병인의 말에 임유희가 피식 웃었다.“하지만 온 선생님이 나를 안 좋아하잖아요.”“이 병원에서 몇 년을 일하면서 온씨 가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예전에 온 선생님이 강지아와 사귄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사귀기 시작한 것도 올해의 일이에요. 온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오랫동안 인연이 있죠. 정말 평생 함께할 거였으면 진작 함께 있었겠죠? 그러니 마음 편히 쉬세요. 온씨 집안과 같은 가정에서 태어난 온 선생님 같은 사람은 결혼도 당연히 부모님의 뜻을 따라야 해요.”책장을 넘기는 임유희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강지아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당연히 알죠. 전에 「아이엠 디자이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검색하면 나올 거예요.”휴대전화를 집어 든 임유희는 팬들이 이쁘게 포토샵한 강지아의 사진을 한 무더기 찾아냈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미간이 비교적 깊지만 강지아는 강지찬처럼 차가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장점이 조화롭게 매칭되어 있어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에 어른이 된 강지아는 대범한 재벌 집의 외동딸 기질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임유희의 온유하고 아늑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최신애는 온유한이 임유희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녀만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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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온유한은 휴가를 애만 쇼가 끝난 후에 가기로 했다.강지아가 다른 일에 집중하지 않고 오롯이 놀게 하기 위해서이다. 괜히 쉴 때 일을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불이 난 탈의실 두 개는 새로 장식해 화재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지난번 리허설 이후 쇼장이 조금 변동되었고 이미 준비를 마쳤다.쇼장에서 나온 강지아가 다시 경찰서에 갔을 때 강지찬은 이미 기훈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오빠, 용의자가 자백했어?”“응.”“누구인데?”“처음에는 너와 예능을 찍었던 걔.”“주민희?”“네.”옆에 있던 변호사가 말했다.“그런데 이미 외국으로 도주해서 당분간은 잡히지 않을 거예요. 오늘 강지아 씨를 부른 이유는 좀 더 조사하고 싶어서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이 묻는 대로만 대답하면 돼요.”미처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 강지아는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다.이제 연예계에서 발을 내디딜 수 없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보복하는 게 이해를 못 할 일은 아니다.경찰서에서 나온 강지찬은 차를 타기 전에 두서없이 물었다.“유한이와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갑작스러운 물음에 강지아가 말했다.“일단 지금처럼 있는 거지. 왜? 오빠, 또 무슨 찌라시라도 들었어?”“아니.”강지찬이 차에 올라탔다.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지아는 자신과 온유한의 관계가 당분간 변함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급하지 않았다.동하민을 데리고 신상 겨울옷들을 사러 갔는데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날이 저물었다.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진수혁이 그녀에게 문신 도안을 보내왔다.모두 그가 직접 디자인한 도안으로 강지아가 그중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다시 디자인할 수도 있다.강지아가 고심 끝에 고른 것은 예술 감각이 끓어 넘치는 알파벳 H와 N이었다. 동하민도 이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워낙 대범한 강지아인지라 바로 원하는 도안을 선택했다. 괜히 번거롭게 다른 도안을 디자인하라고 하지 않았다.식사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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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대표님, 저, 저...”동하민은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저분이 정말 온 선생님 어머니 맞나요?”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지아의 체면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살짝 웃음을 짓는 강지아의 표정은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우리 그냥 밥이나 먹자.”동하민은 내키지 않은 듯 말했다.“대표님, 설마 나 때문에 대표님의 얼굴이 깎인 거 아니에요?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기를까요?”“너와 상관없어.”강지아가 말했다.“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불만일 뿐이야.”“너무해요.”동하민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온 선생님 같은 분에게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을 수 있어요?”이렇게 말한 동하민은 문득 무슨 생각이 나는 듯했다.“그럼 대표님이 문신하면 더 꼬투리를 잡겠네요? 그때는 분명 또 그 핑계를 대고 뭐라고 할 거예요.”“내 일은 내가 결정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동하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역시 우리 강씨 집안 아가씨다운 대표님! 저런 사람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어요.”애만 쇼를 앞두고 강지아가 다시 한번 타투샵을 찾았다.이번에는 문밖에 작은 나무 팻말에서 ‘상선약수'라는 단어를 발견했다.이것은 아마 진수혁의 작업실 이름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지은 탓에 전혀 타투샵 이름 같지 않았다.강지아가 선택한 도안이 크지 않아서 2시간 내로 완성이 되었다.문신하는 도중에도 한 번도 아프다고 끙끙거리지 않았고 그저 차분하게 누워서 핸드폰을 봤다.진수혁이 사진까지 찍어 주자 그녀는 그 사진을 온유한에게 보내 예쁘냐고 물었다.곧이어 온유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지아야, 문신하러 갔어?”“응, 예쁘지 않아?”“예뻐.”예쁘다는 온유한의 말에 강지아는 입술을 달싹였다.이때 온유한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왔다.“H는 나야?”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문신을 바라본 강지아는 너무 마음에 들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흉터가 발목 바깥쪽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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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애만쇼 때문에 이날 강지아는 아주 바빴다. 쇼의 디자이너라 자연스럽게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정해야 했다.별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국내외 패션계 인사와 사진작가, 언론인 기자들이 몰려들었다.한가해진 뒤 정유진은 누군가 강지아를 찍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전에 예능에 나가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기에 누군가 찍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런데 실검에 오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대표님, 대박이에요!”동하민이 신이 나서 달려왔다.“이것 보세요. 연예인들까지 우리 사진에 밀렸어요.”휴대폰을 넘겨 받은 강지아는 그녀를 찍은 사진작가가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사진은 그녀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눈, 코, 입술, 발목 문신 등 다양한 디테일까지 담아냈다.오늘 실검에 오른 많은 스타들은 모두 애만의 모델들이었고 강지아는 수많은 미남미녀 중에 있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애만쇼는 해외 유명 브랜드 쇼 못지않게 트렌디하다는 업계 호평을 받았다.처음엔 강지의 미모를 칭찬하더니 나중엔 그녀의 재능을 칭찬하기 시작했다.그 덕분에 팬들이 또 늘어났다.“대표님, 연예계 진출을 안 한 게 너무 아쉬워요.”동하민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강지아가 미처 숨을 돌리기 전에 에이미 언니가 친구 몇 명을 데리고 와서 강지아와 인사를 하게 했다.에이미의 지인들이라면 대부분 패션계 인사들이고 그중 한 명은 해외 유명 잡지의 편집장이었는데 이 사람은 한국 문화에 아주 흥미를 느껴 한국 문화와 관련한 시리즈를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들은 후 에이미 언니가 강지아를 한쪽으로 끌고 가더니 웃으며 말했다.“오늘 애만쇼가 이렇게 성공한 데는 너의 공이 커. 외국인들도 국내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니까 너만 관심이 있으면 같이 협력해도 돼.”강지아는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비즈니스 대화를 오래 나눴고 에이미 언니와 함께 얘기하는 모습을 기자들이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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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어이가 없어!”집에 들어온 최신애는 하인을 향해 가방을 내던지며 말했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또 왜 그래? 누가 또 당신을 건드린 건데?”온혁진이 무심코 물었다.“정유진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젊은 사람이 이 나이 든 사람의 체면도 안 봐주고! 그러니까 강홍식이 계속 싫어하는 것이겠죠. 이름 없는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는 정말 교양이 없어요.”“지아에게 또 뭐라고 한 거야?”“몸에 문신을 해서 뭐라고 했는데 뭐라고 하면 안 돼요? 어느 집의 점잖은 여자애가 지아처럼 그런 행동을 하겠어요?”최신애를 바라보는 온혁진의 눈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웠지만 밤에 편히 자기 위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최신애가 온유한에게 말했다.“유희가 퇴원하겠다고 투정을 부리니 네가 좀 달래. 다리가 아직 안 나았어. 우리 병원에 재활전문의가 있으니 계속 입원하라고 말이야.”온유한이 말했다.“퇴원시킬 거예요.”“왜?”“진작 퇴원을 해야 했어요. 쓸데없이 계속 입원해서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최신애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안 되지? 병원에 VIP 병실이 얼마나 많은데. 계속 입원해서 의사와 간호사가 병간호를 해야 마음이 놓여.”온혁진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병원이 그 사람 한 명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야? 퇴원할 때가 되면 퇴원해야지, 계속 병원에 있으면 뭐 하는데?”온유한은 어머니와 다투기 싫어 황급히 식사를 마쳤다.“저녁에는 밥을 먹으러 오지 않을 거예요.”최신애가 얼른 그를 불러세웠다.“참, 너 곧 휴가지? 본가에 있는 외할아버지 묘에 인사하러 가야 하니까 준비해.”온유한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지난번에 금방 다녀왔잖아요?”최신애가 말했다.“지난번에 가면 이번에 못 가? 외할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예뻐했는데 일 년에 고작 몇 번 갔니?”외할아버지 묘를 가자는 건 그를 휴가 보내기 싫다는 것이다.“시간 날 때 할아버지 뵈러 갈 거예요.”온유한이 말을 마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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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엔 온유한과 임유희만 있었다.온유한은 그의 학생이 아침 업무 보고를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제 수술한 한 환자가 거부 현상이 나타났는데 온유한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의사가 대응하고 있었다.“온 선생님, 강지아 씨와 싸운 적이 있나요?”임유희가 불쑥 물었다.“없어요.”온유한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임유희의 미소가 굳어졌다.“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그 말에 온유한이 한마디 했다.“지아가 예전에 크게 아팠어요. 일찍 철이 들었는데 병이 나은 후에는 지금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전보다 더 철이 들었어요.”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최신애의 그런 태도에 진작 도망갔을 것이다.온유한은 강지아가 자신을 위해 수많은 서러움을 참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만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강지아가 예전에 아팠던 일을 당당하게 꺼내는 온유한의 모습에 임유희는 조금 놀랐다.최신애가 강지아를 그렇게 싫어하지만 온유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예전에 몸이 아팠던 강지아를 언급할 때의 말투는 아픈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고 그런 강지아가 창피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강지아가 이런 남자를 만나다니, 정말 운이 좋은 여자다.이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흔들렸고 격렬한 흔들림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을 마음 졸이게 했다.“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 같아요.”온유한이 다가가 문이 열리는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엘리베이터는 16층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멈췄다.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니 층의 전등이 모두 켜졌다.바로 이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르는 임유희의 모습은 평소의 온화하고 아늑한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온유한도 당황한 나머지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빠르게 내려가던 엘리베이터는 6층에서 갑자기 멈췄고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에서 찌직하는 전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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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엘리베이터 안은 너무 조용해 바깥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층 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온유한이 말했다.상황이 매우 골치 아프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전문 구조대가 있어야만 구조 작업을 실행할 수 있고 이 또한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한동안 갇히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임유희는 군말 없이 온유한에게 다리 담요를 건넸다.“이거라도 깔고 앉으세요.”현재로서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에 온유한도 사양하지 않고 담요를 바닥에 내려놓고 털썩 앉았다.“올해 제가 운이 안 좋은데 저 때문에 온 선생님에게까지 누를 끼쳤네요.”임유희의 말에 온유한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런 걸 믿나요?”대학 선생님이 미신을 믿다니, 그녀의 기질과 어울리지 않는다.임유희는 점차 차분함을 되찾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갇히는 것도 꽤 낭만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덜 무서워진 것 같았다.“제자들과 몇 살 차이 안 나요. 올해 운수를 봤는데 큰 화를 겪을 거라고 그랬어요. 온 선생님, 큰 화를 겪을 거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들어봤어요. 재수 없다고 하더군요.”“맞아요. 점쟁이 말이 생각보다 맞는 것 같아요.”임유희는 피식 웃었다.“심려를 끼쳐서 죄송해요.”온유한은 조용히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거 안 믿어요?”임유희가 또 물었다.“안 믿어요. 이런 일은 확률의 문제겠죠?”한편 임유희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고마웠다. 평소에 온유한과 말을 더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고 대화 내용도 대부분 그녀의 병세와 관련된 것들이었다.온유한의 눈에 자신이 다른 환자와 똑같다는 것을 임유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이것이야말로 가장 절망적인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밖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온유한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을 확인한 태안병원 보안 팀장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달려왔다.온혁진이 화를 냈다.“엘리베이터는 자주 정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태안병원에 엘리베이터를 바꿀 돈이 부족해요? 병원에서 그저 놀고먹기만 하는 거예요? 이렇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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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엘리베이터 문을 억지로 비틀어 열자 강지아는 틈 사이로 온유한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에 다른 한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구조대원들이 잇달아 들어가 두 사람을 들어냈다.“정신을 잃었어. 얼른 응급실로 데려가.”“유한이, 유한이는 어때요?”“유희야, 유희야. 엄마 놀래키지 마.”일행은 또 급히 응급실 쪽으로 몰려갔다.사람들의 뒤를 따라 달리는 강지아는 앞에 있는 의료진과 가족들 때문에 앞으로 비집고 나갈 수 없었다.엘리베이터가 6층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결과가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강지아가 두 손을 꽉 쥔 채 온몸을 떨자 온미정이 그녀를 꼭 껴안았다.“겁먹을 것 없어. 괜찮을 거야.”사실 온미정도 너무 걱정이 되었다.온유한은 온씨 집안의 외아들이었기에 고모인 그녀도 온유한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온혁진의 품에 안겨 우는 최신애는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이내 간호사가 나왔다.“임유희 씨 가족분 있나요? 환자는 괜찮습니다. 이미 깼어요.”이내 임유희가 나왔다. 그녀는 너무 놀라 기절했을 뿐이고 넘어졌을 때 마침 온유한의 위에 있은 덕에 다리뼈가 부러진 곳이 조금 아픈 것 외에 다른 데는 문제가 없었다.“유희야,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장희수가 임유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엄마, 나는 괜찮아. 온 선생님은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네.”임유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온 선생님이 나를 또 한 번 살려주셨어.”먼발치에서 묵묵히 듣고 있는 강지아는 가슴이 찡하고 괴로웠다.허튼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의사와 환자일 뿐이고 온유한이 임유희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온유한이 구한 사람이 임유희가 아니었다면 절대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임유희는 사람들 사이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지아를 발견했다.높게 포니테일을 묶고 트위드 코트를 입고 있는 강지아는 젊고 아름다웠다.두 눈이 마주친 두 여자는 눈빛이 한없이 평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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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사실 강지아는 학교에 다녔다.건강을 회복하고 반에 돌아왔을 때, 같은 반 친구들은 이미 4학년이 되었다.그때 많은 여학생들이 그녀를 화장실에 가둬놓은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사람들은 그녀를 밀치고 꼬집으면서 비웃었다“너 바보인 거 알아? 더 이상 반에서 1등이 아니야. 꿈 깨.”“엄마가 죽었으니 너의 아버지도 너를 싫어하겠지?”“불쌍하네. 더 이상 도도한 공주님이 아니라 바보가 되어서.”누군가는 그녀에게 물을 뿌렸고 누군가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보석 머리핀을 잡아당겼다.어린아이들의 왕따는 정말 끔찍했다. 어린 지아는 담 모퉁이에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상대방이 온유한의 어머니일지라도 두렵지 않았다.사람들의 시선과 말은 더 이상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사람이 전부터 감정이 있었다는 말을 믿으세요?”강지아가 임유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임유희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분위기가 점점 굳어지자 온미정이 달려와 수습했다.“유한이가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새언니, 말 좀 적당히 하면 될까요?”그녀는 강지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을 아끼라고 손짓했다.상대는 어쨌든 어른이고 사람들 앞에서 말대꾸하는 것은 정말 보기 안 좋다.강지아는 온미정의 뜻을 알고 고개를 돌렸지만 장희수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이 아이, 역시 강씨 집안 사람답네요. 꼴을 보니 아무도 안중에 없는 것 같아요.”장희수가 최신애를 보며 말했다.“딸을 안 키워서 최 사모님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아들 키우는 것보다 딸 키우는 게 더 힘들어요. 잘 가르치지 못하면 가정교육을 못 배우게 되죠. 특히 우리 같은 가정에서는 여자애의 한 마디와 행동이 가족 전체의 체면을 대표해요.”한쪽으로 물러서려던 강지아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한 마디와 행동이 가문의 체면을 대표한다고?만약 그녀의 새언니와 오빠가 여기에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 화를 그냥 참을 수 있었을까?절대 그럴 리 없다.평소 다정다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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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강지찬과 최의현이 달려왔을 때 온유한은 이미 수술실로 실려 간 상태였다.방금 응급실 의사가 나와서 온유한이 심하게 다쳤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말했다.엘리베이터 바닥에 추락 방지 보안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 6층 높이에서 한 명을 껴안고 떨어진 상태라 분명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안았다고? 사람을 안았다고?”최이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누구를 안았는데?”사람들은 가만히 있었고 그 사이에 있는 임유희는 얼굴이 창백했다.“어머니, 죄송해요.”이렇게까지 큰일이 날 줄 몰랐던 임유희는 너무 슬펐다.그녀뿐만 아니라 사실 모두가 이렇게 심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임유희가 멀쩡하니까 온유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최신애는 심장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네 탓이 아니야.”임유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들이 이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임유희를 위로할 수도 없었다.척추까지 다쳤다고 하던데 온유한이 앞으로 못 일어나면...최신애는 온혁진의 품에 안겨 슬피 울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 살지 못할 것이다.최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임유희를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강지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강지아는 침착하게 수술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잠시 후, 최씨 집안의 최금성과 그의 어머니도 같이 왔다.최신애는 친정 형수를 껴안고 또 울었다.“강 대표님, 최 팀장님.”강지찬과 최의현에게 인사를 한 최금성은 옆에 있는 강지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강지아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한 번 쳐다봤다. 두 사람이 몇 번 만나긴 했지만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최금성이 그녀에게 인사를 할 줄은 몰랐다.온유한은 심하게 다친 탓에 오후 네 시가 넘어서야 수술을 마쳤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온유한이 병실에 갔지만 강지아와 강지찬은 병실이 꽉 찬 탓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안에는 전부 온씨와 최씨, 그리고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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