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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온유한은 사실 최신애에게 잡혀 있었다.집에 가지 않고 온유한의 휴식실에서 잠을 잔 최신애는 깨자마자 임유희를 보러 갔다.중환자실.임유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머리를 다치고 정강이뼈도 부러진 것을 보니 부상이 심한 것은 사실이었다.“너는 여기서 환자나 잘 봐, 의사니까!”최신애의 말에 온유한은 양미간을 비비며 말했다.“엄마, 지아가 다쳤는데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했어요.”“많이 다쳤다고? 유희보다 더?”최신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오전에 병원에 없어서 임씨 집안 사람들이 너를 찾지 못한다고 불만이 많아. 넌 의사이고 지금은 근무시간이야. 환자를 돌보는 게 네가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지아를 보러 갈 테니 너는 유희나 잘 돌보고 있어. 곧 깨어날 거라며? 유희가 깨어나서 주치의인 너를 못 찾으면 안 되잖아!”온유한은 말문이 막혔다.강지아는 최신애가 그녀를 보러 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지아의 병실에 꽃과 과일이 가득한 것을 본 최신애는 빈손으로 온 것이 멋쩍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다쳤다고 해서 보러 왔어.”하지만 빈손인지 아닌지 강지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왜 왔는지 궁금할 뿐이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고마워요. 아주머니,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요.”최신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마디 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화상은 흉터가 남을 거야. 여자에게 흉터가 남으면 얼마나 보기 흉하겠니.”강지아는 어이가 없었다.“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예전 같았으면 강지아는 그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을 테지만 이제는 마주 보는 것도 어색하다.병실에 아무도 없자 최신애가 또 한마디 했다.“유한이가 교통사고 환자를 수술한 거 알지? 다친 사람이 내 친구의 아이인데 많이 다쳤어.”그러자 강지아가 바로 말했다.“알고 있어요. 환자가 더 중요하죠. 저는 괜찮아요.”최신애는 더 명확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 애는 너보다 세 살 위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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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선생님, 다리에 흉터가 남을까요?”“글쎄요.”할아버지로 보이는 주치의는 머리도 희끗희끗했다.“당분간 먹는 음식을 주의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흉터가 남아서 치마를 못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치마를 못 입을 수도 있다는 말에 강지아는 속이 답답했다.약을 바꾸면서 온몸에 땀이 난 바람에 그녀는 간병인더러 몸을 닦아달라고 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잠시 후 병실에 도착한 강지찬은 강지아가 혼자 병실에 있는 것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찰 쪽 상황만 이야기했다.“용의자가 거의 확정되어서 경찰이 검거에 나서고 있어.”“누구야?”“몰라.”강지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돈을 받아 일하는 사람일 거야. 그 사람을 잡아야 배후를 밝혀낼 수 있어.”하지만 강지찬이 의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강지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병실을 한 번 훑어본 강지찬은 기분 나뿐 듯한 얼굴로 말했다.“왜 혼자야?”“간병인이 있잖아. 동하민도 좀 이따 올 거야.”강지찬이 말했다.“그 사람을 물은 게 아니잖아.”강지아는 피식 웃었다.“온 선생님은 지금 출근 중이야. 오빠, 오빠도 별일 없으면 빨리 가. 난 괜찮으니까.”강지찬도 회사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던지라 여기에 더 머물 수 없었다.어젯밤 일은 제작진과 강지찬, 그리고 애만이 손을 잡아 정보가 외부에 새는 것을 막았기에 인터넷에 퍼지지 않았다.[아이엠 디자이너] 총연출 감독은 미칠 지경이었다. 프로그램 열기는 아주 뜨거웠지만 매회 일들이 발생하였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마지막 회까지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랐다.다행히 인터넷에 별다른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온유한이 강지아의 병실에 찾아왔다.피곤한 그의 얼굴을 보니 강지아는 마음이 아팠다.“임유희 씨는 괜찮은 거야?”강지아의 물음에 온유한은 흠칫 놀랐다. 임유희에 대해 강지아에게 말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우리 어머니가 뭐라고 했어?”강지아도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냥 해야 할 말만 했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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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쯧쯧, 임유희 엄마가 우리 온 선생님을 보는 눈빛 못 봤나 보네, 사위라고 부르지 못해 안달하는 것 같았어.”“온 선생님의 어머니가 매일 병문안을 오시는데 고작 몇 층밖에 안 떨어져 있으면서 강지아 씨 병실에는 한 번밖에 가지 않았어. 차별이 너무 심하네.”젊은 의사 몇 명이 수군거리며 사무실로 돌아갔고 그 사이에 있는 온유한의 학생인 전성호가 말했다.“우리 온 선생님 눈에는 강지아 씨 말고는 다른 그 누구도 안 보여.”그러자 한 여학생이 말했다.“하지만 부모님의 허락과 축복이 없으면 행복하기도 힘들죠?”또 한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강지아 씨가 어때서요? 왜 온 선생님의 어머니는 강지아 씨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요?”“사모님은 강지아 씨가 무식하다고 싫어한다고 들었어요...”이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성호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강지아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모두들 얼른 입을 다물고 어색한 얼굴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강지아는 식탁 위의 식료품 봉지를 가리키며 말했다.“먹을 것 좀 가져왔어요.”“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역시 우리 의사들을 챙기는 사람은 강지아 씨밖에 없네요.”전성호는 훌륭한 말솜씨를 뽐냈다.“그래도 온 선생님이 고생이 제일 많아요. 금방 회진을 마쳤는데 또 주임님에게 불려갔어요.”모두들 강지아가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일제히 고맙다고 인사했다.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온유한의 학생들이었기에 그녀를 아주 공손하게 대했다.이때 한 여자아이가 강지아에게 귀띔을 주었다.“강지아 씨, 우리 병실에 교통사고 환자가 온 거 알죠? 요즘 온 선생님의 어머니가 계속 병문안을 오세요.”하지만 그 학생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그러자 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조심할게요.”온유한이 사무실에 없었기에 강지아도 오래 있지 않고 지팡이를 짚은 채 절뚝거리며 사무실을 나섰다.강지아는 사실 온유한에게 퇴원하겠다고 말하러 갔다.모퉁이를 돌자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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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성실한 의사 온유한은 임유희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수술 자국을 살피던 온유한은 허리를 펴더니 책상 위의 여러 보온통들을 훑으며 장희수에게 말했다.“수술 자국이 약간 시뻘게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좀 이따 간호사가 와서 약을 바꿔줄 거예요. 환자의 몸 상태로는 아직 보양식을 먹을 수가 없으니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해 주세요.”“괜찮다니 다행이야.”장희수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온 선생이 특별히 와서 봐주니 마음이 든든하네.”온유한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임유희를 바라보며 인사했다.“휴식을 충분히 하면 될 겁니다.”임유희는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한편 뒤돌아선 강지아는 마음이 쓰라렸다. 전에 주유정을 만나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말이다.동하민은 강지아의 퇴원 수속을 서둘러 마쳤고 온유한은 너무 바쁜 탓에 그녀를 차를 타는 곳까지 바래다줄 수밖에 없었다.“이건 아침저녁으로 발라야 해.”온유한은 연고 두 개를 강지아에게 건네주었다.“퇴근하면 바로 갈게.”강지아가 말했다.“오빠가 본가로 오라고 했어.”그러자 온유한이 말했다.“그럼 나도 그쪽으로 갈게.”“그래.”강지아는 순순히 대답했다.온유한은 강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동하민더러 천천히 운전하라고 당부했다.차 문을 닫자 강지아의 얼굴에 있던 웃음이 사라졌고 집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강지아는 강홍식과 마주쳤다.얼굴을 못 봤더라면 이런 친아버지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뻔했다.강홍식은 첫날부터 그녀가 퇴원할 때까지 한 번도 병문안을 간 적이 없다.“퇴원했어?”강홍식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집에 가만히 있으면 그런 일도 없었잖아. 너의 오빠가 너를 푸대접하는 것도 아니고 계집애가 하루 종일 밖에서 어슬렁거릴 생각만 하니까 그렇지! 인터넷 여론도 생활도 엉망진창인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강지아는 강홍식을 투명인간 취급하고는 곧장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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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정유진은 방경숙더러 하인 몇 명을 강지아 쪽으로 보내라고 했고 강지아는 이내 자기 집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이렇게 빨리 건너온 이유는 그녀에게 걱정거리도 있고 이제는 사생활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새언니를 자꾸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이엠 디자이너] 방송이 다 끝날 때까지 온유한은 오지 않았다.한 시간 전에 일이 생겨서 좀 늦을 거라고 메시지가 왔다.“대표님, 지금 팔로워가 거의 200만 명이 다 되어가요. 출연자 중에 팔로워가 제일 많이 늘었어요.”강지아는 시간을 힐끗 본 후 하품을 했다.“이만 자자.”동하민은 사장님이 왠지 싱숭생숭해 하는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간 동하민은 마당 밖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 선생님?”온유한이 바로 물었다.“너의 대표님은 일어났어?”“아직이요.”온유한이 밤새 기다린 듯한 모습에 동하민은 얼른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언제 오셨어요? 밤새 못 주무신 것 같아요.”“방금.”사실 온유한이 밤새 잠을 못 잔 것은 사실이다. 그는 강지아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1층 게스트 룸에 가서 잠을 잤다.자고 일어나니 오전 10시가 넘었고 강지아는 마당에서 효과도를 검토하고 있었다.온유한은 강지아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임시로 수술이 추가되어서 못 왔어. 화 많이 났지?”강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아니. 오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뭐.”이때 하인이 아침밥을 가져다 주었고 온유한은 그녀 옆에 앉아 먹었다.“지아야, 다음 달에 며칠 휴가를 낼 건데 우리 어디 놀러 갈래?”강지아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왜 갑자기 휴가야?”“요즘 좀 피곤해서 휴가를 내고 싶어.”“그래.”안경을 낀 온유한의 렌즈 뒤의 눈빛은 아주 따뜻했고 그런 모습에 강지아도 그의 마음을 바로 알았다. 그녀에게 보상해주려고 그러는 것이다.전에 주유정의 일도 그렇고 뒤이어 임유희의 일도 있으니 말이다.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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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시간이 좀 지나자 그 까만 딱지가 떨어졌고 하얗고 매끈했던 다리에 흉터 자국이 튀어나왔다.강지아는 의사에게 가서 재검사를 받았고 상처를 본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상처 난 주위가 그나마 심각하지 않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심한 곳은 흉터 연고와 피부과에 가 보셔도 되는데 아마 무리일 거예요.”“의학 병원도 안 되나요?”“완전히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병원에서 나온 강지아는 기분이 완전히 가라앉았다.자신의 몸에서 그나마 가장 만족하는 곳이 길고 곧은 다리였다.그런데 이제 흉터가 있어 반바지와 치마를 평생 못 입게 되었다는 것은 그녀에게 청천벽력이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흉터를 제거하지 못해도 대표님의 다리는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니까요. 그리고 섹시하게 보이는 방법이 있어요!”강지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방법인데?”“타투이스트를 찾아가서 문신을 하는 거죠.”동하민은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제가 아는 타투이스트가 있는데 전국 문신대회 우승자예요. 이것 보세요. 저도...”동하민은 자신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강지아에게 목을 보여 주었다.“이 독수리가 바로 그 타투이스트가 그려주신 건데 이렇게 작은 도안도 그때 제 월급의 절반이나 써서 일주일 내내 라면만 먹었어요. 한 번 보세요. 이 독수리 무늬 너무 예쁘지 않아요?”강지아는 가까이 가서 봤다. 확실히 검은 독수리가 살아 있는 것 같았고 깃털이 검고 윤이 나 보이는 걸 보니 타투이스트의 솜씨가 상당히 뛰어난 것 같았다.하지만 강지아는 문신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다리에 흉터가 비교적 크게 났기에 하려면 큰 패턴의 문신을 해야 했고 그러면 너무 눈에 띄어 최신애가 분명히 싫어할 것이다.문신이라는 것은 많은 기성세대의 눈에 일탈이라고 보인다.“일단 피부과에 가 보고 다시 얘기하자.”강지아가 온유한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정원에 낯익은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오늘 날씨가 매우 좋아 병원의 정원에서 많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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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차는 골목 밖에 주차했다. 이곳은 강지아가 와본 적이 없다.옛날 동네라 대부분 나이 든 노인들이 살아 왠지 노을이 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골목이 좁아서 동하민은 혹시라도 강지아의 고급 차에 기스라도 날까 봐 감히 운전해서 들어가지 못했다.강지아는 시멘트로 얼룩진 골목 어귀에 서서 머뭇거리는 얼굴로 물었다.“타투이스트 선생님이 이 안에 있다는 말이지?”“맞아요. 바로 안에 있어요.”동하민이 차 안에서 물을 두 병 가지고 나왔다.“대표님, 겉이 허름하다고 절대 깔보면 안 돼요. 많은 연예인 스타들이나 재벌가들도 여기에 문신을 하러 와요.”동하민의 말에 강지아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이 골목은 오래돼 보였지만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길가에 낙엽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도 청소부가 매일 열심히 청소함을 알 수 있었다.건물 안에서 이따금 젊은 사람이 엄마를 찾는 고함소리가 한두 번씩 들려왔다.점심시간인지라 건물 입구를 지나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이 집은 장조림을 하는 집이에요. 이 집은 양고기. 이 집은 매운 음식인가 보네요. 콜록콜록. 아 매워.”타투이스트의 작업실이 음식점이 가득한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골목 끝까지 가니 반쯤 열린 작은 철문이 보였고 마당에 들어서니 눈이 확 뜨였다.마당에 꽃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심은 것 같다. 꽃 종류가 너무 많아 어수선했지만 마당 전체가 활기차 보였다.안에는 팔뚝을 드러낸 런닝을 입은 남자들이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대문을 들어서는 발걸음 소리에 한 남자가 고개도 들지 않는 채 말했다.“점심시간이니 오후에 다시 오세요.”동하민이 얼른 다가가 말했다.“잘생긴 오빠, 여기에 일부러 찾아온 거니까 수혁 오빠에게 얘기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재밌네. 여기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팔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말을 하며 고개를 든 순간, 눈앞에 있는 강지아를 보고는 그대로 멍해졌고 참지 못하고 바로 휘파람을 불었다.“와! 예쁜이!”그리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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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2층은 1층과 디자인이 완전히 달랐고 전부 작은 칸막이로 이루어져 있었다.이곳은 타투이스트들이 작업도 하고 쉬기도 하는 공간이다.그 수혁이 형이라는 남자는 이제 막 작업을 마친 듯 2층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응접실이라고는 하지만 텅 빈 곳에 소파와 탁자 몇 개를 아무렇게나 늘어놓았을 뿐이다.가게 밖에서부터 안까지 제멋대로인 것을 보니 사장도 본인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문신하려고?”턱에 턱수염이 조금 있는 진수혁은 키가 아주 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긴 다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진수혁의 물음에 강지아가 맞은편에 앉아 말했다.“문신하러 왔어요.”“왜 문신을 하려는 것인데?”“몸에 흉터가 생겨서요.”“한번 봐봐.”이 사람...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야?옆에 있는 그나마 조금 젊고 잘생긴 타투이스트가 강지아의 의아한 얼굴에 한마디 설명을 덧붙였다.“문신하려는 곳이 문신하기에 적합한지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 흉터 크기 등도 확인해야 하고요.”동하민이 강지아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주자 몸을 앞으로 내밀고 흉터를 살핀 진수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문신할 수는 있어. 원하는 그림은 있나?”처음 문신을 접한 강지아가 어리둥절해 하는 얼굴에 옆에 있던 동하민이 한마디 했다.“수혁 오빠 말은 대표님이 원하는 문양이 있는지 묻는 거예요. 생각해 놓은 디자인이 없으면 가게에 있는 것을 고를 수도 있고 새로 디자인도 해 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그럼 새로 디자인해주세요.”강지아의 말에 진수혁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그 흉터 딱지 방금 떨어졌지? 당분간은 문신하면 안 돼. 나중에 다시 와. 지금 문신을 해도 되는데 그림이 너무 커서 종아리가 오히려 도드라져 보일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좀 작아질 것 같으니 그때 적당한 사이즈로 문신을 하면 될 것 같아.”그 말에 강지아가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알파벳 N과 H가 들어간 디자인으로 부탁드려요.”진수혁이 눈썹을 치켜뜨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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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작업실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일찍 집으로 돌아간 강지아는 정유진이 정원에서 강형원과 산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녀석이 하루가 멀다 하고 통통하고 예쁘게 커가고 있다.“요즘 볼 때마다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아기들이라 그래. 아직 눈썹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어. 나중에 크면 누구를 닮을지 아직 몰라.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정유진이 강지아를 보며 물었다.“집에 와서 일하려고요.”사실은 온유한을 피해 일찍 집에 온 것이다.지금 온유한을 만나면 임유희의 일로 싸울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를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작업실에 간 온유한은 강지아가 일찍 퇴근한 것을 확인하고 이내 본가로 쫓아갔다.“봤어?”온유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응.”“화났어?”“몰라.”진짜로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은 불편했다.그녀의 얼굴을 주무른 온유한은 강지아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었다.“임유희는 내 환자일 뿐이야. 그리고 여자친구가 있다고 진작 얘기했고.”“하지만 임유희가 오빠를 좋아하잖아.”강지아가 고개를 들고 온유한을 쳐다보며 말하자 온유한은 어리둥절했다.“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그런데 질투 나?”“응.”“그럼 앞으로 일 외적으로는 만나지 않을게.”온유한은 한마디 설명을 덧붙였다.“오늘은 간병인이 임유희 핸드폰을 가지러 가는 바람에 내가 휠체어를 밀게 된 거야.”“정말? 아주머니가 나가서 햇볕이 좋으니 산책하라고 한 게 아니라?”온유한은 강지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강지아가 생각보다 예민하고 직감도 꽤 정확하기 때문이다. 사실 최신애와 장희수는 온유한과 임유희에게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애썼다. 오늘 정원에서 산책하게 된 것도 그 두 사람이 단둘이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외에 다른 날들은 온유한이 모두 피했다.“우리 엄마 말을 들을 필요 없어.”온유한이 말했다.끈질기게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 아닌 강지아였기에 일부러 정색을 하고 난폭한 표정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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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아이엠 디자이너」에서 가장 사랑받은 디자이너는 강지아와 하미소로 제작진은 두 사람의 이름으로 희망초등학교에 기부를 했다.반면 서원준은 강지아에게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추천했지만 강지아가 거절했다.“왜 안 나갈 건데? 재밌잖아. 돈 벌기도 쉽고.”“내게 돈이 부족하지는 않잖아? 그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원준이 말했다.“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네.”강지아는 「아이엠 디자이너」의 공식 블로그를 리트윗했고 이것으로 컬래버레이션은 끝난 셈이다.하지만 하미소와 사적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 가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다만 하미소가 다른 촬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많이 바빠졌다.“너 요즘 온유한과... 어떻게 지내?”서원준이 불쑥 물었다.“잘 지내.”“그래? 그럼 됐어.”강지아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자 서원준도 더 이상 귀찮게 하기 미안했다.“나중에 헤어지면 알려줘.”강지아는 이 인간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었다. 이게 사람이 할 말인가?“꺼져!”서원준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어제 병원에 갔을 때 온유한이 다른 여자와 같이 있었다는 소문을 듣고 두 사람의 감정선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그래서 특별히 알아보러 왔는데 멋도 모르고 기뻐한 것 같다.태안 병원.최신애가 보온 통을 들고 자리를 뜨자마자 때마침 들어온 온미정은 두 명의 젊은 간호사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온씨 집안 사모님이 임유희 씨에게 정말 잘해 주네. 매일 각종 보양식을 병원에 나르고 있잖아. 임유희 씨가 진짜로 우리 미래의 온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건 아니겠지?”“어쩌면 진짜로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라.”“그럼 강지아 씨는?”“아휴, 난 강지아 씨가 너무 좋아. 예능에서 너무 이쁘게 나왔잖아. 기질도 좋고.”“하지만 임유희 씨도 괜찮잖아. 대학교수라 학생들도 가끔 병문안을 오고. 말하는 것도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얼굴도 예쁘고.”두 간호사는 당사자인 온유한 보다 더 고민하는 듯했다.온미정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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