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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791 - 챕터 800

913 챕터

제791화

백무영은 이번에 정말 청혼하러 왔다.게다가 상당히 정식적으로 했고 혼수 명세서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 신혼집까지 마련해 놓았다.신혼집을 사놓은 것은 온미정도 몰랐다.최대한 마음을 다했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온미정을 홀대하지 않았다.그제야 온혁진의 안색이 좀 좋아졌다.가장 기뻐하는 것은 역시 최신애였다. 고모가 마치 며느리라도 된 것처럼 선물세트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아이고, 역시 여자 측이라 받는 게 많네요. 드레스마저 다 준비했어요. 무영 씨가 너무 꼼꼼해서 우리 온씨 가문에서 할 일이 없어요.”그러자 온혁진이 말했다.“그건 안 돼. 미정이는 내 유일한 동생이야. 해줘야 할 것들 하나도 빼놓아서는 안 돼. 미정이 혼수는 내가 진작부터 준비해 두었어.”최신애는 어이가 없었다.“왜 그렇게 말해요. 그냥 무영 씨가 꼼꼼하다고 칭찬하는 거잖아요? 우리 온씨 집안도 당연히 최대한 예의를 차려야죠. 새언니인 내가 언제 인색하게 굴었어요?”온미정이 드디어 시집을 간다고 하자 최신애는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다.사실 온미정이라는 사람은 아주 좋은 사람이다. 일에 별로 트집을 잡지도 않고 통도 크다. 다만 성격이 너무 솔직해서 최신애와 잘 맞지 않았다.특히 온유한에 대해 온미정이 늘 온유한의 편을 들었기에 친엄마가 마치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온미정이 시집을 가면 앞으로 집안의 모든 일을 최신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생각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다.온미정이 곧 시집간다는 생각에 최신애는 그 어느 때보다 통이 크게 행동했다.“내가 처음 온씨 가문에 시집올 때, 미정 씨는 어린아이였죠. 내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리가 비록 시누이 올케 사이지만 모녀나 다름없었어요. 집에 할머니가 미정 씨에게 남겨주신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요 몇 년 사이 더 추가 했으니 나중에 혼수로 다 가져가면 될 것 같아요.”이 말을 들으니 온미정은 저도 모르게 최신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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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여자는 온유한을 본 순간 눈에서 빛이 나더니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온유한은 힐끗 쳐다본 뒤 백무영 옆에 걸터앉았다.눈을 깜박거리던 그 여자는 그제야 온유한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어색하게 웃었고 눈빛에는 서운함이 스쳤다.“유한아.”최신애는 웃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너에게 친구를 소개시켜 주려고. 임유희라고 해. 대학교 선생님인데 프랑스어를 가르쳐.”말을 마친 최신애는 웃으며 임유희를 향해 말했다.“유희야,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유한이야. 병원에서 일해.”온유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 반응이 없자 임유희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 전에 온 선생님과 만난 적이 있어요.”최신애는 더욱 기뻤다.“이미 아는 사이였어?”“아는 사이는 아니고 전에 디저트 가게에서 만났어요. 하지만 온 선생님이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임유희가 서운해하자 최신애는 얼른 말했다.“신경 쓰지 마. 워낙 일이 바빠서 그래.”최정애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온유한에게 여러 번 눈짓을 했다.“인사 안 하고 뭘 멍하니 있어?”말을 마친 최신애는 또 반갑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너희 두 사람 정말 인연인 것 같아. 이름마저 비슷해.”최신애는 임유희가 이미 며느리라도 된 것처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백무영까지 있는 자리에서 온유한은 정말 어머니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최신애는 오늘 집에 중요한 손님이 온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임유희를 부른 것이다.온유한은 최대한 화를 참으며 최신애를 바라보고 말했다.“어머니, 임유희 씨가 우리 집 친척이에요? 우리 집 친척들 중에 임씨 성을 가진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온유한은 경고하는 눈빛으로 최신애를 바라봤다. 그저 자기 어머니가 여기서 멈추길 바랐다.최신애는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강지아에 비하면 임유희가 훨씬 더 좋다.혹시라도 주유정과 같은 민망한 상황이 생길까 봐 최신애는 사람을 시켜 임유희의 뒷조사를 했고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샅샅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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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거기 서!”겨우 뒤따라온 최신애는 당장이라도 온유한에게 뺨을 후려갈기고 싶은 듯했다.마당에 다른 사람도 없으니 온유한도 최신애가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어머니, 나 진짜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오늘 일, 어머니가 말한 대로이길 바랄게요.”그 말에 최신애는 가슴이 답답했다.“무슨 뜻이야? 설마 나와 싸우자는 거야? 유희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같이 밥도 먹고 쇼핑도 해봤어. 이 엄마를 믿어. 이번에는 절대 틀림없어.”온유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어머니와 지아, 두 사람 중에 꼭 한 사람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해요?”“너!”그 말에 최신애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네 엄마야, 열 달 동안 내 배 속에서 키우고 내 배 아파서 난 친엄마라고! 어떻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어?”그러자 온유한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지아만 있으면 돼요. 아무리 좋은 여자가 있어도 나와는 상관없어요.”최신애는 화가 나서 가슴을 쳤다.“지금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지아, 지아. 넌 지아밖에 몰라?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있니? 강지아는 10년 넘게 바보로 살았어. 그런 여자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나와 네 아버지에게 자식이라곤 너 하나뿐인데 넌 어째서 조금도 책임감이 없니?”온유한은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우리는 병원을 하는 집안이에요. 지아가 건강한지 아닌지는 내가 더 잘 알아요. 게다가 지나간 일들을 나는 신경 안 써요.”최신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희와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때? 전에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지아를 그저 여동생으로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여동생으로 생각한 적 없어요.”강지아와 함께 있을 때마다 온유한은 그녀를 간절히 원했다. 그 감정은 결코 남매의 정이 아니었다.“어머니, 다시 한번 정확히 얘기할게요. 나는 강지아만 있으면 돼요. 만약 계속 이렇게 하시면 그저 불효한 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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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오늘 즐거웠어?”온유한이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에 묻은 침을 닦으며 물었다.“즐거웠어. 쓸데없는 것들 잔뜩 샀어.”뒷좌석에는 오늘 산 물건들이 들어있는 종이봉투가 십여 개 있었다.“참, 오빠 것도 샀어. 뭔지 맞춰봐.”“넥타이?”차의 시동을 건 온유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니면 벨트? 커프스? 옷? 축구화?”강지아는 오늘 기분이 아주 좋은 듯했다.“커프스와 운동화는 맞혔어. 그리고 더 있어.”“더 있다고? 면도기? 향수?”말을 하던 온유한은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설마 수술할 메스를 산 것은 아니지?”“메스는 없는데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나중에 어떤 선물을 줄지 생각나지 않을 때 참고할게.”“그래서 도대체 뭔데?”온유한이 궁금해하자 강지아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윙크하며 말했다.“속... 옷.”온유한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내가 무슨 사이즈 입는지는 알고?”“그걸 모를 리가 없지. 우리 집 베란다에 널려 있잖아.”그때 마침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었고 온유한은 차를 세운 뒤 또다시 강지아의 목을 잡고 진하게 키스를 했다.밤이었지만 길에 차가 많았다.두 사람이 눈을 감은 채 뜨거운 키스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경적소리가 났다.강지아가 온유한을 밀치며 말했다.“얼른 운전해, 뒤에서 재촉하잖아.”온유한은 빙긋 웃으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빨간 신호등마다 멈춰 서서 키스를 했다.집에 들어간 후 오늘 산 종이봉투가 바닥에 흩어져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온유한은 강지아를 안은 채 그렇게 두 사람은 현관에서 침실까지 키스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두 사람 모두 넓은 소파에 그대로 드러누웠다.강지아는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얇은 니트를 입고 있었고 살짝 잡아당기니 옷이 바로 흘러내렸다.머리를 풀어헤친 요정 같은 그녀의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그렇게 소파에 엉킨 채 끊임없이 키스를 했다.온유한의 안경을 벗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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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아이엠 디자이너]의 녹화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마지막 녹화는 성대했고 그야말로 애만의 리허설 현장이나 다름없었다.사실 이맘때 리허설을 하는 이유는 다음 달 정식 쇼를 위해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홍보비도 아낄 수 있다.리허설의 모델 팀은 애만에서 초대한 글로벌 슈퍼모델로서 다음 달 정식으로 데뷔할 것이다.강지아는 아침 일찍 쇼장에 도착했고 하미소와 제작진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반나절 넘게 일하고 있었다.“어머, 너무 고급스러워요.”쇼 장에 들어온 하미소는 깜짝 놀랐다. 저번 촬영 때는 조명 장식이 완성되지 않아 마지막 무대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애만의 쇼는 패션과 주얼리로 나뉜다.낮에는 패션쇼를 하고 밤에는 쥬얼리 쇼가 열리기 때문에 조명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오늘 우리 뭐 해요?”흥분한 하미소의 물음에 강지아가 말했다.“오전에 할 일을 이미 다 했어요. 나머지는 애만에게 맡겼으니 우리는 둘러보면서 정리할 데가 있으면 하면 돼요.”그때 서원준이 다가왔다.아주 멋스럽게 차려입은 그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레드카펫에 가는 줄 알 것이다.“아름다운 미녀 두 분, 무대에 오를 의향이 있나요?”강지아와 하미소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우리?”하미소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한번 해보고 싶어요.”“해보고 싶으면 하는 거죠. 어차피 리허설이니까요. 에이미 누나에게 한번 물어볼게요.”서원준이 손짓을 하며 모델 한 명을 불렀다.“임무를 줄게. 두 선생님 좀 가르쳐. 저녁에 같이 무대에 오를 거야.”모델은 바로 알겠다는 손짓을 했다.강지아는 매니저 동하민보고 주위 상황을 지키게 한 뒤 하미소와 같이 백스테이지로 향했다.연예인인 하미소는 런웨이에 오른 적이 없지만 무대에 오른 경험은 많다.다만 숙맥일 줄 알았던 강지아가 얼른 배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내 두 사람 모두 그럴듯하게 모델처럼 걸었다.외모도 받쳐주고 몸매도 좋아서 런웨이 의상을 입으니 꽤 폼이 났다.리허설은 저녁 8시에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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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준비를 모두 마치자 직원이 강지아와 하미소에게 다가와 주의사항을 말한 후, 그들을 데리고 모델팀에게 데려가 백스테이지에서 리허설을 했다.강지아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전시를 맡았다.목이 가늘고 긴 그녀가 이 목걸이를 하니 꼭 마치 맞춤 제작한 것 같았다.쇄골 아래로 다이아몬드가 박힌 펜던트가 조명 아래서 반짝반짝 빛났다.강지아의 액세서리 캐비닛에도 이런 과한 액세서리가 있지만 어린 그녀는 아직 착용해 본 적이 없다.눈부신 그녀의 광채가 매우 눈길을 끌었다.그녀와 하미소는 동시에 입장하지 않고 하미소가 먼저 무대에 오른 뒤 몇 명 모델이 나간 후에야 그녀의 차례가 되었다.오늘 저녁 리허설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와있었다. 대부분 서원준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다.생애 첫 런웨이 쇼를 당당히 마친 강지아는 아주 덤덤해 보였다.하미소가 오히려 흥분해서 계속 재미있다고 외쳤다.“우리 지아, 정말 많이 컸구나. 그래, 이 의현 오빠의 꽃을 받아라. 그런데 유한이는 안 왔어?”최이현이 응원하러 왔다.“몰라. 온다고 했는데 안 왔네.”강지아는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괜찮아, 괜찮아. 유한 오빠가 없어도 이 의현 오빠가 있잖아. 이따가 끝나고 의현 오빠가 데리고 놀러 가서 야식 사줄게, 어때?”“안 가.”강지아는 귀찮은 듯 말했다.“의현 오빠와 같이 안 갈 거야. 오빠와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 줄 알고? 그러다가 못 볼 꼴이라도 보면 어떻게 해. 내 눈에 다래끼가 나면 어떡하려고.”최의현이 말했다.“쯧쯧, 우리 집 지아가 예전처럼 쉽게 속지 않네. 의현 오빠가 속상해.”강지아는 더 이상 입씨름을 하기 싫어 동하민에게 꽃을 건네며 최의현에게 한마디 했다.“여기 거의 다 끝났으니 가서 볼일 봐. 괜히 이것 때문에 본인 일 그르치지 말고.”최의현의 밤 생활이 아주 바쁘다는 것을 강지아는 알고 있었다.“그래, 그럼 이 오빠는 먼저 갈게.”이 말을 하는 최의현은 전혀 부끄럽지도 않은 듯했다.차에 올라탄 최의현이 찍은 사진 몇 장을 단톡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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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갑자기 왜 불이 난 거야?”쇼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들은 이마가 땀범벅이 된 채 초조해하고 있었다.“모르겠어요. 오늘 검사를 여러 번 했어요. 불이 날 리가 없을 텐데. 회로에 문제가 없는 것을 보니 회로 고장으로 인한 불은 아닌 것 같습니다.”“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빨리 대피하고 119에 신고해.”“신고는 이미 했습니다. 소방대가 곧 도착할 겁니다.”“사람들은 모두 다 빠져나온 거야?”“다 나온 것 같아요. 애만 쪽에서 인원수를 체크하고 있어요.”이때 동하민이 달려왔다.“우리 강 선생님은 못 봤나요?”“못 봤는데요.”그 말에 동하민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강 선생님이 드레스 룸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았어요. 아직 안에 있어요!”말을 마친 동하민은 뒤돌아서서 뛰었다.무대 뒤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도대체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때 한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드레스 룸의 문이 열리지 않아요.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코를 막고 뛰어가는 동하민은 눈물이 날 정도였다.“강 선생님이에요. 안에 있어요.”“어떡해요! 문이 안 열려요.”“발로 힘껏 걷어차 보세요.”동하민이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불은 바로 옆방에서 타오르고 있었고 다행히 일찍 발견한 덕에 옆 탈의실은 이미 진화를 마쳤다.하지만 강지아가 있는 룸은 아직도 문틈으로 연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룸도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이때 서원준이 달려와 동하민을 잡고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안에 누가 있다고? 지아는?”동하민이 드레스 룸을 가리키며 말했다.“대표님이 안에 계시는데 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아요.”그 말에 서원준은 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비키세요’라고 소리친 뒤 온몸으로 드레스 룸의 문을 힘껏 밀쳤다.세 번 밀치자 문이 마침내 열렸다.연기 속에서 강지아는 바닥에 누워있었고 그녀가 입고 있던 드레스의 치맛자락은 이미 불에 타기 시작했다.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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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온유한의 수술은 무려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수술실에서 나오니 밖에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도 있었다.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최신애도 다급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아들, 아들. 유희는 괜찮은 것이지?”“어머니는 왜 여기 있어요?”방금 다른 의사가 나와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었다고 알렸지만 시름을 놓을 수 없었던 가족들은 수술을 집도한 온유한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달려와 그를 둘러쌌다.“유한아, 우리 유희 정말 괜찮은 거지?”아름다운 중년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4시간 동안 한눈팔지 못하고 고도로 집중했던 온유한은 그제야 오늘 환자가 그날 온씨 별장에 왔던 그 여자아이임을 발견했다.상대방의 이름도 기억났다.“수술은 잘 됐고 아직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온유한의 칼 같은 대답에 최신애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온유한이 피곤한 기색을 내보이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어머니, 나 피곤해요. 일단 가서 옷부터 갈아입고 다시 얘기해요.”최신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임씨 가족들에게 말했다.“오늘 우리 유한이가 원래 당직이 아니었어요. 임시로 불러서 수술을 한 거예요. 또 한밤중에 4시간씩이나 수술을 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일단 조금만 기다려 보죠. 유희는 괜찮을 겁니다.”최신애의 말에 임씨 가족들은 감동을 금치 못했다.온유한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최신애는 이미 그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이놈아, 수술대에 있는 사람이 유희인 것을 몰랐어?”온유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수술 외에 다른 건 신경을 안 썼어요.”시간이 촉박한 상황에 환자의 얼굴을 볼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게다가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다.몸 상태를 알고 이름을 들었어도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저승사자와 시간을 다투는 결정적인 순간이었기에 나머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최신애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유희는 진짜 괜찮은 것이지?”“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말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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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강지아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지만 그녀는 머리가 흐리멍덩했고 졸음이 끊임없이 쏟아졌다.“새언니?”“지아야, 깨어났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정유진은 서둘러 호출 벨을 눌렀지만 강지아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그저 잠을 더 자고 싶었다.“졸려요. 더 자고 싶어요.”정유진이 말했다.“아직 자면 안 돼.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진찰한 다음에 자.”강지아는 그제야 어제 쇼 장에 불이 났던 것이 생각났다.“새언니, 쇼는 어떻게 됐어요? 많이 탔어요? 다친 사람은 없어요?”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없었다.“너 말고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어.”정유진은 강지아를 다시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쇼 장에 큰불은 안 났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저 드레스 룸만 두 개 탔을 뿐이야.”“진짜예요?”“응.”정유진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내가 널 속여서 뭐 해? 네 오빠는 지금 쇼 장 쪽에서 화재사고를 확인하고 있어. 네 작업실 직원들도 다 거기에 있어. 다행히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드레스 룸 두 개만 불탔고 바로 복구할 수 있을 거야. 다음 달 정식 쇼에는 별 지장이 없을 거야.”강지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에요.”강지아는 그제야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다만 이제 막 깨어나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내가 다리를 다쳤어요?”정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서원준 씨가 뛰어 들어갔을 때 치마가 불에 타고 있었어. 다행히 제때 불을 꺼서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강지아는 붕대를 감은 곳을 바라보았다.화상 상처는 보이지 않지만 붕대가 크게 감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그저 얼굴을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이내 의사가 와서 검사를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강지아가 또박또박 대답하는 것을 본 의사는 마취제에 별다른 후유증이 없음을 확인한 뒤 그녀에게 푹 쉬라고 몇 마디 하고 떠났다.줄곧 밖에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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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사실 온유한은 최선을 다해 일찍 달려왔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굳이 서원준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두 사람은 말을 섞지 않은 채 함께 병실로 갔다.금방 밥을 다 먹은 강지아는 두 사람이 같이 온 것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어떻게 같이 들어와?”서원준이 피식 웃었다.“요 앞에서 만났어. 아침은 먹었어?”강지아가 웃으며 대답했다.“먹었어. 고마워.”서원준은 가져온 아침밥을 한쪽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병실에는 소파 하나와 의자 하나가 있었고 동하민과 화령이 소파에 앉아 있었기에 온유한은 두 여자와 함께 앉기 그런지 침대에 걸터앉은 뒤 강지아의 손을 잡고는 가슴 아픈 듯한 눈빛을 내보이며 말했다.“어디 아픈 데는 없어?”“많이 좋아졌어.”이불을 젖힌 온유한은 강지아의 다리를 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아챘다.“좀 이따 병원을 옮기자. 태안 병원에 화상을 치료하는 유명한 전문의가 있어.”“응.”강지아는 거절하지 않았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그런데 여기 이렇게 와 있어도 돼? 수술한 환자가 많이 다쳤다고 들었는데.”“고비는 넘겼어.”미간을 찌푸린 온유한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그냥 참는 듯했고 강지아도 그런 온유한의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이때 옆에서 서원준의 목소리가 들렸다.“경찰이 CCTV에서 용의자를 찾았는데 온몸을 꽁꽁 감싸고 있어서 신원확인을 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누군가 고의로 불을 지르다니! 너무 괘씸하네요.”이렇게 말한 동하민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마디 했다.“그 사람의 목적이 대표님이면 오늘 괜찮은 것을 알고 또 허튼수작을 부리려 하지 않을까요?”서원준의 얼굴이 굳어졌다.“글쎄. 다행히 강 대표님이 경호원을 불러 밖에서 지키라고 했으니까 일반인은 들어오지 못할 거야.”그러자 동하민이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옆에 꼭 붙어 있을 테니까!”“지금 바로 퇴원 수속을 할게.”온유한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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