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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온씨 가문 별장은 총 4층으로 구성되었다. 별장은 층고가 일반 건물보다 조금 높기에 여기에서 뛰어내리면 죽을지 어떻게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비교적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주유정의 흰 치맛자락과 긴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한지우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주유정이 이런 결심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한편 최신애는 화가 나서 기절할 뻔했다.“주씨 가문 사람들이 이 정도로 생떼를 쓰며 핍박할 줄은 몰랐네.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어.”주유정이 서 있는 곳의 아래는 바로 수영장 옆에 벽돌이 깔려 있는 곳이다.온씨 집안의 하인들이 모두 달려와 구경하며 분분히 의논했다.마침 집에 있던 온미정은 이런 상황에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들 둘러싸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경찰에 신고하지 마!”최신애가 큰소리로 외쳤다.“그만한 배짱이 있는지 나야말로 보고 싶네.”온미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주씨 집안 사람들의 이런 태도와 주유정이 저지른 일들을 봐도 이 집안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온유한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주유정은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온미정은 최신애와 말을 섞기 귀찮아 온유한을 보며 한마디 했다.“경찰에 신고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온유한이 말했다.“경찰에 신고해.”옆에 있던 집사가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들었지만 최신애는 계속 말리려 했다.“경찰에 신고해서 뭐 하려고? 신고하지 마! 창피하지 않아? 이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우리 온씨 가문을 얼마나 비웃겠어?”온미정은 어이가 없었다.“새언니, 밖에 나가 한 번 물어봐요. 사람들이 온씨 가문을 얼마나 비웃고 있는지. 새언니 덕분에 진작부터 웃음거리가 되었어요.”최신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주유정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이상 당시 주유정을 예비 며느리라며 추켜세웠던 본인도 웃음거리가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와 동시에 온씨 집과 온유한도 화젯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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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지아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온유한이 다가가자 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빠 구해주러 왔지.”주씨 집안 사람들이 온씨 집으로 찾아갔다는 말을 들은 강지아는 온미정의 말이 생각났다.어쩌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왔다.한지우는 강지아를 보더니 바로 달려들어 그녀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으려 했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딸을 이렇게 만들었어! 다 네 탓이야!”온유한은 재빨리 강지아를 뒤로 숨기며 한지우를 막았다.“아주머니, 진정하세요.”평소 늘 차분한 온유한이였지만 일단 표정이 싸늘해지면 최신애조차도 무서워했다.“여기는 온씨 집안이에요. 왜 남의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리세요!”온유한은 계속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차라리 오늘 여기서 정확히 얘기 끝내요. 더 이상 서로가 번거롭지 않게.”왠지 불안한 느낌에 한지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특히 강지아가 조금 전 한 말은 분명 무엇인가 준비하고 온 것이다.“강지아가 우리 유정이를 해친 거야. 유정이가 유한이 너를 빼앗아갈까 봐 인터넷에 유정이를 그렇게 폭로한 거야! 악랄한 년!”주유정 역시 자극을 받은 듯 소리쳤다.“강지아! 네가 여긴 왜 왔어? 아직도 나를 괴롭힐 게 남았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강지아, 너에게서 유한 씨를 뺏지 않을게. 돌려줄 테니까 제발 나를 좀 내버려 둬.”온미정은 그런 주유정의 연기에 감탄했다.“이 아이가 예전에 볼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강지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주유정 씨,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게 있네요. 유한 오빠는 처음부터 제 것이었어요. 돌려주는 게 아니라요.”온유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때 온미정이 재촉했다.“지아야, 증거를 빨리 내놓아. 그래야 빨리 단념하지.”주유정은 순간 멍해졌다.“무, 무슨 증거요?”한지우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강지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을 찾아 최신애 앞에 내밀었다.차량 블랙박스 영상으로 주유정이 집 대문 밖에서 방현호와 격렬한 키스를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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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아래에서 보는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했고 별장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아직 젊은 사람이 이러면 안 되지.”“뛰어내리지 마, 그렇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진짜 끝나는 거야.”주유정을 본 한지우도 안달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유정아, 안 돼! 너에게 이 엄마가 있잖아, 엄마는 널 믿어!”주유정의 두 눈은 완전히 생기를 잃었다.“엄마, 미안해. 효도하지 못 하는 딸을 용서해줘. 유한 씨가 없으면 나 진짜 살 수 없어.”그 말에 한지우는 온유한 앞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의 옷을 움켜쥐고 말했다.“유한아, 제발 내 딸을 살려줘. 제발!”온유한의 잘생긴 얼굴이 무서울 만큼 어두워졌다.최신애와 온미정 모두 다가와 한지우를 잡아당겼다.“일어나요. 내 아들 괴롭히지 말고요.”“지금 뭐 하는 거예요? 주씨 집안 일에 왜 유한이까지 엮으려고 해요? 진작 10년 전에 헤어졌어요. 그런데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다들 호구로 보여요? 유한이와 주유정의 결혼은 고모인 나도 절대 허락할 수 없어요!”한지우가 또 최신애를 잡아당겼다.“사돈. 솔직히 말 해봐요. 유정이를 좋아했잖아요. 유정이는 진짜로 무고하다고요. 유정이를 믿어줘요! 당장 죽겠다는데도 못 믿나요?”이런 상황이 처음인 최신애는 그저 어이가 없어 화가 날 뿐이었다.“누가 사돈이에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요!”꼭대기 층에 있던 주유정은 다시 멈춰 서서 한지우의 말을 기다리는 듯했다.강지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신애가 대단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저 강지아를 괴롭히는 데만 도가 튼 것 같다.“주유정 씨, 포기하는 게 좋을 거예요. 유한 오빠는 절대 주유정 씨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강지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유한 오빠는 진작부터 주유정 씨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유한 오빠 때문에 해외에 간 거라고요? 오빠를 사랑한다고요?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오빠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왜 오빠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난 거예요. 증거까지 명확히 있는데 변명할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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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주유정이 경찰에 구조되자 구경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최신애와 친한 사람들은 난간을 사이에 둔 채 한마디씩 했다.“정말로 뛰어내렸더라면 이 집에서 더 이상 못 살죠? 안 그래요? 트라우마가 생길 뻔했어요.”남들 앞에서는 늘 점잖은 척하는 최신애는 어색하게 웃었다.“우스운 모습만 보였네요. 휴!”“유한이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도 다 봤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생각이 없다니까요. 전에 이 아이에게 얼마나 잘해줬어요? 그런데 일이 터지니 이 댁에 와서 분통을 터뜨리네요. 사람 인심이란 정말 말하기 어렵다니까요.”최신애도 그 말에 동감했다. 주유정에게 잘해줬던 만큼 지금 더욱더 체면이 깎인다.강지아에게 가혹하게 한 만큼 지금은 더욱더 미안하다.구경하던 사람들은 서서히 흩어졌고 주유정도 경찰들에 의해 얌전해졌다.체면을 중시해서인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창피한 상황, 더 소란을 피우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한지우가 다가가자 두 모녀는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최신애는 화가 나 안색이 어두워졌다.“울려면 본인들 집에 가서 울어. 우리 집이 상갓집도 아니고! 주유정, 너 스스로에게 물어봐.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어?”한지우가 더 크게 울자 주유정은 최신애를 바라보며 말했다.“큰 기대를 주지만 않았어도 지금처럼 초라하지는 않았겠죠!”“내 탓이란 말이야? 내가 너를 내연녀로 만들었어?”최신애도 더 이상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화를 냈다.“네가 뻔뻔하게 행동해 놓고 이제 와서 내 탓을 하는 거야? 호랑이 새끼는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너에게 잘해주는 게 아니었어! 주유정, 너를 며느리로 삼고 싶었던 마음은 진심이었어. 하지만 네가 그것도 모르고 함부로 몸을 굴렸지! 그러고는 이제 와서 내 아들에게 약혼을 강요해? 꿈 깨! 얼른 나가, 다시는 우리 온씨 집에 한 발짝도 들어올 생각하지 마.”주유정은 최신애를 분개한 듯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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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주유정이 귀국한 이래 강지아는 오늘 처음으로 온유한의 본가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최신애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져 있었지만 못 본 척하면 그만이다.온혁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오늘 지아 덕분에 상황을 모면했어. 지아가 정말 다 컸어. 용감해!”강지아는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 영상까지 꺼낼 생각은 없었어요. 앞으로 주유정 씨가 알아서 잘 살길 바랄 뿐이에요.”강지아가 주유정 얘기를 꺼내자 최신애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이제 누가 주유정을 언급해도 최신애는 상대방이 일부러 자신을 저격한다고 생각한다.사실 강지아도 최신애를 떠보기 위해 일부러 한 말이 맞다.전에 강지아를 그렇게 미워했으니 이 정도의 복수쯤은 할 수 있지 않은가?하지만 온유한을 너무 좋아하기에 그의 어머니에게 감히 함부로 건방지게 할 수는 없다.“밥 먹을 때는 열심히 먹어. 말하는 거 아니야!”최신애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편안한 식사를 위해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 후 온유한은 강지아와 함께 떠났고 최신애는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때? 온 선생, 나 오늘 짱이지 않았어?”온유한이 강지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응! 짱이었어. 도와줘서 고마워.”오늘의 문제를 온유한도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강지아의 수법은 바로 상대방의 정곡을 찔렀고 자기 엄마에게까지 점수를 딸 수 있었기에 그야말로 더없이 훌륭했다.예전에 일이 생기면 유한이 오빠만 찾던 그 계집애가 이제는 혼자서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꽤 감개무량했다.“주유정도 더 이상 아주머니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온유한은 강지아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너를 그렇게 대했는데 아직도 걱정하는 거야?”강지아는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아주머니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빠를 걱정하는 거지. 오빠가 다시는 주유정과 엮이지 말았으면 좋겠어.”“걱정하지 마.”온유한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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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한 술집.최금혁은 건달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한 건달 친구가 최금혁의 곁에서 술 접대하는 여자를 밀어내고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최금혁, 내가 방금 누구를 봤는지 알아?”“누구?”“네 형의 여자친구.”최금혁은 상대방이 강지아를 말하는 줄 알고 차가운 시선으로 흘겨보았다.“내가 말했지? 강씨 가문은 언급도 하지 말라고!”“그 여자 말고 다른 여자. 전에 실검에 올랐던 여자.”최금혁은 눈이 반짝였다.“아이고, 우리 유정 누나? 어디 있는데? 앞장서.”주유정 앞에는 이미 빈 술병이 두 개나 있었고 사람도 취해있었다.혼자 구석에 앉아 있어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어? 이게 누구야? 유정 누나 아니야?”최금혁이 다가가 주유정 옆에 앉아 한 손으로 그녀의 뒤에 소파를 잡았다.“꺼져!”이 한마디로 주유정의 현재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누나, 나야, 최금혁. 온유한의 사촌 동생, 우리 몇 번 만났잖아.”“온유한!”이 이름을 들은 주유정은 금방이라도 술기운이 올라올 것 같았다.“온유한, 당신 정말 미워!”“그래, 그래. 우리 형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 이렇게 예쁜 유정 누나를 다치게 하다니!”최금혁은 술을 따라주며 달랬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주유정은 술에 취한 몽롱한 눈으로 최금혁을 쳐다봤다.청순하게 생긴 주유정이 술을 마시니 알코올 기운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 눈에서도 매혹적인 빛이 뿜어져 나왔다.찰랑찰랑한 눈빛에 최금혁은 흥분되었다.강지아에게 차인 최금혁인지라 강지아는 감히 건드리지 못하지만 주유정은 가능하지도 않을까?게다가 주유정의 명예는 이미 더럽혀졌기에 고모 성격상 이런 며느리를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최금혁은 더욱 흥분되어 술잔을 든 뒤 주유정의 입에 갖다주며 말했다.“누나, 건배.”주유정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에 완전히 취하지는 않았고 어느 정도 정신도 차린 상태이다.최금혁이 어떤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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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회의 중에 화령의 휴대전화가 여러 번 진동했다. 회의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최금혁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보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요 며칠 화령은 좀 바쁘다. 잡지사에서 그녀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하미소도 인터뷰에 동의했다.이건 화령이 혼자 운영하는 큰 프로젝트인지라 만약 성공한다면 잡지사에서 그녀의 지위는 반드시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며 편집장 자리와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된다.저녁 식사도 화령은 사무실에서 해결했고 야근을 해서 빨리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했다.9시가 넘었을 때쯤, 화령의 휴대전화가 또 울렸고 확인해 보니 역시나 최금혁이었다.혹시라도 미움을 살지 모르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휴대폰 너머의 최금혁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드디어 전화를 받았네. 나와 인연을 끊으려는 줄 알았잖아.”화령은 확실히 재벌 2세 최금혁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금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마주해야 했다.“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나 같은 월급쟁이들은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녀야 돈을 벌 수 있어. 오후에 회의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은 거야.”“헛소리 그만해. 오늘 내가 쏠 테니 올래?”화령은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야근해야 해.”“야근은 무슨 야근! 나 지금 잡지사 아래에 있어. 올라가서 모실까?”이 인간이 이렇게 까다로운 줄 몰랐던 화령은 컴퓨터를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최금혁 오픈카 타고 있었다. 한겨울이라 쌀쌀한 날씨에도 최금혁은 춥지도 않은가 보다.차에 올라타자 최금혁이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요즘 약속 잡기가 힘드네. 왜? 나 이제 싫어진 거야?”“아니.”화령은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나에게 싫어할 자격이 있긴 해? 다만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니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최금혁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여자들의 마음이란 겉으로 싫다고 하면서 가방과 액세서리만 선물하면 바로 넘어온다.하지만 화령은 좀 예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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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샤워를 마친 강지아가 고개를 돌려 휴대전화를 힐끗 보니 화령이 그녀에게 술을 먹자고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메시지 다음에 위치까지 보내왔다.오늘 밤, 온유한이 야근을 하기에 마침 심심했던 강지아는 옷을 갈아입고 갔다.차 키를 술집 벨보이에게 주자 웨이터같이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강지아 씨죠? 진화영 씨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모실게요.”진화영은 바로 화령의 진짜 이름이다.웨이터를 따라가면 갈수록 강지아는 이상함을 느꼈다. 서울에서 혼잡한 술집들은 지하실을 만들어 VIP들에게 자극적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다.하지만 화령이 이런 걸 할 사람은 아니다.“진화영 씨가 혼자 왔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같이 왔나요?”웨이터가 말했다.“진화영 씨 혼자 왔습니다.”강지아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옛날 생각이 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냈다.“강아지에게 밥을 주는 것을 잊었어요. 잠깐 하인에게 전화해볼게요.”온유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빌어먹을 이곳에 신호가 되지 않았다.“죄송합니다. 강지아 씨, 여긴 신호가 없어요. 이렇게 하시죠. 일단 진화영 씨를 만나시고 집에 있는 강아지는 제가 하인에게 연락하라고 하겠습니다.”강지아는 오늘 밤 편안한 밤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화령을 빌미로 그녀를 여기까지 속여서 데려왔다는 것은 화령도 이미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화령을 구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구해야 한다.하지만 강지아가 미처 대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뒤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 그녀의 목에 살짝 칼집을 냈고 강지아는 바로 기절했다.“미친, 이 여자의 경각심이 생각보다 강하네.”잠시 후, 깨어난 강지아는 그제야 자신이 투명한 유리 항아리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맞은편에 있는 화령도 그녀처럼 큰 자물쇠로 온몸이 고정되어 있었다.더 황당한 것은 그녀와 화령 모두 어느새 노출이 심한 비키니 차림이 되어 있었다.주위를 둘러보니 창고인 것 같다.강지아는 손목의 쇠사슬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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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화령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지아야, 우리 이제 어떡해? 다 내 탓이야. 그깟 이익을 탐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최금혁이 전에 몇 번 선물을 준 적이 있어. 그러면서 그 사람들과 술을 몇 번 마신 적이 있는데... 최금혁이 자꾸 만지려고 해서 내가 도망갔어. 그래서 나에게 복수하려는 것일까? 복수하려면 나 한 사람에게만 하면 되는데 왜 너에게까지 이러는 것일까?”강지아는 한숨을 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좀 이상한 것 같아. 최금혁은 나를 건드릴 배짱이 없어. 나를 건드리면 우리 오빠나 유한 오빠가 절대 본인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니까.”“그러면 왜 이러는 것일까?”“글쎄...”강지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바로 그때, 머리 꼭대기에 덜컹하는 소리가 나더니 틈이 벌어졌고 위에서 불빛이 비쳤다.화령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끝났어. 우리 이제 올라가나 봐.”머리 꼭대기의 갈라진 틈은 점점 더 커졌고 그 위로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강지아는 그럴수록 오히려 긴장하지 않았다. 최금혁의 목적이 단지 그녀를 망신시키는 것이든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든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으니 그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겁내지 마. 배짱이 있으면 죽이라지 뭐.”하지만 화령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이때 갑자기 물탱크 네 귀퉁이에서 팔뚝만 한 수도관이 하나씩 들어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화령은 다급하게 외쳤다.“물을 채우기 시작하나 봐! 살려주세요. 내보내 주세요.”아무리 도움을 청해도 소용없었다. 물은 곧 두 사람의 발등, 종아리, 허벅지, 허리까지 왔다. 다행히 머리 꼭대기까지는 오지 않았고 또 둘 다 수영할 줄도 알았다.물이 가득 참과 동시에 리프트가 물탱크를 무대 위로 올렸다.물탱크 안에 두 명의 여자가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은 기분이 업되었다.특히 강지아와 화령 모두 비키니 차림인 탓에 그녀들의 몸매와 오관이 뚜렷한 얼굴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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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구경꾼들이 모두 웃자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한 남자는 일부러 더 우쭐하며 말했다.“적어? 그럼 10억! 첫 경험은 맞는 거야?”그 말에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다.겨우 숨을 고르며 살았음에 안도한 강지아는 시끄러운 소란에 응하기 귀찮아 최금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겨를도 없이 사회자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최금혁! 어디 있어?”강지아의 수상한 눈빛에 사회자가 말했다.“최금혁 씨는 이미 떠났습니다.”“최금혁, 개자식!”화령은 추위에 떨며 최금혁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이내 최금성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최 대표님, 감사합니다.”입술을 달싹이며 억척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화령에 최금성은 모르는 사람을 보듯 힐끗 눈길을 한 번 줬지만 그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강지아는 화령을 부축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금혁이 떠났든 아니면 숨어있든 한마디만 전하세요. 나 강지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강지아의 눈빛에 놀란 사회자는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최금혁은 이곳의 단골손님이기에 모두들 그의 배경을 잘 알고 있다.그런데 눈앞의 이 여자가 최금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보니 최금혁과 함께 노는 무리의 사람들이 아니라 최금혁의 머리 위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강씨라면...설마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강'은 아니겠지...?이때 최금성이 무대에 오르자 그의 경호원이 강지아와 화령에게 가운 두 벌을 가져다 어깨에 걸쳐줬다.“강지아 씨, 내려가서 얘기하죠.”최금성은 사회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경고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계속들 하세요.”사회자는 어리둥절했다.최씨 형제들이 지금 뭐 하는 거지?한 사람은 여자들을 데리고 놀고 한 사람은 여자들을 살린다고?강지아와 화령은 옷을 갈아입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최금성은 최금혁이 한 짓임을 몰랐지만 만약 오늘 일이 정말로 최금혁이 한 짓이라면 최씨 집안으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강지아 씨, 오늘 일이 확실히 금혁이 소행인가요?”최금성은 아주 진지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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