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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온유한은 강지아를 엘리베이터 벽으로 밀었다.거침없이 쏟아지는 입맞춤에 강지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두 사람의 키스는 차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집까지 이어졌고 강지아는 결국 온유한에게 소파에 깔린 채 한참 동안 또 뽀뽀 세례를 받았다.입술이 떨어질 때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온유한의 안경은 얼굴에 멀쩡하게 걸려있었지만 안경 렌즈 뒤의 두 눈은 이미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글썽인 듯했고 눈동자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보기만 해도 두피가 저릴 정도였다.강지아는 이렇게 점잖은 사람도 이런 부분에서는 변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키스를 너무 해서인지 입술마저 얼얼했다.“지아야, 나 좋아한다고?”조금 전까지는 당당하게 말했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두 사람의 자세가 너무 이상해서 강지아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응.”온유한은 그녀의 건성건성 한 대답에 못마땅한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돌렸다.“나를 보며 똑바로 다시 얘기해줘.”“다시 말할 필요가 뭐 있어? 한 번 들었으면 됐지.”강지아는 참지 못하고 눈을 피하며 온유한의 가슴을 밀었다.“먼, 먼저 일어나면 안 돼?”“안돼.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일까 봐 싫어.”허스키한 온유한의 목소리는 섹시하기 그지없었다.강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이렇게 날... 깔고 있으면 내가 모를 건데?”“지아야...”온유한은 강지아와 코를 맞대고 말했다.“내가 좋다고 말해봐.”강지아는 온몸이 불타버릴 것처럼 뜨거웠다.“내가 좋아하는지 안 하는지 그것도 몰라? 됐어. 더 이상 묻지 마.”원래부터 털털한 강지아인지라 온유한과 최의현과는 거리감 없이 오빠 동생 사이로 지냈다.오늘 온유한은 드디어 그녀의 얼굴에서 수줍은 표정을 발견했다.그 느낌은... 신선했고 마음을 설레게 했다.온유한의 것이었던 어린 여자아이가 마침내 성장하여 사랑의 감정이 싹텄고 이제 그를 위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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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아가씨, 알아보라고 한 차 번호 확인해 봤습니다.”장형준이 서류를 강지아에게 건네줬다.“방현호?”이름과 사람 모두 매우 생소했다.장형준이 말했다.“방현호 마누라는 해외에 있는 재벌가 외동딸로 집에서 큰 광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귀국했다고 합니다. 방현호의 회사는 서경시에 있는데 고향이 서울이라 아내와 아이도 서울에 있습니다.”강지아는 순간 흠칫 놀랐다.“회사가 서경시에 있는데 아내와 아이가 서울에 있다고요?”“그게...”장형준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경시에 내연녀가 있는데 그 여자가 방현호에게 아들딸 쌍둥이를 낳아줬어요. 그 외에도 여자가 아주 많아요. 주유정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루비 보석을 생각한 강지아는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하지만 이 자료로 무엇을 할 계획은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 강지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사람은 오직 온유한 뿐이다.최신애는 주유정에게 화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고 온유한은 며칠째 병원에서 간호를 했다.강지아는 병문안을 갈 계획이 없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 최신애도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아이엠 디자이너] 프로그램은 계속 촬영을 진행했고 애만 패션쇼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네티즌들은 현장에 못 가지만 패션쇼가 조금씩 완성되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이 쇼를 보러 온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이 프로그램은 다른 예능과 달리 사람들을 웃기고 게임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강지아 외에 다른 디자이너들의 반응도 좋았다.특히 스타일리스트 관련된 것들은 여자아이들이 메이크업을 따라 할 수 있어 열기가 점점 뜨거워졌다.가장 반응이 안 좋은 팀은 주유정과 주민희 조였다.루비의 인기가 끝났고 주민희 또한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렸다.[스스로 하겠다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루비야, 루비! 조약돌이 아니라고. 누나.][주민희 진짜 왜 저래? 주 선생이 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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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최신애는 사실 마음의 병이다.주유정에게 속아 너무 창피하기 때문이다.특히 주유정을 데리고 예비 며느리라며 뽐낸 자신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외부 사람들은 집안 사정을 모르지만 알게 되면 얼마나 비웃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어머니, 국 끓였으니 좀 드세요.”“너 지금 속으로 나를 비웃고 있지?”온유한과 옆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온혁진을 번갈아 쳐다본 최신애는 더욱 화가 났다.“너희 부자, 왜 비웃어?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한 건데?”온유한은 들고 있던 국그릇을 내려놓았다.옆에 있던 온혁진은 신문을 펼쳐 들며 말했다.“며칠이나 입원하고 있잖아. 그만하면 됐어. 소란을 피울 거면 집에 가서 피워. 나와 유한이 출근하는 거 안 보여?”벌떡 일어나 앉은 최신애가 발작을 일으키려 할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온유한이 일어나 문을 열자 밖에 정유진과 강지아가 서 있었다.“형수님.”온유한은 정유진을 부른 뒤, 강지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왜 왔어?”강지아는 활짝 웃었고 온유한은 솟구쳐 오르는 욕망을 겨우 참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하던 말이 끊긴 최신애는 강지아를 보자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지금 주유정 말고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강지아이다.“아주머니, 몸이 안 좋으시다고 들어서 지아와 함께 보러 왔습니다.”정유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계속 보러 오려고 생각했는데 제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미루는 바람에 이제야 오게 되었네요. 몸은 좀 괜찮아졌나요?”최신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희들 뭐하러 왔니’라는 말만 목구멍에서 맴돌았다.“걱정해 줘서 고맙네.”최신애가 다시 베개에 몸을 기대자 옆에 있던 온혁진이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유진아, 지아야, 얼른 앉아.”정유진은 온혁진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고 강지아는 옆에 얌전히 앉아 말을 하지 않았다. 최신애는 화를 내고 싶어도 낼 곳이 없었다.게다가 정유진 앞에서는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강씨 집안 식구들 앞에서 혹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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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다행히 엘리베이터 밖에 주유정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무리 뻔뻔해도 강지아는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손가락으로 강지아의 입술에 묻은 침을 닦은 온유한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그제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어머니가 쉬는 중이니 올라가서 방해하지 마.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온유한의 말에 주유정은 못마땅한 듯 물었다.“유한 씨, 지아와 사귀기로 했어?”“응.”주유정은 마음의 큰 고통을 억누르는 듯 눈을 감았다.“그럼 나는? 나는 유한 씨를 위해서 귀국까지 했는데.”안경을 낀 온유한의 렌즈 뒤의 두 눈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주유정,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말을 마친 온유한은 강지아의 손을 잡고 나갔고 강지아도 사람이 붐비는 로비에 서서 주유정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주유정이 강지아의 손목을 잡았다.“지아야, 얘기 좀 해.”강지아는 손을 뺀 뒤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주유정 씨, 우린 정말 친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할 말도 없잖아요.”온유한과 강지아가 손을 잡고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유정은 손에 든 가방을 움켜쥐었다.“온유한, 우리가 같이 보냈던 시간들, 정말 잊은 거야?”주유정은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목청껏 말했다.“평생 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한 말 잊었어? 나에게 빚진 거 잊었어?”온유한의 뒷모습은 흠칫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갈 길을 갔다.강지아도 온유한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 문에 그녀를 밀치고 거침없이 하는 키스는 이전보다 훨씬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만약 아무도 없는 장소였다면 온유한은 어쩌면 강지아를 삼켜버렸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이 마침내 입술을 뗐을 때, 강지아는 문에 기대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온 선생님, 그 말 무슨 뜻이야?”“서 있기 힘들어?”온유한이 한 손으로 그녀를 껴안았고 보아하니 기분도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강지아가 한마디 했다.“늙어도 힘이 세네.”온유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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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한때 주유정을 좋아했던 것이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에 대해 온유한은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젊은 시절, 주유정의 용기에 매료되기도 했고 그녀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런 감정?온유한은 다 지난 과거의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나 이제 출근해야 하는데 퇴근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래? 아니면 너의 새언니와 같이 먼저 갈래?”“퇴근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잖아? 새언니와 같이 갈게. 새언니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안 놓여서.”“그래. 퇴근하면 데리러 갈게. 저녁에 같이 밥 먹자.”강지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나도 오빠가 해준 밥 먹고 싶어.”“그래.”온유한은 다시 강지아에게 다가와 뽀뽀를 하더니 턱을 주무르며 말했다.“가서 화장 좀 수정해.”립스틱이 다 지워졌으니 다시 화장할 필요가 있었다.정유진은 그사이 산부인과 검사를 마쳤다. 아기가 잘 자라고 있지만 임신 첫 4개월은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너의 새언니 아주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표현이 늘 솔직한 온미정이 한마디 했다. 그녀는 강지아가 오는 것을 보고는 계속 말했다.“두고 봐. 그 주씨 집안 사람들 결코 만만하지 않을 거야. 얼마 전까지 매일 주유정을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예비 며느리라고 자랑을 했어. 주씨 집안에 딸이 하나밖에 없으니 쉽게 포기할 리 없지.”여기까지 말한 온미정은 강지아를 향해 웃으며 말을 이었다.“주씨 집안 사람들 그냥 그 여자 찾아가게 내버려 둬. 너와 유한이는 상관하지 말고.”강지아가 말했다.“주유정이 이미 찾으러 간 것 같아요.”온미정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씨 본가에 돌아오니 마당에 마침 강홍식이 있었다.강홍식은 이제 정유진에게 시비를 걸지 않지만 그녀를 보자 바로 발길을 돌렸다.강지아가 정유진을 부축해 마당으로 들어섰다.“새언니, 우리 아빠의 저런 태도 때문에 우리 오빠와 같이 있는 게 행복하지 않죠?”정유진은 강지아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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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아이엠 디자이너]는 소재가 참신해서 요즘 계속 인기가 많다.그러다 보니 주유정 관련된 내용이 또 한 번 실검에 올라 큰 파장을 일으켰다.주유정이 한 남자와 호텔을 드나들며 다정하게 있는 모습, 주차장에서 키스하는 모습 등 여러가지 사진이 인터넷에 업로딩 되었다.이 남자가 루비의 주인이라는 말도 있었다.남자가 누구인지 폭로자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각도도 일부러 맞춘 것처럼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은 주유정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남자는 뒷모습만 찍혔을 뿐 옆모습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강지아는 이 남자가 방현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이내 인터넷은 주유정을 향한 욕으로 도배되었다.루비가 처음 방송에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보석 주인의 감정에 감동했지만 남자가 사실은 바람을 피운 남자였던 것이다.게다가 보석 디자이너와 바람을 피웠다.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주유정’이라는 검색어가 또 실검에 올랐다.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의 폭로였고 주유정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방송에 출연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주유정은 또다시 욕을 먹었고 제작진도 피해갈 수 없었다.누군가가 나서서 그 폭로가 사실이라고 했고 방송 출연을 못 하게 된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콕 집어 언급했다.네티즌들은 잇달아 그 디자이너의 인스타에 접속했고 아니나 다를까 이 디자이너가 얼마 전에 확실히 스토리에 본인이 곧 훌륭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것을 확인했다.하지만 그 뒤에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것을 본 네티즌들은 이내 [아이엠 디자이너] 프로그램과 스태프에게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결국 연출 감독이 나서 출연을 못 한 디자이너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섭외를 담당한 조감독은 퇴출당하였다. 그리고 주유정 팀의 모든 촬영분을 삭제하겠다고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다.그렇게 되면 하미소가 처음에 찍었던 촬영 장면과 주민희의 촬영분 모두 삭제된다.연출 감독은 하미소에게 특별히 신경 써서 사과했지만 주민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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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장형준이 사람들과 같이 주유정을 찾으러 갔을 때, 그녀는 호텔 침대에 웅크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누구세요? 유한 씨는요?”“안녕하세요. 장형준이라고 합니다. 강씨 가문의 경호원이에요. 아가씨가 우리더러 가서 도우라고 해서요.”호텔 방안에 쓰레기통과 바닥에 사용한 휴지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본 장형준이 한마디 물었다.“주유정 씨 혼자인가요?”주유정은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지 바로 신경을 곤두세웠다.“무슨 뜻이에요? 나 혼자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라도 있단 말이에요?”장형준은 피식 웃은 뒤 말했다.“오해했다면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친구가 있다면 같이 모시려고 그랬습니다.”“유한 씨는 왜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 건데요? 강지아가 뭔데 유한 씨를 못 가게 하는데요?”주유정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유한 씨가 와야 여기서 나갈 거예요.”시간을 힐끗 본 장형준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주유정 씨, 곧 날이 밝을 거예요. 지금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좀 이따 날이 밝았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거예요.”장형준도 더 이상 주유정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직접 말했다.“제 추측이 맞다면 호텔에 다른 사람이 더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들이 왜 호텔을 둘러싸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기자들이 확실하지 않은 소식을 갖고 함부로 움직였을까요? 철수할 의사도 없을뿐더러 사람이 점점 더 많이 모이고 있어요.”주유정은 어리둥절해 했다.“무, 무슨 뜻이에요?”장형준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주유정 씨, 방현호 씨 와이프가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모르시죠?”주유정이 흠칫 놀라는 모습에 장형준이 말을 이었다.“만약 주유정 씨와 방현호 씨가 같이 있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찍히면 사진과 동영상들이 인터넷에 퍼질 것이고 일이 커지면 주유정 씨는 또 출국해야 할 거예요.”주유정은 그제야 얌전해졌다.10분 후, 주유정은 장형준의 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유한 씨를 만나러 가야겠어요.”주유정은 선글라스를 낀 채 한마디 했다.하지만 장형준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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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주유정이 톱스타가 아니었기에 제작진이 그녀를 제명하자 네티즌들도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았다.다만 최근 얻은 수십만 명의 팬들이 하룻밤 사이에 다 사라졌을 뿐이다.인터넷에 주유정을 겨냥한 뉴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네티즌들은 또 다른 화젯거리를 찾아 나섰다.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지만 주유정의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다음날, 방현호가 사람을 보내 루비를 되돌려 달라고 했고 다른 고객들도 잇달아 주문을 취소했다.어젯밤까지 호텔에 틀어박혀 있던 기자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녀를 막는 사람도 더 이상 없었다.작업실에 도착하자 모든 직원이 잇달아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작업실이 순식간에 텅 비었다.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강지아는 여전히 아무런 변화 없이 프로그램 녹화를 계속했다.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에 맞추기 위해 건설 담당 근로자들은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변화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강지아가 평소에 공사장에 있는 것을 안 서원준이 그녀를 찾아갔을 때, 강지아는 한창 안전모를 쓴 채 근로자들과 논의하고 있었다.옆에서 30분이나 기다려도 강지아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고 일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자기 옆에 누군가 온 것을 알아챘다.“왜 온 거야?”“좋은 일이 있어서.”서원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았다.“왜 그래?”강지아는 자기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얼굴에 먼지라도 묻었어?”그녀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준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을 만진 것에 대한 강지아의 이런 반응은 한 남자에게 꽤 충격적이었다.“왜? 일부러 만지면 안 되는 거야? 남자가 뺨을 만졌으면 노려보거나 욕이라도 해야 하지 않아? 가만히 있으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잖아.”욕먹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어이가 없어 눈을 희번덕거린 강지아는 서원준을 상대하기 귀찮아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 그러고는 서원준을 따라 근처 브런치 카페로 갔다.“좋은 일이라는 게 뭐야?”서원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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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고백을 받은 강지아는 어리둥절하고 어색해했지만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서원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미칠 지경이었다.너무 어색해하는 강지아의 모습에 서원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됐어. 농담이야, 빨리 네 거나 먹어.”이 말을 들은 강지아는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정말?”강지아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깜짝 놀랐잖아. 멀쩡한 사람이 왜 갑자기 아무 말이나 하고 그래! 앞으로 함부로 장난치지 마.”서원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앞에 놓인 커피를 마셨다.마음은 커피보다 더 씁쓸했다.강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원준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농담이라고 하지 않으면 앞으로 서원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강지아는 웃으며 한마디 더 했다.“경고하는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 까불지 마, 유한 오빠의 엄마도 어떻게 구워삶을지 고민해야 하니까.”서원준은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디저트나 먹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의자에 비스듬히 기댄 서원준은 앞에 있는 강지아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상대라도 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온유한은 상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강지아와 온유한은 진작부터 친척 같은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남녀의 관계로 발전했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서원준은 내키지 않은 마음에 그저 턱을 만지작거렸다.이때 강지아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온유한이였다.두 사람이 저녁에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지만 온유한 집에 주유정 모녀가 온 바람에 집에 가봐야 된다고 했다.이번에 주유정 모녀는 콧대를 낮춰 굽신거렸고 한지우와 주유정의 두 눈은 이미 시뻘게져 있었다.“유한이 돌아왔어?”한지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기자 최신애가 코웃음을 쳤다.“왜 돌아온 거야? 병원이 바쁘지 않아?”얼마 전까지 어떻게든 온유한과 주유정을 결혼시키려 했던 최신애였지만 지금은 온유한이 주유정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를 바라고 있었다.외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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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한지우는 더욱더 슬피 울었다.“우리 유정이는 그저 유한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귀국한 거예요. 그동안 한 번도 유한이를 잊은 적이 없어요. 유한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포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사님, 강지아가 예전에 바보였다고 싫다 했잖아요. 그래서 우리 유정이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고요. 유정이를 데리고 온씨 가문 예비 며느리 행세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남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었을 거예요! 밖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여사님, 우리 유정이를 데리고 논 일, 온씨 집안에서 정확히 설명해 주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녀 더 이상 살 수 없어요.”늘 오만한 최신애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화를 벌컥 냈다.“정, 정말 뻔뻔하군! 본인 딸이 망신스러운 일을 하다 들통났는데 우리 집에 와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거요? 당장 꺼져요! 당장!”오늘 온씨 집안과 결판을 짓기로 결심한 한지우인지라 더 이상 체면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온유한이 주유정과 결혼한다면 모든 소문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오늘 온씨 가문이 정확히 설명해 줄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한지우의 불쌍한 척하던 표정은 사라졌고 이내 허리를 곧게 폈다.온유한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그러자 한지우가 바로 대답했다.“여사님 말씀대로 양가가 얼른 날을 잡아서 두 사람 약혼시켜요.”“꿈 깨!”최신애는 화가 나서 탁자를 치더니 주유정을 가리키며 말했다.“온씨 집안에 절대 너 같은 여자를 들일 수는 없어!”그러자 한동안 말이 없던 주유정이 벌떡 일어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얘기들 하세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남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주유정은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한지우는 얼굴의 눈물 자국을 닦더니 최신애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강지아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요?”물론 최신애의 마음속에 강지아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남자와 내통하고 몸을 섞는 주유정보다는 진정한 대갓집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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