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엘리베이터 밖에 주유정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무리 뻔뻔해도 강지아는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손가락으로 강지아의 입술에 묻은 침을 닦은 온유한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그제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어머니가 쉬는 중이니 올라가서 방해하지 마.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온유한의 말에 주유정은 못마땅한 듯 물었다.“유한 씨, 지아와 사귀기로 했어?”“응.”주유정은 마음의 큰 고통을 억누르는 듯 눈을 감았다.“그럼 나는? 나는 유한 씨를 위해서 귀국까지 했는데.”안경을 낀 온유한의 렌즈 뒤의 두 눈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주유정,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말을 마친 온유한은 강지아의 손을 잡고 나갔고 강지아도 사람이 붐비는 로비에 서서 주유정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주유정이 강지아의 손목을 잡았다.“지아야, 얘기 좀 해.”강지아는 손을 뺀 뒤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주유정 씨, 우린 정말 친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할 말도 없잖아요.”온유한과 강지아가 손을 잡고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유정은 손에 든 가방을 움켜쥐었다.“온유한, 우리가 같이 보냈던 시간들, 정말 잊은 거야?”주유정은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목청껏 말했다.“평생 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한 말 잊었어? 나에게 빚진 거 잊었어?”온유한의 뒷모습은 흠칫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갈 길을 갔다.강지아도 온유한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 문에 그녀를 밀치고 거침없이 하는 키스는 이전보다 훨씬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만약 아무도 없는 장소였다면 온유한은 어쩌면 강지아를 삼켜버렸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이 마침내 입술을 뗐을 때, 강지아는 문에 기대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온 선생님, 그 말 무슨 뜻이야?”“서 있기 힘들어?”온유한이 한 손으로 그녀를 껴안았고 보아하니 기분도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강지아가 한마디 했다.“늙어도 힘이 세네.”온유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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