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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사람들이 거의 다 가고 나서야 강지아는 마침내 온유한 앞에 다가올 수 있었다.침대에 있는 사람은 미라처럼 묶여 있었고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등을 수술한 탓에 붕대가 둘둘 감겨 있어 옷조차 입을 수 없었다.왼쪽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한 채 매달려 있다.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니, 어쩐지 최신애가 계속 울고 있더라니...“명이 긴 녀석이네.”최의현이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태안병원의 엘리베이터가 그나마 안전성이 좋은 거라 다행이야. 만약 일반 엘리베이터였다면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과 다름없어. 절대 살아 남지 못했겠지.”강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강지아가 그들을 돌려보낸 뒤 혼자 병실에서 온유한을 지켰고 강지찬은 아무 말 없이 최의현과 함께 온혁진의 사무실로 갔다.태안병원에 안전사고가 나서 자기 아들이 다친 것만으로도 온혁진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정보가 새나가 기자가 굳이 취재까지 하려 하자 온혁진은 짜증이 났다.“우리 태안병원은 제일 좋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해 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공장에 연락했어? 사용한 지 5년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사고가 날 수 있어? 절대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전해!”아랫사람들은 우물쭈물하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지찬과 최의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지만 온혁진의 안색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태안병원의 우스운 꼴 보러 왔어?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오늘 내 아들이 다쳐서 다행이야. 남의 아들이었으면 정말 난처했을 거야.”최의현이 앞으로 나와 한마디 했다.“그러게요.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본인 목숨까지 바쳤어요.”임유희는 그들과 아무 상관이 없기에 최의현은 당연히 자신의 절친이 엉뚱한 사람 때문에 다친 것에 불만이었다.게다가 그 여자는 스캔들의 대상이기도 했다.지아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강지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지아와 사모님이 또 말다툼을 했다고 하던데... 아저씨,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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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온유한이 깨어났을 때 강지아와 의사가 함께 있었다.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어 입을 벌려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수술을 집도한 주임이 온유한을 제지하며 말했다.“일단 말하지 마세요. 좀 이따 검사하고 산소 호흡기를 뗄 테니까.”온유한은 입을 다문 채 강지아를 바라봤다.검사 후 간호사가 와서 산소 호흡기를 뗀 뒤 몇 가지 테스트 질문을 했고 정신이 온전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생명에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다.“유한아, 네놈은 팔자가 세구나.”외과 주임은 온씨 집안사람들과 잘 아는 삼촌뻘 되는 사람인지라 말투가 친절했다.“앞으로 그렇게 나서지 마. 네 목숨은 중요하지 않아? 네 엄마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두 눈이 다 부었어.”의사와 간호사가 떠난 후, 온유한은 강지아를 바라보았다.“넌 안 울었어?”“내가 왜 울어야 하는데?”강지아가 되묻자 온유한이 피식 웃었다.“화났어?”온유한이 이제 막 깨어났기에 강지아는 그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어때? 많이 아파?”온유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은 안 아파. 마취가 풀리면 아프겠지.”그때가 되면 온몸의 뼈가 다 아플 것이다. 생각만 해도 다리가 나른해진다.“다들 돌아갔어?”온유한이 뭔가 물어보려는 듯 병실을 한번 훑어보자 강지아가 말했다.“임유희는 다치지 않았어.”온유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설명했다.“그때는 여러가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여기는 태안병원이고 나는 태안병원의 사장으로서 여기 있는 모든 환자들을 책임져야 하니까.”“응, 오빠가 한 게 맞아.”강지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온유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경을 쓰지 않아 강지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앞에 있는 여자친구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진짜 화가 난 거야?”강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묻고 싶었다.임유희와 일 외적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말이다.그런데 아침 이른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두 사람이 설마 일적으로 만나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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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온 선생님, 제가 여기에 온 게 강지아 씨에게 폐를 끼치는 건가요?”“네.”온유한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대답할 줄 몰랐던 임유희는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럼 푹 쉬세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요. 지아가 옆에 계속 있어 줄 것이라 다른 사람은 올 필요 없어요. 그리고 임유희 씨가 여기 있으면 지아가 기분이 나빠질 거예요.”여태껏 살면서 이토록 난감한 적이 없었던 임유희는 순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집 부모님들의 부러움을 샀던 임유희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자랑이자 임씨 집안의 보배였다.대학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집안에 상당히 떳떳한 일로 이것은 그들 임씨 가문이 돈뿐만 아니라 재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남들 입에서 늘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로 칭찬받던 임유희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이렇게 하찮은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그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에게서 말이다.“그래요...”깊은 숨을 들이쉰 임유희는 눈시울이 찡해졌고 겨우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온 선생님, 그럼 쉬세요. 그리고 진짜로 고마웠어요.”말을 마친 임유희는 혼자 휠체어를 돌린 뒤 고개를 쳐들고 자리를 떴다.그녀에게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강지아가 밥을 먹고 느릿느릿 돌아왔을 때 온유한은 다시 잠이 든 상태였고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임유희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져온 보온 통도 없었다.이내 남자 간병인 두 명을 데리고 병실에 들어온 온혁진은 온유한이 자는 것을 보고는 깨우지 않고 대신 강지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지아야, 최씨 아주머니 말은 마음에 두지 마.”온혁진의 표정은 왠지 어색해 보였다.“늙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나와 유한이 체면을 봐서라도 그냥 참아줘.”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매번 최씨 아주머니와의 마찰은 제가 일으킨 게 아니에요. 두 분이 예전에 저에게 얼마나 잘해줬던지 늘 기억해요. 저도 그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닙니다.”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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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기 시작한 6층은 실제 아파트 7층 가까이 되는 높이이다.사람이 이 높이에서 뛰어내린다면 죽을 확률이 높다.당시 그는 품에 임유희를 안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강지아뿐이었다.이대로 죽는다면 너무 손해가 아닌가?온유한이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말했다.“지아야,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진짜로 죽는 줄 알았어. 내가 죽으면 네가 분명 울 테니까.”여기까지 말한 온유한은 옆에 있는 강지아를 힐끗 본 후 말했다.“그런데 깨어나 보니 양심 없는 계집애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더라고.”강지아는 흐뭇한 얼굴로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오빠를 위해 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 하나쯤은 없어도 돼.”사실 강지아가 말한 사람은 임유희이다.“양심 없는 자식.”“흥!”강지아는 화장실에 가서 따뜻한 물수건을 빨아와 온유한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온유한이 이렇게 다쳤으니 한동안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데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씻지 못해 많이 불편할 것이다.얼굴과 손은 이내 다 닦았고 다른 데는 붕대를 감고 있어 닦을 수가 없었다.“가서 자, 지아야.”“오빠는? 잠이 올 것 같아?”“잘 수 있어. 조금만 있으면 바로 잘 거야.”늦은 시간이었기에 온유한은 강지아가 밤을 새우는 것이 싫었다.본인이 얼마나 다쳤는지 의사로서 제일 잘 알았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에 맡길 수밖에 없다.강지아가 잠도 못 잔 채 옆에서 그를 지키느라 밤을 새우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오빠가 잠들면 그때 잘게.”강지아의 말에 온유한이 타일렀다.“빨리 가서 자. 간병인더러 들어와 소파에서 자라고 해. 네가 있으면 간병인이 잘 곳이 없어.”그 말에 강지아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강지아가 깨어나기도 전에 최신애가 찾아와 온유한의 침대 앞에서 또 한바탕 울었다.“많이 아파? 아들, 밤새 못 잤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어머니, 목소리 좀 낮춰요.”최신애는 안 쪽 작은 문을 힐끗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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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아침을 먹고 돌아온 강지아는 병원 로비에서 화령과 최금성을 만났다.“오빠, 화령아, 유한이 오빠 보러 온 거예요?”최금성이 말했다.“응. 방금 얼굴 봤으니 나도 이만 출근하려고.”화령도 한마디 했다.“나도 좀 이따 인터뷰가 있어서 저녁에 다시 올게. 같이 저녁이나 먹자.”강지아는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다.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병원문을 나오자 최금성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데려다줄까?”공짜로 고급 세단을 탈 수 있다면 자기 돈을 들여가며 택시를 타려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화령은 최금성의 말에 바로 그의 차에 타서 안전벨트 맸다.두 사람은 최근 만난 적이 없다. 카톡 친구가 되었지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화령도 당연히 돈을 갚지 않았다. 그 후에 화령이 최금성을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으니 서로 빚진 게 없다.“주소.”화령은 그에게 위치를 보내줬고 최금성은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은 뒤 시동을 걸었다.“아직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최금성의 물음에 화령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최 대표님에게 여자가 부족하진 않잖아요?”“부족해. 어쨌든 나도 정상적인 남자니까.”최금성의 얼굴이 하도 진지해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잠자리가 아니라 아주 유망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죄송하지만 나는 함부로 몸을 굴리는 여자가 아닙니다.”화령의 말에 최금성도 한마디 했다.“나도 함부로 몸을 굴리는 여자를 찾는 게 아니야.”화령이 가만히 있자 최금성이 말을 이었다.“여자친구가 되어줄 고정된 파트너를 찾고 있어. 실제로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나와 함께 석식에도 참가해야겠지. 물론 보수는 섭섭지 않게 줄게.”화령은 그제야 깨달았다. 최금성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과 결혼을 떠나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고정된 애인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화령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젊을 때 돈을 벌어놓고 결혼할 사람을 찾지 못했을 때 그 돈으로 남은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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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요 몇 년 동안 화령은 아주 많은 선을 봤다. 엄밀히 말하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박현이라는 의사는 나름대로 조건이 괜찮은 편이었다.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직업 하나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입만 열면 허풍을 떠는 ‘대표님’이나 ‘사장님’이 아니다.그러나 나이는...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끗 본 화령은 이 사람이 최금성과 나이가 비슷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비교를 안 했더라면 몰랐겠지만 비교를 하고 보니...특히 이 남자는 그녀가 가정주부가 되어 가족들의 시중을 들어주기를 요구하고 있었다.“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게 내 요구사항이에요. 그리고 저축한 돈이 없어서 인테리어 비용은 낼 수 없고요.”대답을 마친 화령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최금성에게 첫 메시지를 보냈다.[애인이 되면 나보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할 거예요? 애인이 되려면 최금성 씨의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잘 보여야 하나요?]최금성의 답장은 이내 도착했다.[아니. 내가 필요로 할 때 내 옆에 있으면 돼.]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여자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요? 내가 부주임 의사로 승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계속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러면 아내의 뒷바라지가 필요해요.”휴대전화를 보던 화령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승진하고 월급이 오르는 것이 아내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본인의 개인적인 가치와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 아내의 인생을 희생해야 하는 건가요? 아내는 사람이 아닌가요? 아내의 일은 일이 아닌가요?”그 물음에 어리둥절해진 박현은 다소 화를 내며 말했다.“한 가족에서 한 사람은 희생해야 하겠죠.”화령은 박현을 보며 말했다.“내 월급이 그쪽보다 낮지는 않아요. 아니면 그쪽이 집에서 애들과 부모님을 돌볼래요? 혈연관계인 부모님을 본인이 직접 모시세요.”박현이 말했다.“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자가 어떻게 여자와 같아요?”화령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보였다.“박현 씨, 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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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이날 굳은 표정으로 집에 들어선 온혁진은 큰 기척을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장희수와 통화하며 마사지와 미용실을 예약하고 있는 최신애의 모습에 온혁진의 얼굴이 더욱 안 좋아졌다.통화를 마치자 온혁진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지아 심기를 건드리지 마. 하루하루 그렇게 트집을 잡다가는 조만간 우리 집이 당신 때문에 망하겠어.”갑자기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붓는 남편에 최신애는 심기가 불편했다.“왜 갑자기 이러는 거예요?”온혁진은 소파에 앉더니 앞에 놓인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신공장을 증설하는 중인데 강지찬 쪽에서 아직 입금을 안 하고 있어.”“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당신과 상관없다고? 지아를 어떻게 대했는지 강지찬이 모를 것 같아?”온혁진은 열받아 죽을 지경이었다.“뒤에서 지아의 험담을 하는 것도 정유진이 다 들었잖아. 당신, 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어!”하지만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최신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 제약회사가 몇 년째 수익이 얼마나 높은데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을 섰어요. 강지찬이 입금을 하지 않으면 이참에 협력 관계를 끊어요. 내 말 들어봐요. 임씨 가문이...”“닥쳐!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온혁진은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최신애, 당신이 미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일까? 강씨 가문과 인연을 끊고 싶은 거야? 우리 두 가문의 사이가 틀어지면 얼마나 큰 이익이 사라지는지 알아? 당신, 정말 늙을수록 더 바보가 되는 것 같아!”온혁진의 외침에 최신애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매일 임씨네, 임씨네! 내 앞에서 임씨 가문의 얘기 좀 작작 해!”온혁진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씨 가문은 투자를 하는 집안이야. 당연히 그 집 사람들은 당신에게 아부하겠지. 당신 진짜로 아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남에게 떠받들리는 그런 허영심을 만족하기 위해서야?”“나, 나는...”최신애는 얼떨떨해졌다.“나를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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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그래도 목 보호대는 이제 안 해도 되었기에 온 유한은 두 손 외에 머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강지아와 키스하는 것을 본 엄마가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은 온유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이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화가 난 최신애는 강지아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너!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꺼져!”“어머니!”강지아의 손을 잡고 있던 온유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다급하게 한마디 했다.“어머니,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요?”최신애는 여전히 강지아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내가 뭘 하는지 내가 모를까 봐? 강씨 가문이야말로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묻고 싶네!”강지아의 멍해진 얼굴에 최신애가 말을 이었다.“네 오빠가 일부러 입금 안 하는 이유도 우리 온씨 가문을 망신시키기 위해서잖아? 왜? 네 오빠가 너 대신 나서는 거야? 허허, 프로젝트 하나가 무슨 대수라고! 우리 온씨 가문이 그것 때문에 흔들릴 줄 알았어?”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온유한인지라 병원과 회사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그저 최신애의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회사 일은 나와 아버지가 처리하고 있으니 끼어들지 마세요.”“네 아버지가 지금 이 일 때문에 밥도 못 먹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최신애는 강지아가 너무 미워 눈총을 쏘며 말했다.“강씨 가문에는 좋은 물건이 하나도 없어. 처음에 강지찬과 놀겠다고 할 때부터 너더러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십 년 넘게 심부름을 해놓고 이제는 강지찬의 매제가 되려고 하다니! 평생 강지찬의 그늘에서 살고 싶은 거야? 잊지 마. 너는 우리 온씨 가문의 후계자야!”어머니가 이렇게 생각할 줄 몰랐던 온유한은 깜짝 놀라는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강지아도 멍해졌다.오빠들의 순수한 우정이 최신애의 눈에 이렇게 비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강지아는 넋 놓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예전에 제 앞에서 상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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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술집의 안주는 깔끔하고 시원하며 이곳 술도 사장님이 직접 담갔다.겨울에는 일찍 어두워지기에 가게 안도 비교적 어두워 강지아와 화령은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사실 창가 테이블이라고 해도 바깥의 풍경이라곤 볼 것이 없을 정도로 낡은 거리였고 거기에 가끔 바쁘게 살아가는 행인들만 지나가곤 했다.장난꾸러기 남자아이가 짝을 지어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비가 내리면 울퉁불퉁한 거리에 물이 고여 흙탕물이 튈 때도 있다.어려서부터 재벌 집에서 자란 강지아는 창문을 통해 다른 생활을 볼 수 있는 이 자리가 마음에 들었다.강지아의 마음은 점점 평온해졌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점차 맑아졌다.“걱정거리가 있는 거야?”화령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아맞힐 수 있었다.“온 선생님 어머니와 또 싸웠어?”강지아는 대답하는 대신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원샷했다.사장님이 담근 술이라 조금 쓰긴 하지만 사장이 직접 술맛을 조절하기에 여자들에게 주는 술은 달짝지근하고 맛은 칵테일과 비슷했다.“남자친구 엄마와 맞서서 기 싸움을 할 수 있는 네가 너무 대단한 것 같아. 나는 우리 엄마도 피하는데.”평소 가족 얘기를 절대 하지 않는 화령인지라 강지아는 그녀의 말에 살짝 놀라서 물었다.“부모님과도 사이가 안 좋아?”부모님과‘도’라는 글자에 화령은 피식 웃었다.“그렇지, 너보다 더 심각해. 너는 그래도 오빠와 새언니가 있잖아. 우리 오빠와 새언니, 부모님 모두 내 지갑만 쳐다보고 있어.”이 일을 화령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기자 일을 시작하면서 필사적으로 돈을 벌었고 지금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지만 수중에 돈이 없다.사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큰 것도 아니다. 자신의 보금자리가 있고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화령의 가족 상황을 모르는 강지아는 그저 한마디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이 말이 자랑이나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님을 화령도 잘 알고 있다. 강지아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고 절대 그녀를 동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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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최금성의 마음속에는 오직 그의 아내만 있으며 아무도 그 자리를 대체하지 못했다.화령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다만 고마운 것은 그녀가 최금성과 만나는 것을 강지아에게 말해도 강지아는 그녀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내가 왜 널 무시해? 그건 너의 선택이고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한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최금성은 최금혁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서 만나는 게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너만 행복하면 돼.”그제야 강지아는 오늘 화령의 옷차림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얼굴이 더 예뻐졌고 가방도 바뀌었다.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으며 사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의 인품 중 하나이다.이때 웨이터가 닭발 한 접시를 가져오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어젯밤에 양념에 재워서 오늘 하루 종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만든 요리예요. 간이 다 배었을 테니 맛 좀 보세요.”화령의 눈빛이 반짝였다.“너무 맛있을 것 같아.”한 입 먹어본 강지아도 술안주에 딱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한창 먹고 있을 때 누군가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밀고 들어왔다.“사장님, 내가 주문한 술 준비가 다 되었나요?”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든 강지아는 아니나 다를까 진짜로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누구야? 알아?”“나에게 문신해준 전문가 선생님.”화령은 깜짝 놀랐다.“전문가 선생님이 이렇게 젊어?”진수혁도 한쪽켠에 있는 강지아를 발견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던 진수혁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서울이 이렇게 작았나?”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나 여기 단골이에요.”진수혁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말했다.“나보다 더 오래되지는 않을걸? 여기 영감님 술, 나 이제 10년 가까이 마시고 있어.”“그쪽이 이겼네요.”지인을 만난 강지아는 기분이 좋아 화령과 진수혁에게 서로를 소개를 시켜준 다음 인사를 하게 한 뒤 진수혁더러 합석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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