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보모에게 딸의 옷을 챙겨 오성연에게 건네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한빈의 핏줄만 데려가면 돼요.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오성연 화가 나서 허벅지 두드렸다.“독한 년, 친자식은 놔두고 잡종을 키우려 하다니!”이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이 잡종 혹시 바깥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낳은 거야? 하느님, 이 무정한 년을 당장이라도 죽여주세요!”소희는 상대하기 귀찮아 시어머니와 아이의 짐을 문밖으로 내팽개쳤다.그녀야말로 이 잡종을 키우고 싶겠는가?애초에 귀신에게 홀려 큰 골칫거리를 만들었다. 소희도 매우 우울해했다.다만 이 아이는 법원이 그녀에게 양육해야 한다고 판결했기에 반드시 키워야 했다. 다시 유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게다가 그녀와 혈연관계가 없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운다고 치면 된다. 친자식도 아니기에 이제 막 사귄 남자친구와도 상관없다.오성연은 옆에 있는 여자아이를 세게 밀었다.“봤지? 너의 친어머니가 잡종을 키우더라도 너를 안 키우겠다고 하니 앞으로 이 늙은이 따라다니며 살면 돼. 공부도 그만하고 새 옷도 그만 입어, 알겠지?”이 말을 듣고 있던 소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렇다. 그녀는 마음이 독한 여자다.그녀는 올해 서른네 살로 한빈보다 나이가 많다. 한빈이 나오면 서른일곱 살이다.서른일곱, 그녀의 청춘은 한빈 때문에 낭비되었다. 이제라도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이대로 늙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녀 자신을 이런 것은 용서할 수 없다.그리고 한빈이 나온다고 해도 그녀와 결혼할 보장이 없지 않은가?소희도 딸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원망하지 마. 원망하고 싶으면 너의 아빠나 원망해.”소녀는 반대편 소년을 죽어라 쳐다봤다. 두 눈은 증오에 가득 차 있다.이 사람은 그녀의 엄마를, 그녀의 큰 집을,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아직 어리지만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다는 것을 알았다.TV에서 봤던 것처럼 잘 먹지 못하고 못 입고 못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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