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원도 십 년 전 서울대학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그날 도서관에서 나온 그녀는 기사님이 다른 급한 일이 있어 픽업이 잠시 늦어졌다.그때는 겨울이어서 날은 일찍 어두워지고 추웠다.그녀는 그냥 택시를 타고 갈 생각으로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꽤 오래 기다렸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고 양아치 세 명이 몰려들었다.그녀는 옆의 골목으로 끌려들어 갔다. 바깥쪽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골목 안은 어둡고 음침했다.지나가던 사람이 골목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아무도 들어와서 살펴보지 않을 것이다.구소원이 절망에 빠질 무렵 강지현이 나타났다.그는 코트를 입고 두꺼운 머플러를 두르고 매우 수척한 모습으로 홀로 서 있었다.손에는 야구 배트를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아치들을 모두 쓰러뜨렸다.운동이 너무 과격해서인지, 강지현은 양아치들을 쫓아내고 머플러로 입을 가리고 한참 기침을 했다.그는 금방 기절이라도 할 듯이 기침했지만 구소원 눈에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구소원은 그를 알고 있었다. 둘은 같은 학교 같은 전공이었고, 다만 강지현이 그녀보다 2학년 선배였다. 그리고 그때 그는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다.그날 강지현은 구소원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구소원이 지난 일을 꺼냈을 때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했다.“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강지현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그동안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또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구소원은 속상하다 못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 되는 건가?“남아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안 되나요?”“안 돼요.”구소원은 속상해서 물었다.“오늘 왜 갑자기 이렇게 매정한 거예요? 제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에요? 당신 마음속에서는 이곳이 당신과 정유진 씨의 공간이라 다른 여자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인가요?”“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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