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Bab 381 - Bab 390

933 Bab

제381화

강원훈은 야행성이라 주로 새벽이나 동이 터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아무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강홍식은 곧바로 얼굴을 굳히고 고세연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어젯밤에 집에 없었어? 어디 갔었어?”언제인지 생각을 하던 그는 갑자기 식탁을 내리쳤다.“어제 이상하게 계속 친구 만나러 가라고 꼬시더라니. 날 밖으로 내몰기 위해서였군! 말해, 어떤 남자 만나러 간 거야!”많은 사람 앞에서 강홍식에게 혼이 나니 고세연은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고세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분명히 돌아올 때 조심했었고 경호원들 입단속도 잘 시켰는데 강원훈을 놓치다니.이런 젠장!마음속으로는 죽도록 싫었지만 고세연은 내색을 하지 않고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제가 남자가 어디 있어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전 정말 억울해요. 하인들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으로 갔었어요.”강홍식은 집사를 힐끗 쳐다보았고 집사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의심이 많아지는 법이었다.“어디가 불편한데? 전화해서 의사를 부르면 되지 않나. 날도 어두워졌는데 혼자 병원으로 가고, 얼마나 위험해.”고세연은 배를 어루만지며 두려운 표정으로 강지찬을 흘끗 쳐다보았다.“저, 저는 배가 아파서 혹시 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는 초음파가 있어서 검사하러 갔었어요. 의사가 태아가 조금 움직였다면서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라고 하셨는데, 병원 침대가 불편해서 배가 좀 나아지고 다시 돌아왔어요.”이 핑계는 아주 매끄럽게 짜여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당당히 말을 한다는 것은 이미 병원 쪽도 말을 다 마쳐서 조사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었다.강홍식은 역시 그 말을 믿고 혹시 아이에게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을 쏟아부었다.강지찬은 계속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온 강씨 집안이 그가 고세연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도 별다른 말을 꺼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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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정유진이 병원으로 도착할 때쯤, 병원에는 이미 강소원과 조예원이 있었다.강지현은 병원 침대에 기대있었고 조예원과 강소원은 각각 침대의 양측에 서있었다.조예원은 아마도 금방 도착했을 것이다. 옆에 있는 식탁에 도시락통이 쌓여있었다.입구에 서있던 정유진은 이명자가 손수 만들어준 국을 들고 다소 머쓱했다.“유진 씨 왔어요?”강지현이 웃으면서 인사했다.강소원도 이내 얼린 일어서서 정유진에게 인사를 했다.“언니, 오셨어요.”‘언니’라는 말에 정유진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와 강지찬은 부부 사이이고 강지현은 그녀를 형수님이라고 불러 마땅했다.그러나 구소원은 지금 아직 명분이 없었다. 진짜 여자친구도 아니었기에 올케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강 부인이라 부르자니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아 언니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언니라는 호칭이 좀 친한 느낌이 들었다.“이건 저희 엄마가 끓여준 국이에요. 식사하셨어요?”정유진은 강지현을 보지 않고 구소원을 향해 물었다.구소원은 정유진의 손에 들려있던 보온병을 얼른 받아서 들며 웃었다.“저희는 아직 안 먹었는데 밥 시켰어요.”그녀의 말을 듣자 하니 강지현에게 조예원이 가져온 점심 식사를 먹게 할 생각이 없었다.“지현 씨, 먼저 국부터 드실래요?”구소원이 강지현에게 물었다.강지현은 머리를 끄덕였다.정유진은 다소 어색한 듯이 서있었는데 집으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상태는 좀 어때요? 상처는 아직 아파요?” 강지현의 안색은 아직 조금 창백했지만 정신상태는 좋아 보였다.“전 괜찮아요. 겉만 조금 다친 것뿐이라 금방 나을 거예요. 앉아요.”구소원도 강지현에게 국을 떠주며 정유진에게 앉으라 손짓했다.정유진은 곁눈질하며 조예원을 쓱 보고는 말했다.“아니에요. 회사에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서 가봐야 해요. 몸조리 잘하세요.”강지현의 표정이 옅어졌다.그는 오전 10시쯤에 깼는데 일어나자마자 구소원만 보았고 정유진은 없었다.그런데 지금 병실의 분위기는 확실히 좀 어색해서 정유진을 보낼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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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대표님, 고 부인이 간 곳은 개인병원이고 확실이 내원 기록과 퇴원 기록이 있습니다.”장형준은 사진 더미를 건네며 말했다.“고 부인은 요즘 집을 나서면 보통 산모와 아기용품점과 요가 스튜디오에 갔으며 스케줄은 전부다 정상적인 것입니다.”강지찬은 그 사진을 받지 않았고 장형준은 손을 거두었다.“그 남자를 찾을 수 없다면 친자 확인 검사로 가.”강지찬이 말했다.장형준은 망설였다.“대표님, 혹시 그 아이가 정말 어르신의...”강지찬은 냉정하게 코웃음을 쳤다.“그럼 어때? 만약 아니라면 내가 손 쓸 필요도 없이 깨끗하게 끝나는 거지.”장형준은 이해했다. 만약 고세연 배 속의 아이가 강홍식의 아이가 아니라면 무사히 태어날 수나 있겠는가?어차피 강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니 강지찬과도 상관이 없었다.만약 맞다면...“고 부인이 요즘 치밀하게 행동하고 있으니, 전태연 씨와 한통속인지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전태연 씨 쪽부터 착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강지찬은 덤덤히 말했다.“증거는 필요 없어. 확실히 그 여자야. 최대한 빨리 친자 확인서를 받아와.”“네.”말이 끝나기 바쁘게 집사가 다급하게 찾아와 어르신과 고세연이 다투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강홍식은 태안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세연은 허리를 부추기며 울먹거렸다.“지찬아, 네 아빠가 날 오해해. 자기가 날 믿지 않아서 화가 나서 쓰러진 거야. 난 정말 미안할 짓 한 적 없어. 내가 예전에 너한테만... 네 아빠와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마음은 싹 다 버렸는데 지금 내가 외도를 한다고 의심을 하잖니... 나도 억울해...”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강홍식이 고혈압이 도졌다고 했다. 강지찬은 고세연의 헛소리를 듣기 귀찮아 침울한 얼굴로 병실을 나갔다.강홍식은 아직 깨지 않았다. 듣기로는 강지현도 태안으로 병원을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형으로서 병문안을 갈 생각이었다.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지찬은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마침 다들 병원에 있으니 친자 확인 진행해.”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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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강지찬은 꼬맹이의 말에 격분했다.온 용산을 뒤져봐도 그의 앞에서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은 정유진 말고는 이 아이가 처음이었다.“비켜, 아니면 널 내쫓아버릴 거야.”강지찬은 눈썹을 치켜뜨며 자신이 지금 어린아이를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꼬맹이도 전혀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무서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당신은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신사답지 못한 남자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분명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할 거예요!”강지찬은 화가 나다 못해 그 상황이 웃겼다.“꼬맹이, 네 부모도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겠지?”그는 말을 하며 꼬맹이의 옷깃 뒤쪽을 잡고 옆으로 들어서 놓은 다음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아이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남자를 보며 커다랗게 뜬 눈에는 인성에 대한 의혹이 가득 찼다.화가 나 있는데 멀리서 누군가 ‘연우야!’라고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뒤돌아보니 정유진이 놀라서 뛰어오더니 아이를 덥석 안고는 얼굴이 하얗게 겁에 질려있었다.“아가야, 엄마 놀라서 죽는 줄 알았어. 이후에는 혼자 몰래 도망가고 그러면 안 돼. 엄마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해. 알겠어?”단지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전화 통화가 끝나니 연우가 없어져서 정유진은 겁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렸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남자친구 사진이 떨어져서 주으러 왔었어요.”말을 마친 후 연우는 사진을 배에 문지르며 입을 삐죽거리면서 엄마한테 일러바쳤다.“아까 어떤 아저씨가 엄청 버릇없었어요. 남의 물건을 밟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엄청 사나웠어요.”정유진은 다른 사람이 사나운지 아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기 딸만 무사하면 되었다.몇 가지 주의 깊게 설명한 후, 그녀는 연우를 데리고 온미정을 보러 갔다.온미정은 방금 수술을 마치고 쉬면서 모녀 둘을 데리고 병원 옥상의 카페로 향했다.“크면 클수록 이뻐지네. 모태 미녀야.”온미정은 부럽기에 그지없었다.정유진은 연우에게 과일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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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강지찬은 강지현의 병실에서 나와 온미정 쪽으로 갔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강지찬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문 뒤의 테이블 뒤쪽의 의자에 앉아 있는 꼬맹이를 보았다.강지찬이 문을 열고 나와 문패를 다시 보았다. 온미정의 사무실이 맞았다.이 꼬맹이가 왜 여기 있는 거지?온미정이 온씨 가문 몰래 사생아를 낳았나?강지찬은 차갑게 연우를 바라보았고 연우도 그를 바라보았다.“사과하러 온 거예요?”연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강지찬은 아이를 상대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물었다.“온미정과 무슨 사이야?”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어서 연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어떻게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안 할 수가 있지?이 아저씨는 너무 무례했다. 연우는 무례한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았다.그래서 꼬마는 머리를 숙여 손에 들고 있던 곰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강지찬과 말을 하지 않았다.강지찬은 32년을 살면서 정유진에게 무시를 몇 번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무시를 당했다.특히 이번에는 어린아이에게.그러나 강 대표님이 어린 아이와 따질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았다. 온미정이 아이를 혼자 사무실에 뒀다는 것은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올 것이라는 뜻이겠지.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는 꽤 착했다. 전혀 말썽을 부리지 않았고 착하게 앉아 있었다.그러나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무례한 아저씨와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슬쩍 쳐다보게 되었다.이 아저씨는 싹수가 없었지만 정말 잘 생겼었다. 강 아저씨보다도 잘 생겼다.처음에는 강지찬도 맞은편에 앉아 있는 꼬맹이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연우가 훔쳐보는 동작이 너무나도 선명해 그도 연우가 흘끔 쳐다볼 때 시선을 주었다.꼬맹이는 훔쳐보다가 들켜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강지찬은 그 애를 보며 갑자기 왠지 모르게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어디가 낯익은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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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강지찬이 온미정을 찾아온 것은 말싸움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세연의 검사도 태안 병원에서 했기 때문에 그는 고세연의 친자확인 건에 대해 온미정에게 말을 꺼냈다.온미정은 초조하게 연우의 귀를 막았다.“네 집안의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마. 고세연은 내 병원의 환자고 내 의무와 책임은 임산부와 배 속의 태아를 잘 보살피는 일이야. 네 집안의 사정은 나와 상관없어.”온미정의 태도에 대해 강지찬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는 온미정이 무엇을 해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단지 미리 귀띔해 주는 것뿐이었다.그는 온미정이 꼬맹이의 귀를 막고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비아냥댔다.“꼬맹이가 설마 알아들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온미정은 정유진이 갑자기 돌아올까 봐 얼른 강지찬을 보낼 생각이었다.“다른 일 있어? 없으면 빨리 꺼져. 표정 썩어서 우리 애 놀랄라.”강지찬은 입을 삐죽거리며 사무실을 떠났다.가기 전에 이상하게 뒤를 돌아 연우를 보고는 비웃는듯한 말투로 말했다.“네 남자친구 못 생겼어, 다른 애로 바꿔.”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는 가만히 있었다.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강지찬은 만족하며 떠났다.연우는 책가방에서 사진을 꺼내며 화가 나서 온미정에게 물었다.“이모할머니, 제 남자친구 멋있지 않아요?”온미정은 강지찬이 너무 어이없었다. 어린아이에게도 매정하게 말하는 쓰레기는 처음이었다.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연우는 거의 울 것만 같았다. 온미정은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정유진이 돌아올 때 다급히 위로를 하고 있었다.“왜요? 무슨 일이에요?”온미정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양 강지찬의 욕을 한바탕하고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정말 못돼먹었다니까. 어린 아이랑 말다툼을 하다니. 그 놈, 혹시 연우가 누군지 알면...”“엣헴.”정유진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딸을 품에 껴안고 달랬다.“안 못생겼어. 우리 딸 눈 높아. 우리 딸이 좋아하는 남자는 세계에서 최고로 잘 생긴 남자야.”한참을 달래서야 연우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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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정유진은 다른 지인을 만날까 봐 온미정의 사무실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서둘러 연우와 함께 떠났다.그녀는 연우를 데리고 외출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강지찬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음날 회사에서 강지찬을 만났을 때, 그녀는 왠지 모르게 조금 떳떳하지 못했다.회사는 명성을 다시 되찾았고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하며 거의 매일 회의를 열어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이날 프로젝트 팀은 회의로 인해 퇴근이 두 시간 지연되었고, 회의가 끝나고 임우연에게 말을 전하러 왔다. 강 대표가 회사의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였다고 한다.정유진은 집에 있는 부모님과 아이를 생각하여 가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임우연은 강지찬도 가니 그녀도 안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 직원의 눈에 그들은 여전히 부부였다.“사모님, 강 대표님이 아직 처리할 업무가 남았다며 좀 기다려달라고 하십니다.”다른 동료들이 쳐다보는 것을 보고 정유진은 이렇게 말했다.“그럼 올라가서 기다릴게요.”마침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강지찬도 요즘 매우 바빠서 정유진을 만날 시간조차 낼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강지찬은 다시 시선을 서류로 돌렸다.“금방 끝나, 먼저 앉아.”임우연은 정유진에게 물을 부어주려고 했지만 정유진은 사양했다.사무실에는 둘 밖에 남지 않았고 오랜만에 평온을 되찾았다.사고가 터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강지찬이 강지현의 일로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정유진은 놀라는 동시에 자신이 너무 하찮다고 느껴졌다. 설마 이 사람이랑 싸우는 게 익숙해져서 다투지 않는 게 어색한 건가?강지찬이 서류에 사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정유진은 그의 업무가 거의 끝났다고 추측하고 말을 꺼냈다.“전태연의 일을 당신한테 맡긴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됐어요?”강지찬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요즘 너무 바빠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어.”강지찬이 사인을 다 하고 서류를 닫은 후 고개를 들었다.“이 일은 급하지 않아.”정유진은 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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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정유진은 강지찬의 유혹에 정신을 못 차렸다. 그렇게 큰 유혹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그런데 그렇게 한다면 그녀와 강지찬의 사이는 더욱 깊게 얽매이고 말 것이다.집에 돌아가자 연우는 이미 자고 이명자와 정명학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저번에 사고가 일어난 후, 정유진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노부부는 잠에 들지 못하고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말했잖아요. 강지찬 씨와 일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먼저 자라고요."정유진도 어쩔 수 없었다.이명자가 그녀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나랑 네 아빠가 잠이 안 와서 그래."이명자는 그녀의 안색을 보았다."무슨 일 있어? 근심이 많아 보이네."예전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조예원과 논의하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민을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정명학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하고 싶으면 해. 네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해."침실로 돌아간 후, 이명자도 따라 들어왔다.이명자의 표정만 보아도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다.연우가 새근새근 자는 귀여운 모습을 보며 이명자는 마음이 아팠다."아이 생각해서, 조금 더 고민해 봐."샤워를 끝내고 침대로 돌아간 정유진은 딸을 품에 안았다.보물 같은 딸의 몸에서 나는 분유 냄새에 매일 밤 깊은 잠이 들 수 있었다.연우가 유치원에 가는 첫날, 온미정이 정유진과 함께 갔다. 유치원 입원 수속도 온미정이 도움을 주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연우는 외국에서 유치원을 이미 1년이나 다녔다. 이제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었지만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친구 몇 명을 사귀고 웃으며 엄마와 손을 흔들었다.온미정은 주위의 학부모들을 보더니 정유진에게 말했다."빨리 가자. 여기서 유치원 다니는 집안은 다 용산에서 꽤 이름있는 사람들이야. 널 알아볼 수도 있어."정유진은 선글라스를 끼고 옷도 센스 있게 입어 많은 학부모가 그녀가 연예인인 줄 알고 있었다.연우가 유치원에 입학한 것을 축하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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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강지현은 사실 요즘 잘 지내지 못했다.마유구의 죽음도 K그룹 쪽에서 입을 떼지 않는 바람에 경찰에서 아직 수사하고 있었다.가장 큰 스트레스는 집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번에 상처를 입은 후 구소원이 계속 곁에서 강지현을 보살피고 있었다. 둘째 사모님 류선은 이런 며느리의 행동이 아주 마음에 들어 마치 과시라도 하는 듯이 구소원을 데리고 파티에 참석하고 강지현과의 결혼을 재촉하기도 했다.류선을 피하고자 강지현은 요즘 강 씨 본가에 돌아가지도 않고 계속 상록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그는 아직 다리가 다 낫지 않아 어제 한번 나갔다 온 뒤로 계속 상처가 욱신거리면서 아파졌다. 그래서 다음날은 아예 집에서 쉬기로 했다.강지현은 9시 무렵까지 자고 일어났다. 아래층에서 이따금 말소리가 들려왔다.이 집은 방음이 잘 되어있어 침실 문을 닫으면 잘 들리지 않았다.강지현은 류선이 온 줄 알고 급하지 않았다.그가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류선뿐만 아니라 구소원도 와있었다.구소원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긴 웨이브 장발에 메이크업도 정교하게 하고 정말 예뻐 보였다.가정 조건이든 구소원 본인의 조건이든 그녀는 확실히 명문가 부인의 눈에 참한 며느리의 표준에 딱 적합한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나타나자 강지현은 얼굴이 침울해졌다.강지현은 늘 신사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구소원을 보고도 뭐라 하지 않았다.류선은 정말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아들, 깼어? 소원이가 네 상처가 걱정된대서 같이 왔어. 빨리 와, 이건 소원이네 엄마가 며칠씩이나 공들여서 너 준다고 끓인 몸보신 국이야.”구소원은 눈치가 빨라 강지현의 기분을 바로 파악하고 조금 안절부절못하였다.그런데 이미 온 이상 용기를 가지고 인사를 건넸다.“지현 씨, 상처는 좀 회복됐어요?”“네, 덕분에요.”그는 앉지도 않고 류선이 뜬 국도 먹지 않은 채 구소원에게 말을 건넸다.“저희 마당에서 산책 좀 해요. 할 말이 있어요.”구소원은 그가 듣기 싫은 말을 할 줄 알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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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구소원도 십 년 전 서울대학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그날 도서관에서 나온 그녀는 기사님이 다른 급한 일이 있어 픽업이 잠시 늦어졌다.그때는 겨울이어서 날은 일찍 어두워지고 추웠다.그녀는 그냥 택시를 타고 갈 생각으로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꽤 오래 기다렸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고 양아치 세 명이 몰려들었다.그녀는 옆의 골목으로 끌려들어 갔다. 바깥쪽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골목 안은 어둡고 음침했다.지나가던 사람이 골목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아무도 들어와서 살펴보지 않을 것이다.구소원이 절망에 빠질 무렵 강지현이 나타났다.그는 코트를 입고 두꺼운 머플러를 두르고 매우 수척한 모습으로 홀로 서 있었다.손에는 야구 배트를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아치들을 모두 쓰러뜨렸다.운동이 너무 과격해서인지, 강지현은 양아치들을 쫓아내고 머플러로 입을 가리고 한참 기침을 했다.그는 금방 기절이라도 할 듯이 기침했지만 구소원 눈에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구소원은 그를 알고 있었다. 둘은 같은 학교 같은 전공이었고, 다만 강지현이 그녀보다 2학년 선배였다. 그리고 그때 그는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다.그날 강지현은 구소원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구소원이 지난 일을 꺼냈을 때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했다.“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강지현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그동안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또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구소원은 속상하다 못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 되는 건가?“남아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안 되나요?”“안 돼요.”구소원은 속상해서 물었다.“오늘 왜 갑자기 이렇게 매정한 거예요? 제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에요? 당신 마음속에서는 이곳이 당신과 정유진 씨의 공간이라 다른 여자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인가요?”“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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