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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조예원의 주량은 강지현보다 좋았고 강지현은 정말 취해버렸다.호텔로 도착해서도 강지현은 깨지 않았다.오늘 그녀는 성원에서 회의에 참석하느라 강지현이 정유진을 찾으러 간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가 정유진을 찾아간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을 했다.방안의 등불은 어두웠지만 강지현의 이목구비는 매우 뚜렷했다.조예원은 영원히 강지현을 처음 보았을 때의 장면을 잊지 못했다.그는 인테리어를 마치지 않은 마당에 서있었는데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을 길게 늘어뜨린 채 있었다. 마치 중세 시대에서 걸어 나오는 신사 같았다.잠시 침대 머리맡에 서있다가 그녀는 욕실로 가 샤워를 했다.저번에 그녀는 해도 되냐고 물었다가 무정하게 거절당하고 이번에는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처음에 아예 반응이 없다가 한참 지나서야 강지현이 그녀의 키스에 잠에서 깼다.정신이 말짱해진 것은 아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깬 것이었다.그는 유진 씨라고 하며 조예원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조예원은 처량하게 웃었지만 마음속으로 조금은 기뻤다.다음날 조예원이 먼저 눈을 떴다. 온몸이 욱신거렸다.강지현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 보였는데 어젯밤 마신 술 때문일 것이다.조예원은 혹시라도 그가 깰까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샤워를 하러 갔다.샤워를 마친 후 침대 머리맡에 앉아있었던 강지현의 시선과 부딪혔다.조예원은 나름 침착했고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이 단지 잠깐 멈칫한 것뿐이었다. 그리고서는 쇼파의 옷을 주어서 강지현의 앞에서 하나씩 입었다.그녀가 옷을 다 입고 나서 강지현이 말했다.“나한테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알고 있어요.”조예원은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의 마음속에는 정유진이 있고 집에서는 명문가의 따님들을 소개해 주죠. 저는 당신의 마음속이든 신변이든 제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잘 알고 있으면 다행이고.”조예원은 핸드폰과 가방을 들고 불편함을 참으며 자리를 떠났다.이날 정유진은 현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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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현 변호사와 대화를 나눈 후 정유진은 약간 혼란스러웠다.그보다 더 어이없었다.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강지찬이 놓지 않는 한 이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한참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강민아의 전화가 걸려 왔다.민아는 그녀의 부모님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방문하고 싶었다.정유진은 감히 그녀를 집으로 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노부부가 친척 집에 잠깐 가있어서 집에 없다는 핑계로 강민아를 막았다.강민아도 요즘 주얼리 쇼의 디자인을 맡을 정도로 바빴다. 정유진과 그녀는 대화를 오랫동안 나누며 전화로 한바탕 토론을 했다.정유진은 쇼 디자인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쇼를 본 적이 있고 다지인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강민아에게 여러 가지 귀중한 조언을 해주었다.통화가 끝나고 3시가 조금 넘었을 때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는데, 낯선 번호였다.정유진이 전화를 받자 저번에 한규진의 생일파티에서 한번 뵌 부 사모님이었다.솔직히 그날 정유진이 알게 된 사람이 너무 많이 어떤 사람들은 미처 연락처도 저장하지 못했다. 부 사모님의 집은 문장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정유진은 부 사모님이라는 분이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부 사모님이 전화한 목적은 집에 인테리어를 하는 작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마침 정유진의 인테리어 회사가 생각나서 연우 인테리어와 협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요즘 정유진은 업계에서 여러 주문을 받으니 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부 사모님은 그녀와 공사장에서 만나서 얘기하고 저녁에 다른 동업자들과 식사를 하자고 요청했다.정유진은 시간을 보고 키키를 불러 함께 갔다.가는 길에 키키는 매우 신나 보였다. 요즘 받는 주문의 질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낸다면 올해 실적은 반드시 좋을 것이라 했다.목적지는 외곽에 있어 조금 멀었다. 다행히도 아직은 낮이 길어 5시라도 어둡지 않았다.하차 후 키키는 어리둥절했다.“대표님, 저희... 잘못 온 건 아니죠?”눈앞에 실제로 건물이 있긴 했지만 짓다 만 폐건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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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정신을 차린 정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귀국한 후로부터 늘 운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단지 이번에는 누가 자신을 아니꼬와하는지 모를 뿐이었다.손이 너무 단단히 묶여 있어서 반나절 동안 풀지 못하고 고군분투하였다.금방 앉았는데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정유진은 눈을 부라리고 싶은 충동을 참고 말했다.“또 너야?”전태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맞아요. 당신이 아직 명성을 잃지 않고 멀쩡히 있는데 제가 당신을 그렇게 그냥 둘줄 알았어요?”정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그 부 부인은 당신이 찾은 거예요?”“좋아, 이번엔 강지찬이 당신을 어떻게 구할지 두고 볼게요.”전태연은 이번 행동에 매우 만족했다.사실 문을 파는 부 부인은 진짜였지만 정유진에게 전화를 건 “부 부인”은 가짜였다.정유진은 냉정하게 말했다.“전태연 씨, 이번 사태는 아마 회사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이 일만 말하면 전태연은 화가 났다. 정유진에게 넘겨준 인터넷 라이브 회사는 원래 전태연이 연습을 하기로 한 회사였다. 그런데 회사를 넘겨받지는 못하기는커녕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도 났다.전태연이 불쌍한 척 매달리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외국에 처박혀있었을 것이다.전태연은 속으로 정유진이 죽기를 바랐다.“오만하지 마요!”전태연이 악랄하게 말했다.“이번에는 전씨 가문을 통째로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을 철저히 파멸에 이르도록 할 거예요!”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마치고 다시 방을 나갔다.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이 방의 조명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밖은 매우 조용했다. 마치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한두 번 들리는 것 같은 아주 낯선 고요함이었다.정유진은 그가 지금 외곽이나 시골에 갇혀있다고 의심했다.키키는 어떻게 됐을까. 전태연은 자기를 겨냥하는 것이니 키키는 괜찮겠지?이렇게 생각하니 조여오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을 수 있었다.정유진 앞에서 한참 과시하던 전태연은 더욱 화가 났다.옆방에는 고세연이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전태연은 그녀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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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강지현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려던 찰나에 의문의 사진을 받았다.사진 속 정유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묶여있었다.사진에는 주소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면 안 됩니다. 혼자 오세요. 큰 깜짝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강지현은 그 문장을 잠시 생각한 후 문자 메시지의 주소로 곧장 달려갔다.다행히도 밤에는 차가 막히지 않아 9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이곳은 도시의 외곽에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강지현의 차는 한적한 마을로 들어섰는데, 대부분의 집은 어두웠고 마을에는 가로등도 없었다.그는 이 지역에 대해 잘 몰랐다. 아마 이런 마을은 거의 대부분이 철거되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가서 살고 과부와 노인 몇 명만 마을에 남아있을 것이다.차가 마을로 들어선 후, 그는 정유진이 어디 있는지 몰라 속도를 늦췄다.한참을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있던 사람이 손전등을 들고 흔들자 강지현은 차를 돌렸다.차는 한 마당에 섰다. 방안에는 희미한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차를 내리자 마당에는 젊은이가 몇 명 서있었다.“강지현?”아까 손전등을 들고 있던 젊은이가 시시한 어조로 물었다.“네.”“핸드폰 꺼내.”강지현은 눈썹을 찌푸렸다.“정유진 씨는 안에 있어요?”“안에 있어. 그녀를 만나려면 쉬워. 핸드폰 꺼내.”강지현은 핸드폰을 상대방에게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그 사람은 핸드폰의 통화기록을 확인했다.“신고 안 했지?”“아니요.”강지현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거실이었다. 집은 허름했고 소파와 테이블도 너덜너덜했다.강지현은 바로 왼쪽으로 꺾어 옆에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정유진이 손을 묶인 채 침대에 앉아 초조하게 방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여긴 왜 왔어요?”정유진은 깜짝 놀라며 강지현의 뒤를 바라보았다.“혼자 왔어요?”강지현은 급히 달려왔다.“유진 씨, 괜찮아요? 다치지는 않았어요?”정유진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혼자 왔어요? 신고 안 했어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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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누군가 저녁밥을 넣어주었다.이미 한밤중이 되어 정유진은 배가 고팠지만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강지현이 도시락을 열어보자 꽤 깔끔하고 냄새도 좋았다.그는 젓가락을 정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먼저 뭐라도 먹어요.”“걱정 안 돼요?”그가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정유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강지현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다른 도시락도 열고 슬쩍 웃었다.“뭘 걱정해요? 당신만 괜찮으면 아무런 걱정거리도 없어요.”정유진은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태연이 보낸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 여자는 미쳤다. 그녀가 밥에 무엇을 넣을지 누가 알고?강지현은 그녀의 걱정을 보고 다시 도시락을 닫고 먹지 않았다.밖은 매우 조용했고 강지현이 온 지 꽤 되었지만 전태연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제일 안절부절못하는 전태연은 원래대로라면 와서 한바탕 조롱했을 것이다.강지현은 문을 두드리며 바깥을 향해 외쳤다.“물 있어요?”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잠시 후 누군가가 문틈을 통해 물 두 병을 던졌다.강지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사장 불러와요.”물을 갖다주던 문신남이 웃었다.“우리 사장님이 당신이 오라면 오는 사람이야? 가만히 있어.”말을 끝내자마자 다시 문을 잠갔다.강지현은 정유진에게 물을 한 병 건네며 말했다.“사람이 적지는 않네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대여섯 명은 봤어요. 이 마을에는 사는 사람도 적어서 찾기 힘들었을 거예요.”정유진은 걱정에 가득 찼다.“그들이 키키를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어요.”강지현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 싶었지만, 그는 손을 뻗던 도중에 멈췄다.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자연스럽기만 하던 행동마저도 가볍게 할 수가 없었다.정유진의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웠다.강지현은 물을 두 모금 먹고 위로를 했다.“아버님, 어머님도 이쯤이면 당신이 사고가 난 줄 알고 신고를 했을거예요.”정유진이 걱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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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강지현의 상태는 점점 악화하여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눈이 충혈되었다.원래 몸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괴롭힘당하니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고 당금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유진 씨, 그들과 얘기해서는 쓸모없어요. 얼른 절 묶어요.”정유진도 같이 다급해졌다.“다칠 거예요.”“전 괜찮아요. 당신이...”강지찬은 몸에서 퍼져 나오는 욕망을 힘겹게 억눌렀다. 그는 호흡마저 뜨겁게 불타는 것만 같았다.“빨리 절 묶어요. 제가 나중에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고 당신을 해칠까 봐 두려워요.”정유진은 신경을 쓰지 않고 계속 문을 세게 두드렸다.“전태연, 회사를 돌려줄게, 강지현은 내보내!”전태연이 웃으며 말했다.“정유진, 무슨 농담이에요. 그딴 회사 하나에 제가 당신에 대한 혐오가 사라지겠어요?”정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얘기했다.“생각 잘하세요. 당신이 지금 건드린 것은 강지찬 한 사람뿐만이 아니에요. 강지현도 건드렸어요. 당신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이 일이 끝나면 강지찬과 강지현이 당신의 가문에게 어떻게 복수할지는 생각해 줬어요?”전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강지찬의 수단은 이미 맛보았지만, 강지현이라는 남자는 보기에는 순해 보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강지찬 몰래 성원이라는 대기업을 육성해 낸 사람이다. 쉬운 사람은 아닐 것이다.전태연은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서 고세연이 숨어서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구나.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패를 내어주었다.정유지은 또 얘기를 꺼냈다.“저는 당신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좋은 의도가 아니라 당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전태연 씨, 강신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전씨 가문인데, 만약 전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건드린다면 여전히 예전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세요?”문밖의 전태연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발걸음은 서서히 멀어져갔다.사실 전태연은 불려 간 것이었다. 고세연은 마음속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백번도 넘게 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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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정유진은 밧줄을 든 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십 년?강지현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제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영원히 모를 거예요!”강지현은 흥분하기 시작했다.“그해 학교 축제에서 당신과 함께 춤을 췄던 사람 아직도 기억해요? 저예요! 저라고요!”“그 짧았던 4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그날 지옥에서 저를 구해줬고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찾게 해줬어요.”“그런데 당신은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한빈 그 쓰레기 새끼가 어떻게 당신과 사귈 자격이 있는 거예요?”“그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강지찬을 만나지도 않았을 거고, 그가 아니었다면 저는 당신과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빗겨나가지 않았겠죠.”정유진은 머릿속이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났다.“지현 씨 말은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이미 절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네!”강지현은 갑자기 덮쳐왔다.“유진 씨, 제가 스스로 얼마나 자책하는지 알아요? 그때 왜 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는지, 왜 가서 물어보지 않았는지, 왜 한빈에게서 당신을 빼앗지 않았는지?”강지현은 정유진을 너무 꼭 잡은 탓에 정유진의 어깨가 조금 아팠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그의 상태가 걱정되었다.“먼저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요...”“진정 못 해요!”강지현의 목소리가 커졌다.“왜 강지찬의 곁으로 돌아가고, 왜 강지찬이랑 자는 거예요? 당신 이혼하려던 거 아니었어요?”이 일은 정유진에게 정말 낯부끄러운 일들이었다.그녀는 강지현의 손을 떼려 했지만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절 밀어내지 마요, 유진 씨. 제발 절 밀어내지 마요!”강지현은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그와 잤다는 건 상관없어요.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잘 알아요. 유진 씨, 좋아해요. 제가 이혼 소송 도와드릴게요, 평생 잘해줄게요...”“놔줘요!”정유진은 깜짝 놀랐다. 목에 닿은 뜨거운 키스에 두피가 마비될 정도였다.강지현은 몸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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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강지현이 고통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고 정유진은 만감이 교차했다.유리 조각이 상처에 꽂혀있는 탓에 피가 덜 나긴 했지만, 조각을 빼면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정유진은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먼저 말하지 마요.”그녀는 이런 상태의 강지현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이봐요, 강 대표님이 다쳤어요.”그녀는 문을 세게 두드렸다.“전태연, 정말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전태연 쪽은 강지현이 자기를 해치면서까지 정유진에게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당신이 저 둘 사이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했잖아요? 이제 어떡해요?”고세연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다. 정유진이 대체 뭐가 좋다고 남자들이 그녀에게 그렇게 충성인 걸까?“강지현이 정유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냥 가야죠.”전태연은 어이가 없어서 잘못 들은 줄만 알았다.“네? 그냥 간다고요? 제가 갖은 수를 써서 사람을 잡아 왔는데, 지금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저희는 그냥 간다고요?”고세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전태연을 흘겨보았다.“의심병이라는 게 뭔지 알아요? 강지찬은 강지현과 정유진의 관계를 의심해서 둘 사이에 계속 모순이 생기는 거예요. 이번엔 정유진을 패가망신으로 몰고 가지는 못하지만, 강지찬이 오면 강지현이 정유진에게 흠뻑 빠진 모습을 보고 또다시 의심병이 도지지 않겠어요?”전태연의 눈이 반짝였다.“맞네요! 서로 물고 뜯게 만드는 게 더 재밌죠!”고세연은 대답조차 하기 귀찮았다.강지찬에 의해 강홍식과 억지로 결혼하게 된 후, 그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경우의 수를 남겨두려고 했다.정유진은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떠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마당 밖에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떠난 것 같아요.”정유진은 이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지현은 매우 허약하게 숨을 헐떡였다.“전태연과 한통속인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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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문이 쾅 하고 열리자 강지찬이 먼저 들어와 정유진을 품에 꼭 껴안았다.이미 새벽이 되었다. 정명학이 정유진의 핸드폰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무려 5시간을 찾았다.이 5시간 내에 그들은 정유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정유진! 날 죽이고 싶으면 그냥 말해!”강지찬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녀의 목을 꽉 깨물어주고 싶었다.다른 사람들은 감히 들어오지 못했고 정유진은 아직도 강지현의 상처를 신경 쓰며 강지찬을 세게 밀어냈다.“먼저 날 놔줘요.”강지찬은 약간 화를 내며 그녀를 놓아주었고, 다시 한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았다. 다친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키키는 찾았어. 바로 밖에 있었어.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고.”강지찬은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났다.“정유진, 넌 정말 생각이 있긴 해? 내가 프로젝트 주겠다고 할 때는 내가 널 해치려는 것처럼 기를 쓰고 거절하더니, 밖에서 어중이떠중이가 하는 말은 덥석 믿고. 나 화나게 하려고 작정했어?”정유진은 그에게서 몸을 돌렸다.“먼저 소리치지 마요,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 안 보여요?”강지찬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장님도 아닌데 어떻게 못 봤을 리가 있겠는가?그런데 정유진은 대체 무슨 태도지?그가 정유진을 걱정하는 게 보이지 않나?정유진은 밖에 있는 장형준 등 사람들에게 소리쳤다.“몇 명 들어와서 도와요.”키키가 가장 먼저 뛰어 들어왔다.그는 구타를 당해 얼굴에 멍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유진이 강지현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도왔다.강지현이 키가 커서 정유진이 부축하는 데 조금 힘이 들었다.강지찬은 장형준 등 사람들에게 욕을 퍼부었다.“다 죽은 사람이야? 와서 도울 줄 몰라?”덩치가 큰 경호원 두 명이 몰려와 강지현을 직접 차에 태웠다.“상처에 닿지 않게 조심해요.”정유진은 긴장하면서 따라 탔다.강지찬은 그녀를 흘끗 보고 장형준을 향해 소리쳤다.“곳곳이 둘러봐.”경호원들이 즉시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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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정유진은 강지찬의 차에 탔다.그녀는 강지찬이 분명히 비아냥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차를 탄 지 꽤 지났는데도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게다가 강지현에 대해서 구시렁거리지도 않았다.정유진을 집으로 데려다준 후 강지찬은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물론 정유진이 그를 초대하지 않은 탓도 컸다.“오늘...”“오늘 내가 또 한 번 너를 구한 거야.”강지찬은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시선이 그녀의 목을 매섭게 쓸어내렸다.하얀 피부에 의심스러운 붉은 자국이 있었다. 그 자국이 어떻게 남았는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강지찬이 내뱉은 말은 전처럼 각박하지 않았지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양심도 없는 여자.”그의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정유진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말 양심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그러나 그녀는 강지찬이 말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계속해서 극단의 상황이 발생해서야 그의 선행이 그녀에게 대했던 모진 순간들을 지워버릴 수 있을까?병 주고 약 주는 그런 양심은 그녀에게 없었다.집으로 들어서자 정명학과 이명자가 나왔다. 노부부는 그녀가 걱정되어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머리까지 하얘질 뻔했다.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자 노부부는 마음을 놓았다.이명자가 밖을 보고 물었다.“혹시... 강지찬 씨가 데려다준 거니?”“네, 그이가 다른 일도 있어서 먼저 갔어요.”정유진은 이명자를 부축하며 집으로 들어와서는 미안해하면서 말했다.“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정명학은 뒤에서 얘기했다.“네 휴대폰이 연락이 안 돼서 바로 강지찬에게 연락했어. 그가 밤새 30분마다 우리한테 상황 보고도 해줬어.”정유진은 멈칫했다. 이 일은 그녀가 아예 모르고 있었다.이명자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지찬이 걔가... 마음은 착해.”정유진도 뭐라 하기 애매해서 대충 둘러댔다.“오늘 그이가 빨리 와서 다행이에요. 제대로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어요.”그 말을 듣고 노부부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차에 탄 강지찬의 표정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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