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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933 챕터

제401장

지도를 보니 앞에 휴게소가 있어 정유진이 말을 꺼냈다.“앞에서 잠깐 세워줘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강지현은 의외로 순순히 정유진의 요구를 들어주었다.“좋아요.”한밤중인 데다 명절도 아니었기에 휴게소에는 차가 적었다.정유진은 화장실에 갔는데 핸드폰이 없었다. 강지현에게 빼앗겼거나, 강지현 집에 떨어뜨렸거나 둘 중 하나였다.원래 다른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전화하려던 참이었지만 여자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기다리다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강지현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언제부터 담배 피웠어요?”강지현은 기나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꽤 됐어요. 근데 자주 피지는 않아요.”정유진이 말했다.“꺼요. 원래 몸도 안 좋은데.”강지현은 그녀를 그윽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좋아요.”강지현은 바로 쓰레기통 쪽으로 가서 담배를 껐다.“배고프죠. 멀지 않은 곳에 도시가 있으니 오늘 밤은 거기서 지내요.”정유진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차가 서울과 이미 몇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강지현은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잡았다.스위트룸은 침실이 두 개였지만 정유진은 여전히 불편함을 느꼈다.강지현은 정유진이 좋아하는 것들로 호텔 측에 야식을 주문했다.그는 정유진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유진 씨, 우리 한번 해봐요.”정유진이 얼어붙었다.“뭘 해봐요?”강지현은 침착하게 자신의 국을 뜨며 말했다.“저와 함께 있는 순간을 느껴봐요. 강지찬이 연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는지 봐요.”“지현 씨...”정유진은 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대체 무슨 뜻이에요?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제가 하고 싶었던 건 항상 분명했어요. 전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이번에는 강지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그는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늘 좋은 사람인 척만 해서는 정유진의 마음을 살 수 없었다.“유진 씨, 당신이 지금 또 강지찬에게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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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장

정유진은 문을 열지 않고 문틈으로 밖에 있는 강지현에게 말했다.“자려던 참이에요. 무슨 일 있으면 내일 얘기해요.”밖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정유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침대에 눕자마자 방문이 열리고 강지현이 걸어들어왔다.정유진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강지현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항상 온화하고 예의 바른 신사의 이미지였기에 이런 무례한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잠옷 차림에 버리는 반쯤 말라 전체적으로 금욕적인 분위기가 풍겼다.옆의 매트리스가 갑자기 움푹 꺼지면서 정유진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강지현의 팔이 그녀를 감싸며 베개로 눌렀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정유진의 두피가 저릿해나며 마치 겁에 질린 작은 동물처럼 도망가고 싶을 뿐이었다.강지현은 갑자기 뒤이어서 그녀를 지그시 품으로 끌어안았다.“유진 씨, 저희 해보기로 했잖아요.”정유진은 머쓱하면서도 두피가 저릿해 왔다.“저는 당신과 해보고 싶지 않아요. 전 이때까지 당신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알아요.”강지현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심취해서 말했다.“근데 이렇게 빌게요. 나에게도 기회를 줘요. 절대 당신에게 다른 걸 강요하지 않고 이렇게 안고만 있을게요, 네?”정유진은 분노에 몸을 떨며 말했다.“강지현 씨, 미쳤어요?”그녀는 강지현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강지현의 손과 발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유진 씨, 움직이지 마요.”몸 뒤의 남자는 숨이 거세지며 헐떡였다.“내가 당신을 몇 년이나 원한 거 알잖아요. 아직 이성이 남아있을 때 제발 움직이지 마요.”정유진은 마치 벼락에 맞은 듯이 더는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움직이지 않았고 강지현도 움직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얼어붙은 채로 있었다.잠은 못 잘 게 뻔했다. 정유진은 계속 눈을 뜨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강지현의 숨이 고르러 지고 정유진이 움직이자마자 강지현의 팔은 마치 의식이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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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한바탕 찾아본 후, 강지찬은 정유진이 어젯밤부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강지현도 함께 사라졌다.대표의 안색이 안 좋아지자, 경호원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장형준은 대표님의 안색을 무릅쓰고 보고를 진행했다.“사모님과 강지현 씨가 그림 전시회를 본 후 상록수 별장으로 향했는데, 그 후로부터 사모님과 강지현이 나온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해수가 사람을 데리고 상록수 별장으로 가서 물었는데, 사모님과 강지현 씨는 안 계신다고 했답니다.”이미 점심쯤 되었는데 정유진이 계속 상록수 별장에 머무를 리가 없었다.게다가 강지현은 이미 정명학과 이명자 쪽에 미리 말을 마쳤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강지현이 미리 계획해 둔 것이라는 뜻이었다.강지찬은 이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4년 전 강지현과 함께 떠났던 정유진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또다시 물밀듯 밀려왔다.“정유진, 네가 감히?”이때, 경은우가 찾아왔다.“형님, 형수님이 또 사라지셨어요?”강지찬은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매우 침울했다.장형준은 하는 수 없이 말했다.“대표님, 제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매우 수상쩍습니다. 사모님이 이미 사무실 계약까지 마친 것을 봐서는 분명히 회사를 확장하려는 것입니다. 근데 이런 때에 굳이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습니다.”경은우도 서둘러 말했다.“맞아요. 그리고 형수님이 이미 현 변호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이혼 소송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강지현이랑... 형님, 이건 다 강지현이 벌인 소동일 수도 있어요.”강지찬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말들이 귀에 들어갔을는지도 모른다.경은우는 말을 덧붙였다.“사람을 찾아야 해요. 장형준과 부하들만으로는 절대 못 찾아요. 아무래도 경찰 쪽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장형준은 연이어 머리를 끄덕였다.“신고를 하지 않으면 CCTV 확인하기가 좀 번거롭습니다.”강지찬은 장형준을 흘겨보고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신고해. 내 아내가 실종됐다고.”장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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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고세연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막으며 강홍식의 뒤로 몸을 숨겼다.그녀는 강지찬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치 그가 배 속의 아이를 쳐다보면 아기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거실에는 섬뜩한 정적이 흘렀고 강홍식은 꾸짖고 싶었지만 자신마저도 강지찬의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첩을 대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결국 강홍택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지찬아, 말이 심했다. 우리 모두 가족인데, 어디로 나간다는 말이냐? 수아가 말한 유진이가 실종됐다는 일은 지현이랑은 상관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자꾸나. 내가 지금 지현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마.”말을 끝내고 강홍택은 휴대전화를 꺼내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전원이 꺼져있었다.강홍택은 점차 마음이 불안해지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전원이 꺼져있네. 지현이도 요즘 꽤 바쁜가 봐.”이 말은 믿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한낮이고 평일인데, 전원이 꺼져있다고?류선도 마음이 불안해졌다. 강지현은 얼마 전 금방 구소원이랑 사이가 어긋났는데 요즘 코빼기도 안 보이고, 설마 정말 정유진 그년을 납치한 건가?그 생각에 류선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사실이라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강지찬은 그렇다 쳐도 바깥사람들이 뭐라고 수군대겠는가?형수를 납치해서 도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강지현은 끝장이었다.아니, 안돼. 이 일은 절대 아들이 짊어져서는 안 돼.류선은 그렇게 많이 따질 처지가 못 되자 다리를 치며 울부짖었다.“정유진이 또 사라지고 우리 아들 전화도 안 통하네. 지찬아, 내가 정유진 그 여자가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잖니. 이것 봐라, 계속 도망 다니는 것 좀 봐라. 네 체면을 바닥에 깔아뭉개는 것도 유분수지. 우리 지현이마저 나쁜 물 들이고. 이걸 어쩌면 좋니. 이후에 우리 강씨 집안이 어떻게 서울에서 입지를 다지겠니. 사람들이 수군거릴 게 뻔하다 뻔해.”강홍택은 류선을 힐끔 쳐다보면서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지금 정유진과 강지현이 함께 실종되어 둘째 집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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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강수아는 생각할수록 강홍식과 고세연의 행동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그녀는 다가가 고세연의 손을 잡고 강홍식의 뒤에서 그녀를 끌고 나왔다.“당신이 한 거죠?”강홍식은 정유진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옆에서 바람을 넣지 않는 한, 절대 강지찬에게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세연은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얼굴에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수아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잘 모르겠어, 손 놓아줘.”말하며 강홍식에게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영감!”강홍식은 강수아를 가리켰다.“너 얼른 손 떼. 배 속의 아이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절대 가만 안 둬!”강수아는 강홍식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고세연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작은오빠랑 무슨 합의 봤어요? 흥, 저번에 언니가 납치될 때도 당신 흔적이 있었어요. 오빠가 추궁하지 않는다고 마음 놓지 마세요. 언젠간 끝장을 볼 테니까요.”고세연은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표정은 점점 억울해 보였다.“수아야, 난 억울해.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그런지 아닌지는 당신이 말한 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강수아도 그녀에게 구역질이 나 고세연을 한쪽으로 내던졌다.할 말은 이 꼬맹이가 다 했기 때문에 강지찬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온 강지찬은 안색이 조금 되돌아왔다.원래 화가 너무 나서 정유진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아까 강수아의 분석을 듣고 좀 진정이 되었다.둘이 촛불 만찬을 즐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정유진이 그를 대하는 태도도 분명 좋아졌는데, 갑자기 실종될 리가?그리고 그녀의 새 회사도 아직 인테리어 중인데, 일편단심으로 사업에 임하는 그녀가 어렵게 쌓아온 시장을 내버려두고 도망갈 리가 없다.온유한도 말했다.“이번 형수님이 실종된 일은 정말 수상해요. 조사를 꼼꼼히 하고 나서 다시 말하죠.”경은우도 덧붙였다.“이번 일은 다 실마리가 있어요. 형수님이 이혼 소송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아마 강지현이 자극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요즘 형수님과 형이 다시 같이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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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쪽배는 결국 두 사람을 섬으로 데려다주었다.돌길을 따라 섬으로 들어가면서 정유진은 섬에 흩어져있는 나무집을 보았다.강지현은 열쇠를 꺼내 그중 하나의 문을 열었다.집안은 누군가 청소를 했는지 매우 깨끗했고 심지어 입구에 새 슬리퍼 두 켤레가 놓여 있었다. 한 켤레는 남성용, 한 켤레는 여성용이었다.강지현은 신발을 갈아신고 집 안으로 들어가 창문의 커튼을 열었다.이곳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북쪽과는 달랐다. 정유진이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이곳의 날씨는 안개가 자욱하고 공기가 매우 습했다.“이 섬은 사방이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들어오고 나갈 때는 배를 불러서 갈 수밖에 없어요.”강지현이 말했다.정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언제까지 여기 계실 거예요?”강지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고 부엌으로 가려고 돌아섰다.미리 청소할 사람을 불러서 주방 냉장고에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깨끗하게 씻은 과일 한 접시를 들고 올 무렵, 정유진은 신발도 갈아신지 않은 채 여전히 현관에 서 있었다.강지현은 접시를 내려놓고 그녀 앞에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발을 잡고 신발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정유진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손을 피했다.“제가 할게요.”강지현도 억지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나무집은 이층으로 되어있었는데 아래층에는 거실과 식당, 주방과 작은 창고가 있었고 위층에는 침실 2개와 서재가 있었다.정유진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강지현을 보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저녁 식사는 강지현이 생선찜, 게찜, 야채 볶음과 수프를 만들어 호화롭게 먹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밥을 먹은 후 정유진은 설거지하러 갔다.부엌을 정리하고 돌아서자, 강지현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았다.“솔직히 제 제안이 마음이 움직였죠? 맞아요?”정유진이 말을 꺼냈다.“정말 당신과 사이가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아요. 지현 씨, 저희는 불가능한 사이에요. 제가 결국 강지찬씨과 이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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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3일 동안 섬에 머물렀지만, 가끔 야채와 과일을 배달하러 오는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정유진은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강지현에게 물어보니 이 섬의 나무집은 모두 부자들이 휴가를 위해 구입한 것이고, 섬은 휴가철에만 사람이 있다고 했다.즉, 전화를 빌리려고 해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여기에 얼마나 머무를 건가요?”“형님이 찾으러 오기 전까지요.”이 ‘형님’이라는 단어는 꽤 아이러니했지만, 강지현의 표정은 늘 그렇듯 한결같았다.그는 정유진의 인내심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위로해 주는 대신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요리했다.그는 그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그날 밤, 정유진은 멍한 상태에서 잠이 들려고 할 때 갑작스러운 기침 소리에 잠에서 깼다.강지현은 한참 동안 기침을 멈추지 않았고 정유진은 그에게 물을 부어줄 수밖에 없었다.“약 챙겼어요?”강지현이 눈짓으로 침대옆 서랍을 가리키자, 정유진은 서랍을 열어보았다. 그 속에는 많은 약이 들어있었다.강지현은 그 약서랍에서 능숙하게 약을 조제해 스스로 약을 먹었다.한참 동안 기침을 한 그는 약간 기운이 없어 보였다.“여기는 습도가 너무 높아 공기가 좋지 않아서 당신 몸에 좋지 않아요.”정유진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병원으로 가봐요.”강지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전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요. 잔병치레에 익숙해서 잘 알아요.”그가 설득되지 않는 것을 본 정유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강지현의 병은 즉시 나아지지 않았다. 밤새 잠깐씩 기침을 하더니 다음날 더욱 무력해 보였다.정유진이 아침밥을 차리고 그는 죽 반 그릇만 마셨는데 얼굴이 약간 하얗게 질렸다.점심이 되어서야 정유진은 그가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열제를 먹어도 별 효과가 없었다.사실 강지현은 몇 년 동안 앓지 않았던 폐렴이 이 섬의 기후 때문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폐렴에 걸릴 때마다 입원해야 했고, 약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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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한밤중인 데다가 핸드폰도 없으니, 정유진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몰랐다.밤의 호수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고 공기가 차갑고 바람이 조금 거셌다. 강지현은 또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우리 또 어디로 가는 거예요?”정유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지찬이 온 거예요?”강지현은 그녀를 등지고 안아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계속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말일 끝낸 그는 죽을 듯이 기침하며 노를 전혀 젓지 못했다.“죽고 싶은 거예요?”정유진은 노를 빼앗아 저었다.“저희 돌아가요.”지금 배가 뭍과는 멀지 않아서 정유진은 노를 저을 줄 몰라도 몇 번 첨벙거리면 배를 다시 뭍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강지현이 그녀를 밀어내고 다시 고집스럽게 노를 저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갑자기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정유진의 심장은 심하게 뛰면서 몹시 나쁜 예감이 들었다.“강지현 씨, 돌아가요. 비가 올 거예요.”강지현은 고집을 부렸다.“그렇게 쉽게 당신을 찾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정유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오는 길에 저는 당신과 싸우지도 다투지도 않았어요. 강지현 씨, 왜 그런지 아세요?”강지현이 대답했다.“알아요.”“지금 돌아가도 늦지 않았어요.”정유진은 화를 참으며 충고할 수밖에 없었다.“당신 지금 아파요. 비까지 맞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봤어요?”강지현은 바람에 숨이 막혀 기침을 하면서도 노를 놓지 않고 꽉 잡았다.“애초에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제가 살고 싶은 줄 알아요?”그는 노를 전혀 젓지 못했고 바람은 점점 더 거세져 그 몸으로 온전히 서 있지도 못했다. 쪽배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정유진도 잔소리를 하기 귀찮아 노를 뺏기 위해 덮쳐들었다.그는 강지현이 그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렇게 냉정하고 삶을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까?이 순간에야 그녀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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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강지현을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다시 잠자리에 눕히느라 정유진은 지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옷을 먼저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감기 예방을 위해 소염제와 해열제를 찾아서 강지현이 먹는 것을 지켜본 후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와서 보니 강지현이 이불에 싸여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유진이 이마에 손을 대보니 밤중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강지현의 열이 더 심해졌다.이 상태로는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찬장을 뒤져도 휴대전화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정말 휴대전화가 없어요.”강지현은 말을 하면서도 입이 덜덜 떨렸다.정유진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휴대전화가 없는데 강지찬이 왔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오늘 오후에 식료품을 배달해 준 아저씨가 내일이면 강지찬이 이곳으로 찾아올 거라고 하더군요.”정유진은 그가 너무 심하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 할 말이 없어 침실로 가서 이불을 가져와 강지현에게 덮어주어야 했다.하지만 강지현은 여전히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이 계절에 나무집에서 준비한 이불은 여름용 이불이었고, 방금 옷장을 뒤져보았지만, 겨울용 이불은 없었다.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침대에 들어가 이불 사이로 강지현을 꼭 안아야 했다.잠시 후 강지현은 서서히 진정되었다.그날 밤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 보니 정유진도 피곤하고 졸려서 언제 깊은 잠에 빠졌는지 모를 정도였다.다음 날 아침, 강지찬이 도착했다.침대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강지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는 강지현의 품에서 자는 여인을 죽일 듯이 바라보며 그 얼굴이 정유진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그 순간 강지현은 눈을 떴다.강지찬을 본 그는 전혀 놀라지 않고 창백한 얼굴로 조용히 강지찬을 바라보았다.침실에는 세 사람만 있었고, 장형준과 다른 두 사람은 바깥을 지키고 있었다.강지현은 갑자기 도발에 가득 찬 얼굴로 웃었다.“형님, 오셨어요.”강지찬은 이마의 핏줄이 불끈거렸다.그는 끝까지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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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조금 전 금방 깨어났을 때 강지현과 함께 있던 장면을 생각하니, 정유진은 오늘이 문제에 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지찬의 모습은 끔찍했고, 실망으로 가득 찬 얼굴은 정유진의 심장을 내리치는 망치와도 같았다.정유진은 심장이 약간 답답하고 약간 아파졌다.“믿기 어렵겠지만 강지현 씨와 저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는 지금 많이 아파요. 먼저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요.”강지찬은 정유진을 지극히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정유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바닥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는 강지현을 바라보았고, 그의 뜨거운 체온이 옷 사이로 느껴졌다.강지찬은 배를 타고 왔고, 장형준은 부하들을 데리고 강지현에게 옷을 입혔다.병원에 도착해 입원 준비를 마치자 이미 날이 밝았다. 강지현은 링거를 맞았다.강지현을 병원에 안정시켜둔 후 정유진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강지찬은 물론 장형준도 보이지 않았다. 문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경호원만 눈에 띄었다.“강지찬 씨는 어디 있나요?”“사모님, 대표님은 먼저 돌아가셨어요.”정유진은 멍했다.“먼저 갔다고요?”“둘째 도련님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대표님이 장형준과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갔어요.”정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이번에는 강지찬이 정말 화가 났다.강지현은 오후에 정신이 들었다. 이쪽의 의료 수준은 당연히 서울만큼 좋지 않고, 강지현의 폐질환은 다소 복잡하여 그의 염증이 좀 가라앉고 열이 내리면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준비할 예정이었다.그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그 옆에는 강지찬의 경호원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때때로 강지현에게 관심을 건넸다.정유진은 뒤쪽에 앉아서 줄곧 말을 하지 않았다.서울로 도착한 강지현은 곧바로 태안병원으로 보내져 또 다른 일련의 검사를 시작했다.정유진도 그때쯤에 떠나가 애매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홍택과 류선이 도착했다.류선은 정유진을 보고 분노로 눈이 붉어져서는 곧장 달려가 정유진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하지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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