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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966 챕터

제461화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돼서 하루에 열몇 시간, 스무 시간씩 자던 게, 어느 날 갑자기 안 자고 계속 울어대는 거야. 우리는 네가 아픈 줄 알았지. 그러다 날짜를 보니 그날이 너의 친 아버지의 형 집행날짜였던 거야.”‘뭐라고?!’유월영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무슨 형 집행날짜요?”“너의 친아버지는 고 씨였어. 고해양이 너의 친아버지 성함이야. 네 아버지에게 회사가 하나 있었어. 원래는 아주 큰 회사였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회사도 파산하게 되었지. 그리고 조사 들어갔는데 너의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다면서 경찰에 붙잡혀 갔어. 나도 정확히 무슨 죄목인지 잘 모르지만 분명 심각한 죄목이었을 거야. 그래서 바로 사형을 선고받았어.”“...”유월영은 자신이 이런 신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해양? 그녀는 이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 것 같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더 알아보기로 했었다. “그럼 저의 친 엄마는요?”이영화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한테 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너보다 서 너살 위일 거야. 당시 고씨 집안에 그런 일이 들이닥치고 난장판이었지. 너희 오빠는 혼자 문 앞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틈 타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안아갔어. 네 엄마는 너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워낙 허약했던데다 집안에 계속 그런 일이 생기니까 더는 견디지 못하고 강에 투신해서 자살했어.”유월영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 몸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바람이 불어오자 온 몸은 차갑게 식는 듯했다. “너의 아버지는 사실 고해양의 경호원이었지. 네 친엄마가 투신했던 날 우연히 고씨 집에 들어갔다고 갓 태어난 아기가 요람에 누워 배가 고파서 자지러지게 우는 걸 봤다고 해.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사고가 날까 봐 널 집에 데려와 분유를 먹이라고 나한테 널 넘겨줬지.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친엄가가 강에 투신한 일이 전해졌어.”이영화가 이어 말했다.“당시 고씨 집안에서도 네가 없어지자 너의 친엄마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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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하정은은 즉시 연재준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대표님, 이 변호사가 그 별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답니다.”이승연이?연재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가 왜 갑자기 그 별장에 찾아간 걸까...’‘월영이가 부탁한 건가?’‘어쩐지 그녀의 행동이 요즘 이상하다 느꼈더라니. 그녀는 다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부만 알고 있으려나?’연재준은 이미 연회장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돌아서서 나갈 수 없어, 하정은에게 눈빛을 보냈다. 하정은도 그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연재준은 표정 변화 없이 연회장으로 계속 걸어 들어갔다. 오늘 상회의 주제는 “오색찬란”이었다. 연회장에 걸린 샹들리에는 꽃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바닥에도 꽃을 수놓은 페르시아 카펫이 깔려있었다. 구석구석에 장식된 꽃은 세계 곳곳에서 공수하여 들여온 보기 드문 품종의 꽃들이었으며 한눈에 봐도 사치스럽고 휘황찬란해 보였다.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정장을 입은 남자, 드레스 차려입은 여자, 각각 술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서로 부르는 호칭은 “대표” 아니며 “사장”이었으며 가장 직급이 낮은 사람도“이사”였다. 연재준이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사장들이 와서 아는 체를 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는 웨이터의 손에서 레드 와인 한 잔을 가져왔다. 그는 키가 크고 생김새가 뛰어났으며 손에 든 붉은 색 와인과 손목시계의 어두운 하늘색이 어우러져 불빛 아래서 형용할 수 없는 조화와 우아함을 빛내고 있었다. “엊그제 해운그룹에서 발표한 전년도 재무 보고서를 봤는데 전년 대비 202% 성장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연 대표님을 직접 만나 뵙고 축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연 대표님은 정말 젊고 유능하십니다. 해운그룹이 대표님께서 맡으신 후부터 정말 고공행진이네요”“조 사장님 과찬입니다. 업계가 호황이라 그렇죠.”“올해는 해운그룹이 더 대박 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시작한 영안 프로젝트도 수익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잖습니까?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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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하하하, 저도 제 딸을 연 대표님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연 대표님의 눈에 들어 하실 지 모르겠어요!”다른 사람들은 반응하고 즉시 대화에 끼어들었다.“손 대표, 그건 안 되지. 그렇게 얘기하면 저의 여동생도 연 대표님을 흠모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연 대표님, 제 여동생이 올해 막 대학을 졸업했는데 오늘 마침 이 자리에 참석했어요. 제가 바로 불러올까요!”연재준은 그제야 싱긋 웃었다.“여러분의 호의는 고맙게 받겠습니다만, 제가 이미 결혼해서요.”사람들은 놀래서 눈이 휘둥그레졌다.“들어본 적 없는데!”“해운그룹 대표가 결혼한다면 주식 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말한 빅 뉴스인데, 왜 아무런 소식 못 들었지?”“연 대표님과 결혼하신 분은 어느 재벌 가문의 따님이신가요?”“아마 여러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연재준은 원래도 결혼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이번 현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에서 유월영이 자기 아내라는 걸 공개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저의 예전...”비서라는 단어가 말이 나오기도 전에 청아한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어떻게 결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이제까지 누구도 사람들 앞에서 연재준의 말을 가로챈 사람이 없었으며 그의 말을 반박했던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들려온 겁 없는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사람들 향해 걸어오는 남자는 용모가 준수했고 몸매가 훤칠하여 연재준과 막상막하였다.흰색 정장 차림에 안에는 회색 조끼를 받쳐 입었으며 하늘색 넥타이를 매치하여 차분하고 청초해 보였으며 그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일반적인 생김새는 아니었는데 얼굴은 낯설어 신주시에서 본 적이 없는 사람인 듯했다...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회의 회원들이었으며 회원이고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면 한 가지 가능성만 생각할 수 있었다.“그...현 회장님의 둘째 아드님인 현시우, 현 대표님 아닌가요?”틀림없었다.현시우였다.연재준도 천천히 돌아서서 남자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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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저쪽에서부터 너희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친구끼리 그러면 남들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어? 재준아, 시우야, 너희들 학교 다닐 때 친구였잖아. 겨우 몇 년 못 봤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야?”현 회장은 그들을 화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연재준과 현시우는 그들이 오늘 입은 옷 색깔처럼, 검은색과 하얀색이어서 천성적으로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했다. 눈부신 샹들리에가 연회장을 비추고 있었고 2~3m 사이를 두고 연재준과 현시우의 시선은 공중에서 마주치고 불꽃이 튀었다. 현 회장의 말은 두 사람의 기억을 10년 전으로 돌렸다. 현시우, 패배를 인정해. 내일부터 다시는 신주시에서 너를 보고 싶지 않아. 최대한 멀리 꺼져줘. 내가 봐주지 않으면 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연재준 잊지 마, 내가 원하니까 나를 이길 수 있었던 거야.10년 전만 해도 두 사람은 소년이었다. 자존심이 강하고 혈기 왕성한 때였으며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풀어지지 않을 앙금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두 마디 말로 풀릴 수 없었다. 현 회장은 두 사람이 말이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옛날 일은 기억나지 않으면 지나가게 두고, 앞으로 신주시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많을 거야. 따지고 보면 의형제인데 앞으로 일에서도 서로 도와주고 그래야지.”연재준이 무뚝뚝하게 말했다.“현 회장님, 제가 이미 얼굴도 비췄고, 뒤에 있는 회의는 비서가 대신할 겁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벌써 가려고? 재준아, 잠까만! 재준아!”현 회장의 부름에도 연재준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동시에 하늘가의 먹구름이 온 도시를 뒤덮었다. 연재준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그는 오늘 현시우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매번 그를 떠올리면 혐오감을 느꼈고, 오늘도 그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그와 1초도 같이 있을 수 없었다. 연재준은 10년 전 복싱 체육관에서의 몸싸움을 떠올렸으며 작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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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병원에서 나온 유월영은 곧바로 자신의 차로 가지 않고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이내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하루 종일 흐리던 날씨가 마침내 소나기를 퍼부었다. 유월영은 행인들과 함께 편의점으로 비를 피했다. 문득 배고픈 느낌이 들어 편의점 도시락 하나 사서 창가 자리를 찾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시락이 맛이 없는 연유인지, 아니면 머릿속의 생각 때문이지 그녀는 몇 숟가락 먹다가 삼키기 힘들어 아예 뚜껑을 닫아버리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고해양과 해양그룹을 검색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취를 남기기 마련이었으며 비록 사건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도화선은 광산이 붕괴하여 100여 명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해양그룹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 후 관련 부서는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했다. 해양그룹이 규정을 위반하고 심지어 불법으로 운영했던 사실이 지속적으로 적발되었으며 모두 큰 죄로 여겨져 고해양은 그렇게 감옥에 들어갔다. 그렇게 이어진 조사, 재판, 배상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회사도 파산하고 해양그룹은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간단하게 끝난 일이라면 왜 현시우는 양아버지의 죽음이 나의 신상과 관련이 있다고 했을까?’‘그의 말 속에 숨은 뜻은 양아버지는 살해당했거나 자살을 강요당했다는 뜻인 거야?’만약 이 두 가지가 모두 사실이라면 해양그룹의 일은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는 게 분명했다.유월영은 이승연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승연 언니, 아까 내가 전화 온 걸 못 봤네. 무슨 일이야?”“내가 카톡으로 사진 몇 장 보냈어. 한 번 봐봐.”“알았어.”유월영은 다시 카톡에 들어갔다. 그건 유현석이 납치된 채 차에 오르는 CCTV 장면의 캡처 사진 여러 장이었다. 유월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설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야?”“맞아.”이승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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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연재준은 가소로운 듯 웃었다.“현시우, 당신 무슨 자격으로 남의 아내를 데리고 가려고 하지?”그는 담담하게 따져 물었고, ‘남의 아내’네 글자에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현시우도 우산을 살짝 치켜 올리며 차분하게 대꾸하였다. “연재준, 당신이 월영의 뒤에서 몰래 한 짓 중에 어느 것이 당신이 말하는 남편이라는 자격에 어울리는 행동이지?”유월영은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서 즉시 물었다.“나 몰래 한 짓?”연재준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자 하정은도 바로 우산을 들고 그의 뒤에 섰다. 굵은 빗방울들이 우산 위로 세차게 쏟아져 내렸다. 연재준은 무거운 목소리로 유월영에게 말했다. “월영아, 우선 나랑 집에 가자.”현시우가 비웃는 듯 말했다.“왜? 찔리는 게 있나 봐?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월영이가 알게 될까 봐 겁나?”연재준의 눈은 밤처럼 까맿다. 그는 현시우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물었다.“월영이 한테 얘기하는 게 과연 그녀에게 좋은 일인지 생각해 봐. 그녀의 힘으로 뭘 할 수 있겠어?”유월영이 연재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나한테 뭘 얘기해요?”“너한테 속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나아.”현시우가 그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게다가, 연 대표도 월영이를 위해 그러는 척할 필요 없어. 당신이 그녀에게 무엇을 얻고 싶어 그러는지 나는 잘 알거든.”유월영의 시선은 이번에 현시우를 향했다. “뭘 얻는다니?”연재준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래? 현 대표가 도대체 뭘 안다는 건지 들어나 보지.”현시우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확실해? 내가 월영이 앞에서 얘기해도 괜찮은지?”연재준의 얼굴은 무표정하였지만 눈 속의 살기는 현시우를 향했다. 현시우도 그런 그의 시선을 눈 깜짝하지 않고 받아들였다.“...”이 두 남자는 바로 그녀의 앞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월영의 고개는 그들 따라 이리저리 돌아가다 현기증이 났고 끝없이 들리는 정보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게 다...’‘이게 다...무슨 소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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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유월영은 갑자기 비틀거리다 손에 우산은 그의 우산과 부딪혔고 빗방울이 튀어 땅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 떨어졌다. 그러나 곧 다급한 발걸음들이 웅덩이를 밟고 다가왔다. 유월영이 고개를 들자 현시우의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반쯤 둘러서 있었다. 앞으로 나서려던 연재준은 얼굴이 굳어진 채 할 수 없이 멈춰 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현시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월영이가 앞으로 다시는 당신과 함께 가지 않을 거야.”길을 막고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면 연재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당신이 내게서 그녀를 데려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현시우가 씩 웃었다.“해보지 뭐.”해보라지.연재준은 진작부터 손을 쓰려고 했었다. “사모님 모시고 와.”연재준의 한마디에 주위에서 은밀히 보호하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빗속에서 양쪽의 사람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유월영은 그들이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대낮에 길거리에서 패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길에 인적이 뜸했지만,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길도 막히지 않아 언제든지 사람들이 올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보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뉴스에 나오기라도 한다면...‘해운그룹과 현씨 가문은 모두 큰 타격을 받을 텐데도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인가?’지금 상황을 보니 그들은 정말 뒷일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유월영은 심지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렇게 그녀의 눈앞에서 난투극이 펄쳐졌다. 연재준과 현시우의 경호원으로 선발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스라엘에서 가장 잔인한 격투술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으며 하나같이 흉악하였다.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땅에서는 퍽퍽 주먹이 오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주먹이 살에 부딪히는 소리, 뼈 부러지는 소리,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유월영은 순간 자신이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팔꿈치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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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지남은 뒤를 돌아보았다. 현시우가 멈추라는 말이 없자 그는 엑셀을 밟은채 놓지 않았고 차는 도로를 계속 질주했다.유월영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돌려 현시우를 노려봤다. “차를 세우라고 해!”현시우는 갑자기 그녀의 위로 몸을 숙여왔다.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의 몸에서 나던 옅은 송백향 나무가 그녀에게 훅 닿았다. 사람마다 안전거리에 대한 기준이 달랐으며 일정한 안전범위를 넘어오면 경보가 울리는 게 당연했다. 유월영은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가방에서 작은 칼을 꺼내 현시우를 향해 찔러왔다.하지만 이내 현시우의 빠른 손놀림에 잡혔고 그는 고개를 숙여 내려봤다. 그건 휴대용 접는 칼이었고 칼날이 날카로워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현시우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도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싸움과 납치 그리고 자동차 추격에 교통사고까지. 이 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며 유월영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 행동들이었다.하지만 그래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지금 나한테 칼을 겨눈 거야?”유월영은 입술을 깨문 채 대답이 없었다.지남은 백미러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신가요?”“응. 괜찮아.”현시우는 짧게 대답하고 한 손으로 유월영의 칼을 빼앗고 한 손으로 그녀의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매주었다. 탁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난 그저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했던 것뿐이야.”말을 마치고 현시우는 다시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안전벨트를 채웠다.“연재준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계속 그 사람 옆에 있다간 네가 안 괜찮아.”“당신의 말을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야. 나에게 모든 걸 말해주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게 해줘.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고.”유월영은 숨을 고르고 다시 이어 말했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당신이 말하는 대로 다 믿을 수는 없어.”현시우가 말이 없자 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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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옛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유월영은 자신도 모르게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 너무 뜬금없지 않아? 10년 전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고 나를 버리고 해외로 간 사람도 당신이고, 지금 갑자기 나타나서 나보고 같이 떠나자고 한 사람도 당신이야. 날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좋으면 입양하고, 싫으면 남을 줘버렸다가 또 생각나면 막무가내로 데려올 수 있는 강아지인 거야?”현시우는 그녀의 굳은 옆모습을 보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화 안 풀린 걸 알아. 또 뭐라고 욕하고 싶어? 계속 해, 실컷 하고 앞으로는 이런 칼로 나를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녀가 칼로 그를 막은 행동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 듯했다. 유월영은 덧붙였다.“그리고 난 더 이상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현시우는 덤덤하게 물었다.“너 연재준을 좋아하고 있는 거야?”유월영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응.”“어디가 좋아? 3년 동안 당신을 도구로만 여기던 걸? 그가 더 순진하고 새로운 여자를 좋아하는걸? 아니면 그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새 직장 못 구하게 손을 쓴걸?”“...그것도 아니면 당신을 협박해 그의 곁으로 돌아오든지 아니면 혼자 외롭게 죽게 놔두겠다고 하던 걸 좋아하는 거야?”“...”유월영은 말문이 막혔다.현시우는 여전히 손에 있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이 말은 냉소적으로 들렸지만 사실 그의 평소의 말투와 다를 바 없었다. 차분하고 조용했으며 공격적이지 않았다. 유월영은 갑자기 서러워져서 소리 질렀다.“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단 말이야? 내가 정말 필요할 때 당신은 나타나지도 않다가 내가 이제 재준 씨랑 잘되고 결혼하니 또 나타나서는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하면 당신을 믿어주고, 당신이랑 같이 가야 해?”그녀는 왜 자신이 만나는 남자가 모두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재준도 그렇고 현시우도...유월영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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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현시우는 그녀를 껴안고 술집을 나섰다. 밖에 바람이 많이 불자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쳐주었다. 고개를 숙여 옷깃을 여며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왜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유월영은 인사불성이 된 채로 그의 가슴에 고개를 댄 채 웅얼거렸다. 현시우는 그녀가 취한 걸 처음 보고 그녀가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려 할 수 없이 그녀를 호텔로 데려갔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두 사람의 신분증을 요구하자 현시우는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신분증 가져왔어?”유월영은 얌전히 대답했다.“응~”현시우가 다시 물었다.“신분증 좀 줘봐.”“응~”현시우는 이 상황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신분증을 달라고. 이 주정뱅이 아가씨야.”“주머니에 있는데~”현시우는 한참 그녀의 주머니를 뒤지면서 신분증을 찾고 있었다. 그때 유월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뚫어지게 보고 나서야 혼란스러운 듯 눈앞에 사람이 현시우라는 걸 알아챘다. “현시우?”현시우는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왜?”유월영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또 꿈을 꿨나 보네.”현시우의 눈이 깊어졌다. “내 꿈을 자주 꿔?”유월영은 그의 품에 이마를 댄 채 고개를 저었지만, 그건 그의 꿈을 자주 꾸지 않는다는 뜻인지 아니면 자주 꿈을 꾸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현시우는 마음이 복잡해져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입을 열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 아니면 내가 안아서 갈까?”“나 안 취했어.”“진짜 안 취했어?”유월영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신분증을 빼앗아 프런트로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방 좀 주세요!”현시우는 그만 웃음이 나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따라갔다. 그렇게 유월영이 현시우에게 안겨대고 앞장서서 호텔 방을 잡는 장면이, 마침 차를 몰고 그 앞을 지나가던 연재준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녀가 현시우에 대한 옛 감정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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