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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신현우는 두 손을 깍지 껴서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그 장부, 유현석 부인에게서 건네주고 유월영씨가 장부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에요.”연재준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 뜻인 즉...“유월영 씨는 장부를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자기가 고해양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그 점이 여러 사람들은 두렵게 만들 겁니다. 유월영 씨가 고해양의 예전 일에 대해 별로 크게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여전히 연 대표님 아내로 이익 공동체라는 걸 보여주기만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연재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지금 신현우는 그가 유월영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첫째, 장부에 관한 일은 모두 이영화에게 넘기는 것이다. 둘째, 유월영이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연재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듣기로는 신 대표님이 지성에 출장 가서 소은혜를 만났다고 들었어요. 유월영을 도와준 것이 신연우 때문인가요? 아니면 유월영의 신 대표님의 직원이라 그런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소은혜가 저의 사촌 동생이기 때문인가요?”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그래서 그를 도와준 것인가.신현우는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제가 알기로는 오성민이 연 대표님 친구 이혁재라는 분과 여자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던데, 그래서 연 대표님한테도 불똥이 튀어 화근을 없애야 된다는 소리까지 나온 것 같아요. 연 대표님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영상 통화를 끊었다. 연재준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습관적으로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큰 유리창 밖으로 번개가 또 한 번 먹구름을 가르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똑똑.”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네.”하정은이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서 대표님 오셨어요. 회의하시는 걸 알고 작은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모셔 올까요?”연재준은 말없이 일어나 작은 회의실로 향했다. 그도 바람을 좀 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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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유월영과 현시우는 거의 동시에 한 명은 뒤로, 한 명은 똑바로 허리를 펴고 서서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시선은 다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몇 초간 침묵했다. 오렌지꽃 향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유월영은 현시우의 목젖이 미끄러지는 것을 보자 두 사람 사이에 더욱 야릇한 분위기가 더해졌다.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모의고사 전, 유월영은 현시우에게 과외해주기로 약속했고 두 사람은 사람이 없는 음악 교실로 갔다. 그녀는 문제집을 풀었고 현시우는 소설책을 골똘히 읽고 있었다. 가늘게 늘어뜨린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그의 옆모습은 약간 현실감이 없이 잘생겨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로 다가갔다.입술에 닿자마자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의 시선은 계속 책에 꽂혀있었고 입가에는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나랑 같이 공부하자더니, 이런 걸 공부하려고 한 거야?”처음으로 그에게 입 맞췄지만 그가 별 반응이 없이 놀리자 유월영은 바로 책을 집어 들며 화를 냈다.“실수로 닿은 거라고! 내가 지우개를 가져오려다 그런 거잖아! 네가 내 지우개 가져갔잖아!”유월영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다시 소리 질렀다.“그러게 왜 남의 지우개를 가져가고 난리야!”현시우는 책을 내려놓고 웃을 듯 말듯 그녀를 보다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가 왠지 뽀뽀할 듯한 강렬한 예감이 들어 그만 얼굴이 달아올랐다.그에게 문제집을 던져주고 그녀는 화장실을 핑계로 황급히 자리에서 도망갔다....그때는 정말 고의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다.현시우는 먼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방금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유월영은 아로마 디퓨저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냄새를 맡은 적 있어. 전에 영안에서 소은혜가 나를 숲에 버린 그날 밤 내가 구조됐을 때 서지욱 씨의 비서가 내가 잠을 못 잘까 봐 아로마 오일 넣은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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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유월영이 설명했다.“내가 신주시에 돌아가는 건 재준 씨를 찾기 위해서야. 어쨌든 그 일은 그와도 큰 관계가 없고, 게다가 우리 아직 부부 사이야...”현시우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혼인신고 하러 너 혼자 갔잖아. 혼인신고 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고 있어?”“안 됐다는 거야? 난 재준 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다 끝난 줄 알았어.”유월영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채 하지 못했더라고 난 직접 만나서 얘기하려고. 그 일은 연문철이 한 것이지 그가 아니잖아. 게다가 엄마도 아직 신주시에 있는데 엄마를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어.”현시우는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연재준이 현시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포악해지는 것처럼, 현시우도 연재준이 언급되기만 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연재준이 그 일과 연관이 없다고? 연씨 가문의 권리도 누리고 그 집안의 돈도 잘 쓰고 있어. 그 집안 사람인 한 그와도 연관이 있다고.”유월영은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반박했다.“그도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었잖아.”“게다가, 내가 그의 곁에서 오랫동안 비서로 일했는데, 그는 해양그룹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았어, 그건 내가 잘 알아. 그가 이 일을 전혀 몰랐을 거야. 모르고 있으면 죄가 없잖아.”현시우는 그녀의 턱에 손을 가져갔다. 차가운 손가락에서 은은한 송백향 향기가 났다. “이제 너의 신분도 알았고 연씨 집안에서 고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고 있는데, 그러고도 계속 마음 편히 그 자식이랑 같이 살 수 있어?”“...”유월영은 마음이 심란하여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으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 순간 현시우의 눈동자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고 갑작의 그녀의 턱을 꽉 눌렀다. 그리고 나서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바로 키스하기 시작했다. 유월영은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뜬 후 재빨리 그를 밀쳐냈다. 원래 침대에 앉아 있던 그녀는 옆으로 뒹굴며 둘 사이에 더 거리를 두었다. “현시우!”현시우는 허리를 굽힌 채 자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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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비는 끝없이 추적추적 내리고 일찍이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신주시는 아직도 쌀쌀한 겨울 날씨였다. 오후 4시가 넘어가자 날이 어두워졌고 비까지 내려 물빛이 더해져 모든 게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연재준은 해운그룹을 나와 차로 향했고 그 뒤에 하정은이 우산을 펼쳐 비를 가려주었다. “병원으로 가.”이영화는 계속 신주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여전히 연재준이 데려온 의료진들이 진료를 담당했으며 유설영이 돌봐주고 있었다. 다만 그녀와 같은 병실에 있는 소위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 그리고 때때로 병실 밖에서 왔다 갔다 하는 행인들은 모두 연재준이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감금되었다. 연재준의 허락 없이는 병원을 떠날 수 없었으며 외부인도 함부로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녀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연재준이 병실 앞에 도착하자 간호사는 핑계를 대고 유설영을 불러냈다.유설영은 나와서 연재준이 온 걸 발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의 남편은 최근에 새 직장을 얻었으며 바로 해운그룹의 자회사에서 매니저직을 맡고 있었다. 연재준은 혼자 병실에 들어섰다. 병상에 있던 이영화는 그가 들어오자 흠칫하다 이내 기뻐하며 시선이 황급히 그의 뒤로 두리번거렸다. “재준 이 왔니... 월영이는 같이 안 왔어? 걔가 며칠 동안 얼굴도 비치지 않고 전화도 꺼져있던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요즘 비 오고 날씨가 쌀쌀하더니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아니면 벌써 위성에 돌아가 출근하고 있나...”“아니지,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해주고 가던가...재준아?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연재준의 표정은 차가웠다.이영화는 왠지 모르게 정장 차림의 이 사위가 설날 봉현진에서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그가 낯설었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딸의 이름만 반복해서 불렀다.“월영아, 우리 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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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너 어떻게, 어떻게 월영이를 속일 수 있어? 걔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네가 걔한테 준 꽃을, 특별히 꽃병을 사서 놓아두던 애야. 너랑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날, 그렇게 기뻐했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월영에게 그럴 수가 있어!”연재준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나를 좋아하면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도 않았겠죠.”이영화는 놀라 캐물었다.“따라갔다니? 누구랑 어디로 간 거야?”연재준은 다시 물어왔다.“장부 어디 있어요?”이영화도 한 가지만 되물었다.“우리 월영이 어디 있어!”“장부,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연재준의 감정이 배제된 듯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 끼치게 했다.이영화는 미쳐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치솟아 올라 새끼를 보호하는 엄마 사자처럼 딸을 보호하려 했지만 다른 사람들 한테 붙잡힌 채로 연재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연재준은 그렇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감정이 없는 악마처럼 보였다. 이영화는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도록 몸부림치며 외쳤다. “너, 월영이를 어떻게 한 거야! 이 짐승같은 놈들아! 고 회장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젠 그의 하나밖에 없는 딸도 해코지하려고 하는 거야!”이영화는 심장 모니터링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며 심장 박동이 너무 빨라서 장비에서 '띠띠'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입술을 조금 깨물다가 다시 세 번째로 물었다. “장부, 어디 있나요?”이영화는 자책과 슬픔 마음이 들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왜 이런 놈한테 딸을 흔쾌히 내주었는지 후회가 막심하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눈물이 눈 앞을 가리더니 이내 머리가 핑핑 도는 듯했다. 기기의 경보음이 갈수록 가빠지고 다급해져서 듣는 쥐위사람들의 간담도 서늘해졌다.하정은은 저도 모르게 연재준을 쳐다봤고 연재준은 미간을 찌푸린듯했지만 이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영화는 얼굴아 하얗게 질려 있었고 연재준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월영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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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윤영훈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먹다 남은 포도를 다시 과일 접시에 던졌다.오성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그때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니까 지금 이 사달이 난 거잖아. 이번에는 깔끔하게 정리해야 해. 아니면 언젠가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윤영훈이 유월영에 대한 구애와 고백은 비록 장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진심으로 유월영을 좋아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그녀를 죽이기엔 마음이 망설여지고 있었다. “일단 장부부터 찾고 그거 나중에 다시 보자고.”오성민의 처진 속눈썹이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소나기가 막 멎고 공기는 촉촉하고 차가웠다. 병원에서 나온 연재준은 무표정한 채로 계단을 내려가 차로 향했다. 하늘은 어둑어둑해졌다. 아직 가로등이 아직 켜지지 않아 그의 그림자는 기다랗게 늘어졌으며 그 모습은 마치 끝없는 어둠 속으로 향해가는 듯했다.차에 오르기 전에, 그는 주 비서의 연락을 받았다. “연 대표님, 지금 시간 되시면 집에 들르세요.”하정은은 병원에 남아 이영화를 살리는데 남아있어서 운전기사가 그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연재준이 차에 올라타면서 물었다. “아버지가 저를 찾으세요?”“아닙니다. 회장님 요 며칠간 계속 악몽을 꾸고 잠꼬대도 하세요. 계속 고해양과 해양그룹만 되풀이하시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마음의 병이니 정신과 의사를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연재준은 유월영과 장부를 잃어버린 이 두 가지 일이 연민철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줄 줄은 몰랐다. 그는 차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병원 간판도 밤바람에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때 그런 일을 할 때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생각했었어야죠.”주 비서는 한숨 쉬면서 대답했다. “그분도 다 해운그룹을 위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우선 정신과 의사를 알아봐 주세요.”연재준은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는 손짓을 했다.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지금이 아마 그가 성인이 된 후 가장 부지런히 집에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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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빗속에서 연재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순간 노현재가 메시지를 보냈다.“재준이 형, 알아냈어. 그 사람들 싱가포르에 갔대.”연재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공항으로 가.”...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흔들리자 유월영은 머리가 차창에 부딪히면서 정신이 들었다!현시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아파?”머리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 위치에 손을 갖다 댔다.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에 그녀는 불편하게 했다. 현시우는 그녀가 부딪히지 않게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었지만 결국에는 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문질러 주면서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설친 거야? 오는 길 내내 잠만 잤어.”유월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아로마 오일을 켜준 덕분에 그녀는 어젯밤에 아주 깊이 잠들었었다. 하지만 왜 인지 그녀는 계속 졸린 느낌이 들었다.한참 지나니 가슴 쪽의 불편함은 가라앉았지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 불안함이 그녀를 덮쳤다.‘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아니야, 재준 씨가 분명히 잘 돌봐주고 있을 거야.’유월영은 진정하려고 해봤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 싹 트기 시작했다. 차는 오랫동안 달리다가 마침내 한 정원 앞에 멈춰 섰다.유월영은 둘러보며 물었다.“여기가 어디야?”현시우가 대답했다.“서씨 가문.”‘서씨 가문?’유월영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서씨 가문이라고?’그녀가 물어보기도 전에 현시우는 마치 그녀의 머릿속을 읽은 듯 안젠벨트를 풀어주며 말했다.“맞아.”“...지금 나 데리고 서정희를 만나러 온 거야?”유월영은 황당해서 물었다.현시우는 그녀를 부드럽게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연재준을 미워하다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게, 서정희가 당신을 모함하고 연재준이 당신을 도와주면서부터일 거야, 맞아?”그랬다. ‘그래서?’유월영은 현시우가 왜 그 얘기를 꺼내는지 몰랐다. 방금 애써 진정시킨 마음이 다시 혼란스러워지자 그녀는 입술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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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현시우가 담담하게 뒤를 돌아보자, 한세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바로 요점을 물었다.“서정희 씨가 유월영 시를 모함한 그 일, 나중에 혼자 돌이켜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셨나요?”서정희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어떤 이상한 점이요?”한세인이 또박또박 말했다.“전반적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 게, 서정희 씨를 ‘괴롭’혔던 건달들의 증언이었습니다. 그 건달들은 유월영 씨가 자신들을 매수했다고 증언했죠.”그 건달들은 바로 유월영에게 접근하여 길을 묻는 척하는 두 남자였으며 사실은 유월영이 그들과 접촉한 장면을 카메라에 찍히게 하기 위해서였다.서정희가 입을 열었다.“네, 맞아요...”“이렇게 중요한 증인은 가장 먼저 경찰 손에 넘어가야 사건이 빨리 진전이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경찰은 3일 만에 그들을 찾아낸 걸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진행한 의도는 무엇인가요?”서정희는 그들이 왜 이 일을 묻는지 알지 못한 채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내가 따로 주선한 게 아니에요.”“내 원래 계획은 그들이 그날 밤 경찰에게 잡혀서 약속한 대로 유월영을 대는 거였어요. 나도 왜 그날 밤 경찰이 바로 그들을 잡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도망간 줄 알았고, 며칠 후에 경찰에게 잡혔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도 그들이 대본대로 연기를 해서 나도 더 책임을 묻지 않았어요.”현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들 그때 도망친 게 아니라 연재준이 보낸 노현재에게 잡힌 거예요.”서정희는 어리둥절해서 말했다.“연...”유월영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일은 연재준이 그녀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그들을 보며 말했다.“그러면 재준 씨가 그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거네요. 다행히 그가 붙잡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내가 언제 혐의를 벗을 수 있을지도 몰랐겠네요.”“다행이라고요?”현시우가 반문했다.“그 두 사람이 당신이 시킨 일이라고 ‘자백’만 하지 않았다면, 구치소에서 하루 꼬박 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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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서정희는 구경꾼처럼 현시우를 보다가 다시 유월영을 바라보았다.그녀도 사실 머리가 나쁘지 않았으며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몇 마디 말로 ‘연재준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허상을 만들어 유월영이 오해하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서정희는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된다는 듯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었다. 병으로 나른했던 얼굴에는 야릇한 웃음이 피어났다.“내가 그때 짠 판이 완전히 실패한 것도 아닌가 보네. 이렇게 연 대표님을 도와 미인의 마음까지 얻게 도와준 걸 보면...”유월영이 쌀쌀하게 대꾸했다.“재준 씨와 나 사이는 당신이 왈가불가 할 게 아니에요.”“당신은 진실을 알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요? 내가 지금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데 당신은 도리어 들을려고 하지 않잖아요. 유 비서님, 왜 이렇게 모순이에요? 아~ 알겠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마주할 용기가 안 나는 거죠? 반지까지 낀 상황에서 자신이 잘못된 사람한테 마음을 줬다는 걸 알게 되면 감당 안 될 수도 있겠죠.”서정희는 그녀의 약지에 끼고 있는 에로스 반지를 보았다. 다만 이번에 그녀는 질투가 아닌 어리석은 마음이 들었다. 그건 두 여자의 동병상련 마음이었다. 현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서정희가 유월영에 대한 비아냥 때문이었지만 그는 제지하지 않았다. 그는 유월영이 알기를 바랬다. 그녀가 지금까지 연재준이 무고하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유월영은 신경이 곤두서있고 안색도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서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저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으며 여기서 서정희의 빈정거림을 듣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그녀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 “막으세요.”서정희의 한 마디에 하인들이 나타나 유월영 앞을 가로막았다. 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서정희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듣기 싫겠지만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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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일이요?”서정희가 입을 열었다. “당시 인터넷 여론이요. 네티즌들이 모두 당신이 나를 해친 거라고 욕했었잖아요.”유월영은 생각이 난 듯 화나서 소리 질렀다.“그건 당신이 일부러 그렇게 여론을 조성한 거잖아요!”서정희는 억울하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내가 아니에요. 이승연 씨가 제가 여론을 부추겼다고 대신 고소했는데, 법원은 나중에 내가 그랬다는 사실 증거가 없다고 판결까지 했으니 이건 정말 내가 아니에요.”“...”유월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서정희는 이어 말했다.“그래요, 당신을 모함하려고 더 한 짓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 나의 사진을 올려서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할 정도는 아니에요. 나도 여전히 이 바닥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아요. 게다가 누군가 일부로 이 일에 불을 지핀 게 아니라면, 이 정도로 일이 크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그래서 이것도 연재준이 한거라고 추측해요. 뭐 목적은 당연히 당신의 심리 방어선을 더 무너뜨려 당신이 사면초가를 느끼고 그에게 더욱 의지하게 하는 거죠.”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고 눈은 쉴 새 없이 깜빡이었다. 서정희는 그녀 앞으로 다가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네티즌이 보낸 피 묻은 택배를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네티즌이 보낸 건지 아니면 연 대표가 보낸 것인지 이제는 답을 알았나요?”...아니야!그럴 리 없어!재준 씨가 그럴 리가 없잖아!유월영은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고소해하고 있는 서정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모든 걸 재준 씨 탓으로 돌리지 말아요!”“당신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서 뭔들 못했겠어요! 내가 다 잊은 줄로 알고 있나 본데, 여론의 시작은 당신이 병원 옥상에 올라가서 자살소동 일으켰기 때문이잖아요. 그 때문에 소방관과 경찰이 출동했고 일이 온라인에 더 거세게 퍼진 거 아닌가요? 당신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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