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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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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헬리콥터의 거대한 날개에서 불어온 바람은 잔디밭을 거의 평평하게 쓸어 버렸다. 현시우의 우산은 일찌감치 날아갔고 몸에 걸친 정장은 바람에 펄럭이었다.현시우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월영아,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으래?”불과 몇 초의 순간, 유월영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야 되나? 가지 말아야 하나? 연재준과 현시우, 누가 더 수상할까? 누구를 믿어야 하지?’‘남아서 계속 조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현시우를 따라가면 진실을 알 수 있을까?’그녀는 연재준이 자신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소년 시절의 현시우가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걸 떠올렸다. 혼인신고 하던 날 연재준의 ‘보고 싶었어’라고 속삭이던 것을 떠올렸고, 자신이 아무리 애원해도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던 현시우의 뒷모습이 떠올랐다...유월영은 숨이 가빠왔고 빗물이 코안으로 들어가 그녀는 심지어 물에 빠져 익사하는 듯한 공포감까지 밀려왔다.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고 한세인이 몸을 숙인 채 소리 질렀다.“대표님!”지남이 급하게 외쳤다.“사다리 내려요!”한세인은 바로 헬리콥터에서 사다리를 내던지자 바로 그들 앞에 떨어졌다. “빨리 올라와요! 빨리!”연재준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수십 미터의 거리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월영아!”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연재준을 향해 바라보았다. 연재준의 차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고 마치 유리창 사이로 연재준의 눈과 마주친 듯했었다. 그녀는 방금 연재준과 재결합을 했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방금 연재준과 혼인신고 하러 갔고 아직 부부의 신분으로 함께 지내기 시작하지도 않았다...현시우도 그녀에게 외쳤다.“월영아!”유월영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현시우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내가 당신과 함께 가면 나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줄 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걸.”현시우의 목울대가 떨렸다.“그럴게.”유월영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그 계단을 잡고 올라갔다.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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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2, 3초 후 연재준은 밟고 있던 지남의 목을 놓아주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그는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노현재가 있으니 그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몇 시간 후에도 그의 입이 지금처럼 굳게 닫혀있을지 한번 보자고.”노현재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은 이내 지남의 두 다리를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트렁크에 던져 넣었다. 노현재는 부하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 얼굴과 머리를 대충 닦고 나서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재준이 형, 이제 어떻게 하려고?”연재준의 눈꺼풀에 투명한 빗방울이 맺혀 있었고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는 창밖의 날씨를 바라보았다.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치는 이런 날씨는 가시거리가 매우 낮아 원래대로면 헬리콥터가 이동할 수 없었다.하지만 현시우는 신주시에 1분만 더 머물러도 연재준에게 잡힐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라면 이륙을 강행할 가능성이 컸다.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하 비서, 지욱에게 전화 해줘. 그가 항공부서에 아는 사람 있으니까 지금 바로 연락해서 현시우의 모든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라고 해.”“알겠습니다!”“그리고 신주 병원에 사람 보내서 유월영 어머니 병실을 지키라고 해. 우선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아무도 데려가지 못하게 지켜. 의사, 간호사만 만나게 하고, 정상적인 치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알겠습니다!”연재준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말했다.“노현재.”“재준이 형, 듣고 있어.”“넌 가서 현 회장을 감시하고 있어. 특히 그의 통화를 감청하고 만약 현시우가 연락한다면 바로 먼저 알려줘.”연재준은 불과 몇 분 만에 그물을 촘촘히 짰다.“현시우, 당신은 빠져나갈 수 없어!”노현재는 아랫사람에게 분부하며 그를 위로했다.“재준이 형, 너무 걱정하지 마. 유 비서가 어머니라면 끔찍하니까 우리 손에 있는 한 꼭 다시 돌아올 거야.”연재준이 무표정하게 답했다.“당연히 돌아올거야. 그녀는 내 아내라고, 내가 여기 있는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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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헬리콥터는 내부 공간이 제한되어 있어 유월영은 시트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계속 재채기했다.현시우는 담요를 가져와 유월영의 몸에 둘러주었다.“여기 갈아입을 옷이 없네. 거의 다 오니까 조금만 참아.”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현시우를 쳐다봤다. 빗물에 씻긴 뺨은 티 없이 깨끗했고 하얀피부가 투명하게 빛났다.“우리 그냥 이렇게 가버려도 돼? 당신 부하를 구하러 가야 되지 않아?”현시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낮게 말했다.“연재준은 그를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리 아버지도 가서 얘기할 거고. 지남도 충분히 스스로 도망칠 수 있어.”유월영은 추위에 신경이 얼어붙는 듯 해서 담요를 더욱더 끌어안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지만 밤이 되어 신주시는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유월영은 그가 말한 ‘도착지’가 건물인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부둣가였다. 그들은 헬리콥터에서 개인 크루즈선으로 갈아탔다.폭우로 인해 바다에는 큰바람이 불고 파도가 출렁이었다. 파도가 기슭을 때려왔지만 부두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배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현시우는 유월영을 부축하여 요트에 태우고 선실로 들어서자 그는 즉시 그녀의 젖은 담요를 풀었다. 유월영은 선실을 둘러보았다. 이 크루즈선은 현 회장이 연회를 열 때 사용했던 크루즈보다 조금 더 큰 듯했다. “원래는 개인 전세기로 갈아타고 신주시를 떠나는 게 더 빠른데, 방금 비행 금지령을 받았어. 날씨가 좋지 않아 모든 노선이 운항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연재준이 먼저 손을 쓴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배를 타고 떠날 수밖에 없어. 먼저 비서보고 샤워할 수 있게 뜨거운 물 준비하라고 할게.”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씨는 사실 바다로 나가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현시우는 그래도 출발시켰다. 하루 더 늦게 출발하면 연재준이 수로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배까지 출항 못 하게 할까 봐 그런 거란걸 유월영은 알고 있었다.유월영은 방에서 뜨거운 물로 재빨리 샤워하고 그들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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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유월영은 수석비서관답게 순간적으로 그의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뭘 아는지는 보고 얘기하겠다는 심산이야?”그녀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아까 약속했잖아, 모든 걸 빠짐없이 내게 말하겠다고.”그녀는 편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깐깐한 유월영을 보면 현시우는 미소 짓다가 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당신을 속일 생각은 없었어.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관련된 것도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거야. 의문을 끌어낸 거지.”유월영은 생각하다가 먼저 이승연이 알아낸 것을 물었다.“아버지가 협박당한 채 병원을 나왔어. 아버지를 납치한 사람이 별장으로 데려간 것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어, 그 별장이 누구 소유야?”“윤영훈이라는 사람.”현시우가 대답했다.유월영이 생각밖이라는 듯 흠칫 다.“윤영훈이라고?”현시우는 유리 주전자를 들어 와인 한 잔을 더 따랐다. 주전자가 줄곧 인덕션 위에서 끓고 있어, 따라낸 와인에서 김이 났다.“송초의 윤영훈, 그 사람이 당신을 쫓아다녔지?”“이 일이 그 사람과 관계가 있어?”유월영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아예 상관이 없던 인물이었다.요트는 평지를 밟는 것과 같이 해수면을 부드럽게 항해하고 있었으며, 현시우의 목소리도 평화로웠다. “당연하지, 그가 직접 당신 양아버지를 납치해서 병원을 떠난거야.”“...”유월영은 갑자기 이승연 오후에 전화해서 못다 한 말이 무엇인지 알 듯했다. 그녀가 CCTV에서 본 아는 사람이 아버지와 10분 차이로 병원을 떠났다고 했었다. 그 아는 사람은 바로 윤영훈이었다.유월영의 눈이 반짝였다. 이미 그녀 곁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윤영훈은 왜지?”현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해양그룹이 무너지고 이어서 현재의 4대 재벌그룹이 생겼어. 해운그룹 연씨 가문,SK그룹 신씨가문, 윤씨 가문과 오씨 가문. 이들이 해양그룹의 시장을 나눠 가졌지.”유월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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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유월영은 진짜로 떠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현시우를 선택했고 망설임 없이 사다리를 타고 그렇게 그를 떠나갔다.그가 그녀의 손에 끼워준 결혼반지, 같이 했던 혼인신고, 그리고 그들이 정식으로 부부가 된 일들은 정말로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는지 연재준은 의문이 들었다. ‘그래. 그녀에겐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는지도 몰라.”문이 굳게 닫혀있던 욕실에는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처음으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샤워기를 끄고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물줄기가 그의 머리카락을 따라 흘러 내려왔다. 연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현시우가 있는 한, 어떤 선택 문제든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로 향했다.고등학교 시절에도, 분명 그와 현시우의 인기는 막상막하였지만 그녀의 눈은 영원히 현시우만을 향했다. 그녀는 수없이 그의 앞을 곧장 가로질러 자신의 뒤에 있던 현시우에게 달려갔으며 한 번도 그에게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그녀는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을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그가 귀국하자마자, 그녀는 자신과 방금 결혼했다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현시우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유월영은 그를 버린 채 그렇게 가버렸다. 연재준은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가운을 입은 채 나와서 와인 냉장고를 열어 와인 한 병을 꺼냈다. 그는 브랜드와 연도를 보지 않고 바로 열어 유리잔에 반 컵을 따르고 얼음을 몇 개 넣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불도 켜지지 않은 거실에 혼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그의 시선이 화면으로 향했다. 강수영이 이였다. 그는 받지 않아도 알았다. 그녀는 분명 그에게 유월영과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을 것이다.‘무슨 진행 상황? 내 아내가 다른 남자랑 도망간 거?’연재준은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윤영훈이었다. 연재준은 전화를 받아서 스피커를 켠 후 책상 위로 던져놓았다.윤영훈은 인사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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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자기 심장에 가져다 댔다.‘이게 혈연 간의 유대인 건가?’그녀는 분명히 고해양을 만나 본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그의 자료를 찾을 때 그의 선명한 사진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현시우의 이 세 마디 묘사를 듣자니 그녀는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바늘로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어렴풋이 그녀는 정글 수사자를 보는 것 같았다. 사자는 실수로 사냥꾼의 함정에 빠져 최선을 다해 기어 나갔지만, 온몸의 부상으로 전투력이 점차 떨어졌고 곧 그의 영토를 노리는 동료들에게 먹잇감으로 보였다.그들은 연합하여 그를 토벌하고, 서슴없이 가장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서 안팎으로 같이 그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물어 늘어졌다. 그리고 순리대로 그의 영토를 강점하여 그의 재산을 나누어 가졌으며 수사자는 그렇게 구석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갔을 것이다. 그의 몸은 썩고 백골이 되어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유월영은 목이 메어 더는 음식이 내려가지 않았으며 기억 속의 연 회장의 위엄있고 인자하던 모습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흉악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뭔가 솟구쳐 올랐다. “만약 모함을 당한 거라면, 고해양은 왜 상소하지 않은 거야?”현시우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 사냥은 빈틈없이 이루어져서 판을 깰 방법이 전혀 없었어. 그가 끝까지 저항한다고 해서 반드시 포위를 뚫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 게다가 그의 가족이 밖에 있으니 그는 가족들이 복수를 당할까 봐 두려워 결국 모든 죄를 인정하고 혼자 죽음으로서 이 일에 마침표를 찍은 거야.”가족, 가족이라...그가 말한 가족은 아마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다. 유월영은 25년을 살면서, 그녀의 친아버지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죽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그녀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계속 물었다.“그러면 이제 끝난 거잖아. 그런데 왜 우리 양아버지를 또 찾아온 거지?”현시우는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감싸고 있자,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 온도를 높여주고 담요를 꺼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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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현시우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날 곁에서 지켜준다는 사람...또 당신이지?”유현석도 그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은연중에 말했었다. 그녀는 아주 운이 좋은 아이라서 하늘이 그녀를 돕는다고 했으며 매번 위험에 빠졌을 때마다 전화위복하는 재능이 있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말했었다. 그때 그녀는 유현석이 자신의 무책임에 대한 변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녀의 주변에 진짜로 누군가가 있는 듯했다...유월영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현시우밖에 없었다. 그는 ‘전과’가 있었으며 전부터 지남을 보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게 했었다. 하지만 현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나 아니야.”유월영은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으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당신이 아니면, 누구야?”“아마 고해양의 다른 측근들일 수도 있어.”현시우는 와인잔을 들어 뱅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겁던 뱅쇼는 차갑게 식어버렸고 그의 가슴까지 냉기가 흘러내렸다. “고해양은 의리도 있고 친구들에게도 잘해주었어. 그래서 일이 터졌을 때 그 상황은 비장하기 그지없었지. 누군가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어. 해양그룹이 쓰러지기 전만 해도, 현... 우리 아버지가 회사에‘수혈’해 주려고 100억을 투자하셨어. 그러다가 고해양이 감옥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내서야 다들 그만두었지.”현시우는 잔을 내려놓았다.“유현석도 고해양이 전에 잘 다해주니까 너를 데려가 키워준 거야. 그리고 누군가 고해양의 덕을 본 사람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너의 주변에서 그의 유일한 혈육이 너를 보살펴 준 거고.”유월영은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시우의 이 논리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는?”화제는 다시 고해양의 일로 이어졌다. “전에 주영문은 제 아버지의 친구인 유용우가 고해양의 딸을 데려간 거만 알고 있어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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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폭우가 내린 다음 날은 여전히 흐린 날씨였다. 오전 9시가 막 지났을 때 연재준의 차가 연씨 가문 별장으로 들어왔다.그는 출근길에 연민철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비서는 급한 말투로 연민철이 중요한 일로 그를 찾고 있다면서 지금 꼭 집에 들르라고 했다. 그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비서는 오래 기다렸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연 대표님, 오셨어요? 회장님께서 2층 안방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방?”연재준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집 안에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어디 편찮으신가요?”“어젯밤 회장님의 혈압이 200까지 치솟아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어요. 다행히 가정의가 계셔서 상황을 잘 넘기셨어요. 아침 7시에 다시 혈압을 재보았는데 여전히 높았습니다.”연재준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연민철은 평소에 고혈압이 있었으며 매번 그와 연재준이 싸울 때마다 유월영은 옆에서 연재준을 일깨워줬다. 게다가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한 적이 없었다. 연재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방문은 닫히지 않았고, 윤미숙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연민철에게 죽을 먹여주고 있었다.비서가 나지막이 인사 했다. “회장님, 사모님, 연 대표님 오셨어요.”연재준은 침대 끝에 기대어 있는 아버지를 바라봤다.4대 재벌이었던 윤민철은 어느덧 60대에 접어들었으며 지금은 앙상한 몸에 병든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벌겠고 눈두덩은 파래진 채 콧날개 양쪽에는 팔자 무늬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침실에 커튼이 쳐져 있어 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침대 머리에만 전등이 켜져 있어 화면이 더욱 답답해 보였다. 윤미숙은 얼은 몸을 일으키며 아는체했다.“재준이 왔니? 일하는 데 지장 없겠지? 어젯밤 네 아버지가 한밤중에 일어나자마자 너를 보자고 하셨어. 그때 새벽 4시라서 내가 말렸어. 그런데 네가 아침에도 안 오면 아마 이이가 너의 회사까지 찾아갈까 봐 두려웠어. 의사가 지금은 반드시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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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연민철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바로 일어나 그의 등을 문질러 준 다음 컵에 물을 따랐다. 자기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혈압이 높은 것 외에 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연민철은 물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연재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물컵이 흔들리면서 넘쳐 나온 물에 연재준의 손등이 빨갛게 데었다.연민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는 흐리고 어두운 빛이 번쩍였으며 마치 죽음을 앞둔 야수 같았다.그는 기침 때문에 70세 노인 같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재준아, 네가 어렸을 때부터 나와 네 어머니의 일로 항상 나를 원망했던 걸 알아. 나는 너에게 미안하고 네 어머니에게도 정말 미안하구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은 해운그룹과 연씨 가문을 모두 너에게 넘겨주는 거야. 앞으로 해운그룹과 연씨 가문은 모두 네 것이 될 거야.”윤미숙은 방문 밖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연재준은 여전히 허리를 굽혀 연민철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 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침대 위 등이 그의 차가운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지만 어두컴컴해서 얼굴이 다 보이지 않았다. 연민철은 이어 말했다. “해운그룹이 여기까지 온 건 쉽지 않아. 이제 해운그룹이 네 것이니 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장부를 찾아야 해! 누구도, 어떤 일도, 해운그룹의 걸림돌이 될 수 없어!”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연민철은 말을 마치자 힘이 다 빠진 듯 손을 툭 떨구었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면서도 눈은 여전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제정신이 아닌 듯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난 이미 고해양을 이겼어, 난 이미 널 이겼어...해운그룹은 쓰러지지 않을 거야. 재준아, 해운그룹은 망하면 안 돼. 나는 고해양에게 질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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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왼쪽에 있던 윤영훈은 비아냥거리면 웃었다.“연 대표님은 그렇게 바쁘신데 30분밖에 안 늦으셨네요.”연재준이 입을 열었다. “집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잠시 들리느라 늦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뺏으려던 건 아닌데.”오른쪽은 신현우였다. 그의 화상 회의 배경도 사무실이었고 손에 있는 서류에 사인을 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연 대표님, 윤 대표 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도 온 지 5분밖에 안 됐는데요 뭐.”“5분인가요? 그러면 제가 잘못 기억했네요.”윤영훈은 트로트를 듣고 있었으며 가사를 따라 부르고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대고 박자를 맞추며 낮게 흥얼거렸다.“요즘 기억력이 좋지 않습니다. 내가 알기론 왕년에 고해양의 일은 우리 네 가문이 같이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 보니깐 마치 우리 윤씨 집안에서 혼자 벌인 일 같더라고요. 어쩐지 혼자 개고생하는 사람이 나뿐이라 했더니. 나머지 세 가문은 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하시니 나도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요. 장부고, 고해양 딸이고 다 될 대로 돼라죠. 그때 가서 장부에 누구 문제가 더 크게 적혀있는지 보고 그 가문에서 고해양처럼 죗값을 받으면 될 것 같은데. 안 그래요?”윤영훈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달랐다. 연재준의 손에 들린 커피는 뜨거운 김을 내뿜었지만 그의 표정은 차가웠다. 사인을 하던 신현우의 손이 멈칫했다. 오씨 가문을 대표해 나온 오성민은 안경을 추켜 올리고 나서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 “윤 대표, 우리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알잖아. 그래, 우리도 전에는 유현석이 그렇게 자살할 줄 몰랐어. 그에게 직접 물어보면 줄줄 알았지. 게다가 고해양의 딸이 신 대표 밑에서 비서일을 하고 연 대표의 여자 친구이기도 해서 문제없을 줄 알았어.”“유용우가 그렇게 충성심이 깊어 투신자살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 딸도 그렇게 도망갈 수 있을지도 몰랐고.”신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죠.”윤영훈이 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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