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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당시의 해양그룹은 국내 최대의 민영기업으로 고해양의 별명이”마이더스의 손”이었어.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라면 손실을 보는 경우가 없었고 모두 돈이 되었어. 확률은 백 퍼센트였고 예외가 없어 전설로 불렸지. 그래서 그가 하겠다는 프로젝트는 국내외에서 모두 거액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어.”“그가 당시에 큰 광산을 발굴하고 있었는데, 착공도 하기 전에 수십조의 투자를 받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어. 그런데 광산이 갑자기 무너지고 백여 명의 광산 노동자들이 생매장되었던 거야.”노현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잘려’ 죽자, 그는 게임을 그만두고 서지욱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서지욱은 설명하다 말고 자신도 한숨을 쉬었다. 백여 명의 광산 부는 백여 명의 가족으로 연결되었다.그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이어 말했다.“일이 터지자 고해양은 관련 부서에 불려 가서 반년 넘게 조사를 받았어. 결국 사고로 확실시되었고 그래서 하늘의 탓이라는 거야.”연재준의 표정은 오색영롱한 천장 등불 아래서 알아보기 힘들었다.서지욱이 계속했다.“사고로 판명되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해양그룹은 그야말로 원기가 상했어. 게다가 국민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민원이 들끓어 해당 기관은 할 수 없이 계속 조사할 수밖에 없었지.”“그런데 그 시절이 모든 게 막 부흥하기 시작하던 시절이라, 대기업이라 해도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았던 때여서, 누구라도 그렇게 탈탈 털면 먼지가 나오기 마련이라고.”그래서 결과도 불 보듯 뻔했다. 조사할수록 해양그룹의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던 것이다.“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건 수사팀은 익명의 제보를 잇달아 받았다는 거야. 게다가 그런 익명의 제보는 모두 해양그룹에 치명적인 내용이었고 마침내 회사는 파산까지 이르게 했지.”“결국 고해양은 감옥에서 살아서 나오지 못했어. 여러 개 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항소하지 않고 죄를 인정했어. 그가 죽은 후 해양그룹도 완전히 와해하였어.”이게 바로 사람 탓이었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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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이혁재가 서덕궁에 도착했을 때 노현재만 혼자 남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얼굴에 난 상처도 신경 쓰지 못한 채 초조하고 굳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재준이는? 나한테 보낸 위치가 서덕궁 아니었어?”노현재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재준이 형이 갑자기 해양그룹에 관심이 생겨서 지욱이 형을 끌고 현씨 어르신네 집에 갔어. 재혁이 형, 얼굴이 왜 그래? 싸웠어?”이혁재는 해양인지 호수인지에 관심이 없는 듯 풀썩 앉았다. “현재야, 취할 수 있는 술로 몇 병만 가져다줘.”노현재는 게임을 끄고 일어나 등 뒤의 선반에서 한 병을 골랐다. “왜 무슨 일이야?”이혁재는 아무리 속이 없다고 해도 자기 아내가 바람피운 이야기를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어 얼굴이 굳은 채 양주 한 병을 따서 잔에 부었다.“넌 아직 어려서 몰라. 예쁜 여자일수록 힘들다는 것만 알아둬.”노현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둘은 26살 동갑이었으며 이혁재는 자신보다 생일이 3개월 빠를 뿐이었다. 노현재도 연재준과 서지욱이 떠난 뒤 게임 몇 판 하다가 게임을 할수록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래서 그도 양주를 들어 자신의 잔에 절반 따랐다. 술잔에 일렁이는 불빛을 나른하게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알지.”단숨에 술을 삼키고 두 사람은 이내 말이 없었다. 그저 한 잔 또 한 잔 술만 마시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거의 취기가 돌자 이혁재는 입가를 문질렀다. 멍이 든 부분이 여전히 욱신거렸다. “흥, 그러고도 변호사라고. 유죄 확정 전에 변호도 안 해주고 사형선고 하다니. 그러기 전에 나한테 물어보면 어디 덧나? 내 말 보다 전 애인의 말이나 믿고, 대체 누가 남편이야?”“여자들은 가끔 이렇게 억지를 부려. 한 번 죄를 지으면 갚아주고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눈치를 줘.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 앞에서 내연녀를 두둔하잖아? 오히려 이틀도 안 가 그를 용서하고 결혼까지 한다니까.”노현재는 혀를 차며 웃었다. “맞아. 여자는 정말 이상한 것 같아.”이혁재는 그가 여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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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현 회장은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고해양한테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었어. 그 일이 있을 때 아들은 겨우 세 살이었고 딸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어.”연재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들이 하나 있었다고요?”“있긴 있었지. 그런데 내가 아까 그 집에 장례 치를 사람 없다고 했잖아? 그건 그때 고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아들 혼자 문 앞에서 놀다가 유괴당한 것 같아. 나도 그때 사람을 풀어서 사방으로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어. 그니깐 이게 얼마나 엎친 데 덮친 격이야?”현 회장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연재준이 이어 물었다.“그럼 그 딸은요?”“고해양이 죽은 뒤 아내가 막내딸을 품에 안고 같이 강에 뛰어들었어.”연재준이 놀라서 물었다.“강에 투신자살했다는 건가요?”“그래. 고 부인의 시신은 한 달 뒤에 강에서 발견됐고, 장례도 내가 치러줬어.”“그러면 딸의 시신은요?”현 회장이 한숨 쉬었다. “딸의 시신은 못 건졌어. 아마 물고기한테 먹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작은 아기라서 강바닥에 휩쓸려 돌 틈에 끼었을 거야.”“...”연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앞에 놓인 찻잔에서 뜨거운 연기가 피어올랐고 공중으로 퍼지다 흔적 없이 사라졌다. 현 회장은 탄식하며 이이 말했다. “확실히 여자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지. 남편이 죽고, 아들까지 사라졌는데 고 부인이 혼자서 어떻게 그렇게 큰일을 헤쳐 나가겠어. 너무 막막하니까 그런 결정을 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나 같은 외인이 고해양의 관을 들지 않았겠지. 아는 사이라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어.”서지욱이 끼어들었다. “그렇죠. 늘 자비로우시니 모두가 선비라고 부르시는 거 아니겠어요?”현 회장은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남의 집 일에 신경 그만 쓰고. 내가 어제 네 아버지랑 낚시를 하면서 얘기해 봤는데 네 아버지 말을 들어보니 아마 그 네 ‘누나’를 정말로 집에 데려가려고 하는 눈치더라.”연재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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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차는 멈추지 않은 채 두 사람 곁을 지나 현씨 가문의 저택 마당으로 들어섰다.차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하인의 나미작한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네.”간결한 말소리는 밤의 어둠 속에 사라지고 발소리가 멀어지더니 그들의 등 뒤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도 그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에게 인사할 줄 알았던 서지욱은 혀를 찼다.“현시우 맞지? 귀국했나 보네.”그가 귀국한 소식은 연재준도 소문을 못 들은 듯했다. 원래 차갑던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가자.”운전기사가 이미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각각 한쪽에 올라탔다. 서지욱은 방금 차가 스쳐 지나갔을 때를 생각하자 그만 웃음이 났다.“여전히 잘생겼네.”연재준은 핸드폰을 꺼내다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서지욱은 빙그레 웃었다. 남자가 남자를 볼 때는 상대방의 얼굴은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의 얼굴은 무시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현시우는 소년이었을 때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전에 나도 들었긴 해. 현시우가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국내의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던데. 아마 상장 준비해서 국내 업계로 진출하려 하나 봐. 그래서 정식 귀국할 때 요란하게 할 줄 알았더니, 이렇게 조용히 들어왔네.”연재준은 서지욱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현시우를 본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진 그는 유월영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월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두 번 연속으로 전화했지만 들리는 건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였다.“연결이 되지 않아...”카톡 보이스로도 해봤지만 유월영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재준의 이마의 힘줄이 툭툭 튀었다. 서지욱은 그의 표정이 굳어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물었다.“너는 현 회장님이랑 가깝게 지내면서 또 현시우랑은 별로 안 친한가 봐?”“같은 업계 아니니 당연히 교집합이 없지.”연재준은 동해안 저택의 cctv를 켜서 여러 곳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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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연재준과의 전화를 끊은 뒤 이승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거실에 있는 유월영을 바라보았다.유월영은 사실 이승연의 집에 있었다.그녀는 방금 연재준의 전화를 받기 전 유월영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했고, 그 뜻인즉 연재준에게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이승연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왜 연 대표하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유월영은 뜨거운 물이 담긴 유리컵을 두 손으로 쥐었다. 유리를 통해 전해진 열기에 그녀의 손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있었다.“내가 좀 조사할 게 있어서 부탁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지금 임신 중이라...”유월영이 입술을 깨물다 다시 이어 말했다.“그런데 언니 말고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이승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무슨 일인데? 내가 임신했지, 불구가 된 건 아니야.”조서희도 옆에서 거들었다.“나도 있잖아. 나도 도울 수 있어.”유월영은 고개를 들고서 말했다.“우리 엄마가 설 전날에 쓰러져서 병원에 갔었잖아. 아버지도 그때 따라 같이 갔었거든. 그런데 그 뒤로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 한밤중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어. 아버지가 술에 취해 길에서 소란을 피운다고.”이승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래서?”“아버지가 그때 누군가를 만난 것 같아. 그래서 병원에서도 빠져나와서 그렇게 무작정 술을 마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이승연은 이해한 듯했다.“그래서 아버님이 병원에서 나온 후의 행방을 알아보고 싶다는 거지?”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이승연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인맥이 넓어 일을 조사하는 게 유월영보다 수월했다.그래서 그녀가 부탁한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승연은 궁금해졌다.“왜 갑자기 그런 의심이 들었는데?”...그랬다. 너무 갑작스러웠다.유월영은 몇 시간 저의 그 갑작스러운 재회를 떠올리자 마치 그의 몸에서 나던 옅은 송백나무 향이 나는 듯했다. 그녀는 손에 든 물컵을 꽉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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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유월영은 그의 암울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준 씨, 왜 그래요?”연재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잠들어서 못 들었나 봐요.”서지욱이 웃으며 말했다. “재준이가 집에 갔는데 월영 씨가 안 보여서 이 추운 날 막 식은땀을 흘렸잖아요.”유월영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다시 연재준에게 쏠렸다. 지금은 어떤 조급함도 보이지 않는 듯했고 그저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별일 없으니 다행이에요. 괜한 걱정을 했네요.”서지욱은 시계를 보고 새벽인 걸 알아채고 연재준의 어깨를 툭 쳤다.“재준아, 나 먼저 가볼게.”유월영도 깍듯이 인사했다. “서 대표님, 조심히 들어가세요.”서재욱이 손을 흔들며 가버리자 오피스텔 문 앞에 두 사람만 남았다. 그녀는 약간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재준 씨도 너무 호들갑이에요. 그냥 엄마 보러 갔다가 어젯밤에도 잘 못 자고 해서 피곤해서 오피스텔에 바로 온 거에요. 가깝기도 하고. 재준 씨 그렇게 급하게...”유월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재준은 그녀를 안고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두 사람의 뒤에서 쿵 하고 닫혔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중심을 잃은 유월영은 당황하며 연재준의 손을 잡았고 연재준은 그런 그녀를 신발장 위에 앉힌 채 그녀의 턱을 잡고 예고 없이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동작은 거칠었다. 그의 혀는 유월영의 부드러운 입술을 벌려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녀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턱을 잡은 채 탐욕스럽게 키스하며 그녀의 입안을 탐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거칠고 막무가내인 키스를 받은 유월영도 차마 감당할 수 없었다. 유월영은 미처 눈을 감지 않고 연재준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 그의 눈은 수심에 잠긴 듯했고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있었다. 그의 난폭한 행동에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겁이 나서 몸부림치며 그를 밀어냈다. “왜 그래요...재준 씨! 이러지 마요!”연재준은 잠시 그녀에게 입술을 떼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이마에 맞대고 가쁜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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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방은 조용했고 침대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일어나 앉은 유월영은 머리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밤새 어지러운 꿈을 꾸고 일어난 그녀는 아직 정신이 채 안 돌아온 듯했다. 그녀는 한참 앉아 있다 밖에서 나는 인기척이 들리자,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나갔다. 연재준이 식탁 앞에서 보온 팩을 열고 도시락 몇 개를 꺼내고 있었다. 그러다 방문을 여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유월영의 약간 멍하고 나른한 표정을 본 연재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깼어? 빨리 가서 씻고 밥 먹을 준비해.”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마 하정은이나 조형욱이 배달해 준 게 틀림없었다.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연재준은 하정은에게 음식뿐만 아니라 옷도 준비시켜서 가져왔다. 여전히 검은색 셔츠였지만 평상시와 달리 검은 넥타이를 매 평소보다 더 샤프하고 스타일리시 해 보였다. 셔츠 소매도 팔뚝까지 접혀 올라가 팔의 근육이 드러났고 손목에는 어두운 청색의 시계가 빛나고 있었다. 액세서리를 아무리 바꿔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유월영은 식탁에 앉아 둘러보고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 샌드위치의 소스가 입가에 묻자 그녀는 재빨리 티슈를 뽑으려 손을 뻗었다. 연재준이 먼저 티슈를 뽑아 그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천천히 먹어.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니고.”유월영이 그를 올려다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눈에는 애정이 어려있었다. “오늘 병원에 어머님 보러 갈 거야?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 나도 올라가서 뵙고 올게. 어쨌든 이제 장모님인데.”유월영은 천천히 삼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친자 확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엄마도 아버지가 자살한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유서도 알고 계실 거예요. 나를 만나려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당신을 어떻게 만나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혼자 갈게요.”연재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누가 알려준 거야?”“언니가요.”연재준은 더 이상 말이 없다 화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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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유월영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렸다.오늘은 흐린 날씨였다. 먹구름은 햇빛을 가려서 도시 전체가 뿌옇게 변했다. 멀리 어디선가 비가 내리고 있는 듯했다. 공기 속에는 습한 기운이 파란 풀잎들을 감싸고 있었다. 송백 나무 냄새가 어느새 그녀의 콧속으로 사르르 스며들었다. 남자는 2, 3미터 밖에 서 있었고 1m 85cm의 훤칠한 키 때문에 눈에 띄어서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천성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어서, 한번 보면 다시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는 브라운색 숄 칼라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캐주얼하고 편안해 보였으며 그렇게 긴장감과 압박감을 주지 않았으며 허리에는 단추 하나만 있어 그의 판판하고 힘 있는 허리선을 강조해 주어 어깨가 더욱 넓어 보였다.안에 입은 셔츠는 일반적인 스타일과 다른 핏이였으며 오른쪽 옷자락이 왼쪽 옷자락을 누르고 있었다. 옷깃에는 단추가 없이 살짝 열려 있어 목젖과 쇄골이 살짝 드러났다.팔뚝까지 올린 소매를 보니 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아침의 연재준이 떠올랐다. 다만 그는 연재준보다 조금 야위어 보였다.그의 몸 곳곳에는 “미남”의 느낌이 있었고, 얼굴 윤곽이 입체적으로 두드러지고 매끈한 얼굴선을 드러냈다. 깊은 눈매는 냉미남의 분위기를 풍겼다. 유월영은 현시우가 떠나갔을 때가 늦여름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10년 후 그는 이렇게 초봄에 돌아왔다. “...”어젯밤에 만났지만 낮에 다시 만나자 유월영은 그만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자 옅은 송백나무의 향기가 일렁이었다. 유월영은 문득 당시 현씨 집안의 크루즈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눈을 가린 채 신비한 사람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었다.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은은한 송백나무의 향기가 풍겼다. 그래서 대개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안대를 풀자 눈앞에는 신연우가 서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게 역시 현시우 다웠다. 그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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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유월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바로 그의 말에서 분명히 뭔가 잘못됨을 알아챘다.“당신 뭘 알고 있는 거야?”‘아니다. 질문이 틀렸어.’유월영은 고쳐 물었다.“당신 어디까지 다 알고 있는 거야?”마치 그녀가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것처럼 현시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듯했지만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쌍꺼풀 때문에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게다가 눈꺼풀이 얇고 깊어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지만 눈빛은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이러한 상반된 모습은 그를 차갑지만 속 깊은 사람인 듯 해 보였다.그는 그렇게 유월영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유월영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렇게 사람을 보내 나를 따라다니느니 차라리 모든 걸 말해 줘. 내 처지를 알아야 나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그렇게 쉽게 다 말할 수 있었으면 내가 당신을 두고 떠나지도 않았을 거야.”그러니까 그때 그가 출국했던 게 그녀의 신분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유월영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어젯밤에 그는 아버지가 설날 전날 밤에 두 사람을 만났으며 그 두 사람이 바로 아버지가 자살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월영은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알아내기도 전에 그는 자신이 떠난 게 그녀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가뜩이나 심란한 그녀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유월영이 초조해서 말했다.“나한테 아무것도 안 알려줄 거면 그런 낌새 꺼내지도 마. 왜? 내가 당신에게 끌려다니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좋아?”현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양아버지가 너 때문에 죽었다고 자책하는 게 싫어서 그래.”“...”유월영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렸다.그랬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10년 동안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유현석의 죽음에 대해 자책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이었다.그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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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유월영은 한세인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알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너무 많은 질문들이 있었으며 하나하나씩 답을 찾아야 했다.첫 번째 일은 그녀 자신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다.유설영이 갑자기 그녀가 유씨 집안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한 것도, 유현석이 그녀의 신분 때문에 자살했다는 현시우의 말도, 모두 그녀가 “누구”인가와 연관되어 있었다.그리고 지금,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영화뿐이었다.그녀가 병실에 들어서자, 이영화에게 죽을 떠 먹여주던 유설영이 바로 숟가락은 내려놓고 벌떡 의자에서 일어서서 매섭게 쏘아봤다.“내가 분명히 어제 엄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왜 또 여기에 나타난 거야?”유월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20년 넘게 엄마라고 불렀는데 앞으로 계속 부를지 말지는 언니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그리고는 병상에 있는 이영화를 보면서 한결 누그러뜨린 말투로 얘기했다.“엄마가 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면 바로 말해 줘요. 앞으로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유설영이 발끈하며 말을 가로챘다.“너 정말 파렴치하네! 어떻게...”이영화가 입을 열었다.“설영아, 너도 어젯밤 내내 여기 있느라 피곤할 테니 돌아가서 쉬어. 애도 가봐야지.”유설영이 눈살살을 찌푸렸다.“엄마!”이영화는 한숨을 쉬었다.“월영은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까 애한테 화내지 말고 너도 먼저 돌아가. 내가 월영이랑 할 얘기가 있어.”“월영이, 월영이. 언제 내 이름을 그렇게 살갑게 불러봤어?”유설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엄마는 걔를 편애하고 있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외투를 잡고 바로 병실을 나갔다.이영화는 뭔가 말하려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유월영은 다가가 죽 그릇을 들고 계속 이영화에게 떠먹여 줬다.그녀를 보는 이영화의 눈빛은 예전과 같았다.“월영아, 자책하지 마. 엄마는 너를 원망하지 않아.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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