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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화이빌딩은 구청과 매우 가까웠다. 바로 코앞에 거리였다. 유월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구청에서 뛰쳐나왔다!연재준이 빠르게 쫓아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통화 내용을 듣지 못한 그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유월영은 그녀를 막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아버지가 죽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믿을 수 없었으며 직접 가서 봐야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갑작스러운 비극은 인간의 본능을 뺏어갔다. 유월영은 말하는 법을 잊은 듯 그저 애원하는 눈빛으로 연재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놓아달라고, 보내달라고,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연재준은 그녀가 처음으로 이런 애원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조금 전의 웃음을 거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깨물다가 그녀를 잡은 손을 놓았다. 유월영은 단숨에 달려갔고 강렬한 움직임에 그녀의 귀는 마치 얇은 막이 덮인 듯 주면 소리가 귀 안에서 메아리 울리는듯했다.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아프게 때렸다. 화이빌딩 앞에 도착하자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일은 한 시간 전에 발생하였으며 시신은 이미 장례식장에서 가져갔었다. 현장은 피가 흥건했으며 청소부들이 물줄기로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바닥에 있던 피가 물에 희석되었지만, 지하 하수관에 흘러 들어간 물은 여전히 검붉은색을 띠고 있어 참혹한 현장을 알 수 있게 했다. 주변에 구경꾼들이 있었고 경찰차도 서있었다. 투신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술에 취해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다 법의학자가 술에 취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법의학자 왔으니 혹시 살인사건은 아닌지 추측이 나왔고, 또 어떤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죽으면 다 법의학자들이 검사를 하러 온다고 설명하면서 이건 자살이라고 덧붙였다...마지막에 또 어떤 사람이 탄식했다.“설 명절에 자살한 걸 가족들이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유월영은 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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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경찰이 그 편지를 가져왔다. 유월영은 한눈에 그것이 아버지의 글씨라는 걸 알아봤다. 그는 단 두 마디를 썼다. [나의 인생은 정말 실패했다. 사는 것도 정말 의미 없어. 내 딸도 내 말을 안 듣고. 꼭 그 연 씨라는 놈과 결혼한다고 하지..그냥 내가 죽을 테니 여기서 끝내자.]“…”그러니까 그는 그 결혼 때문에...꼭 연재준과 결혼하려고 하니 막을 수 없으면 차라리 죽어서 안 보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한 걸까?유월영은 아버지가 이런 이유로 자살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연재준과의 결혼을 반대하는걸 알았지만 이정도로 싫어하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재준이 그녀를 부축해서 경찰서를 나오는 순간, 그녀는 그의 품에서 기절하였다. 연재준은 그녀를 데리고 동해안 저택으로 가서 의사를 불러들였다. 의사는 진찰 후 그녀가 그저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뿐이며 조금 있으면 깨어날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말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연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마음의 문제입니다. 사모님 깨어나서도 그런 상황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연재준은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고 했다. 의사가 간 후 연재준은 방으로 들어가 유월영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밖으로 향했다.집을 나오면서 그는 잠시 생각하다 핸드폰으로 동해안 저택의 대문을 잠갔다. 그는 차에 올라탄 후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어딘가요?”윤영훈은 짜증 난다는 말투로 대답했다.“방금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길이에요. 유현석이 정말로 투신자살하다니. 쯧. 좋은 단서가 여기서 끊겼네요.”연재준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별장에서 뵙죠.”그는 바로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윤영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재준은 그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 설 전날에, 내가 떠난 뒤 유현석에게 또 무슨 말 했어요?”연재준은 윤영훈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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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연재준은 동해안의 저택으로 돌아왔지만 유월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올라가 그녀를 껴안은 채 귀에 낮게 속삭였다.“괜찮아 질거야. 다 괜찮아 질거야.”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유현석이 죽고 거기다 60조가 사라졌으니 앞으로 유월영의 삶은 더 이상 전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그리고 그의 예감이 맞았다. 유현석이 죽자, 원래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려던 서력들이 모두 꿈틀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암벽 밑에 깊이 숨겨져 있던 용암들이 한 번의 진동을 거친 후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폭발하는 그날, 모든 것은 불길 속에서 잿더미가 될 것이다....투신자살은 자살 결과중에서 가장 결과가 처참한 방식이었다. 유현석의 시신은 산산조각이 났고, 큰 언니와 큰 형부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시신은 장례식장에서 화장되어 작은 상자에 담겼다. 큰 언니는 울다 실신하여 업혀 나왔다. 길 건너편에 검은색 승용차에서 뒷좌석 창이 내려졌다. 남자는 이 모든 걸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고 남자는 바로 영안에서 유월영을 몰래 사진 찍다가 걸린 지남이었고 여자는 비서 한세인이었다. 그래서 뒷좌석의 사람이 누구인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연희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용우도 이제 죽었으니 그 사람들 다음 목표는 유씨 아가씨 아니면 유씨 부인일 겁니다.”현시우는 차창을 올리면서 눈을 감은 채 말했다.“월영이 더는 연재준 옆에 있게 할 수는 없어.”...유월영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황혼 무렵이었다.방에는 그녀 혼자였고,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일몰의 주황빛은 세상을 밝게 하다 다시 어둡게 만들어, 사람에게 외롭고 쓸쓸하며 마음이 텅 빈 느낌을 주었다. 어깨에 옷이 걸쳐지자 유월영이 고개를 돌렸다. 연재준이었다. 그는 홈웨어로 갈아입었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스웨터가 그의 인상이 한층 더 부드러워 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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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아니, 없어.”연재준이 말했다.“당신 아버지하고 내가 만난 건 총 세 번뿐이야.”그는 새해 첫날 길에서 한 번, 봉현진에서 인사드릴 때 한 번, 그리고 섣달그믐날 별장에서 한 번, 그렇게 총 세 번이라고 했다. 유월영은 앞에 말만 듣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연재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자기,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유월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죽은 그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녀가 기억을 잃지 않는 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연재준은 갑자기 그녀 얼굴에 다가와 키스하려 했지만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피했다. 그는 더는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눈을 찬찬히 볼 수 있었으며 평소의 날카로움은 없고 그녀에 대한 걱정만 있을 뿐이었다.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다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잠옷을 벗으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나 경찰서 다시 가보려고요.”그녀는 옷장을 열고 자기 옷을 찾아냈다. 그리고 돌아서자 연재준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경찰서에 가서 뭐 하려고?”“자살이라고 해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경찰을 찾아 더 자세히 조사 부탁드려야겠어요.”유월영은 그를 밀어내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설 연휴도 지났으니 재준 씨도 회사 나가 봐요. 난 괜찮으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갔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연재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유월영은 이성적이라고 하기엔 분명히 이 일에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외출 하기 전 냉장고에서 빵과 우유를 챙길 정신은 있었다. 문이 닫히자 연재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정은 씨.”유월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문을 열자마자 하정은이 차 옆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사모님. 연 대표님께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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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유월영는 머리를 저었지만 아버지의 사망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유월영은 경찰 조사를 받고 기록을 깔끔하게 정리해 조 형사에게 돌려주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떠났다.하정은은 그 뒤를 따라가며 동료의 말투로 말했다. “월영아, 아버님의 죽음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더 있어?”유월영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하정은이 다시 물었다. “넌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거야?”“날 봉현진으로 데려다줘. 부탁이야.” 유월영은 집에 돌아서자 누군가 깨끗하게 집 안을 정리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유월영 가족의 섣달그믐날 식사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머니가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어 채소랑 고기는 주방에 정리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유현석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먹을 수 없는 것들은 모두 정리해 버렸다.조 형사가 유현석이 저녁에 큰 봉지 쓰레기를 버렸다는 건 아무래도 이 일인 것 같았다.유월영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자기 침대 시트와 커버가 새것으로 바뀌어 깔끔하게 깔린 것을 발견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집에는 사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유월영는 하정은을 먼저 보내고 침대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보았다. 아버지가 생전에 집에서 마지막으로 보였던 영상을 보니 집 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영상뿐이었다. 20여 년 동안 집 안 청소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사람이 생전 마지막 순간에는 이렇게 부지런히 일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유월영은 영상 날짜를 앞으로 넘겨 섣달그믐날 영상을 찾아보았다. 유월영이 어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야단법석일 때 유현석은 밖에서 술에 절어 있었고 경찰 신고까지 받았다. 결국에는 연재준이 사람을 시켜 유현석을 집에 돌려보냈고 유현석은 소파에서 한 밤을 자고 일어나 집을 나갔다. 그 후 설날부터 셋째 날까지 사흘 동안 집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유월영은 이 사흘 동안 유현석이 어디에서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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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신주시의 겨울은 건조하고 쌀쌀한 데다 오늘은 태양도 구름에 가려져 모든 것이 현실감이 없는 회색 안개로 뒤덮여 있는 것 같았다.유월영은 멀리서 특유의 고독감을 풍기며 일렬로 세워진 묘비들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사모님이 아니라고 우긴다면 그렇다고 하죠. 아무튼 난 내 뜻을 분명하게 밝혔으니 사모님이 알아서 판단하세요.”윤미숙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월영아, 아무래도 네가 내게 깊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재준이 네게 무슨 말을 전한 거야?”유월영은 윤미숙을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 있는 뭔가를 지그시 바라보나 싶더니 단순히 멍을 때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는 날인데도 유월영의 정신상태는 마비된 것 같았다.하지만 윤미숙은 계속 애석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다들 계모가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재준을 내 친자식처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도 재준은 아직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 이젠 너까지도 날 나쁜 사람으로 취급하니까 난 정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유월영이 그 말에 반응하지 않자 윤미숙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알아. 재준이 자기 어머니 정신상태가 악화한 게 나 때문이라고 여기는 걸. 근데 사실 난 진짜 한 게 없어. 대신 그분의 건강을 신경 쓰고 있었어. 최근에 건강 상태가 또 악화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재준이 백유진을 스워시로 보내 그분을 돌봐달라고 했다고 그러더라... 나 원 참.”윤미숙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고 실수로 중요한 정보를 흘린 듯한 모습으로 유월영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유월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사모님은 나에게 백유진이 재준 씨 어머니 옆에서 돌보고 있는 사실을 내게 암시하고 싶은 거죠? 재준 씨가 아직 백유진과 깔끔하게 과거 청산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요.”“난 그런 뜻이 아니야. 난 그저...” 유월영은 윤미숙의 말을 끊고 계속 말했다. “이 일은 이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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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마을에 임신한 지 8개월 되는 시은이라는 여자가 있는데 사모님의 딸이 맞죠? 예전에 의도적으로 나를 유도해서 시은이 재준 씨의 여자라고 오해하게 했지만 사실은 당신과 회장님의 딸이 맞죠? 시은이 재준 씨보다 한두 살은 많아 보이는 것 같아서 회장님이 그 여자를 자기 친딸로 정식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거죠?”시은을 자기 친딸로 인정하면 회장님이 바람피운 사실을 승인하게 되는 게 뻔했다. 회장님은 해운 그룹, 연씨 가문, 그리고 자기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런 부정적인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연재준과는 부모와 자식 관계기도 하니까 회장님이 굳이 이런 끈끈한 관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연재준의 마음속 마지노선을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사모님은 사모님의 딸이 외롭게 밖에서 혼자 떠돌이 생활을 하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요 몇 년 동안 암암리에 회장님과 재준 씨의 관계를 이간질해서 자기 딸을 연씨 가문에 들여보내도록 회장님을 들볶았죠. 가문에 들어와야만 당신 딸이 가문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유월영의 말을 듣자 윤미숙이 평소에 자주 보이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가면이 와장창 깨져버렸다.바로 그때, 어느 남자의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월영아, 네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해버리면 미숙 씨가 뭐라고 받아칠 수 없잖아.”유월영이 목소리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연재준이 나타났다.오늘 연재준의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는 평소와 약간 달랐다. 그는 어떤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았고 소매 단추, 장식용 넥타이, 심지어 손목시계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 사망한 사람과 유족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 위한 일종의 매너였다.연재준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리 와.”유월영은 윤미숙을 돌아보지도 않고 그쪽으로 걸어가 연재준의 손을 잡았다. “아버님에게 향을 드리러 가자.”연재준이 유현석에 대한 호칭은 “아버님”이었다.유월영은 입술을 오므리고 머리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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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유월영은 결국 이튿날 아침까지 엎드려 자고 일어났다.벨 소리 때문에 강제로 깨어난 순간, 유월영은 자기가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어젯밤 명분은 분명히 신혼의 첫날 밤을 보내는 거였지만 연재준이 너무나 격렬하게 한 탓에 유월영은 침대에 못으로 고정되어 그 거친 관계를 받아내는 것 같았고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온몸이 쑤시고 저려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휴대폰 벨 소리가 계속 울려 유월영은 이불 속에서 투덜거리다가 결국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여보세요?”전화 받은 사람은 유월영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 잠깐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월영이 맞아?”유월영은 침대에 누워 몸을 돌리며 물었다. “응, 서희야, 무슨 일이야?”“괜찮아?” 조서희는 유월영의 거친 목소리를 들으며 적어도 밤새 울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월영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울었다고 생각했지 다른 원인은 고려하지 않았다.유월영은 흐릿한 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났다. “괜찮아.”조서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괜찮다면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밥이나 먹자. 승연도 불렀으니까 우리 함께 양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자.”유월영은 침실을 둘러보았다. 연재준은 이미 출근한 상태라 조용하고 한적한 동해안 저택에는 유월영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 유월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주소를 보내줘.”전화를 끊고 유월영은 힘들게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이를 닦은 후 시원하게 샤워도 했다.어젯밤 관계 후에 연재준은 유월영을 도와 깨끗이 씻었지만 아침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뭉친 근육도 풀어주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큰 함이 될 수 있었다.욕실에서 나오자 유월영은 마음마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고 며칠 전만큼 긴장하고 감정이 억압된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았다.아마도 장례를 무사히 마쳐 번거로운 일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어젯밤 침대에서 억눌린 감정을 완전히 쏟아낸 덕분일 수도 있다. 성과 폭력이 감정을 표출하는 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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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연재준이 연민철에게 되물었다. “고해양은 누구죠? 유월영의 아버지는 유현석이예요. 어제 장례식 때 아버지께서 손수 그분 묘지에 가셔서 꽃을 드리고 절을 했는데 벌써 까먹었나요?”“내 앞에서 그런 발연기는 하지 마라.” 연민철이 계속 말했다. “그 일을 모르는 거라면 네가 굳이 날 속이고 월영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거야. 네가 먼저 저질러 놓고 내게 통지한 건 내가 네 결혼을 방해할까 봐 그런 거지?”연재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손을 뻗어 찻잔을 들어 향기를 음미했다. 뜨거운 수증기가 연재준의 시선을 흐릿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눈 속에서 번지고 있는 감정도 알아보기 힘들어졌다.“재준아, 해운 그룹은 지금 네 것이야. 네가 날 건너뛰고 윤영훈과 신현우와 연합을 맺은 건 나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근데 네가 이 자리에 앉아 권력을 누리는 이상 넌 그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해. 그 60조는 꼭 찾아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해운 그룹에 언젠가 독이 되어 돌아올 거야.” 연민철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리를 떠났다.연재준은 찻잔을 내려놓고 표정이 점점 냉정해졌다. 그 표정은 흰 눈이 내린 고요한 얼음 평원과도 같았고 바람과 서리가 깃든 대검과도 같았다.연재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서지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시간 낼 수 있어?”서지욱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낼 수 있어. 어디서 만날까?”연재준은 외투를 입으며 대답했다. “내가 널 찾아갈게.”...한편, 양식집에 들어선 유월영은 주변을 쓱 훑어보고는 식탁 앞에서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부르는 조서희를 발견했다.“월영아, 여기야!”“서희야, 승연아.”유월영이 다가가서 자리에 앉자 음식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였다. 허기진 유월영은 앉자마자 차를 한 모금 마셨고 젓가락을 들어 새우를 집어 먹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음식을 칭찬했다.“이 식당은 새로 오픈한 거야? 맛이 참 좋네. 우리가 자주 가던 그 식당에 전혀 뒤지지 않아.”하지만 이승연과 조서희는 음식보다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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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한 번 “욱”하고 나서 이승연은 연이어 두 번 “욱”하는 소리를 내며 구역질이 났다.유월영은 급히 휴지를 두 장 빼서 접어 단열 깔개 삼아 향을 풍기는 생선 그릇을 집어 멀리 치웠다.조서희도 급히 이승연에게 물었다.“승연아, 괜찮아?”“...” 이승연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셔 목구멍으로 자꾸 북받쳐 오르는 멀미 같은 답답한 느낌을 억눌렀다. 그러고는 두 친구를 보며 머리를 저었다.“괜찮아.”조서희는 연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생선 비린내가 심하지 않은데? 이런 연어 스테이크는 진짜 맛있어.”이승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아마 일어나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앉아 있어서 순간 구역질이 났나 봐.”조서희는 “그랬구나”라고 중얼거리며 별다른 생각 없이 이승연의 찻잔을 물을 따라주었다. 하지만 유월영은 이승연의 배를 보며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침묵을 지켰다.그 후로 이승연은 다시 구역질이 나지 않았지만 식욕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조서희는 세심한 성격이 아닌지라 더 이상 이승연에게 집착하지 않고 아까 못다 한 얘기를 이어서 꺼냈다.“그러면 월영이 너는 앞으로 지성에서 살거나 연재준과 함께 그 어마어마하게 비싼 동해안 저택에서 살고 우리 작은 아파트에는 돌아오지 않을 거지?”유월영은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럴 것 같아.”조서희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투정을 부렸다.“헐, 짜증 나. 나 너랑 거의 10년을 함께 살았는데 갑자기 헤어져야 한다니 받아들이지 못하겠어.”그 말에 유월영은 웃으며 조서희를 달랬다. “아니면 너도 지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그럼 우린 지성에서 또 룸메이트로 살 수 있잖아.”조서희는 이 제안을 잘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식사 후에 유월영은 병원에 이영화를 보러 가려 했고 조서희도 함께 갔다.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조서희는 갑자기 환자를 위문하러 왔는데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서둘러 과일 세트를 사러 갔다.유월영은 혼자 계단을 올라가 엘리베이터에 탄 후 이승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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