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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연재준이 검은 실내 슬리퍼를 신고 흰색 카펫을 밟으며 유월영에게 다가갔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내가 그립지 않았어?” 유월영은 시선을 돌리며 서둘러 부인했다. “그립지 않았어요.” 하지만 연재준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난 네가 그리웠어.” “...” 유월영은 이제야 “필살기는 바로 진심”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연재준은 한술 더 떠서 당당하게 유월영에게 응석을 부렸다. “넌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도 안 했잖아.” 연재준은 유월영과 1미터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안전거리에 들어가 유월영은 어쩔 수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메시지요? 난 받은 적 없었는데요.” 그러자 연재준은 “아, 받지 못했구나. 그럼 내가 널 오해했네. 괜찮아, 내가 직접 말해줄게.”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유유하고 그윽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난 널 갖고 싶어.” “뭐라고요!” “있잖아 자기야, 내 넥타이가 네 방에 있을 거야. 잘 다려서 보관해 둬. 네 손을 묶을 때 넥타이가 주름졌잖아, 기억나? 그리고 네 팬티가 내 트렁크에 있던 사진도 네게 보내줬잖아...” 유월영은 급히 손을 내밀어 연재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곳에 아무리 그들 둘만 있다 해도 이런 말은 함부로 꺼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이 망할 놈아!’ 연재준은 유월영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머리를 숙여 정확하게 그녀의 입술을 찾아 자기 입술을 대고 물고 빨며 난리를 피웠다. 유월영은 부드럽게 두 번 밀어냈지만 연재준은 당연히 밀리지 않았다. 진심으로 밀쳐내고 싶었던 게 아니니까.. 연재준은 항상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도도한 사람이었고 성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어서 가끔 한두 마디 하면 유난히 대조적이었고 이러한 대조는 듣는 사람을 미치도록 자극했다. 유월영은 방금 연재준이 내뱉은 세 마디 때문에 넘어간 걸 자연스럽게 인정했다.성적인 욕구가 있는 건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쭉 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해본 경험이 있으니 이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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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유월영은 이튿날에 동해안 저택을 떠났고 연재준의 배웅을 거절했다. 대신 이승연한테서 연락받고 점심 식사 약속을 잡았다.유월영이 화장할 때 연재준은 화장대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며 자기를 제쳐놓고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은 사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넌 언제부터 이승연과의 관계가 그렇게 좋아졌어?”유월영은 눈썹을 그리며 덤덤하게 받아쳤다. “왜요? 연 대표님께서 신 교수님과 윤 대표님의 나와의 관계를 껄끄러워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이 변호사와의 관계까지 간섭하려고 하는 건가요?”연재준은 솔직히 말해 둘의 관계를 진짜 신경 쓰고 있었다.그래서 유월영의 화장품 가방에서 그녀의 화장과 잘 어울리는 립스틱을 골라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대신 입술에 발라주었다. “그들이 원래대로라면 내게 속한 네 시간을 빼앗아 갔는데 내가 불평도 한마디 못 해? 자기야, 내게 그렇게 엄격하게 대하지 마.”유월영은 스르르 입꼬리가 올라갔고 연재준은 몸을 숙여 다가와 립스틱을 바르며 말했다.“웃지 마, 발라주기 어려워.”연재준은 정신을 도사리고 립스틱을 발라주었고 유월영은 그의 오뚝한 콧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이건 연재준이 유월영에게 두 번째로 립스틱을 발라주는 시간이었다.처음으로 발라주던 때는 상가 유람선에서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유월영은 연재준이 능수능란하게 바르는 모습을 보며 분명 백유진에게 여러 번 발라줬던 경험이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하지만 지금은 연재준에게 속삭이듯 묻게 되었다. “누가 재준 씨에게 립스틱을 발라주는 법을 가르쳤나요?”연재준은 자세히 발라주고 나서 손가락으로 유월영의 입술 가장자리의 립스틱을 흐릿하게 문지르며 대답했다. “한 번 보면 알 수 있는 걸 굳이 누구한테서 배워야 해?”하긴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연재준은 어떤 일이든 손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봐, 맘에 들어?”유월영은 연재준의 화장을 높게 평가했다. “예뻐요. 맘에 들어요.”연재준은 무심코 립스틱 뚜껑을 닫고 유월영의 입술에 기습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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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유월영은 약통을 받아 급히 가방에 넣었다. 유월영이 먹지 않는 모습을 본 이승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안 먹어?”그리고 이내 유월영의 약손가락에 껴있는 반지를 발견하고 놀란 말투로 물었다.“너 재준 씨랑 결혼하려고 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거야?”“어젯밤 재준 씨가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어. 근데 난 아직 고려 중이야.” 유월영이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말했다.“근데 몇 달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예전에 내가 유산한 적이 있어 자궁벽이 얇아져 임신하기 어렵다고 하더라.”이승연도 사뭇 진지한 태도로 조언했다. “내 생각은 네가 아이를 확실히 원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임신하기 어려운 체질이라 해도 피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봐.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피임하지 않다가 아이를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진짜 임신했다고 하자. 다시는 임신하기 어렵게 될까 봐 원하지 않지만 억지로 낳게 될 수도 있어.”유월영이 입술을 꾹 깨물며 머리를 끄덕였다. “잘 생각해 볼게.”식사를 마친 후, 유월영은 이승연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오늘 밤을 함께 지내자고 했다.“어차피 우리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까지 해서 셋인데 사람이 많으면 더 북적이고 좋잖아.”하지만 이승연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일 년에 한 번뿐인 섣달그믐날인데 너희 가족이 잘 쇠는 게 맞아. 난 사무실에 돌아가 내년에 열릴 재판을 준비하겠어.”“정말 나랑 안 갈 거야?” “얼른 돌아가. 어머니가 걱정하시겠다.”이승연의 태도가 확고해 유월영은 홀로 차를 운전해 봉현진으로 향했다.오늘은 가정부도 휴가를 내서 자기 가족과 명절을 쇠러 가 저녁 식사는 이영화가 직접 준비했다.유월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로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도왔다.연재준이 마침 메시지를 보내 유월영이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그러자 유월영은 도마 위에 놓여있는 생선을 찍어 그에게 보여주었다.그 생선은 이미 배를 열어 찢어져 있었고 피범벅인 상태였다.연재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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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유현석은 빗자루를 정통으로 맞았고 얼굴에는 피가 보였다.유월영은 급히 이영화를 막아 나섰다. “어머니, 때리지 마세요!”이영화는 유현석에게 강한 실망과 혐오를 느꼈다. “당신, 당신은 왜 똑바로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거예요? 생활 형편이 그나마 좋아지려 하니까 기어코 또 소란을 피우고 난리예요. 우리 모두 기분이 잡쳐야 당신, 당신이...”이영화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걸 목격한 유월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급히 이영화를 안았다.“어머니! 화내지 마세요! 그만 화내세요!”“당신... 당신 때문에...”이영화는 뜨거운 피가 머리 위로 솟아올라 눈앞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곧바로 몸을 뻗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유월영의 머리는 순간 텅텅 비었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영화의 몸에 있는 인공 심장도 경고 신호를 울렸고 유월영은 이영화의 손을 꽉 잡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 119를 불렀다.하지만 오늘은 섣달그믐날이라 병원도 교대 근무를 실시해 인력이 부족하여 구급차가 올 수 없었다.불행 중의 다행은 연재준이 오늘 무심코 유월영에게 차를 빌려줘 유월영과 유현석은 이영화를 차에 싣고 급히 병원으로 운전해 이영화를 응급실로 옮겼다.긴급 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유월영의 언니와 형부가 병원에 도착했다.아마도 유현석이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고 그들도 유현석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언니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유월영을 향해 달려가서 그녀를 붙잡고 슬픔과 분노를 터뜨렸다. “또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어머니가 드러누웠잖아!”유월영은 언니에게 붙잡혀 좌우로 흔들렸다. 그녀는 정신이 흐리멍덩한 상태로 언니에게 되물었다. “이게 내 잘못인가요?”“그럼 누구 잘못인데!”언니가 울면서 말했다. “네 일만 없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댈 일이 있었겠어? 우리 부모님은 결혼 생활 30년 동안 기껏해야 말다툼만 있었지 언제 한 번 손찌검으로 번진 적이 있어?”형부는 급히 언니를 안으며 정서를 안정시키려 했지만 언니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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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그곳은 개인 별장이었고 연재준이 들어가자마자 유현석이 고집을 부리며 변명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너희들이 말하는 그게 뭔지 전혀 모르겠어. 난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연재준이 눈치를 주자 별장의 하인이 신발장에서 일회용 실내화를 꺼내 그의 발 옆에 놓았다.고급스럽게 장식된 거실에서 윤영훈은 다리를 벌려 소파에 앉아 팔꿈치를 무릎에 기대고는 스푼을 들고 찻상에 놓인 커피를 저으며 눈앞의 노인을 노려보고 있었다.“유현석, 왜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너만 찾는지 한 번 맞춰 볼래? 응? 우린 이미 다 아는데 너만 지금 모른 척 하면서 오리발 내미는 거야?”“나도 너희가 왜 날 찾는지 전혀 감이 안 와. 난 장애인이야. 난 절름발이라고. 이런 사람을 괴롭히는 너희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기나 해?”윤영훈은 커피 스푼을 찻상에 내려놨다. “기회를 줬는데도 계속 모른 척 한다 이거지? 네가 월영 씨의 아버지라서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으려 했는데 너 좀 맞아야겠다.”보디가드가 유현석를 붙잡아 바로 바닥에 누르자 유현석은 즉시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질렀다. “살인이야! 살인마가 날 죽이려 해! 사람 살려! 거기 누가 없어?”보디가드가 유현석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할 때 연재준이 다가와 손을 들어 주먹을 막았다. 윤영훈은 유현석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온종일 물어봤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하네.”유현석은 바닥에서 머리를 들어 연재준을 올려다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르쇠로 잡아떼던 유현석은 갑자기 흥분하며 연재준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너 월영을 어디로 데려갔어? 어디로 데려갔냐고!”유현석이 심하게 움직이자 보디가드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고 곧바로 주먹을 날려 그의 배에 내리꽂았고 유현석은 순간 극심한 아픔에 허리를 굽혔다.연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현석의 앞에 서서 물었다. “60조는 어디에 있어?”유현석은 여전히 고백하려 하지 않았다. “말했잖아,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60조가 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60조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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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너에게 달려들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네가 신경 쓰는 물건에 달려들어야 의미가 있지. 우린 월영 씨에게 네가 사실 친아버지가 아닌 사실을 밝힐 거고 너희 집안이 빚더미를 떠안았을 때 월영 씨를 담보로 내놓은 것도 일종의 계략이었다가 다 폭로할 거야.”윤영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너와 주영문이 돈이 딸려서 월영 씨를 보호하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지? 너희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월영 씨를 팔아버리는 척 해서 배후가 돈을 내놓도록 강요한 거야. 내 말이 틀렸어?”진실이 드러나자 유현석은 말문이 턱 막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어떻게 알았어?”윤영훈은 비웃으며 일어섰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높은 곳에서 유현석을 내려다보았다. “유현석, 아니, 유용우. 넌 그냥 인간쓰레기일 뿐이야. 이제 와서 뭐 인자한 아버지 코스프레를 하고 있냐?”유현석은 멍하니 제자리에 굳어버렸고 마침내 현실을 직면했는지 바닥에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맞아, 난 인간쓰레기야. 내가 우리 월영에게 정말 미안하구나...”“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이실직고해. 월영의 나머지 인생은 네 생각으로 결정될 수 있어.” 윤영훈은 유현석의 마음속 가장 나약한 부분을 공격했다. “네가 오래전에 모셨던 이사장님을 생각해 봐. 그때 널 얼마나 믿었길래 월영 씨와 그 60조를 너에게 맡겼겠어? 근데 넌 그런 이사장을 어떻게 보답했지?”유현석에게 수치심과 자책감, 고통 등 여러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와서 머리를 땅에 박고 여러 번 부딪쳤다. 윤영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옆에서 지켜보다가 소파로 돌아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유현석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오늘은 섣달그믐날이구나.”그러자 윤영훈은 느릿느릿 받아쳤다.“그래, 난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너와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유현석은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한참 후에 다시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설을 쇠고 나서 너희들에게 말하면 안 될까?”윤영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이제야 결정을 내렸어?”유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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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유월영은 그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 같은 걸 믿지 않았다. 도박꾼이 영원히 다음번에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미 그녀에게 신빙성이 없었다.단지 그녀는 엄마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유현석을 데리고 병실 밖 복도로 나갔다.“말하세요.”유현석은 그녀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얼굴은 안 아파?”그는 딸의 뺨을 때린 것에 미안한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20여 년 동안 한 번도 너를 때린 적이 없는데...”유월영은 조금 짜증이 나는 듯 해서 입을 열었다.“그 얘긴 하지 마세요. 또 다른 할 말 있으신가요?”유현석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20년 동안 가장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딸이 점점 더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말했다.“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겨우 이 정도 크기였어. 하루에 22시간씩 자곤 했었지. 깨워도 깨지 않아 난 네가 아픈 줄 알고 너를 안고 의사들을 찾아갔어. 네 큰 언니는 처음 태어났을 때 너만큼 잠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었거든.”“의사가 괜찮다고 해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걸 알고 별로 좋지 않은 이 세상을 마주하기 싫어져서 계속 잠만 자고 있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유월영은 그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그가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왜 하는 거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말을 끊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그때 내가 항상 널 데리고 나가서 햇볕 쬐고, 너에게 장난도 치고 장난감도 사줬었지. 난 너를 잘 돌봐주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뭘 해도 열정이 오래 가지 못했어.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네 엄마에게 맡기고 더 이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이 몇 년 동안 너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유월영은 이것은 아버지 한 사람만이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다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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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그 후 며칠 동안 유현석은 나타나지 않았고, 유월영도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조린 의사가 신주시에 오자 그녀는 어머니의 치료를 주선하랴 설도 보내랴 바쁘게 보냈다.유월영은 밤새도록 어머니를 지켜보다 접이식 침대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그때 품에 있던 전화기기 진동하였다.그녀는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전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상대방이 말이 없자 유월영은 스피커로 바꿨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의사 선생님이신가요?”“당신 남편.”유월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화면을 보자 연재준의 전화였다. 그녀는 이 며칠 동안 어머니를 돌보느라 바빠서 그와 카톡으로 몇 마디 나눈 게 다였다. 그가 집에서 설날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재벌 가는 규칙도 많아 아마 그녀에게 연락할 시간이 없어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무슨 일이라니? 그걸 나한테 물어?”연재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쁜 눈으로 달력을 한 번 봐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유월영은 무의식적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달력을 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유월영이 대답이 없자 연재준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오늘 구청에서 출근합니다. 부인, 내가 지금 병원 아래에 있어. 가족관계증명서랑 잊지 말고 챙겨와.”“...”유월영은 그제야 새해 지나고 혼인신고 하러 가기로 약속했던 걸 기억해 내고 벌떡 일어섰다.연재준이 재촉했다.“굼벵이 아가씨, 빨리 내려와.”연재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유월영은 아직도 머리가 멍한 듯 서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비록 설 전부터 두 사람이 얘기했지만 그녀는 그동안 완전히 잊고 살았다. 그래서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와 재준 씨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된다고?’ 침대 위에서 듣고 있던 이영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신을 차리라는 듯 웃으며 재촉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씻고 내려가.”유월영은 어머니의 말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오니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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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유월영은 당연히 조서희의 충격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연재준도 오늘 흰 셔츠를 입은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유월영은 그가 하얀 셔츠를 입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검은색이 차분해 보이고 귀티가 나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하얀색 셔츠를 입은 그를 보니 의외로 부드러운 기질에 온유해 보이기도 했다. 유월영은 그에게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어제 문자 보낼 때도 알려주지 않고. 난 오늘 준비도 못 했다고요.”어젯밤 그는 그녀에게 사촌 여동생의 고양이가 공중제비하는 영상을 보내줬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공중제비할 수 있다니 그녀는 너무 신기해서 그에게 몇 개 더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이 고양이 좋아해? 내가 가서 뺏어 줄게.”유월영은 왠지 그가 여동생의 고양이를 훔치는 짓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히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말을 돌렸다.“어렸을 때 나도 고양이를 키웠던 적 있어요. 매일 밤 데리고 같이 자기도 했어요.”그 말을 듣자 연재준이 바로 생각을 바꿨다.“안 뺏어줄래. 넌 나랑만 자야 해.”두 사람은 이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면서 보냈다. 연재준은 혼인신고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었다. 연재준은 씩 웃으며 조수석 차 문을 열어줬다.“뭘 준비하려고? 넌 사람만 오면 돼.”유월영이 걸어가서 허리를 굽혀 차에 타려다가 조수석에 놓여있는 붉은 장미 꽃다발을 발견했다.연재준은 팔을 차 문에 올려놓고 살짝 몸을 숙인 채 안을 가리켰다. 잘생긴 눈매는 꽃보다 더 눈부셨다.“이번에는 내가 준 꽃을 버리지 않겠지?”“요 며칠 보낸 꽃들도 다 버리지 않았어요.” 그는 요 며칠 음식 외에도 두 번이나 꽃을 보내왔다. 매번 그녀는 꽃병에 잘 꽂아두었다가 시들어서야 버리곤 했었다. 연재준은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말했다.“내가 처음으로 선물한 꽃을 쓰레기통에 버렸잖아. 윤영훈이 사진도 찍어 보내줬었어.”유월영은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지만 그가 화냈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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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유월영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돌려 연재준에게 물었다. “연 회장님, 우리가 혼인 신고하러 가는 걸 알아요?”“아직 말하지 않았어. 훼방을 놓을까 봐, 다 한 다음에 말하려고.”연재준은 무서울 게 없는 듯 말했다.하지만 유월영은 연 회장이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전에 그녀와 연재준이 잘되기를 바랬으며 그녀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재준 씨, 시은이라는 분 알아요?”“아니. 누군데?”그녀는 조서희네 고향에 있는 임신한 신비한 여자였다. 유월영은 처음에 그 여자가 연재준의 애인이라고 의심했었다.그러다 서정희 부모로부터[상속인은 너 하나가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또 연재준이 간병인을 매수하여 이영희를 해치려던 사람이 문 부인이라는 말을 들은 후 유월영은 어렴풋이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그 여자와 배 속의 아이가 연재준과 관련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 그에게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저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는 셈이었다. 유월영은 가방을 열다가 그 옅은 노란색 봉투를 보고 눈을 깜박이다 꺼내 들었다.연재준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큰길을 달리다, 곁눈질로 힐끗 보고는 천천히 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다 버렸다고 하지 않았어?”“버렸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치워놨다가 그날에 다시 찾았어요.”유월영은 봉투를 열고 노란 종이를 꺼냈다. 하늘하늘한 한 페이지가 소년 연재준을 담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물었다.“이 말 무슨 뜻이에요?”연재준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답했다.“무슨 말? 너무 오래돼서 뭐라고 썼던지 기억 안 나.”방금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지금 그 복수를 할 시간이었다.“그러면 읽어 줄게요. [고개를 들어 달을 보려고 하는데 왜 당신의 모습만 보일까.] 이 구절은 시 같은데, 어느 시인의 시인지 연 대표님은 기억하시나요?”연재준은 다시 도도한 척했다.유월영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계속 이어 말했다.“연 대표님도 모르시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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