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준과의 전화를 끊은 뒤 이승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거실에 있는 유월영을 바라보았다.유월영은 사실 이승연의 집에 있었다.그녀는 방금 연재준의 전화를 받기 전 유월영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했고, 그 뜻인즉 연재준에게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이승연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왜 연 대표하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유월영은 뜨거운 물이 담긴 유리컵을 두 손으로 쥐었다. 유리를 통해 전해진 열기에 그녀의 손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있었다.“내가 좀 조사할 게 있어서 부탁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지금 임신 중이라...”유월영이 입술을 깨물다 다시 이어 말했다.“그런데 언니 말고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이승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무슨 일인데? 내가 임신했지, 불구가 된 건 아니야.”조서희도 옆에서 거들었다.“나도 있잖아. 나도 도울 수 있어.”유월영은 고개를 들고서 말했다.“우리 엄마가 설 전날에 쓰러져서 병원에 갔었잖아. 아버지도 그때 따라 같이 갔었거든. 그런데 그 뒤로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 한밤중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어. 아버지가 술에 취해 길에서 소란을 피운다고.”이승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래서?”“아버지가 그때 누군가를 만난 것 같아. 그래서 병원에서도 빠져나와서 그렇게 무작정 술을 마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이승연은 이해한 듯했다.“그래서 아버님이 병원에서 나온 후의 행방을 알아보고 싶다는 거지?”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이승연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인맥이 넓어 일을 조사하는 게 유월영보다 수월했다.그래서 그녀가 부탁한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승연은 궁금해졌다.“왜 갑자기 그런 의심이 들었는데?”...그랬다. 너무 갑작스러웠다.유월영은 몇 시간 저의 그 갑작스러운 재회를 떠올리자 마치 그의 몸에서 나던 옅은 송백나무 향이 나는 듯했다. 그녀는 손에 든 물컵을 꽉 쥐
유월영은 그의 암울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준 씨, 왜 그래요?”연재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잠들어서 못 들었나 봐요.”서지욱이 웃으며 말했다. “재준이가 집에 갔는데 월영 씨가 안 보여서 이 추운 날 막 식은땀을 흘렸잖아요.”유월영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다시 연재준에게 쏠렸다. 지금은 어떤 조급함도 보이지 않는 듯했고 그저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별일 없으니 다행이에요. 괜한 걱정을 했네요.”서지욱은 시계를 보고 새벽인 걸 알아채고 연재준의 어깨를 툭 쳤다.“재준아, 나 먼저 가볼게.”유월영도 깍듯이 인사했다. “서 대표님, 조심히 들어가세요.”서재욱이 손을 흔들며 가버리자 오피스텔 문 앞에 두 사람만 남았다. 그녀는 약간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재준 씨도 너무 호들갑이에요. 그냥 엄마 보러 갔다가 어젯밤에도 잘 못 자고 해서 피곤해서 오피스텔에 바로 온 거에요. 가깝기도 하고. 재준 씨 그렇게 급하게...”유월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재준은 그녀를 안고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두 사람의 뒤에서 쿵 하고 닫혔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중심을 잃은 유월영은 당황하며 연재준의 손을 잡았고 연재준은 그런 그녀를 신발장 위에 앉힌 채 그녀의 턱을 잡고 예고 없이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동작은 거칠었다. 그의 혀는 유월영의 부드러운 입술을 벌려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녀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턱을 잡은 채 탐욕스럽게 키스하며 그녀의 입안을 탐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거칠고 막무가내인 키스를 받은 유월영도 차마 감당할 수 없었다. 유월영은 미처 눈을 감지 않고 연재준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 그의 눈은 수심에 잠긴 듯했고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있었다. 그의 난폭한 행동에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겁이 나서 몸부림치며 그를 밀어냈다. “왜 그래요...재준 씨! 이러지 마요!”연재준은 잠시 그녀에게 입술을 떼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이마에 맞대고 가쁜 숨
방은 조용했고 침대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일어나 앉은 유월영은 머리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밤새 어지러운 꿈을 꾸고 일어난 그녀는 아직 정신이 채 안 돌아온 듯했다. 그녀는 한참 앉아 있다 밖에서 나는 인기척이 들리자,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나갔다. 연재준이 식탁 앞에서 보온 팩을 열고 도시락 몇 개를 꺼내고 있었다. 그러다 방문을 여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유월영의 약간 멍하고 나른한 표정을 본 연재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깼어? 빨리 가서 씻고 밥 먹을 준비해.”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마 하정은이나 조형욱이 배달해 준 게 틀림없었다. 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연재준은 하정은에게 음식뿐만 아니라 옷도 준비시켜서 가져왔다. 여전히 검은색 셔츠였지만 평상시와 달리 검은 넥타이를 매 평소보다 더 샤프하고 스타일리시 해 보였다. 셔츠 소매도 팔뚝까지 접혀 올라가 팔의 근육이 드러났고 손목에는 어두운 청색의 시계가 빛나고 있었다. 액세서리를 아무리 바꿔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유월영은 식탁에 앉아 둘러보고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 샌드위치의 소스가 입가에 묻자 그녀는 재빨리 티슈를 뽑으려 손을 뻗었다. 연재준이 먼저 티슈를 뽑아 그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천천히 먹어.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니고.”유월영이 그를 올려다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눈에는 애정이 어려있었다. “오늘 병원에 어머님 보러 갈 거야?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 나도 올라가서 뵙고 올게. 어쨌든 이제 장모님인데.”유월영은 천천히 삼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친자 확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엄마도 아버지가 자살한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유서도 알고 계실 거예요. 나를 만나려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당신을 어떻게 만나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혼자 갈게요.”연재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누가 알려준 거야?”“언니가요.”연재준은 더 이상 말이 없다 화제를
“...”유월영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렸다.오늘은 흐린 날씨였다. 먹구름은 햇빛을 가려서 도시 전체가 뿌옇게 변했다. 멀리 어디선가 비가 내리고 있는 듯했다. 공기 속에는 습한 기운이 파란 풀잎들을 감싸고 있었다. 송백 나무 냄새가 어느새 그녀의 콧속으로 사르르 스며들었다. 남자는 2, 3미터 밖에 서 있었고 1m 85cm의 훤칠한 키 때문에 눈에 띄어서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천성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어서, 한번 보면 다시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는 브라운색 숄 칼라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캐주얼하고 편안해 보였으며 그렇게 긴장감과 압박감을 주지 않았으며 허리에는 단추 하나만 있어 그의 판판하고 힘 있는 허리선을 강조해 주어 어깨가 더욱 넓어 보였다.안에 입은 셔츠는 일반적인 스타일과 다른 핏이였으며 오른쪽 옷자락이 왼쪽 옷자락을 누르고 있었다. 옷깃에는 단추가 없이 살짝 열려 있어 목젖과 쇄골이 살짝 드러났다.팔뚝까지 올린 소매를 보니 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아침의 연재준이 떠올랐다. 다만 그는 연재준보다 조금 야위어 보였다.그의 몸 곳곳에는 “미남”의 느낌이 있었고, 얼굴 윤곽이 입체적으로 두드러지고 매끈한 얼굴선을 드러냈다. 깊은 눈매는 냉미남의 분위기를 풍겼다. 유월영은 현시우가 떠나갔을 때가 늦여름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10년 후 그는 이렇게 초봄에 돌아왔다. “...”어젯밤에 만났지만 낮에 다시 만나자 유월영은 그만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자 옅은 송백나무의 향기가 일렁이었다. 유월영은 문득 당시 현씨 집안의 크루즈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눈을 가린 채 신비한 사람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었다.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은은한 송백나무의 향기가 풍겼다. 그래서 대개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안대를 풀자 눈앞에는 신연우가 서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게 역시 현시우 다웠다. 그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유월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바로 그의 말에서 분명히 뭔가 잘못됨을 알아챘다.“당신 뭘 알고 있는 거야?”‘아니다. 질문이 틀렸어.’유월영은 고쳐 물었다.“당신 어디까지 다 알고 있는 거야?”마치 그녀가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것처럼 현시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듯했지만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쌍꺼풀 때문에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게다가 눈꺼풀이 얇고 깊어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지만 눈빛은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이러한 상반된 모습은 그를 차갑지만 속 깊은 사람인 듯 해 보였다.그는 그렇게 유월영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유월영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렇게 사람을 보내 나를 따라다니느니 차라리 모든 걸 말해 줘. 내 처지를 알아야 나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그렇게 쉽게 다 말할 수 있었으면 내가 당신을 두고 떠나지도 않았을 거야.”그러니까 그때 그가 출국했던 게 그녀의 신분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유월영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어젯밤에 그는 아버지가 설날 전날 밤에 두 사람을 만났으며 그 두 사람이 바로 아버지가 자살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월영은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알아내기도 전에 그는 자신이 떠난 게 그녀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가뜩이나 심란한 그녀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유월영이 초조해서 말했다.“나한테 아무것도 안 알려줄 거면 그런 낌새 꺼내지도 마. 왜? 내가 당신에게 끌려다니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좋아?”현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양아버지가 너 때문에 죽었다고 자책하는 게 싫어서 그래.”“...”유월영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렸다.그랬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10년 동안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유현석의 죽음에 대해 자책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이었다.그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유월영은 한세인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알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너무 많은 질문들이 있었으며 하나하나씩 답을 찾아야 했다.첫 번째 일은 그녀 자신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다.유설영이 갑자기 그녀가 유씨 집안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한 것도, 유현석이 그녀의 신분 때문에 자살했다는 현시우의 말도, 모두 그녀가 “누구”인가와 연관되어 있었다.그리고 지금,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영화뿐이었다.그녀가 병실에 들어서자, 이영화에게 죽을 떠 먹여주던 유설영이 바로 숟가락은 내려놓고 벌떡 의자에서 일어서서 매섭게 쏘아봤다.“내가 분명히 어제 엄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왜 또 여기에 나타난 거야?”유월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20년 넘게 엄마라고 불렀는데 앞으로 계속 부를지 말지는 언니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그리고는 병상에 있는 이영화를 보면서 한결 누그러뜨린 말투로 얘기했다.“엄마가 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면 바로 말해 줘요. 앞으로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유설영이 발끈하며 말을 가로챘다.“너 정말 파렴치하네! 어떻게...”이영화가 입을 열었다.“설영아, 너도 어젯밤 내내 여기 있느라 피곤할 테니 돌아가서 쉬어. 애도 가봐야지.”유설영이 눈살살을 찌푸렸다.“엄마!”이영화는 한숨을 쉬었다.“월영은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까 애한테 화내지 말고 너도 먼저 돌아가. 내가 월영이랑 할 얘기가 있어.”“월영이, 월영이. 언제 내 이름을 그렇게 살갑게 불러봤어?”유설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엄마는 걔를 편애하고 있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외투를 잡고 바로 병실을 나갔다.이영화는 뭔가 말하려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유월영은 다가가 죽 그릇을 들고 계속 이영화에게 떠먹여 줬다.그녀를 보는 이영화의 눈빛은 예전과 같았다.“월영아, 자책하지 마. 엄마는 너를 원망하지 않아. 언니가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돼서 하루에 열몇 시간, 스무 시간씩 자던 게, 어느 날 갑자기 안 자고 계속 울어대는 거야. 우리는 네가 아픈 줄 알았지. 그러다 날짜를 보니 그날이 너의 친 아버지의 형 집행날짜였던 거야.”‘뭐라고?!’유월영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무슨 형 집행날짜요?”“너의 친아버지는 고 씨였어. 고해양이 너의 친아버지 성함이야. 네 아버지에게 회사가 하나 있었어. 원래는 아주 큰 회사였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회사도 파산하게 되었지. 그리고 조사 들어갔는데 너의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다면서 경찰에 붙잡혀 갔어. 나도 정확히 무슨 죄목인지 잘 모르지만 분명 심각한 죄목이었을 거야. 그래서 바로 사형을 선고받았어.”“...”유월영은 자신이 이런 신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해양? 그녀는 이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 것 같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더 알아보기로 했었다. “그럼 저의 친 엄마는요?”이영화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한테 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너보다 서 너살 위일 거야. 당시 고씨 집안에 그런 일이 들이닥치고 난장판이었지. 너희 오빠는 혼자 문 앞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틈 타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안아갔어. 네 엄마는 너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워낙 허약했던데다 집안에 계속 그런 일이 생기니까 더는 견디지 못하고 강에 투신해서 자살했어.”유월영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 몸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바람이 불어오자 온 몸은 차갑게 식는 듯했다. “너의 아버지는 사실 고해양의 경호원이었지. 네 친엄마가 투신했던 날 우연히 고씨 집에 들어갔다고 갓 태어난 아기가 요람에 누워 배가 고파서 자지러지게 우는 걸 봤다고 해.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사고가 날까 봐 널 집에 데려와 분유를 먹이라고 나한테 널 넘겨줬지.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친엄가가 강에 투신한 일이 전해졌어.”이영화가 이어 말했다.“당시 고씨 집안에서도 네가 없어지자 너의 친엄마가 너
하정은은 즉시 연재준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대표님, 이 변호사가 그 별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답니다.”이승연이?연재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가 왜 갑자기 그 별장에 찾아간 걸까...’‘월영이가 부탁한 건가?’‘어쩐지 그녀의 행동이 요즘 이상하다 느꼈더라니. 그녀는 다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부만 알고 있으려나?’연재준은 이미 연회장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돌아서서 나갈 수 없어, 하정은에게 눈빛을 보냈다. 하정은도 그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연재준은 표정 변화 없이 연회장으로 계속 걸어 들어갔다. 오늘 상회의 주제는 “오색찬란”이었다. 연회장에 걸린 샹들리에는 꽃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바닥에도 꽃을 수놓은 페르시아 카펫이 깔려있었다. 구석구석에 장식된 꽃은 세계 곳곳에서 공수하여 들여온 보기 드문 품종의 꽃들이었으며 한눈에 봐도 사치스럽고 휘황찬란해 보였다.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정장을 입은 남자, 드레스 차려입은 여자, 각각 술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서로 부르는 호칭은 “대표” 아니며 “사장”이었으며 가장 직급이 낮은 사람도“이사”였다. 연재준이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사장들이 와서 아는 체를 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는 웨이터의 손에서 레드 와인 한 잔을 가져왔다. 그는 키가 크고 생김새가 뛰어났으며 손에 든 붉은 색 와인과 손목시계의 어두운 하늘색이 어우러져 불빛 아래서 형용할 수 없는 조화와 우아함을 빛내고 있었다. “엊그제 해운그룹에서 발표한 전년도 재무 보고서를 봤는데 전년 대비 202% 성장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연 대표님을 직접 만나 뵙고 축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연 대표님은 정말 젊고 유능하십니다. 해운그룹이 대표님께서 맡으신 후부터 정말 고공행진이네요”“조 사장님 과찬입니다. 업계가 호황이라 그렇죠.”“올해는 해운그룹이 더 대박 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시작한 영안 프로젝트도 수익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잖습니까? 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