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갑자기 비틀거리다 손에 우산은 그의 우산과 부딪혔고 빗방울이 튀어 땅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 떨어졌다. 그러나 곧 다급한 발걸음들이 웅덩이를 밟고 다가왔다. 유월영이 고개를 들자 현시우의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반쯤 둘러서 있었다. 앞으로 나서려던 연재준은 얼굴이 굳어진 채 할 수 없이 멈춰 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현시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월영이가 앞으로 다시는 당신과 함께 가지 않을 거야.”길을 막고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면 연재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당신이 내게서 그녀를 데려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현시우가 씩 웃었다.“해보지 뭐.”해보라지.연재준은 진작부터 손을 쓰려고 했었다. “사모님 모시고 와.”연재준의 한마디에 주위에서 은밀히 보호하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빗속에서 양쪽의 사람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유월영은 그들이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대낮에 길거리에서 패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길에 인적이 뜸했지만,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길도 막히지 않아 언제든지 사람들이 올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보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뉴스에 나오기라도 한다면...‘해운그룹과 현씨 가문은 모두 큰 타격을 받을 텐데도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인가?’지금 상황을 보니 그들은 정말 뒷일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유월영은 심지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렇게 그녀의 눈앞에서 난투극이 펄쳐졌다. 연재준과 현시우의 경호원으로 선발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스라엘에서 가장 잔인한 격투술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으며 하나같이 흉악하였다.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땅에서는 퍽퍽 주먹이 오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주먹이 살에 부딪히는 소리, 뼈 부러지는 소리,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유월영은 순간 자신이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팔꿈치 때리기,
지남은 뒤를 돌아보았다. 현시우가 멈추라는 말이 없자 그는 엑셀을 밟은채 놓지 않았고 차는 도로를 계속 질주했다.유월영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돌려 현시우를 노려봤다. “차를 세우라고 해!”현시우는 갑자기 그녀의 위로 몸을 숙여왔다.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의 몸에서 나던 옅은 송백향 나무가 그녀에게 훅 닿았다. 사람마다 안전거리에 대한 기준이 달랐으며 일정한 안전범위를 넘어오면 경보가 울리는 게 당연했다. 유월영은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가방에서 작은 칼을 꺼내 현시우를 향해 찔러왔다.하지만 이내 현시우의 빠른 손놀림에 잡혔고 그는 고개를 숙여 내려봤다. 그건 휴대용 접는 칼이었고 칼날이 날카로워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현시우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도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싸움과 납치 그리고 자동차 추격에 교통사고까지. 이 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며 유월영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 행동들이었다.하지만 그래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지금 나한테 칼을 겨눈 거야?”유월영은 입술을 깨문 채 대답이 없었다.지남은 백미러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신가요?”“응. 괜찮아.”현시우는 짧게 대답하고 한 손으로 유월영의 칼을 빼앗고 한 손으로 그녀의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매주었다. 탁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난 그저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했던 것뿐이야.”말을 마치고 현시우는 다시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안전벨트를 채웠다.“연재준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계속 그 사람 옆에 있다간 네가 안 괜찮아.”“당신의 말을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야. 나에게 모든 걸 말해주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게 해줘.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고.”유월영은 숨을 고르고 다시 이어 말했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당신이 말하는 대로 다 믿을 수는 없어.”현시우가 말이 없자 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
“...”옛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유월영은 자신도 모르게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 너무 뜬금없지 않아? 10년 전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고 나를 버리고 해외로 간 사람도 당신이고, 지금 갑자기 나타나서 나보고 같이 떠나자고 한 사람도 당신이야. 날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좋으면 입양하고, 싫으면 남을 줘버렸다가 또 생각나면 막무가내로 데려올 수 있는 강아지인 거야?”현시우는 그녀의 굳은 옆모습을 보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화 안 풀린 걸 알아. 또 뭐라고 욕하고 싶어? 계속 해, 실컷 하고 앞으로는 이런 칼로 나를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녀가 칼로 그를 막은 행동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 듯했다. 유월영은 덧붙였다.“그리고 난 더 이상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현시우는 덤덤하게 물었다.“너 연재준을 좋아하고 있는 거야?”유월영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응.”“어디가 좋아? 3년 동안 당신을 도구로만 여기던 걸? 그가 더 순진하고 새로운 여자를 좋아하는걸? 아니면 그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새 직장 못 구하게 손을 쓴걸?”“...그것도 아니면 당신을 협박해 그의 곁으로 돌아오든지 아니면 혼자 외롭게 죽게 놔두겠다고 하던 걸 좋아하는 거야?”“...”유월영은 말문이 막혔다.현시우는 여전히 손에 있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이 말은 냉소적으로 들렸지만 사실 그의 평소의 말투와 다를 바 없었다. 차분하고 조용했으며 공격적이지 않았다. 유월영은 갑자기 서러워져서 소리 질렀다.“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단 말이야? 내가 정말 필요할 때 당신은 나타나지도 않다가 내가 이제 재준 씨랑 잘되고 결혼하니 또 나타나서는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하면 당신을 믿어주고, 당신이랑 같이 가야 해?”그녀는 왜 자신이 만나는 남자가 모두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재준도 그렇고 현시우도...유월영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현시우는 그녀를 껴안고 술집을 나섰다. 밖에 바람이 많이 불자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쳐주었다. 고개를 숙여 옷깃을 여며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왜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유월영은 인사불성이 된 채로 그의 가슴에 고개를 댄 채 웅얼거렸다. 현시우는 그녀가 취한 걸 처음 보고 그녀가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려 할 수 없이 그녀를 호텔로 데려갔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두 사람의 신분증을 요구하자 현시우는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신분증 가져왔어?”유월영은 얌전히 대답했다.“응~”현시우가 다시 물었다.“신분증 좀 줘봐.”“응~”현시우는 이 상황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신분증을 달라고. 이 주정뱅이 아가씨야.”“주머니에 있는데~”현시우는 한참 그녀의 주머니를 뒤지면서 신분증을 찾고 있었다. 그때 유월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뚫어지게 보고 나서야 혼란스러운 듯 눈앞에 사람이 현시우라는 걸 알아챘다. “현시우?”현시우는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왜?”유월영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또 꿈을 꿨나 보네.”현시우의 눈이 깊어졌다. “내 꿈을 자주 꿔?”유월영은 그의 품에 이마를 댄 채 고개를 저었지만, 그건 그의 꿈을 자주 꾸지 않는다는 뜻인지 아니면 자주 꿈을 꾸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현시우는 마음이 복잡해져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입을 열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 아니면 내가 안아서 갈까?”“나 안 취했어.”“진짜 안 취했어?”유월영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신분증을 빼앗아 프런트로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방 좀 주세요!”현시우는 그만 웃음이 나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따라갔다. 그렇게 유월영이 현시우에게 안겨대고 앞장서서 호텔 방을 잡는 장면이, 마침 차를 몰고 그 앞을 지나가던 연재준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녀가 현시우에 대한 옛 감정이 되살아났다
헬리콥터의 거대한 날개에서 불어온 바람은 잔디밭을 거의 평평하게 쓸어 버렸다. 현시우의 우산은 일찌감치 날아갔고 몸에 걸친 정장은 바람에 펄럭이었다.현시우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월영아,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으래?”불과 몇 초의 순간, 유월영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야 되나? 가지 말아야 하나? 연재준과 현시우, 누가 더 수상할까? 누구를 믿어야 하지?’‘남아서 계속 조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현시우를 따라가면 진실을 알 수 있을까?’그녀는 연재준이 자신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소년 시절의 현시우가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걸 떠올렸다. 혼인신고 하던 날 연재준의 ‘보고 싶었어’라고 속삭이던 것을 떠올렸고, 자신이 아무리 애원해도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던 현시우의 뒷모습이 떠올랐다...유월영은 숨이 가빠왔고 빗물이 코안으로 들어가 그녀는 심지어 물에 빠져 익사하는 듯한 공포감까지 밀려왔다.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고 한세인이 몸을 숙인 채 소리 질렀다.“대표님!”지남이 급하게 외쳤다.“사다리 내려요!”한세인은 바로 헬리콥터에서 사다리를 내던지자 바로 그들 앞에 떨어졌다. “빨리 올라와요! 빨리!”연재준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수십 미터의 거리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월영아!”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연재준을 향해 바라보았다. 연재준의 차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고 마치 유리창 사이로 연재준의 눈과 마주친 듯했었다. 그녀는 방금 연재준과 재결합을 했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방금 연재준과 혼인신고 하러 갔고 아직 부부의 신분으로 함께 지내기 시작하지도 않았다...현시우도 그녀에게 외쳤다.“월영아!”유월영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현시우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내가 당신과 함께 가면 나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줄 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걸.”현시우의 목울대가 떨렸다.“그럴게.”유월영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그 계단을 잡고 올라갔다. 그 모
2, 3초 후 연재준은 밟고 있던 지남의 목을 놓아주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그는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노현재가 있으니 그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몇 시간 후에도 그의 입이 지금처럼 굳게 닫혀있을지 한번 보자고.”노현재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은 이내 지남의 두 다리를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트렁크에 던져 넣었다. 노현재는 부하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 얼굴과 머리를 대충 닦고 나서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재준이 형, 이제 어떻게 하려고?”연재준의 눈꺼풀에 투명한 빗방울이 맺혀 있었고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는 창밖의 날씨를 바라보았다.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치는 이런 날씨는 가시거리가 매우 낮아 원래대로면 헬리콥터가 이동할 수 없었다.하지만 현시우는 신주시에 1분만 더 머물러도 연재준에게 잡힐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라면 이륙을 강행할 가능성이 컸다.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하 비서, 지욱에게 전화 해줘. 그가 항공부서에 아는 사람 있으니까 지금 바로 연락해서 현시우의 모든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라고 해.”“알겠습니다!”“그리고 신주 병원에 사람 보내서 유월영 어머니 병실을 지키라고 해. 우선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아무도 데려가지 못하게 지켜. 의사, 간호사만 만나게 하고, 정상적인 치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알겠습니다!”연재준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말했다.“노현재.”“재준이 형, 듣고 있어.”“넌 가서 현 회장을 감시하고 있어. 특히 그의 통화를 감청하고 만약 현시우가 연락한다면 바로 먼저 알려줘.”연재준은 불과 몇 분 만에 그물을 촘촘히 짰다.“현시우, 당신은 빠져나갈 수 없어!”노현재는 아랫사람에게 분부하며 그를 위로했다.“재준이 형, 너무 걱정하지 마. 유 비서가 어머니라면 끔찍하니까 우리 손에 있는 한 꼭 다시 돌아올 거야.”연재준이 무표정하게 답했다.“당연히 돌아올거야. 그녀는 내 아내라고, 내가 여기 있는데 어디로
헬리콥터는 내부 공간이 제한되어 있어 유월영은 시트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계속 재채기했다.현시우는 담요를 가져와 유월영의 몸에 둘러주었다.“여기 갈아입을 옷이 없네. 거의 다 오니까 조금만 참아.”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현시우를 쳐다봤다. 빗물에 씻긴 뺨은 티 없이 깨끗했고 하얀피부가 투명하게 빛났다.“우리 그냥 이렇게 가버려도 돼? 당신 부하를 구하러 가야 되지 않아?”현시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낮게 말했다.“연재준은 그를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리 아버지도 가서 얘기할 거고. 지남도 충분히 스스로 도망칠 수 있어.”유월영은 추위에 신경이 얼어붙는 듯 해서 담요를 더욱더 끌어안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지만 밤이 되어 신주시는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유월영은 그가 말한 ‘도착지’가 건물인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부둣가였다. 그들은 헬리콥터에서 개인 크루즈선으로 갈아탔다.폭우로 인해 바다에는 큰바람이 불고 파도가 출렁이었다. 파도가 기슭을 때려왔지만 부두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배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현시우는 유월영을 부축하여 요트에 태우고 선실로 들어서자 그는 즉시 그녀의 젖은 담요를 풀었다. 유월영은 선실을 둘러보았다. 이 크루즈선은 현 회장이 연회를 열 때 사용했던 크루즈보다 조금 더 큰 듯했다. “원래는 개인 전세기로 갈아타고 신주시를 떠나는 게 더 빠른데, 방금 비행 금지령을 받았어. 날씨가 좋지 않아 모든 노선이 운항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연재준이 먼저 손을 쓴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배를 타고 떠날 수밖에 없어. 먼저 비서보고 샤워할 수 있게 뜨거운 물 준비하라고 할게.”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씨는 사실 바다로 나가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현시우는 그래도 출발시켰다. 하루 더 늦게 출발하면 연재준이 수로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배까지 출항 못 하게 할까 봐 그런 거란걸 유월영은 알고 있었다.유월영은 방에서 뜨거운 물로 재빨리 샤워하고 그들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깨
유월영은 수석비서관답게 순간적으로 그의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뭘 아는지는 보고 얘기하겠다는 심산이야?”그녀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아까 약속했잖아, 모든 걸 빠짐없이 내게 말하겠다고.”그녀는 편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깐깐한 유월영을 보면 현시우는 미소 짓다가 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당신을 속일 생각은 없었어.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관련된 것도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거야. 의문을 끌어낸 거지.”유월영은 생각하다가 먼저 이승연이 알아낸 것을 물었다.“아버지가 협박당한 채 병원을 나왔어. 아버지를 납치한 사람이 별장으로 데려간 것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어, 그 별장이 누구 소유야?”“윤영훈이라는 사람.”현시우가 대답했다.유월영이 생각밖이라는 듯 흠칫 다.“윤영훈이라고?”현시우는 유리 주전자를 들어 와인 한 잔을 더 따랐다. 주전자가 줄곧 인덕션 위에서 끓고 있어, 따라낸 와인에서 김이 났다.“송초의 윤영훈, 그 사람이 당신을 쫓아다녔지?”“이 일이 그 사람과 관계가 있어?”유월영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아예 상관이 없던 인물이었다.요트는 평지를 밟는 것과 같이 해수면을 부드럽게 항해하고 있었으며, 현시우의 목소리도 평화로웠다. “당연하지, 그가 직접 당신 양아버지를 납치해서 병원을 떠난거야.”“...”유월영은 갑자기 이승연 오후에 전화해서 못다 한 말이 무엇인지 알 듯했다. 그녀가 CCTV에서 본 아는 사람이 아버지와 10분 차이로 병원을 떠났다고 했었다. 그 아는 사람은 바로 윤영훈이었다.유월영의 눈이 반짝였다. 이미 그녀 곁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윤영훈은 왜지?”현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해양그룹이 무너지고 이어서 현재의 4대 재벌그룹이 생겼어. 해운그룹 연씨 가문,SK그룹 신씨가문, 윤씨 가문과 오씨 가문. 이들이 해양그룹의 시장을 나눠 가졌지.”유월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