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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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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유시아는 반나절이나 멍하니 있다가 가볍게 웃으면서 물었다. “당신의 신서현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리고 예운 별장에 있는 프리지어는 또 어떻게 할 거예요? 저렇게 말라가고 썩어가게 놔둘 거예요?”“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어.”임재욱은 약간 어두워진 그녀의 큰 눈을 바라보더니눈빛에는 애잔함이 묻어있었다. “신서현은 죽었어. 소현우도 죽었고. 이제부턴 그 사람들 얘기는 꺼내지 말자. 어때?”유시아는 피식 웃더니 “그래서 당신은 내가 더는 당신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제 서로 공평해졌으니 같이 있어도 된다는 거예요?”몇 년 동안 임재욱은 유시아가 신서현을 죽게 했다고 고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일때문에 유시아를 감옥에 넣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임재욱도 유시아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를 죽이고 그녀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결혼식을 파탄시켜 버렸다. 이제 두 사람은 공평해진 셈이니 임재욱은 유시아에게로 돌아가 그녀에게 자그마한 따뜻함과 사랑을 베풀기로 했다. 하지만 가슴 찢어지던 과거의 상처와 피가 낭자하던 현실을 이대로 무마시킬 수 있단 말인가?이 남자, 어떤 때에는 참 유치하기에 그지없었다. “시아야, 지나간 건 지나가게 놔두고 우리는 앞만 보고 가야 돼. 내가 너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갈게.” 임재욱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이건 분명한데 넌 소현우를 사랑하지 않아. 단지 그의 따뜻한 배려에서 못 벗어났던 거야. 왜 인정을 안 하는 거야?”유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호흡이 가빠지듯이 씩씩거렸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임재욱 씨, 우리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당신이 끼어들 바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런 자격이 없단 말이에요.”그녀는 말하고 나서 곧바로 몸을 돌려 룸 밖으로 나가버렸다. 임재욱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끝내는 임재욱의 강요에 못 이겨 그의 벤틀리에 앉아 반월 별장으로 돌아갔다. 차에서 내리기 전 임재욱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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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그래. 빨리 갈게.”임재욱은 전화를 끊고 회의실로 다시 돌아갔지만, 도저히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고 머릿속은 헝클어진 실타래마냥 엉켜있었다. 직원이 숫자를 잘못 보고하는 상황도 발생하였지만, 그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오히려 직원이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손에 땀을 쥐었다. 임재욱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끝내자고.”그리고는 곧장 회의실을 뛰쳐나왔다. 사무실로 들어와 곧바로 두 사람의 항공권을 예매한 뒤 임재욱은 대우 그룹에서 빠져나와 차를 타고 반월 별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임태훈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재욱아, 저녁에 시간 되냐? 가족들이 다 모여 식사한 지도 오래됐는데 본가에 들러 밥 한 끼 먹자꾸나. 내가 주방장에 네가 좋아하는 걸로 시켜놓았단다.” “오늘은 시간이 안 되니깐 다음에 하시죠.”임재욱은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십 분 뒤 차는 반월 별장 앞에 멈췄다. 임재욱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생각했다. "이 속도면 충분해. 영감탱이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야."외국으로 나가서 여러 개 나라를 거친다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할아버지라도 절대 그들을 찾을 수가 없다. 드디어 할아버지의 덫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은근한 쾌감이 솟아올랐다. 안전벨트를 벗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시아가 있는 별장으로 걸어가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유시아가 눈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긴팔로 된 겉옷을 입고 머리는 풀어 헤쳤으며 조막만 한 얼굴은 화장을 안 한 탓인지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욱 씨 왔어요?”임재욱은 "응"하고 답하면서 신발도 갈아 신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들어서자, 소현우의 영정사진이 보였고 그 앞에는 생일 케이크가 놓여져있었고 케이크에는 불이 켜진 초가 꽂혀있었다. 임재욱은 흠칫하다가 오늘이 소현우의 생일인 것이 기억났다. 그는 전에 걸려 왔었던 한 통의 전화가 생각나면서 온몸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임재욱은 시선을 거둬 그녀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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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그녀를 제일 많이 사랑하고 그녀에게 따뜻함을 주었던 그 남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유시아에게 자신을 사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는 죽어버렸다. 그것도 그렇게 처참하게 말이다. 그런 그 남자를 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단 말인가?유시아는 지금 소현우를 위하여 마지막으로 두 가지 일을 하고 싶었다. 그의 생일을 차리고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그를 위하여 복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허망하게 그를 죽어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 “당신이 그이를 죽인 거야. 메일을 보내 협박하였지만, 그이가 그걸 못 보고 나와 결혼을 강행한 거야. 그래서 당신이 그이를 거리바닥에서 죽게 한 거야…”유시아는 점점 창백해지는 임재욱의 얼굴을 보면서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임재욱 씨, 이 세상에는 왜 당신과 같이 잔인한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신서현 때문에 나를 미워하고 나를 감옥에 처넣어 괴롭혀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았어.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현우 씨를 죽여버릴 수 있어? 그이가 나를 사랑하고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외에 또 무슨 잘못이 있었어? 왜 당신의 욕심 때문에 그이가 목숨까지 잃어야 하냐고? 왜?”임재욱은 머리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무슨 이메일?”“당신이 더 잘 알면서 왜 나한테 물어? 임재욱 씨, 당신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건 나야. 그런데 왜 현우 씨를 죽이냐고? 그이를 돌려줘. 나에게 다시 돌려주면 안 돼?”유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에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소현우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결국 그녀를 혼자 덩그러니 버려놓고 떠나갔다. 순진하기에 그지 없는 그 남자는 죽기 전까지도 임재욱을 그녀의 구세주로 생각하고 임재욱에게 그녀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였다…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여 유시아는 그가 그런 멍청한 유령이 되는 것이 싫었다. 그녀는 과일칼을 움켜쥐고 칼이 그의 몸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깊게 찔렀다. “임재욱 씨, 나는 절대로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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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임재욱은 걸어가다가 갑자기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앞으로 꿇어앉은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 김 닥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김 닥터뿐이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건져야 할뿐더러 유시아의 안전도 고려해야 했다. 개인 병원의 차량도 무단통행이 가능하기에 김 닥터가 가장 빨리 와 줄 수 있고 또한 임재욱은 사전에 문을 열어두었기에 김 닥터는 두 명의 조수와 함께 재빨리 달려와 의식이 없는 임재욱을 구급차로 들어 구급 준비를 시작하려고 하였다. 김 닥터는 똑같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유시아를 보고 잠깐 망설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임재욱은 자신에게 임재욱 자신을 구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기에 그는 모른 체 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구급차 문이 닫히자, 기사는 기사대로 운전하고 소형 구급실과도 같은 뒷좌석에서는 김 닥터와 조수들이 임재욱에게 다급히 지혈과 구급을 실행하였다. 구급차가 큰길에 올라서자마자 흰색 아우디 차가 앞을 가로막았다. 강석호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정운시에서 김 닥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정이 지나서야 유시아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소현우를 봤다. 그는 사고 당일 입었던 흰색 정장을 입은 채로 별장 안에 서서 슬픔과 실망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는 다가가 소현우의 손을 잡고 부둥켜안으면서 울었다.“가지 마, 내 곁에 남아주면 안 돼? 당신은 모를 거야. 당신이 없는 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든지…”하지만 소현우는 마치 화 난 듯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문을 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유시아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허공에 떠도는 공기만 잡혔다. 그녀는 울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불 꺼진 별장 안으로는 밖의 가로등 불빛만 보인다. 바닥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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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임재욱이 눈을 뜨자 눈앞은 온통 창백한 하얀색으로 뒤덮여있었다. 주위를 돌아보고 난 그는 여기가 김 닥터의 개인 병원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김 닥터에게 전화했고 김 닥터가 달려와 구원을 한 것이 분명한데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임재욱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때 병실 문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도금된 지팡이 하나가 먼저 문으로 들어왔다. 임태훈은 침대로 다가와 젊은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웃더니 비웃듯이 말했다. “정말 갈수록 가관이더구나, 여자 하나 때문에 여차하면 죽을 뻔했더구나!”임재욱은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끌어올렸다. 결국은 이 노인네의 귀에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 또한 이번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시아는요?”임재욱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유시아는 어떻게 하셨어요?”임태훈은 저도 모르게 냉소를 지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한 놈이 그 여자를 걱정하고 있다. 그는 임재욱의 아래턱을 잡고 “내가 뭘 어떻게 하겠냐? 그 여자가 나라 법을 어겼으니, 나라에서 알아서 처리를 할 것 아니냐. 널 찌른 그 칼에 그 여자의 지문이 가득 남아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니?”고의 상해죄, 이건 형법에 저촉된다. 설령 자신이 크게 다치지 않는다 해도 이 노인네의 일방적인 성격에 따르면 8년, 10년 없이는 유시아는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다.정운여자감옥…유시아의 3년을 고스란히 바쳤던 곳인데 그녀의 후반생을 또 거기서 지내게 한단 말인가?임재욱은 전에 여자감옥을 방문할 때의 기억이 살아나면서 등골이 싸늘해졌다. “한 방에 총살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그는 유시아가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임태훈은 가볍게 혀를 차면서 “쇼는 하지 말거라. 그 누구보다도 그 여자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너란걸 나도 알고 있단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쉽게 그 여자를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감옥 경찰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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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그는 밖으로 소식을 전하지도 못하고 바깥소식을 듣지도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강석호가 오더니 영감이 사람을 시켜서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라면서 몸에도 좋은 고급 영양제들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권했다.“이번에는 영감의 뜻에 좀 맞춰주는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될 것이야.”임씨 집안 사람들한테 있어서 손가락 하나 건드리는 것조차도 참지 못하였다.강석호는 임씨 집안에서 몇 년간 있었기에 재욱 할아버지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임재욱은 잠시 조용했다가 입을 열었다.“그녀는요?”“그날 밤에 갇혔어.” 강석호는 말을 잇다가 다시 임재욱에게 화제를 돌렸다. “재욱 님께서 어서 나으셔야 할아버지의 화도 이내 가라앉으실 겁니다.”그러면서 강석호는 영양액 한 봉지를 따서 임재욱에게 건네주었다. “이것 좀 드세요,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임재욱은 움직이지 않고 다만 “그날, 네가 줄곧 나를 미행하였던데 할아버지께 나의 행적을 이른 것이 맞느냐?”유시아와 같이 도망가기로 한 며칠 전부터 임재욱은 거의 강석호의 차를 타지 않았고 항상 혼자 다녔었다. 하지만 항상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그래서 그가 마지막쯤에 김 닥터에게 전화를 걸어도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강석호가 듣자, 고개를 살짝 떨구며 말했다.“저는 임씨 집안 하인이니 매 사는 다 임씨 집안 사람들을 위합니다.”임재욱은 팔을 천천히 들어 그 손의 약을 엎었다. “나가!”강석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약 한 봉지를 뜯어 타 주었다. “임 대표님, 대표님이 계속 나아지시질 않으면 유시아 님을 더더욱 구해낼 수가 없게 됩니다, 대표님도 유시아 님이 계속 감옥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맞죠?”임재욱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 영감이 너에게 이런 말을 하라고 시키신 거야?”“아닙니다,”강석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그냥 임 씨네 남자들이 그게 누구든 간에 절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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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문밖에는 정유라가 서있었고 그 옆에는 임청아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재욱아….”임청아가 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오빠 몸의 상처들이 다 나았나요? 왜 이렇게 빨리 걷기 시작했어요? 얼른 침대에 가서 누워 쉬세요.”임재욱은 초조한 듯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오라고 하시더니?”정유라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임청아가 먼저 흥흥대면서 말했다.“난 오빠가 이럴 줄 알았어, 유라 언니가 쓸데없이 걱정한 거잖아.”원래 청아와 유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필경 집안끼리도 아는 사이이고 유라가 두 살 언니지만 미래의 형수가 될 사이이기에 줄곧 언니 동생 사이로 잘 지내고 있었다.하지만 아버지와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옛날에는 청아를 동생처럼 이뻐하고 사랑했었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없는 사이가 되였다. 청아는 유라가 더 이상 옛날의 그토록 자신을 아끼는 언니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방들어와서 들고 있던 보양식이 담긴 보온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발길을 돌렸다.임재욱은 이복동생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창밖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네가 왜 여길 와?”“재욱 오빠, 난 그냥 오빠가 보고 싶어서 온 것뿐이에요예요.”임청아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오빠는 진짜 나를 안 보고 싶어요?”임재욱은 창밖을 보며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네가 안 보고 싶은 게 아니고 네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 할아버지 손에 있다는 것이야.”그는 이미 유시아의 일이 꼭 해결될 수 있다고 예감했지만 그러기엔 쌍방이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얼마나 혹독한지는 영감의 양심에 달려있었다.재욱의 멋있으면서도 냉랭한 옆태를 바라보는 정유라의 마음은 절망감이 감돌았다.하지만 그녀는 문득 이 남자를 아무리 사랑해도, 그를 위해 아무리 많은 인내와 퇴보를 해도 그의 사랑이나 연민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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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만약 특수한 분부가 없었더라면 감옥에서는 죄인들을 이렇게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안건이 아직 진행되지도 않았고 재운은 피해자로서의 진술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이런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재욱은 사진을 들고 있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가 문 앞의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면서 말했다.“영감에게 지금 당장 전화해서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하고 다른 사람 좀 그만 괴롭히라고 해.”경호원은 그를 막았고 그는 길을 비켜주지 않자, 몸싸움을 버리기 시작했다.허리의 상처는 곧 심한 몸부림으로 터졌고 선홍색의 피가 환자복을 물들였다.임태훈이 황급히 달려왔을 때 임재욱은 이미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다시 병실로 옮겨졌고 복부의 상처도 다시 싸매지고 있었다.그는 아픔을 잘 참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은 사람인지라 심한 통증과 출혈로 한쪽 얼굴은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의 상처를 다시 치료해 주었고 간호사분은 그에게 진 통주사를 놓았으며 그 후에야 방을 떠나가셨다. 그리고 그 방에는 오직 할아버지와 손자 둘뿐이었다.임태훈은 쥐고 있던 사진을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지금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던데 금방 퇴원해도 되지 않느냐? 구월 초아흐레가 참 좋은 날이었는데 네가 놓쳐서 참 아쉽구나, 하지만 십월 초열흘도 괜찮은 것같으니, 그날에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임재욱은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임태훈은 그의 손주가 마음속으로 이미 타협을 끝냈다고 백 퍼센트 확신하였다.유시아의 손은 그림 그리는 데 쓰는 것인데 망가지면 얼마나 아까울까?만약 할아버지가 그녀를 놓아준다면 임재욱은 뭐든지 할 준비가 되었다. 정유라와의 결혼까지도 말이다.임재욱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난 할아버지가 후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재욱아, 몸조심 잘하거라.”임태훈은 그의 표정을 주시하면서 또 말하였다.“너는 임씨 집안의 후계자로서 앞날이 창창한데 어째서 길옆의 자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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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바깥의 온도는 정말 많이 떨어졌고 거리는 온통 누렇게 시든 잎들로 덮어있었다.환경미화원들이 끝이 없이 쓸고 또 쓸었다. 마치 사람의 풀리지 않는 근심 걱정처럼 말이다.임재욱은 창밖을 쳐다보면서 점점 이마를 찌푸렸다.가을인데 감옥 안에는 에어컨도 없고 난방시설도 없고 핫팩도 없고 있는 것이라곤 교도관들의 매일 뿐이니 임재욱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요 며칠간 시아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오늘 저녁에는 무슨 밥을 먹을까? 같은 방을 쓰는 수감당한 데 왕따당하지는 않을까?너무 나약해서 참 걱정이야.하지만 그녀는 칼을 들고 자신을 찌르기도 했는데 말이야.이래보니 여자들은 참 복잡한 생물인 것 같아.차는 곧 옛 주택에 이르렀고 임재욱은 정유라를 따라 함께 집에 도착했는데 마침 저녁 시간 때였다.임태훈은 오늘 그들이 올 줄 알고 맛있는 것을 대접하라고 하인들에게 분부를 내렸다.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모두 이러한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즐겼다. 비록 손자가 어떤 꿍꿍이일지는 몰랐지만, 그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기만 하였다.“상처가 나은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좋은 것들을 먹고 많이 몸보신해. 이 삼계탕은 약불로 몇 시간 동안 끓인 것이니 어서 먹어봐.”임재욱은 한 입 먹어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입맛이 별로 없네요, 올라가서 먼저 휴식을 취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 그는 일어나서 방으로 향했다. “만약 무슨 일정이 있으시면 저를 부르세요, 단, 시월 초열흘 전까지 우리의 거래를 끝내길 바랍니다.”그와 할아버지와의 거래가 더 빠르게 성사될수록 유시아는 감옥에서 더 빨리 나올 수 있다.과거의 잘못은 만회할 수가 없지만 재욱은 그녀가 다시는 그런 곳에 갇히질 않기를 원할 뿐이다.재욱은 그녀가 맑은 공기를 하지 마시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 뿐이였다.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아무 바람이 없었다.옛집에도 그의 방이 있었는데 그 방은 임씨 집안에 들어오고부터 쭉 지내왔던 방이었다. 그곳은 2층에서 가장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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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유시아는 선도 아팠고 위도 아팠고 온갖 맞은 자리는 다 아파 났다. 그녀는 심호흡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이곳은 너무나도 어두웠고 감옥에 갇힌 뒤로 그녀는 햇빛을 본 적이 없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른 채로 시간의 개념도 점점 희미해져 가서 자신이 갇힌 지 며칠 됐는지도 가늠이 안 갔다.그녀는 여기서 나갈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고 두 눈은 어둠을 바라보면서 심호흡하며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철문 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이어서 머리 위의 전등이 밝았고 전등의 눈부신 흰색 광은 시아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리게 하였다.밖에서 두 남성이 들어오자, 유시아를 들어 올려 밖으로 향했다.유시아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였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다.왜냐하면 이는 그녀가 또 끌려 나가 매를 맞고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철문을 몇 개 연속으로 지나갔지만, 시야가 예상했던 매 대신 그녀는 말끔하고 깨끗한 방에 도착하였다. 누군가가 그녀의 수갑을 풀어주었고 또 누군가는 그녀의 죄와 복을 벗겨주었다.그리고 강석호가 나타났다.“아가씨 괜찮으세요?”강석호가 위에서 아래로 쭉 훑어보더니 안타까운듯 말하였다.“임 대표님이 정말 당신에게…. 아니면 병원에 가보실까요?”유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이가 당신보고 오라 한 것입니까?”“임재욱 님께서 저보고 와보라고 했습니다!”강석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오늘 임 대표님이 바쁜 틈을 타서 저보고 모든 수속을 밟고 아가씨를 출소시켜 드리라고 했습니다. 저만 따라오세요.”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석호의 뒤를 따라 검은색 차에 올랐다.강석호는 발동을 켜고 재빨리 감옥에서 벗어났다.창밖으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들어와 유시아를 비추어주었다.이 자유롭고 따뜻한 느낌,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그녀는 창문에 기대여 번화해진 야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신이 나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던 중 웨딩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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