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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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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헤어짐은 심하윤이 먼저 꺼낸 것이었다. 소현우는 그때 젊고 기력이 왕성했지만,  그는 몰랐다. 여자들이 헤어짐을 먼저 꺼낸 이유가 단지 그녀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좀 더 달래주기를 바랄 뿐이었다는 것을.만약 그가 사과하고 말을 예쁘게 하고 그녀를 잘 달랬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현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그녀의 성질에 싫증이 났을 것이고 그녀도 소현우 주변의 여학생들에 대한 온갖 경계에 싫증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별을 승낙했다. 심하윤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었지만 그를 어쩔 수도 없었다.그 후 세현 그룹이 파산하고, 너무 많은 일이 밀려왔다. 게다가 심씨 가문에서 파란을 더 크게 일으키자, 그는 심하윤을 완전히 마음속에 묻쳐두고 과거로 받아들였다.이런 지난 일을 생각하자 심하윤은 흐느껴 울었다.사실, 문제도 많고 이유도 많았는데, 결국은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소현우와 같은 사람은 오랫동안 사랑할 수 없다.그래서 사실 심하윤은 그와 유시아의 앞으로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항상 기대했다. 과연 한결 같을까? 평생 유시아 한 명만 지켜줄까? 아쉽게도 소현우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손을 놓고 말았다.심하윤은 오랫동안 묵묵히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아야, 다시는 소현우라는 사람을 생각하지 마. 너 자신을 잘 돌봐. 오직 너를 위해 살아, 알겠어?" 유시아는 그녀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잃어버린 것은 되찾을 수 없다. 눈앞의 것을 잡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운대학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유시아는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유시아는 세현 건물을 지날 때도 참지 못하고 목을 빼고 밖을 내다봤다.원래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웅장하고 화려했던 그룹 건물은 이제 거의 비워지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이 건물을 포함한 안의 자산은 모두 이미 신탁회사에 의해 하나씩 매각되었다. 듣자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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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유시아는 용재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재휘야, 오랜만이야!" 확실히 안 만나지 며칠 되였다. 유시아는 기말고사 이후 결혼식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운대 동기들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용재휘는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서 빈 잔을 달라고 사장님께 말했고 유시아의 눈앞에서 잔을 흔들었다."술 한 잔 얻어 마셔도 되지?"유시아는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취할까 봐 걱정돼?""예쁘고 우울한 여자가 술집에서 취하면 정말 귀찮은 일이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용재휘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렇지 않아?" "……" "그래, 술은 너한테 반으로 나누어줄게!" 용재휘는 와인 반병을 들이키고 나서야 물었다. "졸업하면 앞으로 뭐 할 거야?""아직 모르겠어." 유시아는 용재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너는? 정운에 머물 거야, 아니면 미국으로 돌아갈 거야?" "우리 엄마 아빠는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했어. 근데 가기 싫어, 그렇다고 정운에 있고 싶지도 않고..." 용재휘는 는 말을 끝내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아야, 아니면 우리 같이 여행 가자. 나라가 크니 강산 대천을 유람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야. 걸으면서 그림을 그리면 다른 영감을 찾을 수도 있어. 어쩌면 우리가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큰 화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유시아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용재휘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가난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직접 차를 몰고 여행할 수도 있어. 시아야, 넌 아직 젊고 어리니까 여러 곳 다녀봐. 너에게는 이익만 있을 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아!""하지만 난 여기 있고 싶어."유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운시, 나도, 그도 함께 살았던 곳인데..." "유시아!" 용재휘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우리 그냥 밖에 나가서 걷기만 하는 것이지, 나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야. 너의 모든 세계에서 오직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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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정유라는 거리 모퉁이의 커피숍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이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약혼 날짜가 거의 보름이나 지났을 때 임재욱은 처음으로 주동적으로 그녀에게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임재욱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정유라는 오히려 이렇게 직감했다: 이번 만남의 결과는 반드시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고.소현우가 죽고, 유시아가 다시 싱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정유라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때 마침 키 큰 남자가 문 앞에 나타나더니 정유라 쪽으로 걸어왔다. "미안해요. 길이 좀 막혔어요. 오래 기다리셨죠?" "괜찮아요." 정유라는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며 메뉴를 건넸다. "뭐 마실래요?" 커피를 마실 마음이 전혀 없었던 임재욱은 닥치는 대로 모카 한 잔을 주문한 후에야 정유라에게 말했다."지난번 약혼식에서 있었던 일, 제가 줄곧 사과 한마디를 못 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그런 장소에서 유라 씨 혼자 거기에 내버려 뒀어요!" 정유라는 그 말을 듣더니 오히려 싱긋 웃었다."괜찮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예요. 게다가, 소현우 씨도 한때 임씨 가문과 협력 파트너였잖아요. 그의 마지막 순간에, 재욱 씨가 배웅하러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예요!" 임재욱은 그 말을 듣고 저절로 가볍게 웃으며 왜 할아버지가 기어코 그에게 정유라와 결혼하라고 하셨는지 점점 더 이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둘은 모두 본질적으로 비슷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재욱이 약혼식과 하객들을 버리고 병원에 간 원인이 소현우가 그의 협력 파트너였기 때문이 아니라, 유시아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는 할아버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유시아는 싱글로 돌아왔기에 그의 마음도 함께 되살아난 것이다."이미 지나간 일이니 자꾸 언급하지 마세요." 정유라는 고개를 숙인 채 밀크티를 마시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아,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셨죠? 다 제 탓이에요, 최근 이틀 동안 너무 바빠서 뵈러 갈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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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가 파혼을 제안한다면, 할아버지께 혼날 수밖에 없고 또 그를 격노하게 하여 분노를 유시아에게 발산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정유라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제기한다면, 일은 훨씬 간단해진다.그가 그녀에게 조금의 보상을 준다면, 이 또한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임재욱은 애초에 임씨 가문에 들어간 것도 결코 돈 때문이 아니었다. 30초도 되지 않았다!억대의 재산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임재욱은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이것은 그가 사람들 앞에서 약혼을 도망친 것에 이어 정유라에게 주는 또 다른 모욕이었다.정유라는 마침내 극도로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손에 든 밀크티를 그의 얼굴에 뿌렸다."임재욱, 나쁜 놈!" 말을 마친 그녀는 가방을 들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나가던 도중에, 그녀는 다시 되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이전의 침착함과 평화로움을 회복했지만, 말투는 오히려 칼같이 매서웠다."임재욱, 나는 네가 부르면 바로 오고, 가라면 가는 여자가 아니야!" 정유라는 그 말을 내던지고 나서야 돌아서서 당당하게 카페를 나섰다. 임재욱은 깊은숨을 들이키고는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고 떠났다.   -늦은 밤, 반월별장.유시아는 화판을 세우고 색을 맞추며 무언가를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을이 되어, 밤에는 좀 쌀쌀하고, 집은 큰데 사람이 없다. 에어컨을 아무리 많이 틀어도 한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 그녀는 잠옷 위에 두꺼운 외투를 덧입어야 했다.구름이는 그녀가 무시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발 옆에서 뛰어다니며 주인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또한, 소현우가 사고 난 뒤로, 구름이도 이제는 좋은 날이 없었다. 유시아는 그를 데리고 나가 놀아본 적도 없었고 강아지 사료를 주는 것도 자주 잊어버렸다. 게다가 때로는 혼자 집에 두기도 했다.그녀가 집에 있더라도 구름이를 상대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대부분 혼자 멍하니 앉아있다. 구름이는 너무 외로워 옛 주인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옛 주인은 언제 돌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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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유시아는 계속 울리는 휴대전화를 보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사람이 떠난 지 이미 이렇게 오래되었고 벌써 안식처로 돌아갔는데, 대체 누가 그에게 전화를 하는 것인지 유시아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티테이블에서 휴대전화를 가져와 보니 낯선 전화번호였다. 번호는 정운시 본지역이였다. 유시아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찬동 택배입니다. 실례지만, 소현우 씨의 가족입니까?" "맞아요, 무슨 일이세요?" 상대방은 웃으며 말했다."전에 소현우 씨에게 배달된 택배가 있었는데, 저희 택배 기사의 부주의로 인해 택배가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쭤보는 거예요.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괜찮으시다면 바로 택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큰 세현 그룹은 매일 수많은 계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유시아는 무조건 상업적인 계약이라고 생각했다.이젠 세현 그룹이 해체되었기 때문에 그 계약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입을 열고 거절하려 했으나, 말이 입가에 맴돌자 다시 말을 바꾸었다."네, 시간 괜찮아요, 보내주세요." 만일 개인적인 택배라면, 계속 택배 회사에 놓아두는 것도 대책이 아니다. 그래서 집으로 보내는 것이 더 적합했다.이어 유시아는 자신의 현재 주소를 알리고는 전화를 끊고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약 30분 후, 유시아는 경비실에서 소현우의 택배를 받았다. 그것은 아주 가벼운 얇은 서류봉투였고,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게다가 마치 오랫동안 밀린 택배처럼 송장에 찍힌 자국이 희미해 발송인을 볼 수 없었고 단지 택배 봉투에 씌여진 소현우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볼 수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유시아는 소파에 앉아 망설이다가 가위로 택배를 열었다. 그 안에는 단지 두 장의 서류가 들어 있었는데, 그 내용을 본 유시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거기에는 뜻밖에도 그녀와 임재욱이 호텔에 간 기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들이 홍콩에 있을 때 심하윤의 생일날,그녀는 술에 취해서 임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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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다만 유시아가 감옥에서 나온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이 감정을 아무리 끊어 내려고 해도 도저히 끊어 낼 수가 없었다.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정도로 서서히 스며들다가 이제는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잠겨버렸다.그녀를 소현우와 결혼하도록 내버려두면 이 모든 것이 끝이 날 줄 알았으나, 결국 이렇게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엮이게 되었다.임재욱은 유시아를 유형의 감옥에 가뒀고, 그녀는 현재 눈빛 하나만으로 임재욱을 무형에 감옥에 가두고 있다.결국 임재욱의 차례가 오고 만 것이었다…이게 바로 인과응보인 걸까.그는 쓰고 있던 파일을 저장하고 나서 컴퓨터를 끄고 외투를 집어 들며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사무실의 문을 연 바로 그때, 검은 코트를 입은 임태훈이 집사와 기사를 데리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임재욱은 미간을 찌푸리고 코트를 다시 제자리에 놓으며 말을 걸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임태훈이 이 시간에 시찰을 나왔을 리는 없었다.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고, 직원들은 다 퇴근해서 건물에서 불이 켜진 곳이라고는 임재욱이 있는 곳밖에 없었다.만약 얘기를 나누러 온 것이라면 임재욱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당시 임씨 가문에 들어간 것도 그저 서로에게 원하는 게 있어서 거래했을 뿐이었다. 임재욱은 신서현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고, 임태훈은 대우그룹이 임씨 가문 사람의 손에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임태훈은 응접실 소파에 앉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지나가다가 불이 켜져 있길래 그냥 잠깐 들렀다. 우리 임대표가 평소에 너무 바쁘다 보니 얼굴 한번 보기가 워낙 힘들어서 말이지.”임재욱이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한가하신가 보네요? 그런 마음에도 없는 인사치레나 하려고 여기 찾아오셨어요?”“그래.”임태훈이 본론을 말했다.“사람을 불러서 날짜를 점쳐 봤는데 9월 9일이 길일이라더구나. 8월 8일을 놓쳤으니 이번 9월 9일에 너와 유라의 혼례를 치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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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임재욱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돈과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었고, 그것이 한 남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결국 이것들은 임재욱이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는 대담히 포기할 수도 있었다.임재욱은 임태훈을 협박할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허, 우리 임씨 가문에서 이런 애처가가 나올 줄이야. 여자 하나 때문에 버리면 안 되는 걸 버리겠다고!”임태훈은 소파에 앉아 차가운 눈으로 임재욱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절절하게 매달릴 거면 애초에 도대체 왜 감옥에 보낸 거냐? 그냥 데려와서 결혼하면 되었던 것을.”임태훈은 유시아가 단순하고 허영심도 없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긍정적이어서 큰일을 할 인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임태훈도 임재욱이 그녀와 결혼하는 것을 동의 했었다.비록 유시아가 덤벙대는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건 차차 잘 가르치면 될 일이었다.하지만 그 이후, 임재욱의 행보는 임태훈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는 증거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법원에 넘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시아는 속수무책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임태훈은 임재욱이 이 일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었다는 걸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임재욱이 먼 곳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수습해야죠.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그 꼴에 또 책임감은 있어서!”임태훈이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섰다.“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자면, 우리 임씨 가문은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이 아니야!”그건 임재욱뿐만 아니라 유시아도 마찬가지였다.임태훈은 문 앞에 서서 멍한 표정의 손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맞다, 재욱아. 한 가지 알려 준다는 걸 까먹었다. 네 실력이 아직 부족 할 때,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적수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건드려 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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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만약 소현우가 결혼식 날에 죽을 것을 알았더라면 그는 절대로 유시아를 소현우한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심지어 그는 이번 일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임재욱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시아야, 나는 그냥 네가 나와서 바람이라도 쐬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 평생 소현우의 그림자 아래서 살 수는 없잖아.”유시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소파 쪽으로 걸어가서 택배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안에 있는 두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한참 동안 복잡한 눈빛으로 들여다보았다.다음 날 아침, 유시아는 소씨 가문의 도우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이채련 사모님이 편찮으시니 빨리 병원에 와보라는 소식이었다.유시아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간단히 치장하고 밖으로 나섰다.대문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그녀는 어떻게 병원까지 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차가 없었고 이 동네는 택시도 별로 없었다.하지만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그는 익숙한 벤틀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임재욱이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차 문을 열고 내려왔다.“시아야, 어디 가?”유시아는 임재욱이 차를 몰고 온 것을 보고,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에게 빠르게 다가가서 말했다.“지금 당장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해요. 나 좀 데려다 줄 수 있어요? 급해요…”“너 어디 아파?”유시아가 덤덤하게 말했다.“저 말고 현우씨 어머님이 아프세요.”임재욱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좀 어두워지는 듯했지만, 티 내지 않고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고 출발했다.브런치 카페를 지나갈 때 임재욱이 차를 잠시 세우고 내려가 그녀에게 아침을 사다 주려고 했다.하지만 유시아는 정신이 온통 병원에 쏠려 있었기에 그의 손목을 꽉 쥐고는 다급하게 말했다.“빨리 좀 가요. 급하단 말이에요…”임재욱이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너는 빈혈에다가 저혈당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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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유시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재욱이 사 온 아침도 먹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이채련의 병실로 들어갔다.이채련은 현재 VIP 개인 병실에 있는데 그녀를 돌보는 사람은 나이 있는 도우미 한 명뿐이었다.도우미 아주머니의 말로는 소현우가 떠나고 나서 이채련의 성격이 괴팍해졌다고 한다.예전의 그녀는 시끌벅적한 걸 좋아했지만, 지금은 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 난다며 집에 있던 대부분의 도우미를 모두 잘라 버렸다. 현재 이채련을 간병하고 있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그녀 곁에 있은 시간이 제일 길기에 남겨 두었다고 한다.며칠 뒤면 소현우의 생일인데, 이채련은 요며칠 동안 계속 그 생각만 하며 기분이 울적해 있다가 오늘 아침 결국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고 한다.평소에 이채련을 돌보는 것까지는 혼자 할 수 있었지만, 환자를 혼자 간병 하기에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나이가 너무 많아 기력이 달리다 보니 유시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던 것이었다.유시아가 한숨을 쉬며 도우미에게 말했다.“집에 돌아가서 눈 좀 붙이고 계세요. 어머님은 제가 돌보고 있을게요.”몸이 불편했던 도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 나니 병실 안에는 유시아와 깊이 잠들어 있는 이채련, 둘만 남게 되었다.유시아는 고개를 돌려 잠들어 있는 이채련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녀는 지난번 장례식에서 봤을 때 보다 살이 더 빠져서 양 볼이 움푹하게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요즘 본인을 꾸밀 정신도 없어서 얼굴에는 주름이 더 두드러지게 나와 있었고 흰 머리도 몇 가닥 보였다.유시아는 초췌한 이채련을 보며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심 아저씨의 생일 연회에서 처음 만났던 이채련은 누구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다웠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아들이 떠나자 그녀는 버팀목을 잃은 사람처럼 나날이 무너지고 있었다.임재욱은 소현우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유시아와 이채련의 행복까지 빼앗아 갔다.몇 분 후, 침대에 누워 있던 이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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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걱정하지 마세요.”유시아가 담백하게 웃으며 말했다.“저 처신 잘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잘못했으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임재욱도 마찬가지였다.어찌됐든 이채련을 설득해서 죽을 먹이고 오후에 도우미가 다시 돌아오자, 유시아는 병원을 떠났다.병원 입구를 나서자마자 임재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디야?”“병원 입구예요.”유시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택시 타고 집에 가려고요.”“내가 데리러 갈게. 우리끼리 해야 할 얘기도 있고.”의외로 유시아도 흔쾌히 동의했다.“좋아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빨리 와요.”전화를 끊은 임재욱은 엔진을 힘껏 밟아 제일 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했다.그는 멀리서부터 병원 입구에 서 있는 유시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가을이기도 하고 소현우도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유시아는 여전히 얇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바지와 신발도 어두운 계열의 색깔이었기에 멀리서 보면 그녀는 마치 검은색 어둠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는 임재욱의 마음 한편이 찌르르 울렸다.그는 그녀의 앞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 주었다.“시아야, 타.”유시아가 순순히 조수석에 앉으며 말했다.“그래서, 저랑 무슨 얘기 하려고요?”“일단 밥부터 좀 먹고. 먹으면서 얘기하자.”임재욱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요즘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텅 빈 별장이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을까.그래서 그는 그녀를 데리고 나와서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한 식당 앞에 도착했고, 임재욱은 유시아를 데리고 들어가더니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했다.하지만 유시아는 별 입맛이 없는지 몇 입 먹는가 싶더니 금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한편 임재욱은 자기가 여태껏 유시아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아까 아침을 살 때도 느꼈지만 그는 유시아가 베이글을 진짜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 몰랐다. 솔직히 말해 그는 유시아의 취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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