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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강석호는 임재욱의 뒷모습을 보더니 머뭇거리다 덩달아 따라갔다."임 대표님..." 임재욱은 반쯤 가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와 손을 뻗어 유시아의 팔에 꽂힌 주삿바늘을 뽑고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그는 그녀를 혼자 병원에 내팽개칠 수 없었다. 강석호는 묵묵히 그의 행동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대표님께서 지금 유 아가씨를 끌어들이면, 그녀를 해칠 수도 있어요." 알고 보니 임태훈은 임재욱이 유시아와 매우 친하게 지내는것 때문에 일찍이 불만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임재욱이 오늘 공공연히 유시아를 위해 파혼을 했고, 임 씨와 정 씨 두 가문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았다. 이제 임태훈이 유시아를 죽일 마음까지 가질까 봐 걱정이다.만약 지금 임재욱이 다시 유시아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임태훈을 더욱 격노하게 할 것이다.임재욱이 아직 대우 그룹과 임씨 가문의 실권을 장악하기도 전에 임태훈과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임재욱은 유시아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비로소 말했다."내가 그녀를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마찬가지로 죽을 거야!" 그녀의 모든 사랑과 희망은 소현우에게 달려 있다. 지금 소현우는 죽었다. 게다가 그들의 결혼식에서 죽었다. 이것은 유시아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재난에 그치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그다지 강한 사람이 아니었고, 자살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임재욱이 그녀를 지켜보지 않으면 그녀가 정말 무슨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까 걱정하는 것이었다.임재욱은 이미 그녀를 한 번 포기했으니, 두 번은 절대 없을 것이다.그는 임시아를 자신의 차에 태워 그린레이크로 데려가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 결국, 지금 그녀로서는 잠들어 있는 것이 깨어 있는 것보다 나았다. 적어도 고통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소현우는 임재욱과 전화통화를 할 때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는 늘 임재욱더러 소현우의 죽음과 유시아의 비극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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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절망과 피로는 유시아를 꿈속에서 끌어냈다. 귓가에 숨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야경 아래에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임재욱이지, 소현우가 아니었다! '그래, 소현우는 죽었어!'이번 결혼식에서 그녀의 두 번째 신랑은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버렸다.이 사고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기 때문에, 유시아는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어쩔 수 없이 이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유시아는 애처롭게 웃으며 이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정운시는 발달한 도시이다. 늦은 밤이 되어도 여전히 차들은 붐비고 거리는 번화하였다.다만, 사람의 슬픔과 기쁨은 서로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정운시 두 여자의 찢어진 가슴은 이렇게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 파묻혔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걷고 있는 유시아의 가냘픈 그림자는 유독 쓸쓸해 보였다.많은 사람은 하나 둘 그녀를 바라보았고, 얼굴을 보고서야 소현우의 신혼 아내인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그녀와 소현우의 신혼 초야, 신방의 촛불을 밝히는 날로서 그녀의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했다.만약 소현우가 아직 살아있다면 말이다.밤바람이 좀 차가워지자 그녀의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조금 추위를 탄 그녀는 뒤돌아보고 나서야 쓴웃음을 지었다. 소현우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외톨이이다.아직 문을 열어둔 길거리 레스토랑 안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젊은 커플은 창가 자리에 앉아 다정하게 서로 먹여주는 등 얼굴에는 행복과 달콤함이 가득했다.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마치 예전의 소현우와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소현우도 유시아에게 푸짐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고 심지어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그녀에게 스테이크를 능형 모양으로 예쁘게 썰어 다정하게 먹이고, 가끔 그녀의 콧등을 만져주기도 했다.유시아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었다.안에 있던 커플은 창밖에 있는 그녀를 보고는 깜짝 놀라 약간 혐오스러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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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임재욱은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야 비로소 유시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가슴이 덜컹거리더니 식은땀까지 났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유시아가 혼자 사라지는 것은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는 더 깊이 생각할 시간 없이 즉시 차를 몰고 가서 유시아를 찾기 시작했고 강석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라고 했다. 필요하면 경찰서에 연락해서 길가의 감시 카메라를 조사할 수도 있었다.유시아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떠났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정오에 임재욱은 마침내 강석호의 전화를 받고 그녀가 반월별장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 장소를 들었을 때, 잠깐 멍해 있다가, 여기가 소현우가 그녀에게 마련해 준 신혼집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반월별장의 경비원은 유시아가 새벽 3~4시에 돌아왔고 그 후 다시는 나가지 않아 지금도 안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재욱은 경비원에게 60만 원을 쥐여주고, 그제야 차를 몰고 들어갔다. 별장은 지문 인식으로 되어 있어 열리지 않았고, 한참 동안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너무 걱정된 그는 아예 별장 뒤쪽으로 돌아서, 2층으로 기어 올라가 가장 작은 창문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소현우의 서재로 보였다. 안에는 커다란 책장, 책상, 푸른 식물, 그리고 그들의 웨딩 사진이 놓여 있었다.임재욱은 잠시 묵묵히 그 사진을 보고 아랫입술을 살짝 오므리더니 방마다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반 시간 뒤, 임재욱은 안방 입구에 서서 큰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신혼부부의 방은 침대 시트와 커튼, 그리고 기타 용품들도 모두 붉은색이었고 천장에는 풍선과 꽃들이 걸려 있었으며, 바닥에는 붉은 장미꽃잎이 깔려 있었다. 방안에도 예쁜 풍선들이 쌓여있었는데 정교하고 경사스러워 보였다.유시아는 웨딩드레스를 벗지 않은 채 침대에 웅크려 누워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을 때 그녀는 눈을 뜨고 임재욱을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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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침대 시트를 꼭 붙잡고 있었다."이건 제 일이예요!" 임재욱은 고집불통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를 침대에서 잡아당겼다."유시아, 너*** 정신 좀 차려. 넌 그냥 소현우를 잃었을 뿐이야! 하늘도 무너지지 않았고 지구도 똑같이 돌아가고 있는데 너는 왜 죽을 것처럼 하고 있는 거야? 소현우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야?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 "그는 내 목숨이야, 내 목숨이라고!" 유시아는 중얼거리며 말하더니, 곧 처량하게 웃었다. "당신도 사랑을 해보았으니 알 거예요!" 생생하게 심장을 적출당하는 느낌일 것이다!"알면 어때?" 임재욱은 손을 뻗어 벽에 걸려 있는 그들의 웨딩 사진을 가리키며 되물었다."그래서 네가 지금 소현우를 위해 하는 일이 얼굴이 초췌해져서 죽으려고 하는 거야? 그가 천국에서 너의 이런 인간도 귀신도 아닌 모습을 보기를 바라? 그가 좋아하는 것은 청초한 유시아지, 지금 이 초췌한 여자가 아니야!" 그의 비꼬는 말에 다소 말문이 막힌 유시아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 씨는 지금까지 나를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소현우는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그녀의 결점을 거의 다 포용하고 받아들였다. 그는 임재욱처럼 이렇게 사납게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소현우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은 모두 유시아에게 주어졌으나, 임재욱의 부드러움은 오히려 모두 신서현에게 속했다.임재욱은 인내심을 잃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장 옷 갈아입어. 병원에 데려가 줄게,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는 말을 마친 후 손을 뻗어 그녀를 옷방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임재욱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비교적 은밀한 개인 진료소였다. 해열제에 수면제 성분이 조금 섞여 있어 유시아는 링거를 맞은 후 곧 혼미하게 잠이 들었다. 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수척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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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당연히 사과드릴 겁니다, 이 일로 정씨 가문과 정 아가씨의 체면을 구겼습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테니까 정씨 가문에서 원하는 대로 할 것입니다."임태훈은 손에 문명봉을 쥐고 내색하지 않았다."그다음에는?" "무슨 다음이요?" 임태훈은 손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눈빛이 이글거렸다."단지 사과하는 것뿐이야? 사과한 후에, 정유라에게 성대한 결혼식으로 보상해 줄 거야, 아니면 이 일을 완전히 뒤집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거야? 응?" 어른들의 세계에서 사과는 가장 쓸모없는 행동이다.그래서 임태훈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그의 말뿐인 사과의 여부가 아니라 그의 후속 실질적인 행동이다.임재욱은 담담하게 웃었다."사과한 후에 파혼할 수밖에 없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이 일이 터진 이상 정 아가씨가 다시 저와 결혼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임재욱이 결국 이 말을 내뱉었구나고 비웃었다.그는 소현우가 죽고 유시아가 또 한 번 독신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래서 임재욱의 마음도 따라서 흐트러지고 자기 입으로 승낙한 약혼도 거절하려는 것을 알았다.유시아의 사건에 대해 임태훈이 임재욱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3년 전에 그녀가 살인범의 딸이었음에도 임태훈은 임재욱과 그녀를 결혼시키기로 허락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왜 애초에 그녀를 감옥으로 보냈을까?'애초에 결혼했으면 후회하지 않았을텐데, 아쉽게도 지금의 그는 기회가 없었다. 임씨 가문에서는 살인범의 딸을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감옥살이를 하고 신혼 당일 과부가 된 여자는 불운과 살기에 물들까 봐 받아들일 수 없었다."임재욱, 네가 이 혼사를 승낙한 이상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라. 설령 네 체면을 돌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임씨 가문은 너처럼 이랬다저랬다 하는 소인배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야!" 임태훈은 말을 마치고 소파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잠시 멈춰 소파에 앉아 있는 임재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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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하나뿐인 아들이 죽고, 그녀의 모든 희망도 사라졌다. 운명에 등골이 뽑힌 마냥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해 등골이 부러진 것처럼, 다시는 예전의 풍화를 되찾을 수 없었다. 유시아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마도 유시아가 최근 이틀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는지 유시아를 향해 냉소를 지었다."유산을 나눈다고 하니 우리 며느님이 빨리도 왔네 그래." 유시아의 작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그대로 선 채 앉지도 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난감할리 없다. 유시아와 소현우는 혼인등기를 한 사이이기에 유시아는 소현우의 합법적인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는 소여사와 함께 살아본 적도 며느리로서 말을 나누어 본 적이 없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  없어서 쩔쩔맸다.유시아 역시 자신이 소씨 가문의 일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가족인지 아닌지 몰랐다.다행히 변호사는 곧 소현우의 유언장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유언장은 소현우가 결혼식 3일 전에 작성한 것으로, 소부인과 유시아는 전혀 몰랐으며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유언장에는 자신이 죽은 뒤 소유한 모든 재산을 엄마인 소부인과 아내 유시아 두 사람에게 평균 분배한다고 정해져 있었다. 생전에 사들인 반월 별장과 결혼 전에 살던 아파트는 유시아에게 기념으로 남긴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주식은 당장 현금화할 방법이 없기에 변호사에게 위탁 매각하여 희망공사에 기부하기로 했다.이는 소현우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일으켜 세운 세현 그룹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각종 은행카드와 계약서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본 유시아는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녀가 소현우와 결혼할 때 원했던 것은 결코 이런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그 남자의 따뜻함과 열정이었다. 이제 그는 없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호화로운 집이 있더라도 그녀에게는 그저 슬프기만 할 뿐이다. 유시아는 반월 별장과 소현우와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만 가지기로했다. 이것은 유언장에서 소현우가 특별히 그녀에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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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유시아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소여사를 돌아보았다. 남은 말이 뭐가 더 있을 지 알수 없었다. 전에는 소현우가 있으니, 그녀가 어쩌면 유시아의 체면을 차려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가 존재하지 않기에 두 여자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도 없어졌으니, 남과 다름 없다.소여사는 유시아의 얼굴에 담긴 의구심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현우에 관한 거야."유시아는 가슴이 찌릿하더니 곧바로 순순히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 밀폐된 공간에는 운전기사와 가정부 모두 소여사가 쫓아내고 둘만 있다."이 휴대폰은 현우의 유물인데 교통사고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소여사는 말하면서 아이폰을 유시아에게 내밀었다. "근데, 내가 어제 수리를 맡겼다." 유시아는 손을 내밀어 허름한 케이스의 휴대폰을 받으면서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그래서요?" 만일 그녀에게 소현우의 휴대폰을 기념으로 주고 싶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눈을 피할 것 없이 당당하게 주면 그만인 것을.  유시아는 소현우의 미망인이기에 그녀에게 휴대폰을 주는 것도 합리적이었다. 소여사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인차 해명했다."사고 보고서에는 현우가 대형트럭과 충돌한 이유는 운전하면서 통화를 했기때문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 휴대전화를 살펴 보았는데, 너희 둘 결혼식 당일 현우가 사고가 났을 그 당시 임재욱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재욱...유시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소여사를 바라보았다. "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떨리는 손으로 소현우의 휴대전화를 열어 통화 기록을 확인해보았다. 역시, 역시 그 시간에 소현우는 임재욱과 통화하고 있었고, 그 뒤에 교통사고가 났던 것이다. 통화 기록과 시간은 조작할 수 없었고 소여사도 이것으로 그녀를 속일 리 없다.소현우는 죽기 전 진짜로 임재욱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래서 사고가 났을 시 임재욱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울 수 있었던 것이다...적어도 그녀가 확인한는 바로는 이렇다. "임재욱이예요, 그가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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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네가 모를 수 있겠니?" 소여사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현우가 널 사랑했었고, 지금은 너 때문에 죽게 된 거야. 그렇다면 네가 현우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니?" 유시아는 소여사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저 멍하니 있었다.그녀는 당연히 소현우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동안 소여사의 곁을 지켜주고 그녀가 나이 들면 보살피고 엄마처럼 효도하려고 했다. 이로써 하늘에 있는 소현우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었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적어도 소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여사는 임재욱이 죽기를 원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소여사는 울고 있는 유시아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독하게 내뱉었다."유시아, 너 만일 현우를 진정 사랑한다면 현우를 위해 복수해서 현우의 원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아니면 그 동안 현우가 너한테 쏟아부은 정성에 미안하지 않겠니?" 복수... 듣는 순간 유시아는 등골이 싸늘하다.감옥살이를 해 봤던 사람은 법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복수라 함은 임재욱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묘지 입구에 있던 차들이 차츰 떠나갔다.나중에는 임재욱의 벤틀리만 외로이 남아있었다. 차에서 내린 임재욱은 손에 커다란 검은색 우산을 들고 멀리 유시아를 향해 걸어갔다. 소여사는 소현우의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고 한 바탕 쏟아 붓은 뒤 그녀를 차에서 내쫓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유시아는 소현우의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혼자 빗속을 걸으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지금도 그녀는 당황하기 그지없다. 소현우가 떠난 뒤, 그녀는 버려진 아이마냥 누구를 믿어야 할지 심지어 진위 선악을 분별할 능력조차 없어져 버렸다."시아야..." 머리 위의 빗줄기가 갑자기 그치자 유시아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눈에는 한 줄기 증오의 빛이 서렸다. 유시아는 소여사의 말이 떠오르면서 소현우의 핸드폰에 담긴 통화 기록을 떠올렸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소현우의 죽음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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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그 말을 들은 임재욱은 흠칫하더니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아이폰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은 소현우의 핸드폰으로, 그 안에는 그들 사이의 통화 기록이 저장되어 있었다.유시아가 이렇게 묻는다는 것은 그녀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으로 단지 그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재욱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예 사실대로 말했다."확실히 전화를 한 번 하긴 했었어.첫째는 너희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고, 둘째는 너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야. 예전에 내가 너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을 소현우가 너에게 줄 수 있기를 바랬어!" 이 두 가지 외에는 그는 진짜로 소현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아야, 나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때 마침 운전 중 일지도 몰랐고 더더욱..." 미간을 잔뜩 찌푸린 임재욱의 모습은 끝없는 고통과 유감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리 설명해도 지금의 참혹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유시아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던  행복을  자신의 손으로 망쳐져 버렸기 때문이다.그는 어렵게 유시아를 보내주기로 마음 먹었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평생 살 계획까지 세웠지만, 하늘은 결코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마치 운명이 두 사람을 조롱이라도 하듯 둘 사이는 얽히고 설킨 고기 그물과도 같았고 순탄했던 적이 없다. 그녀가 그에게 미안해야 하거나 그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거나.유시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구멍 난 가슴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삽시에 그녀의 오장육부를 얼려버렸다. 소부인이 했던 말과 그녀가 본 모든 것이 임재욱을 통해 입증되었다.소현우는 결국 임재욱의 손에 죽은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에야 차는 화랑 아파트 입구에서 멈첬다. 유시아는 밖을 내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반월 별장으로 가줘요." 이 말을 들은 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렸다."사람도 없는데 거기 가서 뭐 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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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고 유시아는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기에 학교 측은 전에 약속한 대로 그녀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앞으로 그녀는 정운대학교의 졸업생이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벽에 걸린 사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당신 말이 맞았어요. 시험 볼 때 자신감이 넘치면 오히려 좋은 성적을 못 받고 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하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요. 현우 씨, 저 모든 과목에서 A플 따냈고 졸업도 했어요, 저 잘했죠?"남자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이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유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이렇게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인데 당신은 어떻게 내 곁을 떠날 수 있어요? 현우 씨 없이 사는 나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요? 내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요?'줄곧 지옥에 있는 것은 결코 무서운 것이 아니다. 진정 무서운 것은 분명히 천국의 아름다움을 봐버렸고 천국과 한 걸음 떨어져 있을 때, 지옥으로 떨어져버리는 것이다!유시아는 이런 느낌을 이미 두 번이나 맛보았다. 한 번은 임재욱이 자신의 결혼식 현장에서 그녀를 감옥에 보내버린 것, 또한번은 소현후가 결혼식 당일 사망한 것. 현우 씨, 당신이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임재욱처럼 내가 가장 행복했던 날에 나를 버릴 수 있어요? 어떻게?"고요한 별장 안에서 유시아는 자신을 꼭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정운대학교 졸업식에 유시아는 참석하지 않고 사전에 학교에 가서 자신의 졸업장을 받아왔다.학교 사무실에서 나온 유시아는 바로 떠나지 않고 근처를 걸었다.정운대의 가장 유명한 곳은 캠퍼스의 단풍나무 숲이다. 늦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캠퍼스 전체를 붉게 물들여 많은 커플이 오동나무 아래에 모여 사진을 찍는다. 하여 이곳의 단풍나무는 학생들에게 사랑나무라고도 불리운다.다만 지금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고 아주 조용하다. 단풍나무 숲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정자에서 심하윤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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