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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11 - Chapter 20

485 Chapters

제11화

소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밑장을 다 들켰으니 진 것과 다름없네요.”말을 마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었다.“그럼, 오늘 밤 유시아 씨는 내 것이에요. 그 돈은 모두에게 밥 한 끼 산 거로 칠게요.”이 말을 한 뒤 소현우는 돌아서서 떠났다.임재욱은 멋지게 걸어가는 소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참았던 말을 뱉어냈다.“소 대표님, 하룻밤 즐기고 잊지 말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내 앞에 데려와요.”소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건 오늘 밤이 지나 봐야 알겠죠.”그 말을 끝으로 소현우는 문을 열고 나갔다.룸안에는 주 대표가 아직도 미인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그들과 카드 게임을 하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이미 여자들에게 가서 즐기고 있었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진 임재욱의 모습은 룸안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소씨 집안은 정운시에서 수년 동안 활동해 왔으며 밑바닥부터 성장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항상 겸손한 것으로 유명했다.특히 소현우의 경력들이 전설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미디어 카메라로 포착하기 가장 어려운 부자였다.평소 주목 받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 한 여자를 위해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임재욱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 카드 게임으로 인해 임재욱은 소현우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적의를 느끼게 되었다.프레지던트룸 안,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소현우는 침실의 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여자의 피부는 눈꽃처럼 하얗고 귀밑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이미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다. 입고 있던 튜브톱 드레스는 경호원들과의 치열한 몸싸움으로 인해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녀의 순진하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남자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녀의 주위로 풍겨 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소현우는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이 여자는 유병철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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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옆집은 새로 이사를 왔는지 낯선 사람이었다. 상대는 유시아를 알아보지 못했기에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흔쾌히 보조배터리를 빌려주었다.전원을 연결하자 도어락 전원이 켜졌고 유시아는 비밀번호 4자리 0416을 눌렀다.예전에 유시아가 직접 설정했던 비밀번호였다. 아는 점쟁이가 잡아준 결혼식 날짜였고 그녀도 이 숫자들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고 항상 마음속에 새겼다.문이 빠르게 열렸고 유시아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먼지가 날리며 부패한 냄새가 나는 것이 마치 천년도 더 된 폐가에 들어온 것 같았다.집안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천장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붉은 장미와 바람 빠진 풍선들이 매달려 있었고, 커피 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케이크가 완전히 썩어 벌레가 들끓었다. 바닥에는 사탕 포장지와 과일 껍질이 널려 있었다. 침실의 침대에는 그녀가 결혼했을 때 장만한 시트가 여전히 깔려 있었다.3년 전 4월 16일, 그녀가 3년 동안 좋아한 임재욱이 드디어 장미꽃을 손에 든 채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아야, 나랑 결혼해 줘.”“나랑 함께 가자. 평생 죽을 때까지 널 사랑할게.”프러포즈하는 임재욱은 달콤하고 멋있었다. 그녀를 속여 구름 위로 둥둥 떠다니게 하고서는 지옥으로 끌어 내렸다.그날은 유시아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또 가장 슬픈 하루였다.임재욱은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과거의 모든 달콤함과 사랑은 단지 그녀를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다.유시아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흰 침대 시트를 보고 입가에 슬픈 미소를 지었다. 손을 뻗어 침대 시트를 끌어당겨 구겨 부엌 쓰레기통에 던졌다.심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에 유시아는 더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지 않고 침대에 누워 빠르게 잠에 들었다.자기 집이니 조금 더럽고 지저분해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누군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임재욱은 약간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집은 더럽고 지저분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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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자기 집 침대에 누워 자니 역시나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다.유시아가 일어났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침실은 암막 커튼에 의해 빛이 전혀 들어오지 못했다.손을 뻗어도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에 유시아는 순간 감옥에서 독방에 갇혔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임재욱이 그녀를 감옥에 넣었을 때 미리 감옥 안에 있는 죄수들에게 그녀를 잘 ‘보살피’ 라고 손을 써 두었다.그의 한마디 때문에 그녀가 겪은 고생들은 어마어마했다. 죄수들은 밥 먹을 때 그녀의 식판을 엎고, 손으로 종이봉투를 만들 때면 그녀가 잘라낸 종이들을 망가뜨려 놓고 모두 그녀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여전히 감옥에 들어오기 전 삶을 잊지 못하고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욕했다.여러 명의 공세에 그녀는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교도관의 구타였다. 그녀는 공복 상태로 24시간 동안 습하고 차갑고 어두운 방에 갇혀 있었다. 밖으로 나오면 또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러나 더 비참한 것은 3년을 겨우 버티고 버텨 감옥을 나왔지만, 임재욱의 복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이다.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을 뻗어 침대 옆의 전등 스위치를 켜고 음식을 준비해 먹으려고 했다.하지만 등은 켜지지 않았다. 3년 동안 집을 버려두었으니, 관리비를 내지 못했고 물과 전기도 오래전에 끊어진 상태였다. 물조차 끓일 수 없었다.유시아는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이용해서 옷장의 문을 열었다. 그녀가 입던 오래된 옷들 중에서 긴치마를 꺼내 입고 클럽 스타일의 치마를 벗었다.집에 현금이 조금 남아 있던 것이 생각나 밖에 나가서 먹을 것을 사 오려고 했다. 옷을 입고 있는데 거실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순간 유시아는 소름이 끼쳤다. 집은 크지 않았고 침실과 거실 사이에 벽만 있었다. 가죽구두로 바닥을 밟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는 것이 또렷하게 들려와 그녀는 문 앞에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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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어젯밤 일부러 그녀를 다른 남자 침대로 보내 놓고서는 지금은 그녀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을 작정일까?임재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 플래시로 그녀를 비추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턱을 잡아 자신을 올려다보게 했다.두 사람 사이는 서로의 숨결이 얽힐 정도로 가까워졌고 긴 속눈썹으로 뒤덮인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임재욱이 부드럽게 말했다.“아침에 소현우를 떠나 왜 날 찾아오지 않은 거야? 누가 여기로 몰래 돌아와도 된다고 허락했어?”그녀는 분명 형을 마치고 풀려났지만, 임재욱이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비추면 그녀는 여전히 죄수처럼 느껴졌고 그런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다.사실 그녀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임재욱을 이해한 적이 없었다.특히 감옥에서 풀려난 후 지난 며칠간 계속해서 선을 넘는 임재욱의 행동으로 인해 그에 대한 두려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다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난... 집이 그리워서 와 보고 싶었어요... 읍...”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임재욱이 고개를 숙이고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강하게 키스했다.큰 덩치의 임재욱은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잡고 강제로 키스했고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그와 그녀가 첫 키스를 한 것도 처음 잠자리를 갖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임재욱의 몸짓과 숨결에서 그녀에 대한 애정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단순히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로 여기는 듯했다.임재욱의 핸드폰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방 안에 있던 유일한 불빛이 사라졌다.어둠 속에서 주위는 그의 냄새로 가득 찼고 유시아는 머리가 울렸다. 유시아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어둠이 그녀에게 용기를 준 것인지 그녀는 홀린 듯 끊임없이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고 자기를 만지는 것을 거부했다.“만지지 마요, 임재욱 씨...”심지어 유시아는 어젯밤처럼 다른 남자 침대에 올라가더라도 이 침대에서 거친 그를 상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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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그는 여전히 한순간도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없었고, 그의 눈에 그녀는 단지 떨쳐내기 힘든 얼굴 두꺼운 여자애였다.신서현이야말로 그의 영원히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었다.심지어 신서현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잔인하게 유시아를 심연 속으로 밀어 넣었다.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그래서 임재욱은 신서현이 살아 있을 때는 유시아의 노력을 못 본 척하고 그녀에게 짜증을 냈었다.그리고 신서현이 죽은 뒤엔 유시아에게 단 한 번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에게는 그럴 가치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유시아는 감옥에서의 3년 그리고 석방되고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이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그러나 가끔 신서현을 생각할 때면 유시아는 여전히 그녀가 부러웠고 심지어 질투도 느꼈다. 유시아는 임재욱이 아마도 죽을 때까지 신서현을 마음에 품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질투가 났다.만약 돌아갈 수만 있다면 17살의 유시아에게 절대로 임재욱을 사랑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17살의 고집 센 소녀는 믿지 않을 것이다.유시아는 입가에 슬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다음날 깨어보니 이미 해가 떠 있었다.낡은 집에는 유시아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몸 어딘가에서 전해져 오는 날카로운 통증이 아니었다면 어젯밤 임재욱의 모습이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침대 옆 탁자에 올려 둔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돈을 꺼내서 물세와 전기세를 내려고 했다. 그래야지 집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동네 정문으로 나오자, 랜드로버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소현우는 밝은색 슈트를 입고 차 앞쪽에 기대어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이런 평범한 동네 앞에 서 있는 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유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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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저희 일에 대해 걱정 안 하셔도 돼요.”유시아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게다가 저희 둘 사이의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요.”제일 중요한 것은 임재욱이 현재 임씨 그룹의 대표라는 점이다. 대우 그룹은 정운시에 뿌리내린 지 오래되었고 그 뿌리가 든든해서 심송학 삼촌조차 상대할 수 없었기에 더 이상 그녀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시아가 어떻게 소현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소씨 가문이 파산 위기를 겪은 후, 현재의 영광을 되찾은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유시아는 자기 일로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특히 소현우처럼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을 힘들게 할 순 없었다.소현우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아무 일도 없어요. 클럽에서 절 위해 해주신 일만으로 아주 고맙습니다.”유시아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꾸었다.“더 이상 제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그녀는 먼저 약국을 찾아 들어가 카운터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약사가 무엇을 찾는지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사후 피임약을 사고 싶은데요.”이런 것을 직접 사지 않더라도 임재욱이 조만간 그녀에게 사다 줄 것이었다.그러나 그가 약을 가져다주길 기다리느니 직접 사서 먹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임재욱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지금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더 이상 그의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약사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머뭇거리며 유리 상자에서 약을 꺼냈지만 내려놓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기 혹시 그... 유병철의 딸?”당시 유시아의 화려한 결혼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했다.살인자의 딸이라도 당당하게 재벌 집에 시집가는 운 좋은 인생이었다.물론 결말은 비극적이었다.유시아는 잠시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한 글자씩 뱉어냈다.“유병철 씨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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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약을 먹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유시아는 가까운 ATM기로 가서 돈을 찾았다.다행히도 임재욱이 그녀의 카드를 정지시킬 만큼 미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그녀는 지금 빈털터리가 되진 않았다.돈을 찾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각종 비용을 냈다. 점심쯤 그녀의 집에 물과 전기가 모두 연결되었다.유시아는 오후에 집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먼지가 쌓인 아버지의 초상화를 깨끗하게 닦아서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아버지에게 말했다.“나 꼭 잘 살아갈게요.”집은 다시 깨끗하고 밝아졌고 유시아의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 내일은 아버지가 좋아하던 꽃 화분을 두 개를 사서 아버지의 초상화 옆에 놓을 계획을 세웠다.그녀는 자기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쇼핑몰에 로그인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려고 했다.감옥에서 가져온 물건은 그녀의 핸드폰을 포함해서 일상 생활용품이었고 모든 것은 다 임재욱 집에 있었다. 이번 생에는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없었기에 스스로 새것을 사려고 했다.장바구니를 클릭하니 안에는 그녀가 미처 사지 못했던 치마가 여러 개 있었다. 대부분 밝은 컬러이거나 작은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들이었다.사실 그녀는 이런 밝은 컬러와 꽃무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그녀는 오히려 강렬하고 화려한 컬러인 버건디 컬러를 선호했다.예전에 대학 캠퍼스에서 매일 단정하고 숙녀처럼 입었던 옷은 모두 임재욱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친구에게 공을 들였고 알아낸 정보대로 그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자기를 꾸미고 다녔다. 그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면 그가 감동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감동을 줄 뿐이었고 지금도 그녀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임재욱의 마음속에는 신서현밖에 없었고 유시아의 외모 변화로 그녀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따라 배운 걸음걸이를 비웃었다.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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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소현우는 미소를 지었다.“어머니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요. 구름이는 주로 내 개인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어요. 이번에는 출장하고 도우미분의 휴가가 겹쳐서요. 펫샵도 있긴 한데 거기 환경이 걱정돼서요. 감염될 수도 있고. 그래서 시아 씨한테 물어보는 거예요.”“그래요. 그럼.”유시아는 대답하며 그의 손에서 구름이를 안아 들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구름이 잘 돌보고 있을게요.”소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믿어요.”말을 마치고 그는 옷 속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건네주었다.“이거 받아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유시아는 대답했다.“네.”“그럼, 난 가볼게요. 잘 있어요.”소현우는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차를 운전해서 동네를 빠져나갔다.유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켄넬 안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을 뜨고 자기를 올려다보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녀는 강아지를 보며 웃다가 갑자기 작은 동물과 가까워지는 것이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구름이를 안고 집에 돌아온 유시아는 얼른 구름이를 켄넬에서 꺼내어 우유를 주고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니게 해주었다. 그녀는 신이 나서 스케치북을 꺼내 구름이의 모습을 그렸다.작은 녀석이 새로운 환경에 오니 장난을 쳤다. 온 집안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소파에 올랐다가 창틀에 뛰어오르기도 했다. 구름이의 존재로 유시아의 작은 집에 생기가 더해졌다.하지만 즐거움은 늘 슬픔을 낳는다.저녁이 되자 녀석은 조금 지쳤는지 코가 건조하게 갈라져 물기가 한 방울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또렷하지 못했다. 아픈 것이 분명했다.유시아는 구름이가 아플까 봐 긴장했다. 그녀는 옷을 바꿔입고 구름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다.시간이 늦어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다. 유시아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네비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가달라고 했다.구름이는 그녀가 긴장한 것을 눈치챘는지 혀를 빼꼼 내밀고 그녀의 손등을 핥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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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정유라는 어두운 밤거리를 서둘러 떠나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사람, 유시아 같은데...”이 말을 들은 임재욱은 고개를 돌려 한번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요?”“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정유라는 가늘게 눈을 뜨며 속으로 날짜를 계산하더니 말했다.“만약 다른 죄를 더 지어 가중처벌 받지 않았다면 이미 출소했겠네요?”유시아라는 여자에 대한 기억이 정유라는 강하게 남아 있었다.당시 임재욱이 임씨 집안에서 주는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해서 임재욱의 할아버지께서 끝내 허락을 해주었지만, 임재욱은 결국 결혼식 현장에서 유시아를 감옥에 넣고 빠르게 이혼했다.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알 수 없기에 두려웠다.그래서 유시아를 떠올리면 정유라는 동정심을 느꼈다.정유라는 입을 닫고 침묵했다.그는 그녀에게 더 말하기 귀찮았지만, 할아버지께서 그를 위해 정해주신 약혼녀이기에 그녀에게 밉보일 수 없었다.차가 정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고 정유라는 차에서 내렸다. 임재욱은 뒷좌석에 기대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유시아 집으로 가.”그는 쉽게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유시아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거실에는 유시아의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다. 그림의 첫 페이지에는 강아지가 그려져 있었다.유시아는 한때 유망한 미대생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매일 임재욱을 쫓아다녔다.“재욱 오빠, 내 모델 좀 해주면 안 돼요? 내가 멋있게 그려 줄게요.”그는 매달리는 그녀가 조금 귀찮았다.“유시아, 귀찮게 하지 마.”“모델 해주겠다고 하면 내가 멋있게 그려주고 2주 동안은 귀찮게 안 할게요. 네?”그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노려본 뒤 남학생 기숙사 문으로 들어갔다.유리문에 비친 그는 유시아가 등 뒤에서 그를 향해 웃긴 표정을 짓고 도망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그녀는 그의 룸메이트를 통해 그림 한 장을 전해 주었다. 그림 속의 소년은 임재욱과 매우 닮아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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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는 유시아를 보고 눈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 개는 어디서 났어?”유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구름이를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친구가 맡아 달라고 했어요.”“친구?”임재욱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말했다.“소현우?”유시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어떻게 알았어요?”‘그가 어떻게 알았지? 하긴 어떻게 그가 모를 수 있을까?”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차를 몰고 문 앞을 막거나 강아지를 주려고 오거나. 그녀는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쉬운 여자일 뿐이다. 신서현의 털끝도 따로 올 수 없다.“이제부터 소현우하고 자주 만나지 마. 그리고...”임재욱은 차갑게 웃었다.“유시아, 네가 돈 많은 남자를 찾았다고 해서 나를 벗어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을 하는 거야. 알겠어?”유시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 둘 사이 문제에 다른 사람은 절대로 끌어들이지 않을 거니깐.”유시아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지는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이것이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서 받은 가르침이었다.그녀는 말하면서 구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작은 담요를 따뜻하게 깔아 주었다. 그녀의 다정한 행동과 부드러운 눈빛은 마치 아이를 돌보는 것 같았다.구름이를 다 챙기고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임재욱 씨, 내 얼굴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너무 자주 하면 질리기 마련이다.그녀는 감옥에 있었을 때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를 미워했지만, 나중에는 미워하는 것도 지쳐서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았다.“임재욱 씨...”그녀는 부드럽게 물었다.“언제 나한테 질릴 예정이에요? 증오도 괴롭힘도 모두 신물이 날 정도로 말이에요.”임재욱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예전에 넌 내가 널 지겨워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특히 그가 그녀와 만나기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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