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소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시아야, 난 이만 가볼게.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가져다줄게.”유시아는 주방에서 그릇과 수저를 세팅하고 있다가 그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알겠어요. 운전 조심히 해요.”“응.”소현우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뒤 차 키를 들고 떠났다.유시아는 심하윤과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다가 물었다.“참, 하윤 언니, 언니 돌아온 거 아저씨, 아주머니는 모르죠? 언제 얘기할 생각이에요?”“며칠 뒤에. 이제 곧 우리 아빠 50세 생신이거든. 안 올 거라고 했는데 몰래 돌아온 거야. 아빠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말을 마친 뒤 심하윤이 말했다.“시아야, 너도 나랑 같이 우리 아빠 생신 잔치에 갈래? 같이 가면 좋잖아.”숟가락을 든 유시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이내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아뇨. 난... 사람 많은 장소는 좀 무서워서요.”심씨 집안의 생신 잔치라면 상류층 인사들이 참석할 것이다. 그들이 유시아를 본다면 아마 3년 전 결혼식 때 경찰들에게 끌려갔던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었다.사람들 앞에서 옛 상처가 드러나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시아는 차라리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살고 싶었다. 아무도 곁에 없다면 적어도 비웃음 살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게다가 유시아는 사람과 교제하는 능력이 점점 더 상실되고 있다고 느꼈다. 둔해지고 무뎌져서, 거짓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솔직한 말로 상대를 거절했다.“가자, 가자.”심하윤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유시아의 손목을 잡았다.“시아야, 너 그래도 밖에 나가야 해. 친구들도 좀 사귀고 그래야지. 얼마나 좋아...”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람마다 각자 삶의 바운더리가 있다. 유시아는 그저 평범한 소녀일 뿐이고 사교활동을 한다고 해도 상류층 인사들과 왕래하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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