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사랑이라는 죄로 / 챕터 41 - 챕터 50

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485 챕터

제41화

심하윤이 준비한 유시아의 선물은 샤넬 원피스였다.흰색의 원피스는 디자인과 마무리가 훌륭했고 얇고 가벼운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들어졌다.유시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거친 손가락을 보았다. 그녀는 순간, 이 치마가 비싼 청자 화병처럼 아름답지만 취약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그녀의 거친 손가락에 올이 풀릴 것 같았다.그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그녀를 애지중지한 덕에 하루 세 끼, 집안일 같은 건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녀의 손은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데만 쓰였고 유복한 환경 덕분에 그녀의 손은 희고 부드러우며 가느다랬다.그러나 3년간 감옥에 있으면서 박스를 접거나, 재봉틀을 쓰거나 박스를 옮기거나, 심지어 궂은 날씨에도 농장에서도 갖은 고된 일을 하느라 그녀의 두 손은 형편없이 변했다.지금의 유시아는 사람들 앞에 가장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자신의 투박한 두 손이었다.그것은 23살 여자의 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었다.그리고 출소한 뒤 유시아는 새 옷을 사본 적이 없다.문밖에서는 심하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시아야, 다 입었어? 지퍼 올리기 힘들어서 그래? 내가 들어가서 도와줄까?”“아뇨.”유시아는 말을 마친 뒤 화장실 문을 열고 안에서 나왔다.흰색 원피스는 그녀에게 딱 맞았다. 슬림한 핏의 원피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돋보였고 언발란스한 치마 아래 희고 긴 두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아주 아름다웠다.“너무 예쁘다.”심하윤은 칭찬했다.“역시 마르니까 모델 같아. 뭘 입어도 예뻐. 나도 살 좀 빼야겠다.”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살을 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감옥에 있으면서 음식이 부실하고 자주 막노동해야 했으며 오랫동안 긴장한 상태로 있다 보니 살이 찔 수가 없었다.유시아는 별안간 심하윤이 부러워졌다. 심하윤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고 해외로 가서 유학하면서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었다.심하윤은 유시아가 바라 마지않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유시아가 느
더 보기

제42화

소현우는 웃었다.“잘 됐어. 여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을 테니까 내가 가면 불편하겠네.”소현우는 어깨와 머리 사이에 휴대전화를 끼우고 두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그런데 오늘 두 사람 대화하는 도중에 내 이야기가 나올까? 나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올까?”유시아는 잠깐 침묵하다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장난치지 마요...”소현우는 웃었다.“알겠어. 그럼 나중에 다시 약속 잡는 걸로. 내일 다시 연락할게. 끊어.”“네, 알겠어요.”유시아는 휴대전화를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넣은 뒤 몸을 돌렸다가 하마터면 사람과 부딪칠 뻔했다. 유시아는 화들짝 놀라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녀의 얼굴에 잠깐 떠올랐던 홍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그녀는 오늘 슬림한 핏의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화장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출하기 직전 심하윤이 그녀를 붙잡고 억지로 립스틱을 바른 덕에 안색이 훨씬 나아 보였고 이목구비도 더욱 뚜렷해 보였다.3년간의 감옥 생활 탓에 유시아는 많이 수척해졌지만 또 그 때문에 가련해 보이기도 했다.꽃은 막 피었을 때도 예쁘지만 바람과 비를 맞은 뒤 물기를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또한 사랑스러웠다.임재욱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유시아가 한 말이 맴돌고 있었다.“장난치지 마요...”애교를 부리는 것 같기도,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장난을 치듯 말이다.임재욱은 유시아가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여자라고 생각했다.유시아를 바라보는 임재욱의 눈빛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는 마치 사냥감을 노려보듯 눈동자가 소유욕으로 번뜩였다.유시아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일부러 그의 시선을 피했다. 유시아도 알지 못했다. 조금 전 소현우와 통화할 때 선 넘는 대화를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임재욱을 보자 본능적으로 두려워졌다.앞에 있는 길은 매우 좁아 그곳을 벗어나려면 반드시 임재욱을 지나쳐 가야 했다.그러나 그는 길을 비켜줄 생각이
더 보기

제43화

유시아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오늘만 그런 거예요. 평소 우리는 접점이 없어요. 각자 자기 삶을 살아요. 하윤 언니, 걱정하지 마요. 나 괜찮아요.”임재욱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심송학마저 그를 피하려고 하는데 심하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게다가 임재욱은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심하윤이 그녀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유시아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스파를 받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였다.심하윤은 유시아의 작은 침대에 그녀와 함께 누워 말했다.“시아야, 너 이제 연애할 때도 되지 않았어? 남자 친구가 널 보호해 주면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유시아는 그 말을 듣더니 살짝 당황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와 소현우가 연애 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소현우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잘 챙겨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건 유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소현우를 받아들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그에게 잘해주려 했다.물론 예전에 임재욱을 사랑했을 때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여자 친구로서 노력하려 했다. 그에게 음식을 해주고 그를 걱정해 주고 그에게 사랑과 애정을 돌려주려 하고...심하윤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유시아를 보았다.“시아야, 너 남자 친구 있지?”유시아는 문득 저번 일을 떠올렸다. 그녀와 소현우가 레스토랑에 있을 때 심하윤의 어머니가 마침 그 모습을 보았다. 심하윤은 어머니와 사이가 굉장히 좋았기에 어쩌면 이미 그 일을 알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그런 생각이 들자, 유시아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있어요.”심하윤은 눈을 깜빡이다가 활짝 웃었다.“소현우 씨야?”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 사람이 잘해줘?”“당연하죠.”유시아는 천장에 달린 조명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그 사람과 있으면 온기가 느껴져요. 현우 씨는 내가 출소한 뒤 나한테 가장 잘해주는 사람이에요.”심하윤은 코웃음 쳤
더 보기

제44화

유시아는 잠깐 침묵했다가 쓰게 웃었다.“고마워요, 얘기해줘서.”심하윤은 유시아를 바라봤다. 유시아가 정말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어물쩍 넘기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거기까지 말하면 충분했다. 더 말해봤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기에 심하윤은 하품하면서 몸을 돌려 잠을 잤다.유시아는 눈을 뜬 채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심하윤의 고른 숨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조명을 껐고 그렇게 침실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음날, 유시아가 깨어났을 때 심하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유시아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강아지 사료와 따뜻한 우유를 준비해 구름이부터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나서야 그녀는 냉장고 안에서 식재료를 꺼내 자신과 심하윤을 위해 먹을 것을 만들었다.심하윤은 토스트에 반숙 달걀을 좋아했기에 유시아는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달걀을 깨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벨이 울렸다.문구멍을 통해 소현우가 보이자 유시아는 다급히 문을 열었다.“현우 씨,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소현우는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유시아에게 건넨 뒤 고개를 숙이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어젯밤에 회식하느라 시간이 좀 늦어서 호텔에서 잤어. 아침에 호텔 브런치를 먹었는데 맛이 괜찮길래 2인분 포장해서 가져왔어.”구름이는 옛 주인을 만나자 기뻐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소현우는 허리를 숙이고 구름이를 품에 안았다.“구름아, 아빠 보고 싶었어? 응?”그는 말하면서 구름이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유시아는 혼자 살기에 물건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거실은 언제나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테이블 위에는 여자들이 자주 쓰는 마스카라, 아이섀도, 로션 같은 것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누가 봐도 심하윤의 것들이었다.소현우는 자신의 시선을 거두고 품속의 구름이와 놀았다.유시아는 그가 가져온 음식을 꺼내 플레이팅한 뒤 침실로 가서 심하윤을 깨웠다.“아침 먹어요. 5성급 호텔의 브런치예요. 언니가 좋아하는 수프도 있어요...”심하윤은 아직 시
더 보기

제45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소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시아야, 난 이만 가볼게.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가져다줄게.”유시아는 주방에서 그릇과 수저를 세팅하고 있다가 그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알겠어요. 운전 조심히 해요.”“응.”소현우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뒤 차 키를 들고 떠났다.유시아는 심하윤과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다가 물었다.“참, 하윤 언니, 언니 돌아온 거 아저씨, 아주머니는 모르죠? 언제 얘기할 생각이에요?”“며칠 뒤에. 이제 곧 우리 아빠 50세 생신이거든. 안 올 거라고 했는데 몰래 돌아온 거야. 아빠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말을 마친 뒤 심하윤이 말했다.“시아야, 너도 나랑 같이 우리 아빠 생신 잔치에 갈래? 같이 가면 좋잖아.”숟가락을 든 유시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이내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아뇨. 난... 사람 많은 장소는 좀 무서워서요.”심씨 집안의 생신 잔치라면 상류층 인사들이 참석할 것이다. 그들이 유시아를 본다면 아마 3년 전 결혼식 때 경찰들에게 끌려갔던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었다.사람들 앞에서 옛 상처가 드러나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시아는 차라리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살고 싶었다. 아무도 곁에 없다면 적어도 비웃음 살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게다가 유시아는 사람과 교제하는 능력이 점점 더 상실되고 있다고 느꼈다. 둔해지고 무뎌져서, 거짓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솔직한 말로 상대를 거절했다.“가자, 가자.”심하윤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유시아의 손목을 잡았다.“시아야, 너 그래도 밖에 나가야 해. 친구들도 좀 사귀고 그래야지. 얼마나 좋아...”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람마다 각자 삶의 바운더리가 있다. 유시아는 그저 평범한 소녀일 뿐이고 사교활동을 한다고 해도 상류층 인사들과 왕래하지는 않
더 보기

제46화

그녀는 차례로 드레스를 입어 보며 유시아를 위해 골라줬다. 유시아는 이런 것에 흥미가 없어 입어보지 않았다.“난 이런 옷은 평소에 안 입어요. 언니 것만 사요. 내가 봐줄게요.”심하윤도 유시아에게 강요하지 않고 몇 벌 더 입어봤다.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운 눈 코 입과 흰 피부에 큰 키까지 어떤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어도 아름답게 보였다.결국 그녀는 하늘색 롱 시폰 드레스를 선택한 뒤 결제했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핑크색 원피스를 꺼내 사이즈를 확인한 후 직원에게 말했다.“이것도 주세요.”두 가지 모두 소재가 같고 스타일이 비슷해서 트윈룩 같았다. 심하윤은 자기 눈썰미에 만족했다.“시아야, 우리 아빠 생일에 난 이거 하늘색 입을 거니까 네가 핑크색 입고 와. 우리 꼭 자매 같아 보이겠다. 그렇지?”“어...”유시아는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아니에요. 나 그날 일이 생겨서...”“포장해 주세요.”심하윤이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직원에게 건네준 뒤 유시아에게 말했다.“이번에 난 너 데리고 꼭 기분 전환하러 갈 거야. 더 이상 너 집에만 있는 거 못 봐.”말을 마친 뒤 그녀는 유시아의 어깨를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걱정 하지 마. 우리 집에서 여는 파티니깐.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넌 와서 맛있는 거 먹고 재밌게 놀기만 하면 돼.”유시아는 그녀를 말릴 수가 없었기에 그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했다.공교롭게도 심하윤과 쇼핑한 다음 날 소현우가 그녀에게 선물을 보냈다.연보라색의 커다란 상자에 보라색 리본이 묶여 있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열어보니 안에 연보라색의 드레스가 있었다. 심지어 보라색 크리스털의 액세서리와 실버화이트 하이힐도 안에 있었다.전형적인 화려한 공주 스타일이었고 정말 예뻤다.유시아가 하이힐을 집어 들었을 때 소현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시아야, 드레스 받았어?”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현우 씨가 나한테 주는 선물이에요?”“당연하지, 맘에 들어?”유시아는
더 보기

제47화

그녀가 감옥에서 석방된 이후 이렇게 솔직하게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이 남자가 자기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에게 상처를 주거나 비웃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시아는 파티에서 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결혼식장에서 임재욱에 의해 감옥에 들어가게 된 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3년 형을 받고 만기 출소했다는 것과 임재욱에게 몸 파는 여자 취급을 받으며 카드 게임에서 진 남자에게 자신을 빌려준다는 것도 알고 있다.이런 일들이 누군가에겐 안줏거리 정도의 농담이겠지만 그녀에게는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큰 수치이자 굴욕이다.결국 유시아는 체면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이미 임재욱에게 짓밟혀 진흙탕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래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았다.“현우 씨, 나 무서워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무서워요... 마치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봤던 우리에 갇힌 원숭이나 호랑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요.”“현우 씨, 나에게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내가 자기 체면이라도 지키겠다고 하는 마음 현우 씨는 이해해 줄 수 있죠? 네?”“나 정말 무서워요... 현우 씨.”반면 소현우는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시아야, 널 이해해. 하지만 이건 너에게 불공평해.”분명히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3년의 감옥 생활을 했다. 출소 후에는 쥐새끼처럼 숨어서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수치스러워하고 굴욕을 당해야 하는 사람은 유시아가 아니다. 그녀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걸까?“시아야, 난 널 이해해. 하지만 너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거야. 언젠가는 나아가서 세상을 마주해야 해.”소현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우리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면 어깨 펴고 정정당당하게 살아가면 돼. 시간이 모든 걸 증명해 줄
더 보기

제48화

23년을 살면서 임재욱을 사랑한 것 외에는 결코 어떠한 악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어둠 속에 갇혀 지낼 수만은 없었다.심송학의 생일 전날, 아침에 아버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 드리기 위해 심하윤은 살금살금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유시아는 혼자 방에서 자신이 받은 두 벌의 드레스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여자들이 많은 옷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결국 소현우가 유시아에게 아이디어를 줬다.“드레스는 심하윤이 사준 걸 입고 구두는 내가 사준 걸 신어.”유시아는 그의 명쾌한 말에 왜 자기는 그런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고 자책했다.심하윤이 준 핑크색 드레스에 맞출 구두와 액세서리가 없었는데 마침 소현우가 그녀에게 사준 구두는 어디에도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그녀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을 격려했다.‘유시아, 힘내. 넌 할 수 있어.”심송학의 생일파티는 심씨 가문 별장의 정원에서 열렸다.심씨 가문은 교외의 별장에서 살고 있었다. 정원이 넓어서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었기에 성대한 파티를 여는 데 문제가 없었다. 마침 계절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시기였고 꽃들도 활짝 피어 성대한 파티를 열기에 알맞춤했다.임재욱은 급한 회의가 있어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정원은 이미 화려하게 차려입은 유명 인사들로 가득했다.사람들 속에서 그는 유시아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연한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어린 연꽃처럼 뽀얗고 청순해 보였다. 한 손에 샴페인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소현우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연인 사이 같았다.그들은 마침 심송학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송학은 옛 부하의 딸을 세심하게 챙겼다. 심송학의 부인도 마찬가지로 유시아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다가 가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 주었다.유시아는 그들 앞에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평소보다 즐거워 보였다.임재욱은 얇은 입술을 깨물며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옆에 함께 있던 정유라는 조금 흠
더 보기

제49화

소현우는 그녀의 차가워진 작은 손을 꽉 잡으며 고개를 들었고 임재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 일에 대해 말하자면 저와 시아는 모두 임 대표님에게 감사하고 있어요.”소현우는 말하며 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시아야, 우리 감사의 뜻으로 임 대표님하고 건배하자.”유시아는 폭풍을 피하지 못한 백합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온몸을 떨며 샴페인 잔을 세게 잡고 있었는데 손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였다. 유시아는 떨리는 손을 겨우 들었다.“임 대표님, 감사합니다...”옆에 양복을 입은 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임재욱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쟁반 위의 샴페인을 한 잔 들었다. 황금빛 샴페인이 햇빛을 받아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소현우도 그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임 대표님, 감사합니다.”이때 두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손님들도 모두 임재욱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먼저 공격한 것이지만 결과는 허공에 주먹을 날린 꼴이 되었다. 누구도 그의 트집을 받아 주지 않았다.소현우는 다년간 비즈니스 활동으로 내공을 쌓아 외유내강의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 부드러운 말로 상황을 자기가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었다. 지금도 오히려 임재욱을 코너로 몰았다.건배하지 않는다면 쪼잔해 보일 것이고 함께 건배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전 부인을 자기 손으로 내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그는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는 어쩔 수가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소현우보다 더 우스운 꼴이 될 것이다.임재욱이 잔을 올리기를 주저하는 것을 본 소현우는 입가에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잔인 들었다.“임 대표님, 이렇게 제 체면을 깎으시려는 건 아니시죠?”임재욱은 입술을 깨물며 손을 뻗어 웨이터 손에 있는 샴페인 잔을 들고 그들과 잔을 부딪쳤다. 그런 다음 바로 원샷해 버렸다.그는 마지못해 이 술을 마셨지만 소현우는 아주 만족하며 손을 뻗어 유시아의 손목을 잡았다.“임 대표님의 건배 감사합니다. 그럼, 저와 시
더 보기

제50화

유시아는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행동과 말이 조금 어눌했다. 소현우는 먼저 그녀와 한동안 만난 뒤에 재단을 설립하거나 그녀와 함께 자선 활동 등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좀 더 세련되게 포장해서 어머니께 데려가려고 했다.그러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현우는 어쩔 수 없이 유시아의 손을 잡고 그녀들에게 다가갔다.“어머니, 여긴 제 여자 친구 유시아 씨에요. 시아야, 여긴 우리 어머니셔...”유시아는 여기서 소현우의 어머니를 만나 뵙게 될지 몰랐다. 그래서 조금 민망하고 긴장했다.“어... 어머니 안녕하세요...”“시아 씨, 반가워요.”소현우의 어머니는 흰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분이셨다. 중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점점 더 우아해지셨다. 그녀는 조용히 유시아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간 되면 현우와 함께 집에 놀러 와요. 편하게 생각하고요.”유시아는 다정한 말에 기분이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 어머니.”소현우의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럼, 둘이 얘기 나눠요. 난 심 사모님 뵈러 가야겠네. 다음에 또 봐요.”심하윤은 재빨리 그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머니, 저도 같이 갈게요.”“괜찮아.”소현우의 어머니는 거절했다.“너도 가서 즐기렴.”“괜찮아요. 제가 호스트인데요 뭘.”심하윤은 말하며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두 분 재밌게 즐겨주세요. 전 어머님 모시고 먼저 저쪽으로 가 볼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들은 함께 떠났다.소현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비록 방금 어머니는 매너를 지키셨지만 그는 자기 어머니를 잘 알고 있었다. 아까 유시아를 대한 어머니의 너그러운 태도는 어머니가 수년 동안 내공을 쌓아 오셨기 때문이지 유시아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었다.하지만 유시아는 기뻐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웃었다.“어머님이 너무 우아하고 인자해 보이세요.”소현우는 그 말을 듣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작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꼬집었다. 그녀는
더 보기
이전
1
...
34567
...
49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