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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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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전에는 그의 뒤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던 어린 소녀이자 그가 경멸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가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세면대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는 조금 힘주어 그녀를 들어 올려 세면대 위에 앉혔다.이 자세가 퍽 야릇해 유시아는 수치스럽고 짜증이 났다. 그래서 계속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임재욱 씨, 뭐 하는 거예요?”그녀가 출소한 뒤로 그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이 뭐 하는 거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재욱도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몰랐다.신서현이 죽은 뒤 그의 마음은 텅텅 비어버렸다.3년 동안 그는 성공을 이루었고 유명해졌다. 그는 퇴폐적이고 음란한 삶을 즐겼지만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그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제 유시아가 출소했으니 그는 다시 신서현이 죽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미 텅 빈 마음을 되새기게 되었다.또한 그는 그녀를 간절히 원했다. 그녀를 가루로 만들어 그의 마음속 비어버린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그녀를 사랑하냐고?아니다.포기할 거냐고?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임재욱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몰랐지만 방금 유시아가 이마에 키스를 받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성을 잃는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임재욱은 그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세면대에 세게 누르며 거친 키스를 열정적으로 퍼부었다. 유시아의 희다 못해 핏기가 없는 피부를 조금씩 괴롭혔다.“내가 말했지. 내가 널 싫증 낼 때까지 밖에서 마음대로 다른 사람 만나지 말라고. 왜 내 말을 안 들어? 응? 왜 소현우하고 같이 나타나서 내 눈에 띄는 거야?”임재욱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큰 손을 그녀의 등으로 가져가 자기에게로 당겼다.“유시아, 기억해 둬. 난 널 소현우에게 하룻밤만 빌려준 거야. 오직 하룻밤이라고. 그 하룻밤이 지났으니 넌 다시 내 것이야.”“아니...”유시아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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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여자의 낮은 신음을 들으며 임재욱은 마음속이 복잡했다. 그는 손을 뻗어 유시아의 뒤 머리를 잡고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러면서 입속의 독한 위스키의 향을 그녀에게 전했다.유시아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뒤덮여 있었고 속눈썹에 달린 눈물은 꽃송이에 매달려 있는 이슬처럼 처량해 보였다.임재욱은 그녀의 우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남운대학교에 다닐 때도 그녀는 하루 종일 활기차게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가 거절하고 심지어 못 된 말을 해도 그녀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뻔뻔하게 그에게 부탁했다.“우리 한 번 사귀어봐요. 날 좀 더 알아가다 보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 재욱 오빠, 너무 튕기지 말고요...”그 뒤로 그녀는 완벽하게 속아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그가 변호사와 함께 이혼 합의서를 교도소에 가져가서 사인해달라고 했을 때도 그녀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울지는 않았다.그날 그녀는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채 유리창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그 무렵 그녀는 이미 유죄판결을 받고 정식으로 수감된 상태였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창백한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그녀는 침착하게 그의 변호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하지만 순순히 수갑을 찬 손으로 사인을 한 뒤 그를 올려다보았다.분명히 공허한 눈빛이었는데 왜 마음이 데인 것처럼 아팠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재욱 씨, 죄송했습니다.”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녀는 몸을 일으켜 교도관을 따라 떠났다.그녀의 3년 동안의 노력은 결국 그를 귀찮게 했고 자기 자신도 망가트렸다.그녀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기 행동에 대한 대가는 이미 치렀는데 왜 다시 새롭게 시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일까?감옥에 갇혔던 깡패라도 풀려나면 마음을 새롭게 먹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데 왜 임재욱은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 걸까?유시아는 점차 깨달았다. 임재욱을 사랑한 죄는 용서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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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소현우는 싱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하윤 씨, 정말 미안합니다. 나도 나 자신을 강요할 순 없어요. 그리고 당신을 속일 수도 없어요.”그의 눈매는 평온하고 차갑기 그지없었다.심하윤은 그를 보며 갑자기 비웃었다.“그럼, 당신은 유시아도 속인 거네요?”그는 유시아를 속일 수 있는데 왜 그녀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적어도 흠밖에 없는 유시아보다 그녀를 속이는 것이 그에게 더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까?소현우는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난 유시아를 사랑해요. 진심으로.”“그럼, 유시아도 당신을 사랑하나요?”소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심하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유시아는 단지 임재욱에게 받은 깊은 상처를 위해 보살핌과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에요. 마치 상처투성이인 사람이 치료를 위해 약을 바르는 것과 같아요. 현우 씨, 당신은 유시아에게 그저 약 같은 거예요.”소현우는 몇 초 동안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우리 사이 처음부터 솔직했어요.”그는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가만히 그 자리에서 그의 사랑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그녀도 그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더 배려하고 잘해주기 위해 노력했다.“심하윤 씨, 더 좋은 사람 만나요.”말을 마치고 소현우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다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그리고 나와 시아의 사이는 오래전에 내가 결정한 일이고 바뀌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께서 전과 있는 며느리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셔도 난 시아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하윤 씨도 더 이상 우리 어머니를 이용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소현우의 어머니는 심하윤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는 아들이 자기를 사랑해 주는 여자와 결혼해서 편하게 살길 바랐다.소현우는 매일 일 때문에 바쁘고 잦은 출장을 다녀야 했다. 그렇기에 내조를 잘해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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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재욱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유시아를 향해 달려갔다.교차로에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동이 힘든 대형트럭도 있었다. 하필 이런 곳을 골라 뛰어내리다니 정말 더 살고 싶지 않은 걸까.임재욱은 유시아가 트럭에 치이지 않도록 구하기 위해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안아 들고 길가로 피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자칫하면 그도 함께 죽을 뻔했다.차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유시아가 뛰어내릴 때 몸에 난 상처들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모두 외상이었기에 간단한 처치만 하면 되었다. 흉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이다.임재욱은 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유시아의 상처는 이미 치료를 마쳤다. 의사와 간호사는 도우미에게 주의 사항을 전하고 있었다. 임재욱은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침대로 다가갔다.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상처들을 치료하기 위해 핑크색 드레스는 벗겨져 있었다. 그녀는 어깨를 드러낸 채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어깨 위로 드러난 키스 마크와 상처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그는 유시아가 차에서 뛰어내린 것은 그의 옆에 있는 것이 길거리에서 죽는 것보다 더 싫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위해 눈부신 죽음을 택했다. 만약 그를 끌어 내릴 수만 있다면 그녀의 죽음은 가치 있는 죽음이었다.과거에 그녀가 그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현재 그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도 그만큼 진심이었다.임재욱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이불을 여며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우미는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도련님, 죽은 준비 되었습니다. 드시겠습니까? 차려 드릴게요.”임재욱은 소화가 잘되지 않았기에 그의 집에서 오래 일한 도우미들은 그가 사교모임을 마치면 위장에 좋은 죽을 끓여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야 술을 마셔도 숙취가 없었다.그는 다이닝룸으로 걸어가 준비된 흰 그릇에 죽을 담으며 문득 대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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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임재욱은 정말 그녀가 짜증 났다.“유시아, 난 정말 널 싫어해.”“알아요. 나 바보 아니에요. 오빠가 날 싫어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어요.”유시아는 도시락을 치우며 그를 째려보았다.“문제는 오빠한테 지금 여자 친구가 없다는 거예요. 여자 친구가 생기거나 와이프가 생기면 나도 더 귀찮게 안 할 거예요. 나도 세컨드 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난 지금 잠시 오빠 미래의 여자 친구를 대신해서 챙겨주는 것뿐이에요.”임재욱은 듣다가 눈을 희번덕거렸다.“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사실 그때 이미 그는 솔로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미 신서현이 있었다.하지만 신서현의 신분 때문에 유시아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일단 말하면 유시아는 그에게 여자 친구를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그가 보여주지 않으면 유시아는 또 계속 그를 솔로라고 생각하고 대할 것이다.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기술은 누구도 유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19살의 임재욱은 너무 가난해서 몸뚱어리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플 때 옆에 활기차고 명랑한 소녀가 그에게 제발 자기가 끓인 죽을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25살의 임재욱은 돈도 있었고 지위도 있었지만 여전히 혼자였다. 신서현을 잃은 뒤 이젠 유시아까지 그를 미워하고 두려워한다. 미워서 평생 그와 멀리 떨어지려 한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임재욱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비현실적인 생각을 버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죽을 먹으려고 했다.이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소현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의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임재욱 씨, 유시아 당신이 데려갔습니까? 내가 경고했을 텐데. 이렇게 하는 건 범죄라고. 변호사 통해서 당신이 한 짓 다 고소할 겁니다.”임재욱은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다시 그릇에 던지며 침착하게 말했다.“소 대표님, 증거 있으세요?”“임재욱 씨를 제외하고 이런 비열하고 파렴치한 짓을 할 사람은 없어요.”소현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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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예전에 그가 임씨 가문에 돌아와서 요구한 제일 중요한 조건이 결혼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신서현과 결혼하려고 했다.할아버지는 동의하셨다. 비록 신서현은 여자 연예인으로서 연예계에 오래 있었지만 스캔들이 거의 없어 깨끗한 이미지였다. 그리고 여자 연예인이 부잣집에 시집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그 뒤로 신서현이 죽고 임재욱은 유시아를 죽도록 사랑하는 척 연기했다. 그의 할아버지까지 속아서 그가 정말 유시아를 사랑하는 줄 아셨다. 그래서 살인자의 딸이라도 그녀를 받아주셨고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임재욱이 자기의 성대한 결혼식을 복수를 위해 계획한 것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결혼식 현장에서 신부를 감옥에 보내다니.할아버지는 두 번이나 그를 용인했다. 그 후에는 그의 반대를 무시하고 화목한 집안의 딸 양지현을 그에게 억지로 소개해 주었다.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애초에 교통사고를 내 신서현을 죽인 것이 유병철이 아니었다면, 유병철이 유시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신서현이 죽은 뒤에 그는 정말로 유시아와 결혼했을까? 그녀와 잘 지낼 수 있었을까?아마도 그럴 것이다.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자기를 가장 사랑해 주는 여자와 결혼한다. 이 말은 듣기에도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유병철이 저지른 잘못으로 남은 생애 동안 그는 유시아를 미워할 뿐 사랑은 없었다.임재욱은 긴 숨을 들이마시며 서랍에서 인스턴트커피를 꺼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한 잔 마시려고 했다.뜨거운 물을 따르고 휘저을 때 아래층에서 비명이 들렸다.“...”유시아의 목소리 같았다.임재욱은 잠시 멈칫하다가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시아는 역시나 깨어있었다. 몸에는 이미 다 찢어진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별장의 출입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문틈 사이로 사나운 티베탄마스티프 몇 마리가 안을 향해 짓고 있었다.유시아도 강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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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여름밤이었지만 그래도 쌀쌀했다. 거실에 창문은 다 열려 있어 밖에 바람이 다 불어와 유시아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자기를 껴안으며 몸을 녹였다.거실에는 전화기가 있었다. 그녀는 소현우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그에게 지금 이렇게 곤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그녀는 소현우가 정말로 그리웠다. 그의 다정함, 그의 부드러움...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임재욱은 새벽까지 일하고 있었다. 도우미가 서재의 문을 노크하며 초조하게 말했다.“도련님, 시아 아가씨가 쓰러지셨어요.”다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유시아는 온몸을 아기처럼 웅크린 채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이상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이마에 손을 대 보니 계란을 삶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그녀는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도 위층 침실에서 자는 것은 싫은 듯했다. 이런 식으로 그에게 반항하는 것이었다. 참 고집 세고 유치한 것이 꼭 미성숙한 아이 같았다.임재욱은 바닥에서 그녀를 안아 올려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며 도우미에게 말했다.“빨리 김 닥터한테 전화해요.”유시아는 42도까지 열이 올라갔다.김 닥터는 이대로 계속 열이 나면 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주사를 맞은 뒤 유시아는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잠에 들었다. 임재욱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문밖에 있던 도우미에게 말했다.“저 개들 당장 치워달라고 하세요.”도우미는 대답을 들은 뒤 침실의 문을 닫으며 유시아를 푹 쉬게 하라고 말했다.유시아는 저녁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마치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꿈에서 혼자 공중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끝이 없는 동굴에 빠져드는 것 같아 겁이 나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그제야 잠에서 깼다.방안은 커튼이 쳐져 있어 조금 어두웠지만 어렴풋이 익숙한 방안이 구조가 보였다. 단번에 예운 별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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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말하면서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내일이 신서현의 생일이었다.죽은 사람이니 생일이 기일이 되었을 뿐이다. 아무리 달고 맛있는 케이크라도 이젠 제사상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신시연은 한숨을 쉬며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도우미가 내온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채 넘기기도 전에 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커피에요. 너무 쓰네...”도우미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죄송합니다, 시연 아가씨. 집에 설탕이 없어서요. 대표님은 평소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으시거든요.”신시연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됐어요. 내가 알아서 찾아 마실게요.”그녀는 말하면서 부엌으로 걸어갔다.냉장고의 문을 활짝 열고 신시연은 수입 브랜드의 갓 짜낸 과일 주스 한 병을 꺼냈다. 다시 거실로 돌아가려는 그때 쓰레기통 안에 있는 핑크색 물건으로 시선이 향했다.그녀는 멍하니 다가가서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엉망이 된 핑크색 드레스였다.이 별장은 그녀의 언니 신서현을 위한 곳이었다. 임재욱이 매번 기일마다 돌아와서 지내곤 했는데 이곳에 어떻게 여자의 드레스가 있는 거지?인덕션 위에 있는 뜨거운 죽과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는 계란 프라이 그리고 우유까지 모두 임재욱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었다. 그는 평소에 간단한 샐러드만 좋아했다.신시연은 그 순간 머릿속에 기분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주스를 내려놓더니 서둘러 위로 올라가 침실을 뒤지려고 했다. 도우미도 당황하며 급하게 위층으로 따라 올라갔다.“시연 아가씨,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도우미는 신시연의 성질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위층에 아파서 누워있는 유시아를 발견하면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날 것 같았다.그러나 무엇을 두려워할수록 그 일이 일어난다고 신시연은 유시아가 있는 침실의 문을 열었다.유시아는 이때 창가 옆에 서서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시아를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네... 네가 여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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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신시연은 유시아를 죽도록 싫어했다.언니 일 뿐만이 아니라 신시연은 유시아 때문에 경찰서에 갔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지난번 유시아를 때려서 잡혀가게 된 이유는 공공장소였기에 목격자가 많아서였다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하지만 지금은 임재욱의 개인 별장이었다. 옆에 임재욱의 도우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우미도 감히 유시아의 증인이 되어줄 만큼 간이 크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가 유시아를 때려죽여도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신시연은 유시아가 입고 있는 남자 잠옷을 보고 더 화가 나서 손에 힘을 실어 때렸다. ‘이 뻔뻔한 년이 감히 재욱 오빠 별장까지 찾아온 것도 모자라서 재욱 오빠의 잠옷까지 입고 있어.’신시연은 이를 악물며 손으로 유시아가 입고 있는 옷을 찢어버렸다.“재욱 오빠 옷 함부로 입으라고 누가 허락했어? 당장 벗어.”유시아의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마치 성난 원숭이 같았다. 지난번처럼 순순히 맞아주던 유시아는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신시연의 손을 밀어냈다.“이거 놔. 나 건드리지 마.”신시연은 여전히 유시아를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만만한 사람으로 여겼기에 감히 그녀가 반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신시연은 더 분노하며 무자비하게 때렸다.“오늘 내가 너 죽여서 우리 언니 대신 복수해 줄 거야.”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별장의 대문으로 차가 들어왔다.임재욱은 엉켜있는 두 사람을 보고 순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그만해!”신시연은 바로 손을 멈추더니 재빠르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임재욱의 옆으로 다가가 고자질했다.“오빠, 저 여자가 먼저 언니 케이크하고 사진까지 망가트렸어요.”임재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 옆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유시아를 바라보았다.원래 입고 있던 잠옷은 이미 찢어져 단추가 몇 개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사슴처럼 온몸을 떨며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쥔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도우미는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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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도우미는 옆에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임재욱이 신시연을 아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술을 삐쭉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걱정스럽게 위층을 바라볼 뿐이었다.유시아는 그에 의해 위층을 끌려왔다. 그녀는 자기 가슴이 다 드러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격렬하게 반항했다. 반면 임재욱은 그녀를 뒤돌아보고 놀랐다. 입고 있던 잠옷은 이미 어깨까지 내려가 있었다. 노출된 흰 피부에 연하게 남아있는 키스 마크와 차에서 뛰어내릴 때 생긴 상처, 그리고 방금 신시연이 손톱으로 할퀴어 피 나는 상처까지.엉망이 된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임재욱의 시선이 몇 초 동안 그녀의 상처에 머물더니 그녀의 양손을 잡고 뒤에 있는 벽에 단단히 밀착시켰다.“유시아, 왜? 왜 그랬어?”“내가 그 여자를 원망하니까.”유시아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남아있었다.“그 여자를 원망하니까요. 이거면 만족스러운 대답이 됐어요?”그녀는 신서현이 원망스러웠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모든 비극은 신서현과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도 신서현은 죽었지만 임재욱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가장 완벽한 여자였다. 결코 늙거나 못생겨질 수도 없었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없었다. 그는 평생 신서현을 놓지 못할 것이다.신서현 때문에 유시아도 평생 임재욱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임재욱은 붉어진 두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가녀린 그녀의 목을 졸랐다.“유시아, 네가 뭔데? 응? 네가 뭔데 서현이를 원망해?”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세게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을 피했다. 유시아는 포기하지 않고 긴 손톱으로 그의 목을 마구잡이로 할퀴었다.증오를 가득 담은 손짓에 그의 목에는 끔찍한 상처가 났고 피가 흘렀다.그녀가 신서현을 원망하는 것은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쫓는 것엔 큰 용기와 한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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