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새벽.유시아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일은 꿈만 같았다.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그저...유시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 맞은편의 통유리 창문과 침대 옆 카펫에 놓인 남자 넥타이를 바라보았다.여긴... 고급 호텔 방 같은데...“깼군.”그 소리와 함께 단정한 옷차림의 남자가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잘 만들어진 검은색 정장이 남자의 건장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침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그는 평소보다 더욱 활기차 보였다.그가 손에 든 봉지 하나를 그녀의 머리맡에 던지며 말했다.“네 옷, 직원더러 잘 씻어서 말려놓으라 했어. 입고 나와, 식당에서 기다릴 테니.”말을 끝낸 남자는 몸을 홱 돌려 떠나갔다.“...”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어젯밤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자신이 심하윤의 생일파티에서 취했던 일, 호텔에 들어왔던 일, 욕실에서 임재욱과...이 모든 일들을 그녀는 지금까지 꿈이라 여기고 있었다.더욱 우스운 사실은, 꿈이라 여겼던 그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서러움과 아쉬움을 모두 내보였다는 것이다.임재욱은 식당에서 잠깐 기다리다 유시아가 내려오지 않자, 몸을 일으켜 침실로 걸어갔다.침실 문에 가까워질 무렵,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머리를 풀어 헤친 유시아가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임재욱을 쓱 보고는 급히 “실례했어.”라는 말만을 남긴 채 빠르게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임재욱은 그녀의 얇은 팔을 잡고 물었다.“어디 가게?”“집에 가야 해요...”임재욱은 유시아를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밥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유시아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말했다.“재욱 씨와 밥 먹기 싫어요...”임재욱은 유시아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홍콩 가는 저녁 비행기를 예약했어. 같이 밥 먹고, 같이 네 집에 가 짐을 챙기자, 그리고 저녁에 바로 가는 거야. 석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은 거의 다 먹었겠지? 선생님이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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