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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485 챕터

제101화

한걸음에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유시아는 놀란 마음을 달래며 뒤를 돌아보았다.신시연이 쫓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화판이 방금 다른 사람과 부딪힐 때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유시아는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세게 툭툭 쳤다. 도망치는 데만 집중하다 화판도 챙기지 않고 바보 멍청이 같다고 중얼댔다.하지만 다시 가지러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화판이 그다지 값진 물건은 아니니 나중에 수업 들으러 갈 때 다시 찾아보면 되고, 어차피 다음에 가게 되면 방금 부딪힌 남학생한테도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유시아는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이, 정운대 교문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버스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 속에는 예쁘게 화장한 직장인 여자, 시장에 장을 보고 오는 주부, 이 근처 학교의 어린 커플,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온 애 엄마까지,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있었다.유시아는 그들을 보고 있자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울적했다.그녀는 언제 이 사람들처럼 당당하고, 누구한테 들통날까 봐 두려움에 떨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까?감옥살이를 한 오점을 어떻게 해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까?생각하면 할수록 실망스럽고 절망적이었다.유시아는 이러한 생각에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버스에서 내리는 걸 까먹고 종착역까지 가버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그리하여 집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7시가 넘었는데, 날이 막 어두워지고 있었다.요 며칠 동안 그녀는 줄곧 정운대학에서 수업을 방청했고, 구름이는 집에 혼자 있어 매우 지루했을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문이 열리고 주인이 돌아오자, 구름이는 즉시 소파에서 뛰어내렸고, 유시아의 품에 안겨 끙끙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몸을 문질렀다.이처럼 매일 학교 가서 수업을 듣고 그 누구한테 방해받지 않는 나날이 영원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의 저녁 식사는 바로 준비되었다. 유시아는 그녀의 작은 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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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매일 사생 아니면 구름이와 산책하러 다니며 유시아는 무미건조하게 며칠을 보냈다.일주일이 지나자, 유시아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신시연을 피하려고 두문불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는 자신의 운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게다가 그 보라색 머리를 한 남자한테 사과도 해야 하고, 평생 남의 눈을 피해 움츠리고 사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그리고 정운대의 수업 스케줄을 찾아보고 수업이 있는 날을 골라, 학교에 방청하러 왔다.익숙한 교실에 들어서서 그녀는 여전히 구석 자리에 앉았다.교실 안의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그녀는 교실 안을 한번 훑어보았다. 지난번에 부딪힐 때 너무 갑작스러워, 그녀도 자신에게 치인 그 남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남학생의 보라색 머리카락에 대해 매우 인상 깊었던지라, 강의실에서 줄곧 보라색 머리를 찾았다.한 바퀴 둘러봐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자신에게 쏠리는 걸 느꼈다.그 시선은 경멸에 찬 눈빛이었고 자신을 마치 하찮은 벌레 보듯이 보는 것 같았다.유시아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마음속에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일었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유시아는 이 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감옥에 갔었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에게 들통나고 대중에게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유시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다리에 얹은 작은 두 손은 때로는 꽉 쥐었다가 때로는 풀면서, 긴장하고 불안하여 안절부절못했다.그녀가 한창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학교 관리자 같아 보이는 사람이 문 앞에 서서 유시아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유시아 양, 저랑 함께 사무실로 좀 가시죠!”30분 후, 유시아는 넋이 나간 채 학교 사무실에서 나왔다.학교 관리자는 유시아의 일이 이미 캠퍼스 웹사이트에서 떠들썩하게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녀처럼 빨간 줄이 있는 학생은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와서 방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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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유시아는 끝내 고개 돌려 그녀를 노려봤다.“너희 언니 남자를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신시연은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있다가 그녀의 뺨을 치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지난번 유시아 때문에 체포된 이후로 신시연도 영악해져서 일부러 변호사에게 문의해 어떤 일은 해도 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꼼꼼하게 여쭸다.고작 뺨 한 대 치고 능멸하는 말 몇 마디 해서는 지나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신시연도 딱히 처벌을 받지 않는다.유시아는 그녀가 손을 든 순간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으악.”신시연은 새로 한 네일로 그녀 얼굴에 마치 고양이에게 할퀸 듯 두 줄의 빨간 자국을 남겼다. 다행히 찢기거나 출혈은 없고 따끔하게 아플 뿐이었다.유시아는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뒷걸음질 치다가 하마터면 누군가에게 부딪칠 뻔했다.그녀는 곧바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유시아는 어안이 벙벙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댔다!그는 바로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제일 잘해주고 또한 그녀에게 가장 깊게 상처받은 남자 소현우였다.소현우는 은백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깔끔한 짧은 머리와 온화한 표정이 유독 눈부셨다.그는 미간을 살짝 구기며 그녀의 얼굴을 감싼 손을 내리고 상처를 살펴보려 했다.“어디 봐봐...”이 제스처에 유시아는 하마터면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강한 척, 담담한 척 애쓰던 그녀는 이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마치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아이가 드디어 부모님을 만나고 마음껏 억울함을 털어놓는 것처럼 말이다.유시아는 한사코 얼굴을 안 보여주려 했고 소현우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유시아를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시아야, 잠깐만!”말을 마친 소현우는 차 문을 닫고 신시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신시연은 그를 보자 저도 몰래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뭐... 어쩌려고요?”그녀는 소현우가 약간 무섭긴 했다.저번에 소현우 때문에 감방에 갇혔을 때 임재욱이 간신히 빼줬는데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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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이전에 아빠도 자주 이렇게 놀렸었는데 돌아가신 이후론 아무도 그녀를 아이처럼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소현우가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이다!“시아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신시연이 또 널 괴롭혔어?”유시아는 머리를 내저었다.“우연이 마주치고 실랑이 좀 벌인 것뿐이에요!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말아요 현우 씨.”신시연의 배후엔 임재욱이 있다. 유시아는 이까짓 일로 소현우가 또다시 그와 충돌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작 그녀 때문에 이럴 가치는 없으니까.게다가 소현우는 그녀에게 빚진 것도 없는데 번마다 이렇게 그녈 위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제가 요즘 좀 바빴어요. 이젠 집에 가서 구름이 돌봐야 해요.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유시아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었다.“저 먼저 갈게요. 나중에 다시...”차 문이 열리지 않자 그녀는 고개 돌려 소현우를 쳐다봤다.소현우도 그녀를 마주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시아야, 너 이 학교 다니고 싶어?”유시아는 살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어떻게 알았어요?”소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모를 리 있을까?정운대는 그의 모교이기도 하니 졸업한 지 몇 년이 돼도 가끔 은사님 뵈러 찾아오곤 한다. 더욱이 정운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수년간 지켜봐 와서 유시아가 여기서 방청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그는 유시아가 방청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공부에 몰두하면 많은 일을 잊을 수 있어 종일 허송세월하는 것보단 나으니까.교내 환경도 사회보단 훨씬 단순하니 그녀가 공부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마음도 정화하고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하지만 최근 한 주 동안 유시아의 일이 정운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청원서까지 내며 유시아를 정운대에서 퇴출하라고 한다.소현우는 오늘 이 일을 처리하려고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왔는데 방금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는 차 문을 열고 유시아의 손을 잡았다.“시아야, 나랑 함께 학교로 찾아가서 똑똑히 말하자!”소현우는 유명한 동문으로서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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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교무실.유시아는 소현우 옆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초조한 나머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온갖 악플과 욕설을 보지 않았는가?「살인자의 딸?! 임씨 집안 사모님이 된 지 반나절 만에 사기죄 혐의로 3년을 감옥에서 보내다니?」이러한 루머는 어렵사리 회복한 마음의 상처를 무자비하게 생채기 내서 다시 한번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게 했다.소현우는 대학교 임직원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치 용기라도 불어넣어 주려는 듯 격려 차원에서 유시아의 손을 꼭 붙잡아 주었다.유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왠지 모르게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영웅은 출신을 불문하죠. 출신론을 강조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비록 시아는 방청생에 불과하지만, 매일 같이 제일 먼저 강의실이 도착해서 늦게까지 있다가 가죠. 학문 연구를 위해 보여준 성실함과 세심함은 다른 학생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에요.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도 출중한 편이라...”말을 이어가던 와중에 소현우의 안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별안간 울렸다.유시아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화면에 떡하니 나타난 ‘심하윤’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이내 몰래 시선을 피하고 자그마한 손을 꼼지락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이 또다시 그녀를 덮쳤다.절친의 남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가 부도덕한 짓이지 않은가?소현우는 전화를 받는 대신 뚝 끊어버리고 고개를 들어 말을 이어갔다.“학교는 당연히 학업을 위주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미 지나간 사소한 일 때문에 끝까지 붙잡고 늘어진다면 얼마나 옹졸해 보입니까? 기껏해야 기량이 이 정도라는 걸 보여줄 뿐, 그게 바로 학교의 명예에 먹칠하는 거잖아요. 아닌가요?”몇몇 임직원들이 멋쩍은 얼굴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비록 속으로는 반박할 이유를 무수히 떠올렸지만, 다들 바보는 아닌지라 소현우가 유시아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반면, 그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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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반면, 재학생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어 정정당당하게 학교를 드나들 수 있지도 않은가? 이런 생각에 그녀는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소현우가 피식 웃었다.“알았어. 이제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축하하는 의미로 이따가 밥이나 같이 먹을까? 기운도 북돋아 줄 테니까 겸사겸사...”“아니요.”유시아가 불쑥 끼어들었다.“오늘 일은 진심으로 고마워요. 하지만 선약이 있어 어려울 것 같아요.”소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웃는 둥 마는 둥 물었다.“선약 있다고? 재욱 씨랑?”흠칫 놀란 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근처 버스 정류장을 가리켰다.“버스가 와서 먼저 갈게요. 다음에 봐요!”말을 마치고는 소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재빨리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려가 도망치듯 그의 곁을 벗어났다.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은 유시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대체 심하윤와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의 신분으로 주제넘다는 생각에 괜히 어색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두려웠다.어차피 짚신도 제짝이 있는 법, 이내 머릿속에서 훌훌 털어버렸다.유시아는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문지른 뒤 얼굴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고, 정운대 교재를 사러 가기로 마음먹었다.소현우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태운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넋 놓고 바라보다가 그제야 시선을 돌려 차에 탔다.운전대를 돌리려는 순간 심하윤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이번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생기 넘치면서도 나긋나긋한 심하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우야, 지금 어디야? 저녁에 집에 와서 어머님이랑 같이 식사하자. 호주에서 공수해 온 랍스터를 선물 받았는데, 너 치즈 랍스터구이를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직접 요리할 테니까 맛 한 번 봐봐.”“저녁에 일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소현우의 목소리는 AI처럼 딱딱했다.“난 기다리지 말고 엄마 모시고 먼저 먹어.”한동안의 침묵을 끝으로 심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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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신서현...임재욱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소 대표, 도대체 뭘 하자는 겁니까?”신시연이 했던 모든 것을 따라 하며 소현우는 다시 한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임재욱 씨는 시아를 안중에 두지 않아도 되지만, 전 그럴 수 없습니다.”“소 대표는 제가 가지고 놀던 여자가 그렇게 좋습니까?”핸드폰을 꼭 지고 있는 소현우는 문득 젊은 여인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이윽고 소현우는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누가 누굴 가지고 놀았는지 그렇게 판단이 서지 않습니까?”듣고 있던 임재욱은 그 말에 흠칫거렸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소현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차가운 웃음만 남기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만약 임재욱에게 사실을 알려준다면, 임재욱이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소현우는 그렇게 할 수 없다.저녁 무렵, 예운 별장.신시연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재욱 오빠, 그만 말하세요. 오빠가 뭐라고 해도 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예요. 정운시에서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을 왜 자꾸 미국으로 보내려고 하는데요? 누가 시킨 거 아니에요? 혹시 유시아가 시켰어요?”말하면 할 수록 초조해진 신시연은 그만 참지 못하고 막말까지 했다.“그 여자가 시켰을 줄 알았어요. 우리 언니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요, 그 여자 때문이잖아요. 지금 저까지 미국으로 쫓아내려고 하다니 참 독한 여자예요. 재욱 오빠한테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오빠 절대 그 여자한테 넘어가면 안 돼요.”임재욱은 담뱃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들이빨고는 연기를 내뿜었다.“가만히 있으면 될 걸 왜 유시아 학교까지 찾아가고 그랬어?”그 말에 다소 어안이 벙벙해진 신시연은 잠시 멍해지더니 소파에 도로 앉았다.“저는 그냥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우리 언니 죽게 한 장본인인데, 정작 자기는 잘살고 있잖아요. 현우 씨하고 연애까지 하고 학교도 다시 다니고...”“그건 유시아 일이고 네가 나서서 참견할 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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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늘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달가웠던 착한 신서현은 좋은 사람이었다.그랬던 신서현을 생각하면 할수록 임재욱은 가슴이 미어졌다.손을 내밀어 미간을 주무르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꺼버리고 별장 구역을 떠나 질주해 갔다....유시아는 이미 당당하게 정운대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비록 학교 게시판에 올라왔던 유시아와 관련된 글들은 모조리 삭제되었지만, 유시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차갑고 따가운 시선으로 유시아를 바라보며 심지어 화장실로 간 사이에 여러 여학생들이 한곳으로 모여 뒷담화를 하는 것도 볼 수 있다.유시아가 겪은 일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있어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틀림없다.살인범의 딸이 임재욱과 결혼해서 딱 반나절만 사모님으로 지내다가 3년 동안 감옥살이까지 하고 나왔으니 말이다.그런 일을 겪고 나서도 무너지지 않고 소현우라는 사람까지 옆에서 지지하고 있으며 지금은 당당한 모습으로 한 교실에서 수업까지 듣고 있다.유시아는 종종 훌륭한 그림 실력으로 선생님에게 칭찬받기도 하고 그 그림은 수업 교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학교에서 2, 3일 동안 지내다 보니 유시아도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다.자기 수업에만 몰두하고 그 외에 시시비비는 개의치 않으려고 했다.이곳으로 와서 복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도 무리에 끼어들려는 바램조차 하지 않않다.수업을 마치고 유시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교실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농구장을 지날 때, 수많은 사람이 그곳에 모여 농구 시합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하나같이 키가 크고 혈기가 왕성한 것이 지금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를 갈고 있다.유시아는 본래 농구에 대해서 아무런 흥취도 없었는데, 남운대를 다닐 때 임재욱에게 구애하려고 그의 취미를 연구한 적이 있었고 그때 농구에 관련된 지식을 배웠었다.하여 지금 농구를 하는 사람 중에 키가 큰 한 남자가 날렵한 몸짓으로 상대 방어를 피해 허공을 가로지르며 3점 슛을 안정적으로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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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용재휘가 환하게 웃으니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가 드러나면서 사람이 한층 밝아 보였는데 은근히 장난기도 많은 것 같았다.“제 셔츠가 얼마인지 알기나 해요?”유시아는 할 말을 잃었다.그날 너무 급하게 간 나머지 그 셔츠가 무슨 브랜드였던지도 똑똑히 보지 않았다. 비싼 브랜드였다고 치자.브랜드 셔츠의 경우 가장 비싼 게 대략 몇백만 원 정도일 것이다. 개인 주문 제작 시 가격이 조금 더 높을 수 있지만 얼마가 되었든 배상해야 할 것은 배상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용재휘는 유시아의 조금 억울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익살스럽게 그녀의 눈앞에 손가락으로 보여줬다.“16억인데 배상할 수 있겠어요?”유시아는 할 말을 잃었다.“...”아무리 임금님의 용포라고 해도 그 정도로 비싸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빠르게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에게 물었다.“대체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제 여자 친구가 되어주는 걸로 갚는 건 어때요?”유시아는 또 말문이 막혔다.“...”그의 당돌한 말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대학교에 다니는 이 남자는 농담도 그에 맞게 유치했다. 그때 당시의 자신보다 더 유치해 보였다.그녀는 남자를 무시하고 학교 밖으로 걸어 나갔다.“저기요.”용재휘가 뒤따라왔다.“어디 가요?”유시아는 돌아보지도 않고 답했다.“병원에 가야 해요.”그녀의 말에 용재휘가 놀랐는지 물었다.“그...병원에는 왜요? 어디 아파요? 학교에 의무실이 있는데 거기에 먼저 가볼래요?”하지만 큰 폭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모습은 전혀 아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결국에는 유시아가 질문 폭격기에 답을 해줬다.“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피도 팔고, 신장도 팔고, 각막도 팔아서 돈 갚아야 해요!”용재휘는 그녀의 농담에 웃음을 지었다.“하하, 동생. 저보다 농담을 더 잘하는데요?”유시아가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의 말을 고쳐줬다.“틀렸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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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네.”용재휘가 말했다.“제 사촌 누나 이름이 심하윤이거든요. 누나가 그랬는데 자기가 가장 아끼는 여 동생이라 여기서 공부하는 동안 잘 보살피고 적응 잘하도록 도와주라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요. 정운대에서는 제가 처리 못 할 일이 없으니까요!”말하면서 자기 가슴을 툭툭 쳤는데 꽤 자신만만해 보였다.유시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에게 정말 고맙네요!”집에 돌아오자마자 유시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빠르게 심하윤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저예요...”“시아야, 진짜 너구나. 드디어 네가 나한테 전화했네.”심하윤의 목소리는 엄청 기뻐하는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게 들렸다.“홍콩에서 돌아온 뒤에 너희 집에 가봤는데 네가 비밀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어. 나는 네가 여전히 나한테 화나고 내가 미워서 다시는 안 만나고 연락도 안 할 줄 알았거든! 시아야, 그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하윤 언니, 저는 언니한테 단 한 번도 화난 적이 없어요. 더욱이 언니 탓한 적도 없고요. 전 그저...”유시아는 그저 소현우와 그의 주변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랬다가 만약 부딪히게 되면 너무 어색했기 때문이다.심하윤이 자신에게 잘해준 것과 심씨 집안 사람들이 자신에게 베풀었던 도움과 위로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그녀에게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게다가 그녀가 홍콩에서 겪은 모든 일들은 사실 심하윤과는 상관이 없었고 그녀에게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유시아가 집 비밀번호를 바꾼 이유는 심하윤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소현우도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오늘 재휘를 만났어요. 하윤 언니, 고마워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하윤이 말을 잘랐다.“시아야, 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어. 내가 다 당황스럽네. 나는 네게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유시아가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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