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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485 챕터

제81화

임재욱은 혼란스러움과 함께 응급실 앞에 서 있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 들었다. 담배에 불을 지피려던 찰나, 여기가 병원임을 깨닫고 다시 도로 집어넣었다.한참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응급실 문이 열렸고 의사 선생님들이 유시아가 누워있는 침대를 밀며 나왔다.그녀는 아직도 혼수상태였고, 뺨에 붓기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채 손에는 링거를 꽂고 있었다. 그녀의 삐쩍 마른 몸에 병원용 흰 이불을 덮으니, 마치 빈 침대만 끌려 나온 것 같았다.임재욱은 멈칫하더니 얼른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아기는 괜찮나요?”그 말에 의사 선생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이때 한 여간호사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여자친구분 임신한 게 아니라 그냥 생리 중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신경을 더 써야 하는 건데. 제발 폭행은 삼가시죠?”“…”그는 그녀를 안고 차에서 내릴 때 시트에 묻은 피가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그런 상황인 줄 알았다.뭐가 어찌 됐든 간에 얼마 전 그가 심 씨네 집 화장실에서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지금쯤이면 아마 한 달은 됐으니 그는 너무도 당연하게...하지만 유시아가 그의 아이를 남길 리가 없었다.더 억울한 건 그는 진짜로 유시아를 때린 게 아니라 오히려 구한 건데, 여간호사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일반 병실로 갈 때까지 여간호사는 임재욱을 가정 폭력 남으로 보며 끝까지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환자분 깨어난 뒤에도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하면, 따뜻한 생강 대추차라도 줘요. 진통제는 더 이상 복용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차가운 물은 가까이하지 마시고, 다시는 때리지 마세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눈을 흘기며 병실을 나갔다.임재욱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이 병원이 그녀의 집에서 가장 가깝긴 했지만,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다. 거기에 몇 안 되는 1인용 작은 병실에는 침대 외에 책상과 의자만 있었고, 소파조차도 없었다.그는 그날 저녁 가지 않기로 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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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세월이 흐른 뒤, 현재의 유시아는 깨어난 후 임재욱을 보고 과연 어떤 느낌일까?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을 수도 있을 듯하다.유시아가 지금 임재욱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은 몇 년 전 임재욱이 유시아에 대한 귀찮음과 혐오감과 막상막하일 것이다!-유시아는 드디어 깨어났고, 깨어나 보니 이미 깊은 밤이었다.그녀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병실에는 수면 등만 켜져 있었고, 조명이 어두워서 마치 다락방에서 자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다락방에는 소독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걸 즉시 깨달았다.그녀의 시력은 점차 여기의 빛에 적응했고, 이어서 머리 위에 있는 링거병을 바라보았다. 아랫배에는 뭔가 뜨겁고 묵직한 것이 느껴져 손을 뻗어 만져보니 따뜻한 핫팩이 있었다. 그건 생리 중인 유시아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이때 그녀는 낯선 호흡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침대 옆에 웬 남자가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악…”유시아는 현수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심장이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 숨어 있다가 실수로 손등에 걸려 있던 바늘을 잡아당겨 피가 순식간에 역류했다.임재욱은 원래부터 잠귀가 밝은 데다 또 낯선 환경이라 조그만 인기척에도 쉽게 잠에서 깼다. 그는 얼른 손을 뻗어 머리 위에 있는 등을 켰다.병실은 순식간에 밝아졌다.그렇게 둘은 두 눈이 마주쳤고, 한동안은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둘 다 침묵하고 있었다.한참 뒤, 임재욱은 그제야 그녀의 손등 바늘 때문에 피가 역류하는 걸 보았고, 재빨리 그녀 손등의 링거를 뽑았다. 그러고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왜 마음대로 움직여?”유시아도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여긴 왜 왔어요?”그 말을 들은 임재욱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내가 안 왔더라면, 너 아마 산채로 그 낡은 집에서 맞아 죽었을 거야!”말을 하면서도 그는 현수가 자신한테 맞아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떠올렸고, 아무리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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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유시아의 아버지가 신서현을 사고로 죽여 임재욱과 신서현을 헤어지게 했다.현재, 유시아는 감방 생활도 했었고, 전보다 많이 더럽혀진 상태이기에, 소현우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여 혼자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그냥 갚아야 할 걸 갚을 뿐이다!‘보복’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임재욱은, 누군가가 손으로 심장을 쥐어뜯는 것만 같았다. 분명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걸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그는 유시아의 앞에서 가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임재욱은 이런 기분이 싫었고, 심지어 두려움까지 느껴졌다.그는 화가 난 듯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나갔다. 유시아는 그런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이 분명히 맞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생각해보면, 이번뿐만 아니라 수년간 동안 그가 이해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해했었다면 그에게 그 정도로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늦은 밤, 병원 부근의 24시간 편의점.임재욱은 생리대가 가득한 진열대 앞에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이건 그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었고, 뭘 어떤 걸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병원의 간호사에게 더는 그런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마치 유시아게게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은 사람 취급 말이다.임재욱은 이왕 어떤 걸 사야 할지 모를 바에는, 차라리 비싼 것만 골라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싼 물건은 언제나 맞는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가격이 가장 높은 몇 개를 고른 뒤 계산대로 걸어갔다.계산대에 젊은 여성은 바코드를 찍으며 수시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면 생리대도 직접 살 수 있구나!'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순간, 임재욱은 심하윤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는 걱정과 상실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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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말을 마친 뒤, 임재욱은 전화를 끊고 계속하여 병원 쪽을 향해 갔다. 병원 입구 쪽에 도착해보니, 불빛 아래에 삐쩍 마른 모습을 한 사람이 길옆에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는 것이었다. 생리 기간의 복통은 유시아에게 있어 병이라 할 수도 없을뿐더러,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게다가 여기 병원은 비용도 불투명해 유시아 혼자서 다 감당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집에 가서 구름이도 돌보면서 밑그림 작업도 해야 했다. 게다가 간호사가 준 생강 대추차를 마시고, 핫팩을 배에 붙이니 더는 병원에 돈을 낭비할 필요 없이 많이 나아진 듯했다.곧 한 택시가 멈춰 섰고, 유시아가 그 문을 열자, 뒤에서 임재욱이 다시 차 문을 닫았다.“유시아!”고개를 돌려보니 임재욱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퇴원해도 된대?”“저 입원할 필요 없어요!”유시아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리고 저 대신 낸 병원비용은 제가 다시 돌려드릴게요!”그녀는 아주 차분하게 답했지만, 그녀의 사방에서는 불꽃이 튀어 오르는 듯했고, 그 불꽃이 튀어 올라 임재욱의 가슴에 작은 상처를 남겼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타는듯한 느낌은 무시할 수 없다!이때, 택시기사가 유시아를 재촉했다. 임재욱은 얼른 허리를 숙여 차 안의 기사님께 이야기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안 탈 거에요!”그러면서 그는 유시아를 어깨에 들쳐 안고는 빠른 걸음으로 병원에 들어갔다. 유시아는 임재욱이 이럴 거라 예상을 못 했고, 그의 품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임재욱 씨, 빨리 저 내려줘요. 저 괜찮다고 했잖아요,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고요...”“근데 의사 선생님이 퇴원하라고는 안 했잖아!”유시아는 그의 옆모습을 보며 갑자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임재욱 씨, 그거 알아요? 저 생리하면서 이미 36회 아파 왔어요. 이번이 가장 덜 아픈 한 번이고요!” 3년 동안 그녀는 그렇게 버텨왔다. 뜨거운 물, 뜨거운 밥은 상상도 못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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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유시아는 ‘왜’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다시금 참았다. 그 둘의 사이에서 ‘왜’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재욱이 그녀에게 잘해주고 싶으면 잘해주는 거고, 언제 그녀를 속이고 싶으면 속이는 거고, 밑 장을 까고 싶을 때면 까는 거였다.게다가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절의 여지가 없었다!유시아는 따뜻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다시 침대에 누워있었고, 머릿속으로는 구름이가 보고 싶었다. 지금쯤이면 집에서 유시아를 찾기 바쁠 것이다. 게다가 밥은 먹었는지, 굶지는 않는지, 밖에 맘대로 나가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누가 훔쳐 가지는 않았는지 등 머릿속에는 온통 구름이 걱정 뿐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인지 유시아는 거의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제대로 자지 못한 건 임재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지라,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고, 눈 밑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생겨 다소 초췌해 보였다.임재욱은 오늘은 웬일인지 협조적으로 유시아의 퇴원절차를 밟아줬다. 그렇게 퇴원 후, 그는 유시아의 손목을 끌고 강석호의 차량 쪽으로 걸어갔다.유시아는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거 놔요. 저 재욱 씨랑 같이 안 가요. 이거 놓으라고요! 재욱 씨, 저 싫어했잖아요...”그녀는 마치 무서운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임재욱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타이를 수 밖에 없었다.“다른 건 없고 그냥 너 데리고 병 보러 가려는 것 뿐이야. 그 병 제때 안 고치면, 다음 달, 그 다음 달도 계속 아플 거라고... 시아야, 내 말 들어!”신기한 건 그가 부드럽게 대할수록 유시아는 더욱 겁이 났다. 혹시라도 다시 한번 그의 부드러움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까 봐 말이다!그녀는 다시는 그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 그 사람의 배려와 관심 또한 받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와 같이 가고 싶지도 않았다!그 시각, 시간도 이미 어느 정도 흐른지라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고,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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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그는 유시아의 상황이 이토록 심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석 선생도 장담할 수 없다니!게다가 이 모든 원인은 3년 전 옥살이로 인한 것이라니!처음에 그는 단지 유병철이 신서현을 죽인 게 유시아하고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대응되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 그 대가는 바로 감방에 그녀를 넣는 것이고, 고생 좀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고생스럽다고 해도, 신서현보다는 덜하다고 생각했다. 신서현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니 말이다!게다가 그는 유시아가 그 3년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한낱 여자의 신체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나약하니 말이다!3년 뒤, 유시아는 옥살이가 끝나고 자유와 함께 각종 질병까지 동반되어 나왔다.특히, 임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유시아는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전에 그와 결혼 당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기로 계획까지 했었다…임재욱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 났고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의약 사물함을 잡았다. “선생님, 이 일은 저 여자한테 알리지 않으면 안 될까요?? 일단 위로 좀 해주세요. 아니면 아주 무서울 것이에요…”말을 마친 임재욱은 그런 자신이 웃겼다.사실 이 소식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유시아가 아니다. 그녀는 미리 모든 걸 다 눈치챘고, 혼자서 늙어 죽을 준비까지 해둔 상태였다.진짜로 그 소식에 대해 무서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왜냐하면 그의 악랄함 때문에, 그는 자신을 깊이 사랑하는 여자를 아주 철저하게 파괴하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궁지로 몰았다!그는 그녀에게 목숨만 남겨줬을 뿐, 다른 건 남겨준 게 하나도 없다!그녀에게 있어 그는 망나니나다름없는 거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진료소에서 나올 때 강석호의 손에는 이미 달인 한약들이 들려져 있었고, 각각 작은 봉지에 포장되어 있었다. 석 선생님은 일단 매일 한 봉지씩 1달 동안 먹어보라고 하였다.좋은 약이 입에 쓴 거기에, 유시아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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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임재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어찌할 방법이 없었지만, 또 그 피곤함에 찌든 상태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 상황이 아주 웃겼다.예전에 그도 그녀에게 자기를 좀 상관하지 말아 달라고 많이 말했었다.그렇게 세월이 흐른 뒤, 이제는 유시아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그녀에게 복수할 생각만 하고, 그녀가 정말 무죄일 가능성은 무시했다. 게다가 그녀가 3년 동안 옥살이를 한 상황만 알고 있었지, 그동안 그녀가 받은 고통과 괴롭힘 또한 무시했었다…역시나 그는 그녀에게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마음이 움직이면, 깊게 빠져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는 한참 뒤 그제야 답했다.“내가 이렇게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야. 그러니까 그냥 내 말대로 하기만 하면 돼!”말을 마친 뒤 그는 차 문을 열어 그녀의 머리를 누르며 밀어 넣었다.차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임재욱은 강석호에게 분부했다.“센터패시아를 잠그고 호텔로 먼저 가줘요!”유시아는 그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임재욱, 당신은 그냥 나쁜 놈이야!”임재욱은 턱에 힘을 주더니, 한참 뒤에야 답했다.“맞아, 난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잘 알아둬. 괜히 나쁜 놈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유시아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몸도 의식적으로 자기 쪽 차 문에 접근하여 그와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그녀를 보고 있던 임재욱이 뭔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옷 속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번호를 보니 심하윤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임재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그 전화를 끊어버리고 심하윤에게 메시지를 하나 전송했다.「30분 뒤에,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소현우랑 사계 호텔 VIP 구역으로 와요.」-40분 뒤, 차는 사계 호텔 지하 주차장에 세워졌다.임재욱은 유시아의 손목을 끌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그녀의 탱탱한 얼굴을 보더니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시아야, 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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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소현우와 심하윤이 다른 한쪽 계단에서 올라오면서 때마침 유시아와 마주쳤다.“시아야…”소현우는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30분 전, 심하윤이 소현우에게 전화를 해, 아는 친구가 사계 호텔에서 유시아랑 닮은 사람을 본 거 같다고 알려주었다.심하윤은 설마설마했지만 소현우가 진짜로 그곳에 왔다. 게다가 말 그대로 여기서 유시아와 마주친 것이다!소현우는 빠르게 유시아 앞까지 걸어갔다.“시아야…”가까이 다가가 본 후에야 그는 그녀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빨갛다는 걸 보게 되었고, 유난히 촉촉한 입술과 함께, 쇄골의 키스 마크까지 보게 되었다.그는 이게 그녀가 자기와 헤어지고 홍콩으로 온 이유인지 생각에 잠겼다.두 사람은 서로 한동안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소현우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고, 유시아의 눈에는 당황함 뿐이었다.소현우는 끝내 유시아를 찾아내고, 현재의 다소 난감한 상황까지 보고 만 것이다!“시아야, 이제 장난 그만해…”몇 초 뒤, 임재욱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얼굴에는 사랑스럽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우리 오늘 머물 곳은 여기야... 음? 소 대표, 심하윤 씨, 안녕하세요. 두 분도 여기 놀러 왔나 봐요…”임재욱은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더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팔을 유시아 어깨에 두르며, 마치 연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두 분도 오늘 여기 머무시는 거예요? 저녁에 식사라도 같이할까요?”그는 심하윤이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과 협력한다면 반드시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거 또한 잘 알고 있다!소현우는 그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유시아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예전에 온화하고 자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시아야, 이게 바로 네가 나랑 헤어지자고 했던 이유야? 그래?”유시아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있으면서 심하윤 쪽을 쳐다봤다.심하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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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유시아는 더는 꾸며낼 말이 없었다!뱉어내는 한마디마다 이미 다 아문 상처를 다시 도려내 거기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았다.그건 마치 피가 흐르며 극에 달하는 고통을 맛보는 느낌이었다!그녀는 현재 자기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한테 웃으며 보여주면서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임재욱, 나는 당신이 정말 싫어.’“시아야,”소현우는 끝까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며 뚫어지게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임재욱 씨가 너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도 저에게 강요한 사람 없어요... 그러니 이거 놔줘요...”유시아는 팔목을 비틀었지만 어떻게 해도 그 손을 내팽개칠 수 없었고,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이 흘렀다.“소현우 씨, 저 재욱 씨 여전히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 저 그만 놔줘요. 그리고 다시는 저 찾아오지도 말고요.”소현우는 실성이라도 한 듯 그녀를 향해 소리 질렀다.“어떻게 이런 쓰레기를 좋아할 수 있어…”“소현우!”여태까지 조용하게 있던 임재욱이 차가운 말투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저랑 시아 사이에 일은 당신이 모르는 게 많아요. 그러니 여기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요!”그러면서 그는 단번에 소현우를 밀어내며, 유시아를 끌고 이미 예약해 둔 프레지던트 방으로 걸어갔다.그들이 방에 들어간 뒤,제자리에 서 있던 소현우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그들이 들어간 방문을 향해 걸어가서는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임재욱, 너 나와. 대체 어떻게 시아를 협박했으면 이래. 빨리 나오라고…”한편, 방 안에 있던 유시아는 발밑이 나른해지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임재욱은 재빨리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이번에 유시아는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모든 상처를 들춰내고, 소현우한테도 깊은 상처를 줬기 때문에 이미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한 상태였다. 지금의 그녀는 움직이기도 싫은 듯했고, 아무런 감정 없는 인형처럼 임현욱에게 들려 침실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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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그는 그 알약을 유시아의 입에 넣으며, 물로 그녀가 약을 삼키게 했다.그 순간 약의 쓴맛이 순식간에 입안으로 퍼졌다…곧 유시아의 눈꺼풀은 스르르 감겼고, 아무 저항 없이 베개에 쓰러졌다.임재욱은 그녀의 자는 얼굴을 보더니,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유시아, 너 말 잘 들어야 해. 말 잘 들으면…”-문밖에서는 소현우가 여전히 애타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임재욱, 문 열어. 시아랑 얘기 좀 하게 해달라고…”심하윤은 문밖에서 미친 듯이 폭주하는 소현우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그를 말려 나섰다.“현우야, 그만해. 얼른 가자…”소현우는 이를 꽉 깨물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심하윤을 홱 밀쳤다.“너 이제는 만족해?”심하윤이 놀라서 물었다.“뭐?”그러자 소현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심하윤, 네가 이렇게 시아를 대할 줄은 진짜 생각도 못 했다!”어떤 일은 직접 본 적은 없어도, 원인과 결과가 연결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쉽게 그 안의 이상한 점을 엿볼 수 있다.특히 소현우는 그 누구보다도 심하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녀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수단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몰라도, 유시아에게까지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도 임재욱과 마찬가지로, 소현우와 유시아가 함께 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그들을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현재, 드디어 그녀가 바라던 대로 된 것이다!심하윤은 그의 그런 모습에 갑자기 웃어 보이며 말했다.“소현우, 너 정신 차려. 유시아는 아직 임재욱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일편단심으로 너만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그리고 너 유시아 사랑하지도 않잖아! 너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 아니라 죄책감 아니었어? 너 그냥 걔한테 최고로 좋은 삶을 주고, 너 자신도 좀 더 편안하게 살고 싶은 거잖아!”“내가 그 애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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