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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악! 가슴이 너무 아파… 엄마, 나 죽을 것 같아….”한지음은 가슴을 붙잡고 애달픈 비명을 토해냈다.그녀의 눈, 코,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무시무시했다.“지음아, 어떻게 된 거야? 엄마 놀라게 하지마, 지음아….”이경숙은 다급히 한지음을 품에 안으며 애처롭게 흐느꼈다.“엄마, 나 너무 아파.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한지음의 얼굴에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피는 끊임없이 그녀의 코와 입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 영호야,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아까는 다 나았다고 했잖아! 지음이 왜 이러는 거야?”이경숙은 딸을 안고 절규하듯 이영호를 찾았다.이영호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지음을 바라보며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끝장이야. 내가… 실패하다니!”사실 그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침술을 시전하기 전부터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한 일이었다.구명침술이 어떤 성질을 띠고 있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이도현이 말한 것처럼 구명침술은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지만 그건 성공했을 때의 얘기고 실패한다면 처참한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고모,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내 침술이 실패하다니… 구명침술은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요.”이영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횡설수설했다.“너도… 방법이 없단 얘기야? 이제 어떡해? 지음아, 정신 좀 차려봐. 조금만 참아.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엄마는 이대로 널 못 보내!”거의 기절 직전까지 간 한지음은 이영호의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해졌다.“사모님, 도현 씨가 대표님을 살릴 수 있어요. 빨리 도현 씨한테 부탁해 봐요.”이설희가 다급히 말했다.“썩 안 꺼져? 과거에 마누라한테 기대어 사는 데릴사위였다며? 그런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지음이를 살려? 저 인간 때문에 강씨 가문이 망한 거 몰라? 우리 가문도 망할 일 있어?”이경숙은 이도현에 대한 경멸과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냈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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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만약 장지민이 이 병을 치료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날 새파랗게 어린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빌지도 않았을 것이다.한편 한지음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숨소리마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온몸이 경련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았다면 시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사람들은 조바심을 태우며 10여분 정도 기다렸다. 드디어 장지민이 경비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이영호는 다급히 마중을 나갔다.“어르신, 드디어 오셨네요. 빨리 우리 동생 좀 살려주세요.”장지민을 본 이경숙의 얼굴에도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 장지민은 염국에서 꽤 알아주는 명의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히 한지음을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장지민은 다급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다급히 한지음에게 다가갔다.잠시 후,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그녀의 상태는 현재 죽은 사람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고명한 의술을 가진 명의라고 칭송받는 그조차도 한지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스에서 금침을 꺼내 그녀의 몸에 꽂았다.잠시 후, 한지음의 몸 곳곳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고 경련도 잦아들었다. 호흡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아까처럼 숨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다.“선생님, 우리 딸 이제 괜찮은 거죠?”이경숙이 다급히 물었다.“부끄럽네요. 저는 침술로 어느 정도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장지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선생님까지 그런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제발 우리 동생 살려주세요. 지음이만 살려주면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이영호가 옆에서 애원했다.하지만 그의 발언은 장지민의 불쾌감만 샀다. 그는 돈을 벌려고 의술을 익힌 게 아니었다. 그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한지음을 살릴 수는 없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영호는 그가 돈을 바라고 일부러 치료를 안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으니 이건 그의 인격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었다.“젊은 친구, 이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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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이경숙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장지민의 대답을 기다렸다.하지만 장지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건 저도 모릅니다.”이경숙은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다.한껏 기대치를 높여놓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니? 대체 그럼 그 스승님 얘기는 왜 꺼냈는데?이경숙은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삼켰다.하지만 장지민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가 빌고 빌어서 이도현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지만 이도현은 분명히 거절했다. 이 상황에 스승님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그분의 제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이경숙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장지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분이 어디 사시는지는 모르지만 연락번호가 있습니다. 번호를 드릴 테니 직접 통화하세요.”지난번에 이도현이 약재를 구매하러 왔다가 소창열의 병을 치료한 뒤, 소창열에게 연락번호를 남긴 적 있었다. 장지민은 염치 불구하고 소창열에게서 그의 연락처를 받았다.이경숙은 장지민이 건넨 메모지를 보물 다루듯이 두 손으로 받았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스승님 성함 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당장 연락해서 그분을 모셔오겠습니다.”이경숙은 다시 희망에 벅차올랐다. 장지민이 스승으로 인정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한지음을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한씨 가문의 재력으로 그분을 모셔오는 건 문제가 아닐 것이다.하지만 이때 장지민이 다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스승님은 이씨입니다. 여러분이 그분을 설득하길 바라야죠. 두 시간 안에 그분을 모셔와야 합니다. 이 아가씨에게 허락된 시간이 단 두 시간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염라대왕 할아버지가 와도 못 살립니다.”“장 선생,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이경숙이 정색하며 따져 물었다.“이 아가씨는 심혈관 질병입니다. 사악한 침술을 시전해서 몸의 사악한 기운을 더 증폭시켰죠. 남아 있던 생기마저 모조리 침식되었단 말입니다. 비록 내가 시간을 벌어두기는 했지만 오래 버티는 건 무리예요. 시간이 지나면 신선이 와도 못 살립니다.”이경숙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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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마성의 알림음을 들은 이영호는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이도현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젠장, 저 자식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이영호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그냥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장지민 선생님 추천으로 전화드렸습니다. 장 선생님의 스승님 되십니까?”이영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장지민 선생은 나도 압니다만 누구시죠?”또 같은 목소리가 양쪽에서 들려왔다.모두의 시선이 이도현의 방으로 쏠렸다. 장지민은 격앙된 심정을 참지 못하고 사람들의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달려가서 이도현의 방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모습이 보였다.장지민은 그를 보자마자 기쁨을 금치 못하며 쪼르르 그에게 달려갔다.“스승님이 어떻게 여기 계신 겁니까?”스승님 얘기가 나오자 이영호는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장지민에게 따져 물었다.“장 선생님, 저 인간을 뭐라고 불렀습니까?”이영호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믿고 싶지 않았다.그가 무시했던 시골 의원이 장지민의 스승이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도 이건 불가능했다.“이영호, 스승님 앞에서 예를 취하지는 못할 망정!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 스승님 모욕하는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어.”장지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장 선생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 인간이 누군지 알면 절대 그런 말씀 못하실 겁니다. 저 인간은 8년 전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였어요. 저 망나니를 왜 스승으로 모신 겁니까?”이영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이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장지민 같은 인물이 무능하기로 소문난 이도현을 스승으로 모시다니!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내 스승님을 모욕하는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 못해! 지옥이 뭔지 경험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다물어.”장지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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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비천하고 무능한 제가 무슨 수로 귀한 따님을 살린단 말입니까? 저 때문에 가문이 망했다고 저를 저격하면 어쩌려고요?”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서… 선생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신연주 씨를 봐서 우리 지음이 좀 부탁드릴게요. 우리 딸만 살려주신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이경숙은 점점 호흡이 옅어지는 한지음을 바라보며 절망에 겨워 흐느꼈다.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왜 그래야 하죠? 당신이 뭔데요? 선배 얼굴을 봐서 용서해 주는 건 지난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내가 치료를 거부해도 선배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이도현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경숙처럼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고 거만을 떠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돈이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절대적인 실력을 가진 존재 앞에 그녀는 한낱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도!그들을 내쫓지 않고 내버려둔 건 신연주의 지인이라서였다. 신연주가 엮여 있지만 않았어도 아마 다리 한쪽 분질러서 내쫓았을 것이다.“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귀인을 몰라봤습니다. 하지만 지음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 아직 서른도 안 넘긴 아이란 말입니다.”이경숙은 연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울며 애원했다. 아까 보였던 강압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허, 참!”이도현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흥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 여자에게 자신의 의술은 무시당할 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키고 싶었다.“도현 씨,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많이 불쾌하신 거 압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잖아요. 대표님은 끝까지 도현 씨를 믿었어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가만히 있던 이설희마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이것 하나는 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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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손놀림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지음의 몸에 금침이 꽂혀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장지민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감격에 겨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평생 의학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신묘한 침술은 처음이었다.여기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런 신묘한 침술이 스승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언젠가 저 침술을 습득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이영호는 자신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의술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도현의 침술은 그와 전혀 다른 경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한지음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경이로운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감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다 죽어가던 사람이 침술 한 번으로 이런 변화를 보이다니.다시 몇 분이 지나가자 한지음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우리 지음이 괜찮은 거죠? 이제 다 나은 거죠?”이경숙이 다그치듯 물었다.“사모님, 스승님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조금 전 보여주셨던 신묘한 침술, 그건 기적에 가까운 기술입니다. 당신들이 운 좋은 줄 알아요.”장지민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도현이 시전한 침술이 무엇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침술이 이루어 낸 기적은 옆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이도현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손에 약보따리를 들고나왔다. 그는 보따리를 이설희에게 건네며 말했다.“10일 동안 매일 이 약을 달여 한 대표님께 먹이세요. 열흘이 지나면 아마 완쾌되었을 겁니다. 물론, 날 못 믿겠다면 그냥 가지고 나가서 버리면 됩니다.”“이따가 한지음 씨 깨어날 텐데 정신을 차리면 데리고 나가주세요. 더 이상 당신들에게 거처를 제공할 수 없네요.”이도현은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여자랑 잘못 엮였다가 또 여자한테 빈대 붙어 사는 무능한 놈이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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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이영호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추락했다.“개 같은 자식, 오늘은 이만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내 성질 건드리면 염라대왕 만나게 해줄게! 당장 저 녀석을 끌어내!”이도현이 충돌을 빚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살인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아니 왜 사람한테 폭력을!”조카가 맞아서 나가떨어지자 이경숙이 당황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무시무시한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에 이경숙은 움찔하며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마치 저승사자를 닮은 그 눈빛은 꿈에 나올까 두려웠다.“그 입 조심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시 나한테 기분 나쁘게 뭐라고 지껄이면 가만 있지 않을 거야!”이도현은 싸늘하게 말을 던진 뒤, 홀로 방으로 돌아갔다.이경숙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자존심을 무참히 깔아뭉갰다.“가자. 설희 씨는 공항에 연락해서 황성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해!”이경숙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렇게 저택에는 이도현과 메이드복 차림의 여자 고용인들만 남게 되었다. 그는 못내 아쉬워하는 장지민도 어르고 달래서 쫓아 보냈다.그 시각, 염경.한 산 중 저택에서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로 부하가 전해온 소식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다.”전화를 끊은 중년 남자가 거실에 대기 중이던 한 노인을 향해 말했다.“주영이가 실패했다는군.”“창영과 노사까지 붙여줬는데 신연주 그 여자한테 얻어맞고 물러났어. 신연주는 이미 종급 경지를 돌파해서 창영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하더군. 설명을 들어보니 아마 종급 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것 같아.”“고작 30대의 어린 나이로 종급 절정을 돌파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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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이 모든 가설이 성립한다면 우린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거야.”“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서북후는 자네를 위해 일하던 녀석이 아닌가. 서북후가 살해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염국에서 신영성존의 위신이 바닥에 처박힐 거잖아. 누가 널 위해 일하려 하겠어.”노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맞아. 그 녀석을 제거해야 해.”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널 보냈으면 해. 내가 나서면 일이 너무 커지니까. 너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그러니까 넌 태허산을 건드리기 꺼림직하니까 날 풀어줬다는 거 아니야?”노인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이번 임무만 수행하면 이도현이 죽었든 살았든 넌 자유의 몸이야. 어디든 가도 좋아.”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괜찮은 거래로군. 20년 전에 난 어리석은 약속 때문에 자발적으로 너한테 잡혔지. 이도현을 죽인 뒤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죽여버릴 거야!”노인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한편, 그렇게 며칠 동안 이도현은 집에서 수련을 하고 부모님의 위패에 제를 올리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단조롭지만 평안한 시간들이었다.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신연주가 고용한 고용인들이 매일 메이드복을 입고 일을 하면서도 그를 힐끔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쳐다볼 때마다 그는 온몸이 간지럽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게다가 육감적인 몸매에 복장마저 이상한 걸 입고 있으니 그냥 스치듯 보아도 몸 속의 사악한 기운이 꿈틀거렸다.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들은 일부러 그를 스쳐지나거나 할 때마다 큰 가슴으로 그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갔다.이도현이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둔 건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다. ‘대체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과감하게 행동하는 거야?’물론 여자들에게 화풀이할 수 없으니 그는 애먼 분신에게 화풀이를 해댔다.“지조도 없는 녀석! 너 여자만 보면 꿈틀하더라? 그냥 팔에 스친 것뿐인데 신이 나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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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그 시각, 황성 한씨 저택.저택 안의 분위기가 싸늘했다. 이경숙이 남편 한강원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한지음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이도현이 자신들을 쫓아냈다는 소식을 접한 그녀는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말도 없이 방 안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이튿날이 되자 그녀는 짐을 싸서 이설희가 사는 오피스텔로 나가버렸다.그녀의 모친 이경숙은 이 모든 상황을 이도현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이도현 때문에 벌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이도현이 딸의 목숨을 구한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그녀는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한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이도현에게 뭔가 보여줄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여자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었다.“이 악랄한 여자야! 당신 이기심 때문에 지음이가 죽을 뻔했어. 지음이가 무사하니 그냥 넘어가겠지만 지음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거야!”한강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내를 노려보며 호통쳤다.가문이 날로 번창하면서 이 여자의 허영심도 점점 커져만 갔다. 그는 진작부터 아내의 소행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사랑하는 딸이 아니었으면 당장 집에서 쫓아내고 싶을 정도로 이경숙이 한 짓은 황당하고 어리석었다.“내가 뭘요? 나도 지음이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이경숙이 억울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게 지음이를 위한 거야? 이영호 그 멍청한 자식에게 지음이를 맡겨서 애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는데? 당신은 미쳤어! 답이 없다고!”“친정을 도와주려는 그 마음은 알겠어. 나도 그것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친정에 그 많은 돈을 매년 가져다 줬으면 됐잖아. 아직도 부족해?”“사람 욕심은 끝도 없지. 당신이 지음이를 이용해서 이영호를 띄워주려고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난 당신의 그 이기적인 생각이 역겹다는 거야.”“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싫어졌으면 그냥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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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짝!듣다 못 한 한강원은 홧김에 힘을 실어 이경숙의 귀뺨을 때렸다.“다시 헛소리 지껄이면 죽여버릴 줄 알아!”“하! 한강원 당신 날 쳤어? 그 여우 같은 년 때문에 나를 쳐? 그래. 쳐봐! 그렇게 잘났으면 날 죽여봐. 그게 당신이 원하던 거잖아? 내가 죽으면 그 여우를 이 집 안주인으로 들이겠네. 죽여봐!”이경숙은 억울하고 분노한 마음에 머리로 한강원의 가슴을 들이박았다.“꺼져, 이 미친 여자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한강원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경숙을 밀쳐버리며 소리쳤다.“죽고 싶으면 가문에 피해 끼치지 말고 나가서 조용히 죽어. 다시 내 앞에서 그딴소리 지껄이면 정말 죽여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당신 그 잘난 친정도 지원을 끊어버릴 거야!”한강원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경숙에게 경고했다.그것으로도 분이 덜 풀렸는지 그는 달려들어 이경숙의 멱살을 잡고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는 힘을 실어 말했다.“명심해. 홧김에 한 말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야.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다시 이상한 헛소리 지껄이면 당신이랑 당신 친정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주지. 당신 때문에 우리 가문이 망하는 꼴은 절대 못 봐. 지음이도 마찬가지야. 내 말 명심해.”말을 마친 그는 이경숙을 소파에 내동댕이치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처음 보는 한강원의 거친 모습에 겁을 먹은 이경숙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소파에 쓰러져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와 함께한 세월 40년, 한 번도 그녀에게 싫은 소리 한 적 없던 온순한 남편이었다.그녀는 그 여자와 남자를 위해 남편이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항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또 1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도현에게는 무료한 나날의 연속이었다.매일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돌아버린 분신을 훈계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가 되었다. 솔직히 지치고 힘들어서 저 여자들을 전부 내쫓아 버릴까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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