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하고 무능한 제가 무슨 수로 귀한 따님을 살린단 말입니까? 저 때문에 가문이 망했다고 저를 저격하면 어쩌려고요?”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서… 선생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신연주 씨를 봐서 우리 지음이 좀 부탁드릴게요. 우리 딸만 살려주신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이경숙은 점점 호흡이 옅어지는 한지음을 바라보며 절망에 겨워 흐느꼈다.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이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왜 그래야 하죠? 당신이 뭔데요? 선배 얼굴을 봐서 용서해 주는 건 지난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내가 치료를 거부해도 선배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이도현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경숙처럼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고 거만을 떠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돈이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절대적인 실력을 가진 존재 앞에 그녀는 한낱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도!그들을 내쫓지 않고 내버려둔 건 신연주의 지인이라서였다. 신연주가 엮여 있지만 않았어도 아마 다리 한쪽 분질러서 내쫓았을 것이다.“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귀인을 몰라봤습니다. 하지만 지음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요.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 아직 서른도 안 넘긴 아이란 말입니다.”이경숙은 연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울며 애원했다. 아까 보였던 강압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허, 참!”이도현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흥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 여자에게 자신의 의술은 무시당할 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키고 싶었다.“도현 씨,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많이 불쾌하신 거 압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잖아요. 대표님은 끝까지 도현 씨를 믿었어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가만히 있던 이설희마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사모님, 이것 하나는 짚고
손놀림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지음의 몸에 금침이 꽂혀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장지민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감격에 겨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평생 의학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신묘한 침술은 처음이었다.여기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런 신묘한 침술이 스승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언젠가 저 침술을 습득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이영호는 자신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의술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도현의 침술은 그와 전혀 다른 경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한지음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경이로운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감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다 죽어가던 사람이 침술 한 번으로 이런 변화를 보이다니.다시 몇 분이 지나가자 한지음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우리 지음이 괜찮은 거죠? 이제 다 나은 거죠?”이경숙이 다그치듯 물었다.“사모님, 스승님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조금 전 보여주셨던 신묘한 침술, 그건 기적에 가까운 기술입니다. 당신들이 운 좋은 줄 알아요.”장지민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도현이 시전한 침술이 무엇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침술이 이루어 낸 기적은 옆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이도현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손에 약보따리를 들고나왔다. 그는 보따리를 이설희에게 건네며 말했다.“10일 동안 매일 이 약을 달여 한 대표님께 먹이세요. 열흘이 지나면 아마 완쾌되었을 겁니다. 물론, 날 못 믿겠다면 그냥 가지고 나가서 버리면 됩니다.”“이따가 한지음 씨 깨어날 텐데 정신을 차리면 데리고 나가주세요. 더 이상 당신들에게 거처를 제공할 수 없네요.”이도현은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여자랑 잘못 엮였다가 또 여자한테 빈대 붙어 사는 무능한 놈이란 말
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이영호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추락했다.“개 같은 자식, 오늘은 이만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내 성질 건드리면 염라대왕 만나게 해줄게! 당장 저 녀석을 끌어내!”이도현이 충돌을 빚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살인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아니 왜 사람한테 폭력을!”조카가 맞아서 나가떨어지자 이경숙이 당황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무시무시한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에 이경숙은 움찔하며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마치 저승사자를 닮은 그 눈빛은 꿈에 나올까 두려웠다.“그 입 조심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시 나한테 기분 나쁘게 뭐라고 지껄이면 가만 있지 않을 거야!”이도현은 싸늘하게 말을 던진 뒤, 홀로 방으로 돌아갔다.이경숙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자존심을 무참히 깔아뭉갰다.“가자. 설희 씨는 공항에 연락해서 황성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해!”이경숙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렇게 저택에는 이도현과 메이드복 차림의 여자 고용인들만 남게 되었다. 그는 못내 아쉬워하는 장지민도 어르고 달래서 쫓아 보냈다.그 시각, 염경.한 산 중 저택에서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로 부하가 전해온 소식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다.”전화를 끊은 중년 남자가 거실에 대기 중이던 한 노인을 향해 말했다.“주영이가 실패했다는군.”“창영과 노사까지 붙여줬는데 신연주 그 여자한테 얻어맞고 물러났어. 신연주는 이미 종급 경지를 돌파해서 창영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하더군. 설명을 들어보니 아마 종급 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것 같아.”“고작 30대의 어린 나이로 종급 절정을 돌파하다니!
“이 모든 가설이 성립한다면 우린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거야.”“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서북후는 자네를 위해 일하던 녀석이 아닌가. 서북후가 살해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염국에서 신영성존의 위신이 바닥에 처박힐 거잖아. 누가 널 위해 일하려 하겠어.”노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맞아. 그 녀석을 제거해야 해.”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널 보냈으면 해. 내가 나서면 일이 너무 커지니까. 너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그러니까 넌 태허산을 건드리기 꺼림직하니까 날 풀어줬다는 거 아니야?”노인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이번 임무만 수행하면 이도현이 죽었든 살았든 넌 자유의 몸이야. 어디든 가도 좋아.”신영성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괜찮은 거래로군. 20년 전에 난 어리석은 약속 때문에 자발적으로 너한테 잡혔지. 이도현을 죽인 뒤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죽여버릴 거야!”노인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한편, 그렇게 며칠 동안 이도현은 집에서 수련을 하고 부모님의 위패에 제를 올리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단조롭지만 평안한 시간들이었다.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신연주가 고용한 고용인들이 매일 메이드복을 입고 일을 하면서도 그를 힐끔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쳐다볼 때마다 그는 온몸이 간지럽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게다가 육감적인 몸매에 복장마저 이상한 걸 입고 있으니 그냥 스치듯 보아도 몸 속의 사악한 기운이 꿈틀거렸다.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들은 일부러 그를 스쳐지나거나 할 때마다 큰 가슴으로 그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갔다.이도현이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둔 건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다. ‘대체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과감하게 행동하는 거야?’물론 여자들에게 화풀이할 수 없으니 그는 애먼 분신에게 화풀이를 해댔다.“지조도 없는 녀석! 너 여자만 보면 꿈틀하더라? 그냥 팔에 스친 것뿐인데 신이 나가지고
그 시각, 황성 한씨 저택.저택 안의 분위기가 싸늘했다. 이경숙이 남편 한강원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한지음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이도현이 자신들을 쫓아냈다는 소식을 접한 그녀는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말도 없이 방 안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이튿날이 되자 그녀는 짐을 싸서 이설희가 사는 오피스텔로 나가버렸다.그녀의 모친 이경숙은 이 모든 상황을 이도현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이도현 때문에 벌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이도현이 딸의 목숨을 구한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그녀는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한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이도현에게 뭔가 보여줄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여자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었다.“이 악랄한 여자야! 당신 이기심 때문에 지음이가 죽을 뻔했어. 지음이가 무사하니 그냥 넘어가겠지만 지음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거야!”한강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내를 노려보며 호통쳤다.가문이 날로 번창하면서 이 여자의 허영심도 점점 커져만 갔다. 그는 진작부터 아내의 소행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사랑하는 딸이 아니었으면 당장 집에서 쫓아내고 싶을 정도로 이경숙이 한 짓은 황당하고 어리석었다.“내가 뭘요? 나도 지음이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이경숙이 억울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게 지음이를 위한 거야? 이영호 그 멍청한 자식에게 지음이를 맡겨서 애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는데? 당신은 미쳤어! 답이 없다고!”“친정을 도와주려는 그 마음은 알겠어. 나도 그것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친정에 그 많은 돈을 매년 가져다 줬으면 됐잖아. 아직도 부족해?”“사람 욕심은 끝도 없지. 당신이 지음이를 이용해서 이영호를 띄워주려고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난 당신의 그 이기적인 생각이 역겹다는 거야.”“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싫어졌으면 그냥 대
짝!듣다 못 한 한강원은 홧김에 힘을 실어 이경숙의 귀뺨을 때렸다.“다시 헛소리 지껄이면 죽여버릴 줄 알아!”“하! 한강원 당신 날 쳤어? 그 여우 같은 년 때문에 나를 쳐? 그래. 쳐봐! 그렇게 잘났으면 날 죽여봐. 그게 당신이 원하던 거잖아? 내가 죽으면 그 여우를 이 집 안주인으로 들이겠네. 죽여봐!”이경숙은 억울하고 분노한 마음에 머리로 한강원의 가슴을 들이박았다.“꺼져, 이 미친 여자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한강원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경숙을 밀쳐버리며 소리쳤다.“죽고 싶으면 가문에 피해 끼치지 말고 나가서 조용히 죽어. 다시 내 앞에서 그딴소리 지껄이면 정말 죽여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당신 그 잘난 친정도 지원을 끊어버릴 거야!”한강원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경숙에게 경고했다.그것으로도 분이 덜 풀렸는지 그는 달려들어 이경숙의 멱살을 잡고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는 힘을 실어 말했다.“명심해. 홧김에 한 말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야.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다시 이상한 헛소리 지껄이면 당신이랑 당신 친정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주지. 당신 때문에 우리 가문이 망하는 꼴은 절대 못 봐. 지음이도 마찬가지야. 내 말 명심해.”말을 마친 그는 이경숙을 소파에 내동댕이치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처음 보는 한강원의 거친 모습에 겁을 먹은 이경숙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소파에 쓰러져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와 함께한 세월 40년, 한 번도 그녀에게 싫은 소리 한 적 없던 온순한 남편이었다.그녀는 그 여자와 남자를 위해 남편이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항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또 1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도현에게는 무료한 나날의 연속이었다.매일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돌아버린 분신을 훈계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가 되었다. 솔직히 지치고 힘들어서 저 여자들을 전부 내쫓아 버릴까 심
문자로 간단한 몇 글자만 왔을 뿐이지만 이도현을 화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의심정으로는 지금 당장 살인충동이 일어 날 만큼 화가 났었다.휴대폰 화면에는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진천산장으로 와라! 그렇지 않으면 신연주의 시체를 치우게 될 것이다!”이도현이 놀라서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는 알림이 나왔다.“사저가 위험한 건가요?”“진천산장! 진성! 설마 진씨 가문이 벌인 일인가?”이도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런 시기에 사저를 잡아서 문자로 그를 움직이게 했다는 건 분명 그를 노린 것이다.거기다 그가 산에서 내려온 뒤 서북후와 강씨 가문, 강씨 가문의 혼인 관계로 그에게 원한이 있었다. 강설미의 남자, 진천우! 진씨 가문!그의 첫번째 생각도 진씨 가문의 사람이 벌인 일이다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진씨 가문의 사람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누가 되었든 간에! 감히 내 사저를 건들다니! 나, 이도현이 알려주지! 사는 게 죽는것 보다 힘들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시간이 더 이상 이도현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신연주가 위험하다는 생각을하니 이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산장으로 향했다! 지하 차고에서 신연주가 그에게 준비해 둔 고급 차 중에 하나를 골라 바로 진성으로 달려갔다.진천산장은 진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그가 알기론 진천산장은 돈 있는 사람만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위치한 황성의 주거지로 들어왔다! 한지음은 표정 없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자신의 앞에 있는 아버지, 한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음아! 엄마가 한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냐?”“아버지! 이번에 엄마가 너무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도현 오빠가 제 목숨을 구해줬는데, 그렇게 대하다니,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만약 도현 오빠가 아니었으면, 벌써 2번은 죽었을 거라고요.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도현 오빠를 무시하다니! 정말 너무했어요!”“아
“하하하! 역시 잘난 놈이었어!”한강원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 마음속으로는 매우 통쾌했다.“당시에 연주가 나에게 너를 사제에게 시집보내라고 했을 때를 생각해 보니, 그때는 농담인 줄 알아서 바로 대답했지. 그렇게 대단한 사제가 있을 줄이야!”“지음아! 네 엄마의 뜻은! 너를 사촌오빠, 이영호한테 시집보내는 거였어! 하지만 아빠가 이미 신연주의 사제에게 대답을 했지! 농담이긴 했지만 너무 잘한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당연하죠!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부모님 시대는 당연히 아버지의 뜻을 존중해야죠!너도 이제 어리지 않으니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볼래?”한강원이 말했다.“저는 사촌오빠에게 시집가지 않을거에요. 아버지가 엄마에게 말해주세요. 죽어도 시집가지 않을거에요!”한지음이 흥분해서 일어나서 소리쳤다.“그럼 이도현?”“저는……”이도현을 얘기하자, 한지음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바로 소파에 앉았다! 매우 우울해 보였다.“도현 오빠는 저를 미워할 거라고요! 얘기할 게 더 있을까요!”한지음이 따지면서 물었다.딸의 안타까운 마음을 한강원을 알 수 없었다. 딸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였다.완성에 간 게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그 남자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 만든 것이였다.몇 달을 갔었더라면 손주를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그놈은 사람도 아니다!“이 아비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마라! 이 아비가 네가 말한 걸 안들어 준 적이 있었냐!”한강원이 보증했다.“거기서 화내지 말고 일단 집에 돌아와라! 남자 때문에 아빠 엄마도 버릴 거냐!”“아니죠……제가 돌아가면 엄마가 또 사촌오빠 얘기를 할 거니까요……안갈거에요……”한지음은 귀찮아했다.“그럴 리 없다! 내가 절대 그 얘기가 안 나오게 해줄게! 아빠가 약속하지!”한강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약해졌다.좋게 들리지만 아내와 관련된 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아버지! 사실 저는 완성에 가고 싶어요. 도현 오빠 얼굴을 보고 사과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계속 쓰일 것 같아요!”“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