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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이도현은 몸을 날려 순식간에 도망친 네 명의 검투사를 해결했다.그리고 마지막 한 명에게 손을 쓰기도 전에 검투사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십시오...”이 검투사도 나이 있는 노자였지만 이 시각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고서 끊임없이 절하고 있었다.땅땅땅.쟁쟁하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살려주십시오. 이 도련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주인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저도 도련님을 해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검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입니다.”“모든 것은 저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도련님과 맞서지 않겠습니다. 아니... 저는 단 한 번도 도련님과 맞서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명령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검투사는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애타게 용서를 빌었다. 그는 만년에 목숨을 연장해 달라고 구걸하는 노인같이 빌었으며 전혀 고수답지 않았다.신검곡의 검투사는 비록 주인의 명을 받들어야 하지만 그들의 지위가 존경스러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검곡에서 검주의 명령만 따르기 때문이었다.밖에서는 신검곡의 검주를 대표하기도 하기에 줄곧 지위가 높고 일부 세력의 문주 장로도 그들을 공손히 대접하곤 했다.그러나 지금, 10대 검투사 중의 9명이 이미 살해당했고 남은 한 명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존엄도 버리고 살려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그에게 남은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의욕뿐이었다.눈앞에 무릎 꿇은 노자를 보고 이도현은 헛웃음을 지었다.“인제야 용서를 빌어?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안 들어?”“너희들이 아무런 원한이 없는 나를 다짜고짜 죽이려고 달려들었어. 그런데 인제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하면 내가 순순히 넘어가 줄 것 같아?”이도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노자에게 사망 신고처럼 들렸고 두피마저 저렸다.“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한 것뿐, 절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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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이놈아, 어때? 이제 속이 좀 후련하냐?”윤선아와 단이정은 이도현의 앞에 다가와서 웃으며 말했다.“선배, 저 사실 사람 죽이는 거 안 좋아해요.”이도현은 쭈뼛대며 말했다.“뭔 소리야. 네 손에 죽은 사람이 얼마인데.”윤선아는 웃으며 대꾸했다.“다 어쩔 수 없이 죽인 거지 저의 본의가 아니었어요. 그 사람들이 먼저 저를 건드리는데 제가 손 놓고 있을 수만 없죠.”“재롱은 여기까지 부리고. 지금 고무계 사람들이 다 널 찾고 있는데 어쩔 생각이야? 계속 이대로 만나는 사람마다 죽일 수는 없잖아.”윤선아가 말을 돌렸다.“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저는 이 사람들이 정말 지긋지긋해요. 우리 태허산의 사람도 곤륜옥의 비밀이 있는지 없는지 가늠이 안 가는데 그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철석같이 믿을까요?”“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만천하에 원수가 깔린 것도 다 곤륜옥의 비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곤륜옥에 들어가는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선배들은 알아요?”이도현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이 말을 듣자 윤선아와 단이정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곧이어 윤선아가 입을 열었다.“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런 비밀은 역대로 우리 태허산의 계승자들이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거야. 스승님이 계승자인 너한테도 안 알려줬는데 우리한테 말했을 리 있어?”“후배, 일부러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풀릴 거야.”단이정이 덧붙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요. 저 이제 돌아가려고 해요. 스승님이 잃어버린 18개 선학신침에서 5개만 찾고 아직 13개를 찾지 못했어요. 나머지도 무조건 찾아야 해요. 저희 태허산의 선학신침은 결코 간단한 침이 아니었어요. 하산 후 저의 내공이 신속히 제고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선학신침 때문이었어요.”“그 밖에 스승님의 딸도 반드시 찾아야 해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세속계에서 찾아야 해서 이제 돌아갈 생각이에요.”“선학신침을 찾는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우리는 널 대신해서 결정을 내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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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이도현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한 갈래의 길밖에 몰랐으며 그것 또한 셋째 선배한테서 알아낸 것이었다.당시 셋째 선배는 그에게 대략적인 위치만 말해줬을 뿐 구체적인 장소를 가리켜 주지 않았다.하여 이도현은 고무계로 들어가는 결계를 찾기 위해 엄청 애를 썼다. 그는 고무계의 입구가 원래 이렇게 찾기 힘든 것인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가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은 탓에 바보처럼 헤맸던 것이지 고무계의 입구는 그가 생각한 것만큼 찾기 어렵지도 않고 뜸하지도 않았다.“네. 선배들, 그럼 길을 안내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이도현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윤선아와 단이정은 대놓고 이도현을 비웃고는 그를 이끌고 한참 가더니 입을 열었다.“여기서 앞으로 쭉 가면 돼. 저 앞의 절벽 앞까지 가서 열심히 감지하면 허공에서 우리 태허산이 뚫어놓은 통로를 느낄 수 있을 거야.”이도현은 더는 군말하지 않고 두 선배와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안내를 따라 앞으로 쭉 직진했다.반 시간 후 그는 산꼭대기에 도착했고 윤선아가 말하는 절벽 앞에 서서 신기로 감지하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절벽 앞에 한 층의 결계가 있었다.이도현은 절벽에서 투신하는 사람처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훌쩍 뛰어내렸다. 다만 그의 몸은 절벽 밑으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허공에서 바로 사라졌다.그리고 이도현은 정말 태허산의 산기슭에 나타났다.“헐... 진짜 신기하다. 이렇게 바로 집까지 온 거야?”하늘 높이 솟은 태허산을 바라보며 이도현은 올라가서 색마 스승을 만나 뵐 생각이 없었다.산에서 내려올 때 색마 스승은 그에게 소환하지 않는 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태허산에 올라오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도현은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치솟은 높은 산을 바라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나가 버렸다.그는 원래 신영성존에게 전화해서 자신을 데려가라고 할 생각이었다.태허산은 신영성존의 땅인 완성과 가까이 있었다.그러나 이도현이 전화를 걸기도 전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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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이도현은 인사를 나누고 신영성존과 함께 헬기에 올라탔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이도현이 바로 묻자 신영성존은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주인님, 혈귀 조직이 또 나타났습니다.”“뭐라고?”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분명 중주왕의 저택에서 혈귀의 통솔자인 혈존을 죽였다.혈귀의 통솔자가 죽었다는 것은 혈귀라는 킬러 조직이 완전히 멸망했다는 뜻이다.그런데 혈귀 조직이 다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신영성존이 대답했다.“며칠 전부터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고수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죽은 자의 몸에 모두 혈귀 조직의 싸인이 그려져 있었습니다.”“혈귀가 돌아왔으니 피 흘릴 준비 하라는 글을 남긴 적도 있습니다.”“제국이 조사한 바로는 혈귀 조직이 돌아온 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혈신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또 복수가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콕 집어 주인님과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겠다고 했습니다.”...신영성존은 자초지종을 일일이 이도현에게 설명했다.“날 노리겠다고? 허허. 기다리고 있지.”“집사람들은 다 무사한 거지?”이도현이 이어서 물었다.“네. 고수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생긴 후부터 저는 바로 사람을 보내 사모님을 보호했고 다른 사모님들에게도 소식을 전했고 도광이더러 오 사모님을 보호하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모든 사람이 다 무사합니다.”신영성존이 보고했다.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신영성존은 이 일을 아주 잘 대처했고 인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여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했다.“잘했어. 수고했네.”이도현이 칭찬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인걸요.”신영성존이 다급하게 말했다.“이 일이 끝나면 담약 몇 알을 더 챙겨줄게. 너도 내공을 좀 더 쌓을 때가 됐어.”이도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신영성존의 내공은 이미 왕급 후기에 접어들어 같은 무사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셈이었다.그러나 이도현의 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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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이도현은 전화를 받았다.“혜영 씨, 무슨 일 있어요?”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외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당신이 바로 이도현이야?”“맞아. 너 누구야? 왜 네가 이 전화를 갖고 있어?”이도현은 차가운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 이도현이 맞는지 대답하기만 하면 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네가 나의 천길조직을 망가뜨렸어.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놈아. 너와 길게 얘기할 시간 없어. 3일 안에 천길 본부로 찾아오지 않으면 이 여자와 늙은이는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야.”“네 여자 정말 아름답게 생겼던데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야.”이 말을 마친 후 상대방은 이도현에게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전화를 뚝 끊었다.이도현이 막 전화를 다시 걸려고 할 때 동영상 하나와 주소가 도착했다.영상 속에서 조혜영은 검은 방에 매달려져 있었고 문지해도 피투성이 된 채 매달려 있었는데 숨이 간들간들하여 생사 확인이 불가능했다.“당장 이 주소를 추적해.”이도현은 차가운 말투로 상대방이 보낸 위치를 신영성존에게 말했다.“빨리 이곳을 찾고 사람을 시켜 날 그쪽으로 보내. 누구든 후회하게 만들겠어.”이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눈빛에 독기가 가득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신영성존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위치는 금세 파악되었다. 공해에 있는 한 무인도였다.“주인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신영성존이 말했다.“가자.”...이 시각 바다 위의 붉은색 대전에서 혈신은 옛날에 혈존이 앉던 자리에 앉아 밑의 고수들을 내려다보았다.혈신은 이전 세대 천길조직의 통솔자이자 사람들이 이 조직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겁먹을 정도로 이끈 사람이었다.그는 천살조직의 세력이 가장 강할 때 은퇴하여 무도를 추구했고 얼마 전에야 고무계에서 출관했다. 그의 내공은 이미 영급 경지에 도달했다.출관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천길조직에 연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이도현이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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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음. 좋아. 이제 그 녀석이 올지 안 올지 보자꾸나. 온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거야. 반드시 그자를 산산조각낼 거야.”혈신의 말투에는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신주님, 만약 이도현이 오지 않으면 어쩌죠?”킬러는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안 온다고? 허허허. 안 오면 이 여자를 너희에게 하사하지. 죽도록 놀다가 내가 직접 이도현 앞에 찾아가서 보여주겠어.”“3일 시간을 주지. 3일 이내에 오지 않으면 후회하게 할 거야. 그때가 되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킬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 들어왔다.“신주님... 왔... 왔습니다. 그분이 왔습니다...”이 킬러는 얼굴이 창백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멍청한 자식. 웬일로 그렇게 호들갑이야? 누가 왔는데?”혈신은 분노하며 말했다.“이... 이도현이... 이도현이 왔습니다. 신주님.”“뭐라고? 이도현이 벌써 왔다고?”혈신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이도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이도현에게 3일의 시간을 주었는데 이제 겨우 반나절도 안 되어 그가 온 것이다.“이도현, 어떻게 왔어?”엉겁결에 물었다.“헬기 타고...”“아...”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비명 때문에 대전의 대화가 뚝 끊겼다.“혈신, 나 이도현이 왔다. 얼른 나와라.”이도현은 혈살대전을 향해 걸어갔고 손에 든 음양검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는 킬러들을 서슴지 않고 죽였다.검을 휘두를 때마다 머리가 베어 나가고 피가 사방에 튕기며 혈안개를 형성했다.이도현의 검기 한 방을 막아내는 킬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앞을 막아 나선 킬러는 머리가 베이지 않으면 검기에 산산조각이 나고 혈안개가 되어 없어졌다.이도현은 무아지경으로 단번에 혈살대전의 문 앞까지 쳐들어왔다.손에 보검을 들고 몸에서 강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마치 살신이 강림한 듯했다. 두 눈에서 분노가 활활 타올랐고 살기는 사람을 삼킬 것만 같았다.“나 왔으니까 당장 사람 풀어라...”“영감탱이가 배짱도 커. 감히 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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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현장에 있던 사람은 모두 혈신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도 그가 무엇이 실망스러운지 알 수 없었다.“매 시대의 킬러 조직은 모두 내가 수십 년 동안 계승한 천길을 두려워했지. 강자와 약자가 다 경외하던 천길조직이 너 같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한테 당했을 줄이야.”“실망스럽구나. 천길의 후배가 이렇게 무능하다니, 너무 실망이다. 무능하기 짝이 없구나.”“슈퍼 강자에게 당했다면 모를까 하필 너의 손에 패배했다니. 정말 쓸모없구나. 너무 실망이다. 우리 천길의 계승자가 갈수록 무능하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고 슬프구나...”혈신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말하면서 심지어 두 눈을 감고 자중한 척했다.우국우민한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심금을 울릴 수 있지만 극악무도하고 손에 피를 가득 묻힌 킬러가 이런 표정을 지으니 구역질이 나고 몸서리가 끼칠 것만 같았다.이도현은 혈신을 거들떠보지 않고 대꾸하지도 않고는 신기를 펼쳐 조혜영과 문지해의 위치를 찾았다.혈신은 잠시 자신을 뽐내다가 눈을 뜨고 다시 이도현에서 시선을 집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곧 과거가 될 거니까 상관없어. 난 오늘 너의 피로 우리 천길의 치욕을 씻어버리겠어.”“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천하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천길과 맞서는 자, 그게 누구라도 무조건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감히 우리 천길과 맞서는 자는 죽는 길밖에 없다...”혈신은 죽는다는 단어를 말하면서 갑자기 땅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순간 강대한 힘이 그의 발밑에서 뿜어져 나와 이도현을 향해 나아갔다.이 힘은 마치 바닥에 용이 생겨난 것처럼 땅속을 누비며 순식간에 이도현의 발밑에 도착했다.꽝.굉음과 함께 이도현의 발밑이 갑자기 폭발했다.이도현은 이 폭발을 빌어 혈신의 공격을 피하고는 몸을 날려 혈살대전으로 날아 들어가며 허공에서 검을 휘둘렸다.음양검은 위력이 막강한 오색의 검기를 내뿜었다.“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감히 혈살대전에서 검을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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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칼날은 코를 찌르는 듯한 피비린내를 풍겼고 원력의 주입 하에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이 녀석, 혈도의 맛을 좀 보아라.”“이 친구가 긴 시간 동안 피 맛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마침 네 놈의 피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겠구나.”혈신은 음침하게 말하고는 이도현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이도현은 피하지 않고 음양검을 휘두르며 맞서 싸웠다.쾅.두 검은 공중에서 부딪혔다. 오색의 검기와 붉은색의 검기는 사면팔방으로 세차게 뻗치며 혈살대전의 석벽에 한줄기 또 한줄기의 불꽃을 튕겼다.이도현과 혈신은 동시에 땅에 발을 붙이더니 서로를 마주 보며 더는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파직. 파직.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혈신의 혈도에 균열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혈신은 놀란 눈빛으로 자신의 곁을 수십 년 지켜온 보검이 사분오열되고 파편이 되어 땅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혈신은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눈앞의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혈도는 비록 신병무기가 아니지만, 최고의 보검 정도는 되었다.이 혈도를 얻은 후 그는 한시도 빼놓지 않고 혈도를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킬러로 일하는 동안 그는 혈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그가 천길의 전임 통솔자가 될 수 있는 데에는 이 혈도의 공이 매우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무계에 진입한 후 그는 심지어 월등한 단조 재료로 혈도를 다시 제련하여 그전보다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그는 단 한 번도 혈도가 이렇게 완전히 부러질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이놈, 감히 내 보검을 망가뜨려? 너의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오늘 널 죽이고 너의 피와 검으로 나의 보검을 다시 단련할 거다. 어서 죽어라...”분노에 휩싸인 혈신은 아우성치며 다시 한번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손가락을 오므리자 수중의 혈색 빛이 거대한 해골을 형성하여 그 사이를 휘감았다.“죽어라...”피같이 붉은 해골은 이도현을 삼켜버릴 기세로 돌진했다.흥...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검기를 한번 휘둘렸다. 그러자 비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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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혈신은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죽어도 몰랐다.그는 데뷔 이래 천하무적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늘 같은 굴욕을 당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두 번 만에 패배했고, 선수 친 상황에서 상대에게 맞아 피를 토하고 손까지 잘렸다.지금도 자신을 내려다보며 쓰레기라고 욕하면서 온갖 수모를 주고 있지만, 그는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애당초 그는 고무계에서 출관한 후 한 손으로도 세속계를 제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른 사람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되뇌었다.‘도대체 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거지? 세속계의 무사들이 지금 다 이렇게 강해진 건가?’혈신은 일개 어린놈이 왜 이렇게 강대한지, 자신이 왜 이도현 앞에서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하고 패배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때 죽음의 신으로 불리고 모든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혈신이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놈의 손에 패배할 줄 아무도 몰랐다.‘안돼. 절대 안 돼.’‘난 킬러계의 신화야. 절대 이놈이 킬러들의 신화를 망가뜨리고 나의 명성에 먹칠하게 해서는 안 돼.’‘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놈을 해치우고 말 거야.’‘죽더라도 이놈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혈신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비법을 작동하기 시작했다.그는 땅에 엎드려 몰래 공간 반지에서 담약 한 알을 꺼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에 넣었다.담약이 녹으면서 혈신의 몸에 피안개가 한층 휩싸였고 곧이어 그의 뼈에서 탁탁 소리가 들렸다.“아...”혈신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받는 듯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다.곧이어 고통스러운 외침 속에서 혈신의 허리는 점점 휘어졌고 등에 무언가가 계속 자라나 옷을 아예 찢고 나왔다.사람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의 등에 기다란 뼈다귀가 돋아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곧이어 그의 얼굴에는 뱀의 비늘 같은 것이 빽빽이 생겨났는데 끔찍하고 징그럽기 그지없었다.으르렁...혈신의 비명은 울부짖는 소리로 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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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이도현이 주먹을 휘두르자 열 개의 허영이 모두 한주먹에 모여 혈신의 몸을 내리쳤다.“이게 무슨 권법이지?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을 수가.”“십흉공법. 들어본 적도 없어.”주변 사람들은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깜짝 놀랐고 다시 한번 그의 무서운 실력을 체감했다.쿵.열 마리 신수의 허영이 전부 혈신의 체내에 파고들어 폭발했다.혈신의 몸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온몸에서 수십 개의 구멍이 생겨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몸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더니 뼈와 경맥이 모두 끊겨 나갔다.폭발이 연이어 발생한 후 그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더는 일어서지 못했다.풉. 풉.혈신은 연신 피를 토하고는 고통 속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이... 이게 무슨 권법이지? 어떻게 한 주먹에 서로 다른 힘이 다 들어간 거야? 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어떻게 한 공법에 동시에 열 가지 힘이 들어가?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너... 너 정체가 뭐야? 도대체 무슨 권법을 수련한 거야?”혈신은 이도현의 대답이 듣고 싶어 몹시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이 완전히 다른 무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럴 수 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 이는 무도에 대한 그의 인지를 뒤집어놓았다.이도현은 혈신의 물음에 대답하기 귀찮았다.그는 수중의 음양검을 살짝 들어 올려 혈신의 목숨을 거두려 했다.“너... 안돼... 날 죽이면 안 돼.”혈신은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이도현... 이 무사. 안돼. 날 죽이지 마.”“날 죽이면 넌 다시는 너의 여자를 볼 수 없어. 나 빼고 아무도 그 여자의 행방을 모르거든.”이 말을 듣자 이도현의 눈빛에 서릿발이 번쩍이었다.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아니... 아니,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혈신은 다급히 말했다.“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넌 너의 여자를 살릴 수 없어. 결국 너의 여자가 고통스럽게 죽어 나가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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