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한 갈래의 길밖에 몰랐으며 그것 또한 셋째 선배한테서 알아낸 것이었다.당시 셋째 선배는 그에게 대략적인 위치만 말해줬을 뿐 구체적인 장소를 가리켜 주지 않았다.하여 이도현은 고무계로 들어가는 결계를 찾기 위해 엄청 애를 썼다. 그는 고무계의 입구가 원래 이렇게 찾기 힘든 것인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가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은 탓에 바보처럼 헤맸던 것이지 고무계의 입구는 그가 생각한 것만큼 찾기 어렵지도 않고 뜸하지도 않았다.“네. 선배들, 그럼 길을 안내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이도현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윤선아와 단이정은 대놓고 이도현을 비웃고는 그를 이끌고 한참 가더니 입을 열었다.“여기서 앞으로 쭉 가면 돼. 저 앞의 절벽 앞까지 가서 열심히 감지하면 허공에서 우리 태허산이 뚫어놓은 통로를 느낄 수 있을 거야.”이도현은 더는 군말하지 않고 두 선배와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안내를 따라 앞으로 쭉 직진했다.반 시간 후 그는 산꼭대기에 도착했고 윤선아가 말하는 절벽 앞에 서서 신기로 감지하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절벽 앞에 한 층의 결계가 있었다.이도현은 절벽에서 투신하는 사람처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훌쩍 뛰어내렸다. 다만 그의 몸은 절벽 밑으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허공에서 바로 사라졌다.그리고 이도현은 정말 태허산의 산기슭에 나타났다.“헐... 진짜 신기하다. 이렇게 바로 집까지 온 거야?”하늘 높이 솟은 태허산을 바라보며 이도현은 올라가서 색마 스승을 만나 뵐 생각이 없었다.산에서 내려올 때 색마 스승은 그에게 소환하지 않는 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태허산에 올라오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도현은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치솟은 높은 산을 바라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나가 버렸다.그는 원래 신영성존에게 전화해서 자신을 데려가라고 할 생각이었다.태허산은 신영성존의 땅인 완성과 가까이 있었다.그러나 이도현이 전화를 걸기도 전에 그
이도현은 인사를 나누고 신영성존과 함께 헬기에 올라탔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이도현이 바로 묻자 신영성존은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주인님, 혈귀 조직이 또 나타났습니다.”“뭐라고?”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분명 중주왕의 저택에서 혈귀의 통솔자인 혈존을 죽였다.혈귀의 통솔자가 죽었다는 것은 혈귀라는 킬러 조직이 완전히 멸망했다는 뜻이다.그런데 혈귀 조직이 다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신영성존이 대답했다.“며칠 전부터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고수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죽은 자의 몸에 모두 혈귀 조직의 싸인이 그려져 있었습니다.”“혈귀가 돌아왔으니 피 흘릴 준비 하라는 글을 남긴 적도 있습니다.”“제국이 조사한 바로는 혈귀 조직이 돌아온 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혈신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또 복수가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콕 집어 주인님과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겠다고 했습니다.”...신영성존은 자초지종을 일일이 이도현에게 설명했다.“날 노리겠다고? 허허. 기다리고 있지.”“집사람들은 다 무사한 거지?”이도현이 이어서 물었다.“네. 고수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생긴 후부터 저는 바로 사람을 보내 사모님을 보호했고 다른 사모님들에게도 소식을 전했고 도광이더러 오 사모님을 보호하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모든 사람이 다 무사합니다.”신영성존이 보고했다.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신영성존은 이 일을 아주 잘 대처했고 인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여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했다.“잘했어. 수고했네.”이도현이 칭찬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인걸요.”신영성존이 다급하게 말했다.“이 일이 끝나면 담약 몇 알을 더 챙겨줄게. 너도 내공을 좀 더 쌓을 때가 됐어.”이도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신영성존의 내공은 이미 왕급 후기에 접어들어 같은 무사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셈이었다.그러나 이도현의 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신
이도현은 전화를 받았다.“혜영 씨, 무슨 일 있어요?”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외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당신이 바로 이도현이야?”“맞아. 너 누구야? 왜 네가 이 전화를 갖고 있어?”이도현은 차가운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 이도현이 맞는지 대답하기만 하면 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네가 나의 천길조직을 망가뜨렸어.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놈아. 너와 길게 얘기할 시간 없어. 3일 안에 천길 본부로 찾아오지 않으면 이 여자와 늙은이는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야.”“네 여자 정말 아름답게 생겼던데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야.”이 말을 마친 후 상대방은 이도현에게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전화를 뚝 끊었다.이도현이 막 전화를 다시 걸려고 할 때 동영상 하나와 주소가 도착했다.영상 속에서 조혜영은 검은 방에 매달려져 있었고 문지해도 피투성이 된 채 매달려 있었는데 숨이 간들간들하여 생사 확인이 불가능했다.“당장 이 주소를 추적해.”이도현은 차가운 말투로 상대방이 보낸 위치를 신영성존에게 말했다.“빨리 이곳을 찾고 사람을 시켜 날 그쪽으로 보내. 누구든 후회하게 만들겠어.”이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눈빛에 독기가 가득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신영성존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위치는 금세 파악되었다. 공해에 있는 한 무인도였다.“주인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신영성존이 말했다.“가자.”...이 시각 바다 위의 붉은색 대전에서 혈신은 옛날에 혈존이 앉던 자리에 앉아 밑의 고수들을 내려다보았다.혈신은 이전 세대 천길조직의 통솔자이자 사람들이 이 조직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겁먹을 정도로 이끈 사람이었다.그는 천살조직의 세력이 가장 강할 때 은퇴하여 무도를 추구했고 얼마 전에야 고무계에서 출관했다. 그의 내공은 이미 영급 경지에 도달했다.출관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천길조직에 연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이도현이라는 사
“음. 좋아. 이제 그 녀석이 올지 안 올지 보자꾸나. 온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거야. 반드시 그자를 산산조각낼 거야.”혈신의 말투에는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신주님, 만약 이도현이 오지 않으면 어쩌죠?”킬러는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안 온다고? 허허허. 안 오면 이 여자를 너희에게 하사하지. 죽도록 놀다가 내가 직접 이도현 앞에 찾아가서 보여주겠어.”“3일 시간을 주지. 3일 이내에 오지 않으면 후회하게 할 거야. 그때가 되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킬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 들어왔다.“신주님... 왔... 왔습니다. 그분이 왔습니다...”이 킬러는 얼굴이 창백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멍청한 자식. 웬일로 그렇게 호들갑이야? 누가 왔는데?”혈신은 분노하며 말했다.“이... 이도현이... 이도현이 왔습니다. 신주님.”“뭐라고? 이도현이 벌써 왔다고?”혈신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이도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이도현에게 3일의 시간을 주었는데 이제 겨우 반나절도 안 되어 그가 온 것이다.“이도현, 어떻게 왔어?”엉겁결에 물었다.“헬기 타고...”“아...”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비명 때문에 대전의 대화가 뚝 끊겼다.“혈신, 나 이도현이 왔다. 얼른 나와라.”이도현은 혈살대전을 향해 걸어갔고 손에 든 음양검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는 킬러들을 서슴지 않고 죽였다.검을 휘두를 때마다 머리가 베어 나가고 피가 사방에 튕기며 혈안개를 형성했다.이도현의 검기 한 방을 막아내는 킬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앞을 막아 나선 킬러는 머리가 베이지 않으면 검기에 산산조각이 나고 혈안개가 되어 없어졌다.이도현은 무아지경으로 단번에 혈살대전의 문 앞까지 쳐들어왔다.손에 보검을 들고 몸에서 강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마치 살신이 강림한 듯했다. 두 눈에서 분노가 활활 타올랐고 살기는 사람을 삼킬 것만 같았다.“나 왔으니까 당장 사람 풀어라...”“영감탱이가 배짱도 커. 감히 내 여자
현장에 있던 사람은 모두 혈신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도 그가 무엇이 실망스러운지 알 수 없었다.“매 시대의 킬러 조직은 모두 내가 수십 년 동안 계승한 천길을 두려워했지. 강자와 약자가 다 경외하던 천길조직이 너 같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한테 당했을 줄이야.”“실망스럽구나. 천길의 후배가 이렇게 무능하다니, 너무 실망이다. 무능하기 짝이 없구나.”“슈퍼 강자에게 당했다면 모를까 하필 너의 손에 패배했다니. 정말 쓸모없구나. 너무 실망이다. 우리 천길의 계승자가 갈수록 무능하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고 슬프구나...”혈신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말하면서 심지어 두 눈을 감고 자중한 척했다.우국우민한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심금을 울릴 수 있지만 극악무도하고 손에 피를 가득 묻힌 킬러가 이런 표정을 지으니 구역질이 나고 몸서리가 끼칠 것만 같았다.이도현은 혈신을 거들떠보지 않고 대꾸하지도 않고는 신기를 펼쳐 조혜영과 문지해의 위치를 찾았다.혈신은 잠시 자신을 뽐내다가 눈을 뜨고 다시 이도현에서 시선을 집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곧 과거가 될 거니까 상관없어. 난 오늘 너의 피로 우리 천길의 치욕을 씻어버리겠어.”“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천하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천길과 맞서는 자, 그게 누구라도 무조건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감히 우리 천길과 맞서는 자는 죽는 길밖에 없다...”혈신은 죽는다는 단어를 말하면서 갑자기 땅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순간 강대한 힘이 그의 발밑에서 뿜어져 나와 이도현을 향해 나아갔다.이 힘은 마치 바닥에 용이 생겨난 것처럼 땅속을 누비며 순식간에 이도현의 발밑에 도착했다.꽝.굉음과 함께 이도현의 발밑이 갑자기 폭발했다.이도현은 이 폭발을 빌어 혈신의 공격을 피하고는 몸을 날려 혈살대전으로 날아 들어가며 허공에서 검을 휘둘렸다.음양검은 위력이 막강한 오색의 검기를 내뿜었다.“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감히 혈살대전에서 검을 휘둘러?
칼날은 코를 찌르는 듯한 피비린내를 풍겼고 원력의 주입 하에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이 녀석, 혈도의 맛을 좀 보아라.”“이 친구가 긴 시간 동안 피 맛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마침 네 놈의 피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겠구나.”혈신은 음침하게 말하고는 이도현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이도현은 피하지 않고 음양검을 휘두르며 맞서 싸웠다.쾅.두 검은 공중에서 부딪혔다. 오색의 검기와 붉은색의 검기는 사면팔방으로 세차게 뻗치며 혈살대전의 석벽에 한줄기 또 한줄기의 불꽃을 튕겼다.이도현과 혈신은 동시에 땅에 발을 붙이더니 서로를 마주 보며 더는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파직. 파직.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혈신의 혈도에 균열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혈신은 놀란 눈빛으로 자신의 곁을 수십 년 지켜온 보검이 사분오열되고 파편이 되어 땅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혈신은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눈앞의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혈도는 비록 신병무기가 아니지만, 최고의 보검 정도는 되었다.이 혈도를 얻은 후 그는 한시도 빼놓지 않고 혈도를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킬러로 일하는 동안 그는 혈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그가 천길의 전임 통솔자가 될 수 있는 데에는 이 혈도의 공이 매우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무계에 진입한 후 그는 심지어 월등한 단조 재료로 혈도를 다시 제련하여 그전보다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그는 단 한 번도 혈도가 이렇게 완전히 부러질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이놈, 감히 내 보검을 망가뜨려? 너의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오늘 널 죽이고 너의 피와 검으로 나의 보검을 다시 단련할 거다. 어서 죽어라...”분노에 휩싸인 혈신은 아우성치며 다시 한번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손가락을 오므리자 수중의 혈색 빛이 거대한 해골을 형성하여 그 사이를 휘감았다.“죽어라...”피같이 붉은 해골은 이도현을 삼켜버릴 기세로 돌진했다.흥...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검기를 한번 휘둘렸다. 그러자 비명과
혈신은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죽어도 몰랐다.그는 데뷔 이래 천하무적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늘 같은 굴욕을 당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두 번 만에 패배했고, 선수 친 상황에서 상대에게 맞아 피를 토하고 손까지 잘렸다.지금도 자신을 내려다보며 쓰레기라고 욕하면서 온갖 수모를 주고 있지만, 그는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애당초 그는 고무계에서 출관한 후 한 손으로도 세속계를 제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른 사람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되뇌었다.‘도대체 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거지? 세속계의 무사들이 지금 다 이렇게 강해진 건가?’혈신은 일개 어린놈이 왜 이렇게 강대한지, 자신이 왜 이도현 앞에서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하고 패배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때 죽음의 신으로 불리고 모든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혈신이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놈의 손에 패배할 줄 아무도 몰랐다.‘안돼. 절대 안 돼.’‘난 킬러계의 신화야. 절대 이놈이 킬러들의 신화를 망가뜨리고 나의 명성에 먹칠하게 해서는 안 돼.’‘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놈을 해치우고 말 거야.’‘죽더라도 이놈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혈신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비법을 작동하기 시작했다.그는 땅에 엎드려 몰래 공간 반지에서 담약 한 알을 꺼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에 넣었다.담약이 녹으면서 혈신의 몸에 피안개가 한층 휩싸였고 곧이어 그의 뼈에서 탁탁 소리가 들렸다.“아...”혈신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받는 듯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다.곧이어 고통스러운 외침 속에서 혈신의 허리는 점점 휘어졌고 등에 무언가가 계속 자라나 옷을 아예 찢고 나왔다.사람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의 등에 기다란 뼈다귀가 돋아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곧이어 그의 얼굴에는 뱀의 비늘 같은 것이 빽빽이 생겨났는데 끔찍하고 징그럽기 그지없었다.으르렁...혈신의 비명은 울부짖는 소리로 변했고
이도현이 주먹을 휘두르자 열 개의 허영이 모두 한주먹에 모여 혈신의 몸을 내리쳤다.“이게 무슨 권법이지?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을 수가.”“십흉공법. 들어본 적도 없어.”주변 사람들은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깜짝 놀랐고 다시 한번 그의 무서운 실력을 체감했다.쿵.열 마리 신수의 허영이 전부 혈신의 체내에 파고들어 폭발했다.혈신의 몸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온몸에서 수십 개의 구멍이 생겨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몸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더니 뼈와 경맥이 모두 끊겨 나갔다.폭발이 연이어 발생한 후 그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더는 일어서지 못했다.풉. 풉.혈신은 연신 피를 토하고는 고통 속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이... 이게 무슨 권법이지? 어떻게 한 주먹에 서로 다른 힘이 다 들어간 거야? 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어떻게 한 공법에 동시에 열 가지 힘이 들어가?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너... 너 정체가 뭐야? 도대체 무슨 권법을 수련한 거야?”혈신은 이도현의 대답이 듣고 싶어 몹시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이 완전히 다른 무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럴 수 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 이는 무도에 대한 그의 인지를 뒤집어놓았다.이도현은 혈신의 물음에 대답하기 귀찮았다.그는 수중의 음양검을 살짝 들어 올려 혈신의 목숨을 거두려 했다.“너... 안돼... 날 죽이면 안 돼.”혈신은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이도현... 이 무사. 안돼. 날 죽이지 마.”“날 죽이면 넌 다시는 너의 여자를 볼 수 없어. 나 빼고 아무도 그 여자의 행방을 모르거든.”이 말을 듣자 이도현의 눈빛에 서릿발이 번쩍이었다.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아니... 아니,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혈신은 다급히 말했다.“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넌 너의 여자를 살릴 수 없어. 결국 너의 여자가 고통스럽게 죽어 나가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할 거야.”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