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월영은 손목을 조여오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더 충격이었던 건 강현준이 한 말이었다.‘연일이 나를?’그녀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그녀의 공허한 두 눈에 두려운 감정이 스쳤다.“역시 너도 녀석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게구나!”강현준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조금 전까지 세상 살기 싫다던 얼굴이 연일 얘기가 나오자마자 이상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밤새 그녀를 품었을 때도 보이지 않던 표정이었다.“고월영, 대체 그 머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너 현우 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연일도 보니까 가지고 싶어? 방탕한 년 같으니라고!”고월영은 그의 비난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억울함, 절망감, 그리고 실망.차라리 그가 없는 죄마저 뒤집어씌워서 자신을 죽여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할 말이 없어서 그러고 있는 것이냐?”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강현준이 아니었다.“너 같이 헤프고 방탕한 여자를 대체 뭐라고 그리 애지중지했던 것인지!”그가 분노에 치를 떨었다.고월영은 고요한 눈망울로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래. 난 당신의 뭘 보고 좋아했던 걸까?’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반면 강현준은 고월영이 강현우를 제외하고 연일에게까지 마음을 주었다는 것에 분노했다.‘빌어먹을 여자가!’“그렇게 나 아닌 다른 남자가 가지고 싶었어? 꿈 깨! 내 손으로 널 죽이는 한이 있어도 너를 다른 놈에게 넘길 일은 없을 테니까!”그는 손을 뻗어 고월영을 돌려세웠다.남자의 싸늘한 몸이 자신의 위에 올라탔을 때, 고월영은 무기력하게 눈을 감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방 안에는 남자의 거친 호흡과 여자의 갈린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결국 그 가녀린 신음소리는 울음으로 바뀌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울고 애원한다고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악몽 같았던 시간은 고월영이 세 번째로 기절했을 때 드디어 멈추었다.생기가
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