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막는 자, 모두 죽이라!황제의 핏줄인 정왕을 앞에 두고 참으로 무례한 발언이었다.정왕은 수치심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18기병단 단원들은 일당 백을 하는 무림고수들이었다.그들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서 연일의 뒤로 착지했다.왕부에는 많은 호위대가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연일은 위에서 정왕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전하, 훗날 또 뵙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몸을 솟구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나머지 인원들도 경공을 써서 어느새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전하, 쫓아갈까요?”호위대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18기병단이 엄청난 저력을 가진 부대이긴 하지만 왕부의 모든 인력을 동원한다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주희는 가볍게 정왕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전하, 저들을 막으면 쓸데없이 더 많은 피만 보게 될 겁니다.”“소란이 커지면 황제폐하의 귀에까지 전해질 수 있습니다. 현왕께서 폐하께 오늘 있었던 일을 알린다면 폐하께서 크게 노하실 겁니다.”사실 처음부터 주희는 오늘 밤 행사를 반대했었다.정왕도 위험할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난 번에 현왕에게 당한 뒤로 분풀이 상대가 필요했다.그 상대가 고월영이었던 것이다.그는 분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이성은 남아 있었다.강현우가 고월영을 정식으로 내치지 않은 이상, 그녀는 여전히 여왕비의 신분이었다.황제는 절대 황족을 능멸한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이 사건으로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을 수 있었다.자칫 잘못하면 힘들게 여태껏 쌓아 올린 완벽한 형상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결국 강현정은 검을 바닥에 던지고 홀연히 떠나버렸다.“전하….”주희는 쫓아가서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아직 정원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주희 부인, 이제 저희는 뭘 해야 하나요?”시종과 호위무사들이 난감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주희는 눈이 찔려 바닥을 뒹굴고 있는 무사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얼핏 보면 잔인한
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