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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왕의 비밀: Chapter 311 - Chapter 320

382 Chapters

제311화 무안희의 계략

한편.“연일, 너 이게 뭐 하는 짓인거냐!”지언은 무안희의 침소 앞에서 연일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아까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난원을 물렸을 때 따라 나온 것뿐인데 아니나 다를까 무안희의 침소 마당에서 독기를 가득 품은 연일을 발견했다.“무안희의 내공으로 마음 먹고 피했으면 거의 탈진 상태인 월영 아씨의 손에 다칠 이유가 없단 말이다!”연일의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이건 분명한 고육책이야! 일부러 다친 거라고!”“전하께서 그걸 모르셨을 것 같아?”지언은 한심하다는 듯이 동료를 바라보며 말했다.“전하는 네 생각보다 더 현명하신 분이야! 하지만 어떡해? 무안희가 시안을 죽인 것도 아니고 약간 자극을 줬을 뿐인데 시안이 스스로 죽어버린 것뿐이라고!”사실 이런 말을 하는 지언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그렇게 단순하고 생기발랄하던 어린 여자애가, 며칠 전까지도 그에게 너무하다며 난리를 부리던 여자애가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몰랐다.지언도 속이 말이 아니었다.하지만 죽은 사람을 되살릴 길도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연일도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당장 저 안으로 달려간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무안희에게 공격을 가할 수는 없었다.아무런 반항 능력도 없는 여인을 죽일 만큼 그는 잔인하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 사건이 없어도 고월영은 왕부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그런데 옆에서 위로해 줄 유일한 사람인 시안마저 죽어버렸다.“어쩌면… 처음부터 우리가 오해했던 게 아닐까?”연일이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지언에게 말했다.지언이 움찔하며 사나운 표정으로 반박했다.“아씨가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전에 했던 잘못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야!”“지언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연일이 실망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너도 사실은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가 아씨를 억울한 처지로 내몬 것 같아서 후회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그런 거 아니야!”지언이 언성을 높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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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소인이 지켜드리겠습니다

고월영은 기절하고 3일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기절한 3일 동안 강현준은 밤마다 그녀를 찾아와서 내공으로 그녀의 상처를 치유했다.내상은 이미 거의 다 나은 상태였다.하지만 난원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언제 치유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울지도 고함을 지르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분하게 행동했다.시안을 영하각의 뒷산에 묻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고월영은 당장 가보겠다며 서두르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하게 물을 마시고 식사를 했다.체력을 충분히 회복한 뒤에야 그녀는 문을 나섰다.방에는 강현준이 항상 함께 있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강현준은 그 모습에 화가 났지만 정작 화를 낼 수도 없어서 갑갑함을 홀로 안고 있었다.고월영은 그 길로 영하각으로 향했고 이번에는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강현준은 황제의 부름을 받고 지언과 함께 입궁했다.고월영의 호위를 맡은 사람은 연이수였다.그는 준비해 온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씨, 이건….”연이수는 저도 모르게 뒤쪽을 살폈다.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서였다.“이건 저희 왕부에서 시안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것들입니다. 시안이에게 전해질 수 있게 같이 태우시죠.”“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지? 이 세상에 정말 영혼이란 게 존재한다고 믿느냐?”고월영은 시안의 묘비 앞에 앉아 손을 뻗어 묘비에 새겨진 글짜를 어루만졌다.그녀는 누가 시안의 후사를 처리해 주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다만 왕부에 아직도 그들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그렇게 그녀는 한참을 말없이 시안의 무덤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연이수는 차마 그만 일어나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결국 몸을 숨기고 있던 연일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에 망토를 걸쳐주었다.“아씨, 바람이 찹니다. 이러다가 또 몸져누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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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나를 원한다고 들었다

고월영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연일은 차갑게 식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녀가 차디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이 무슨 불경한 짓이란 말인가!‘미쳤구나!’“송구합니다….”“네가 나를 원한다고 들었다.”고월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연일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그녀가 중심을 잡은 뒤에야 그는 손을 거두고 원래 있던 자리로 물러섰다.“시안의 후사를 네가 처리해 주었느냐?”고월영이 물었다.연일은 공치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고맙다.”“아씨,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행한 것은 아닙니다. 전하께 드린 말씀은 진심이었지만 절대 불경한 짓을 저지를 마음은 없었습니다!”고월영은 검게 탄 연일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강현준 형제에 비해 준수하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선 굵은 이목구비에 드러난 강인함이 있었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네가 불경한 마음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너의 그런 발언 때문에 난 현왕 전하의 무자비한 분노를 감당해야 했다.”“아씨….”연일이 흠칫하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고월영은 싸늘한 얼굴로 그를 지나쳐 영하각을 떠났다.이미 그녀에게 속한 곳이 아니었다.다만 시안이 여기 묻혀 있으니 당분간은 조용할 것이다.연일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는 차마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슬퍼하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고월영은 더 이상의 감정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울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슬픈 기색을 내비치지도 않았다.너무 담담해서 무슨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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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영혼 없는 허수아비

고여추는 동생이 좀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수족이 세상을 등지고 떠났으니 분명 크게 상심했을 텐데 고월영의 표정은 너무도 담담했다.“언니,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세요? 장군부에 뭐 심각한 일이라도 생겼나요?”고월영이 물었다.고여추는 착잡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다가 울먹이며 말했다.“아직은 별일 없어. 오늘 현왕 전하께서 폐하의 부름을 받고 입궁하셨는데 이 일과 연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구나.”“너는 장군부 일에 신경 쓰지 말거라. 무슨 소식이 있으면 내가 와서 전해주마.”고여추는 그제야 동생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고월영이 두르고 있는 망토를 보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앞으로 아무 사내가 주는 옷을 몸에 두르지 말거라.”말을 마친 그녀는 연일이 입혀준 망토를 벗겨 바닥에 던졌다.고월영이 담담히 말했다.“언니도 무슨 소문을 들은 건가요?”고여추는 그 질문에 감히 대답할 수 없었다.고월영도 더 캐묻지 않고 개의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월영아.”고여추는 그녀의 담담한 얼굴을 보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월영아, 정말… 괜찮은 거니?”고월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나는 네가 시안이 때문에….”고여추는 시안의 죽음에 이처럼 담담한 태도를 보이는 동생이 어딘가 석연치 않아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월영아, 마음이 힘들면 언니한테 얘기해. 혼자 참지만 말고.”“저 정말 괜찮아요.”고월영은 피곤한 기색을 하고 침상으로 다가갔다.“언니, 저 좀 자고 싶어요.”“그래. 어서 자. 언니가 옆에 있어줄게.”“저 정말 괜찮으니까 그만 돌아가요.”“안돼. 이번에는 언니가 꼭 옆에 있어줄게.”고여추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월영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그녀는 그렇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잠을 잤다.왕부로 돌아온 강현준이 지언을 시켜 그녀를 침소로 불렀다.고여추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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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만약 내가 다 잊겠다고 하면

고월영은 말없이 그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담담하게 물었다.“전하께서 원하던 모습 아닌가요?”홧김에 하는 소리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강현준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녀가 고분고분하기를 바랐지만 절대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그가 원하던 느낌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지금의 고월영은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래서 이제는 내가 뭘 시키든 고분고분 따르겠다는 것이냐?”고월영은 대답 없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강현준은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그녀를 그대로 안고 침상으로 향했다.고월영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그 어떤 반항이나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벗거라!”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자리에서 일어선 고월영은 손을 뻗어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현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월영이 상의를 잡아당기려던 순간,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 치켜올렸다.“대체 무슨 생각인 게냐?”고월영은 그와 차분하게 시선을 마주하고 담담히 말했다.“어떻게 하면 전하의 화를 돋우지 않고 덜 아프고 평안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그 말이 비수가 되어 강현준의 가슴을 찔렀다.참다못한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난 한 번도 네 목숨을 취하려 한 적 없단 말이다!”“전하께서는 시안이도 죽일 생각이 없으셨죠. 그렇지 않나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은 죽어버렸다.“하! 지금 나를 탓하는 게냐?”강현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고월영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고 싶었지만 그가 턱을 우악스럽게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의 화를 돋우기 싫다는 말도 진심이었다.결국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전하, 계속 옷을 벗을까요?”강현준은 홧김에 그녀를 밀쳐버렸다.시체처럼 생기 없는 그녀의 모습에 흥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씩씩거리며 편전으로 향하자 고월영은 천천히 옷고름을 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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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가지가지 하는구나

강현준은 오늘따라 술이 쓰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렇게 몇 잔을 더 마신 뒤에 그는 고월영에게 앉아서 같이 먹자고 권했다.사실 그녀가 많이 피곤해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나한테 할 말이 없느냐?”식사가 끝난 뒤, 시종들이 와서 식탁을 정돈하고 차와 다과를 내왔다.강현준은 너무 고요해서 오싹한 감마저 드는 고월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다.그는 속이 타들어가는데 정작 이 얄미운 여자는 한 점 동요 없이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강현준은 왠지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고월영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왕부에 침입해서 전하를 습격한 자가 제 큰오라버니가 맞나요?”“그렇다.”강현준의 대답은 확고했다.“내가 직접 그자를 제압해서 궁으로 보냈다. 지금 옥에 갇힌 자가 고용기가 아니라면 모를까.”“그럼 저와 함께 옥으로 가서 오라버니가 맞는지만 확인할 수 있을까요?”고월영이 또 물었다.“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강현준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오늘 이토록 얌전하게 굴었던 게 다 이걸 위해서였나?그는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고월영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로 답했다.“운에 맡겼을 뿐입니다. 전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강현준이 물었다.고월영은 그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담담히 말했다.“그럼 전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제가 더 노력해야겠지요.”강현준은 홧김에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게 지금 고분고분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거냐?”그의 눈에 이는 도발이었다.고월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믿으면 그건 사리분별 못하는 머저리인 거지!”그날 저녁.궁중의 대문이 열리고 한 쌍의 남녀가 안으로 들어갔다.강현준은 손짓 하나로 주변을 물렸다.고월영은 천천히 불빛을 더듬어 앞으로 걸어갔다. 옥 중은 너무도 조용했고 주변에는 아우성치는 죄인들도 없었다.고용기는 옥 중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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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너는 즐겁지 않구나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괜찮으시면 옷을 벗고 저에게 좀 보여줄 수 있을까요?”고용기는 두말 없이 겉옷을 벗었다.그는 궁금한 얼굴로 동생에게 물었다.“충독과 충술에 대해 전에 배운 적 있느냐?”“현우 오라버니를 치유할 때 서책으로 조금 접했을 뿐입니다.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고월영은 미리 가져온 상자를 꺼내 침으로 고용기의 심맥에서 피를 뽑아냈다.상당히 많은 양을 뽑았기에 고용기의 얼굴이 약간 창백하게 질렸다.“당분간은 좀 괴로울 거예요. 심맥에서 피를 뽑았으니 기혈 부족으로 어지럼증도 느낄 거고요. 하지만 이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어요.”고월영은 피곤한 기색을 띄고 있는 오라버니를 위안했다.“아린 낭자와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오라버니도 몸 조심하세요.”무아린 얘기가 나오자 고용기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다음에 아린 낭자를 보면 더 이상 나를 위해 헛수고하지 말라고 전해주렴.”“아린 낭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아니면 다른 낭자를 마음에 품은 건가요? 운조에서 만난 여인인가요?”고용기가 만약 마음에 품은 여인이 있었다면 그녀가 몰랐을 리 없었다.그런데 출정하고 돌아와서 갑자기 이러고 있으니 그 여인이 누군지 갑자기 궁금해졌다.고용기는 황급히 동생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었어. 이미 다 잊었단다.”“하지만 그 인연 때문에 아린 낭자의 마음을 못 받아주시는 거잖아요.”고월영은 사랑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용기가 스스로 내려놓지 않은 이상, 누가 설득해도 소용없었다.“오라버니가 그 여인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것처럼 아린 낭자도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래서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어요. 아린 낭자 스스로 택한 길이니까요. 어쩌면 언젠가는 스스로 내려놓게 되겠지요.”“월영아….”고용기는 차분한 동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한 달 사이에 동생이 많이 성장해 버린 느낌이 들었다.“너는 즐겁지 않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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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그리도 제가 좋으십니까?

고월영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이 사건만 놓고 봤을 때, 전하께서는 무고한 사람을 해하는 분은 아닙니다.”“그걸 어떻게 설명하지?”그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고월영은 고개를 숙이고 땅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걸었다.“오라버니께서 전하를 습격하셨고 전하께서 직접 제압하여 옥으로 운송하였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진작에 오라버니는 황족을 시해한 죄로 벌을 받았어야 마땅하지요. 하지만 전하께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사건을 지금까지 끌고 오신 것 같습니다.”“주제넘은 질문이긴 하나, 혹시 운조에 사람을 보내어 오라버니께서 충독에 중독된 원인을 조사하신 겁니까?”“연일에게서 들었느냐?”강현준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고월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연일이 저에게 조금 호감이 있을지는 모르나 전하를 배반할 사람은 아닙니다.”“지금 내 앞에서 그 녀석을 치켜세우는 것이냐?”강현준이 눈썹을 꿈틀했다.“그럴 리가요. 제 한 목숨 보전하기 어려운 처지에 제가 누굴 돕겠나이까.”강현준은 그 말의 진위를 고민하는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고월영이 계속해서 말했다.“오라버니께서는 전에 충독에 중독되신 뒤로 아직 해독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린 낭자가 약물로 약효를 억누르고 있기는 하나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상태이지요. 전하께서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조금 전 오라버니와의 대화에서 오라버니께서는 현왕부에 간 사실을 인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전하를 시해하게 되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난번에도….”“지난번에 밤중에 운려각에 잠입한 일을 말하는 것이냐?”강현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고월영은 그가 처음부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라버니를 위해 한번쯤은 그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전하, 이 나라를 위한 오라버니의 충정은….”“확실한 증거로 고 장군의 결백을 증명하기 전에는 내 앞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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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공짜 밥은 사양입니다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강현준에게서는 위험한 기운이 점점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시안이 죽었기에 측은한 마음에 전보다는 험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향한 미움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지나가는 농이었을 뿐인데 어찌 그리 정색하십니까?”그에게 잡힌 턱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지만 전처럼 아프지는 않았다.시안의 죽음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줄은 몰랐다.어쩌면 시안도 그가 이럴 줄을 알고 먼저 떠난 것 같았다.적어도 지금의 현왕은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있었다.“전하께서는 저희 가문 전체의 목숨줄을 쥐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도망갈 마음을 품을 수 있겠나이까.”그가 뭐라고 더 하기 전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전하께서 저를 곁에 두시는 것도 복수를 위해서라는 거 잘 압니다.”강현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금거렸다.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굉장히 거슬렸다.“전하, 저는 정말 전하께 불쾌감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시안이도 그렇게 보냈는데 언젠가는 저도 누군가의 손에 당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내가 있는 곳에서 누가 감히 너를 건드린단 말이냐!”그 말에 고월영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린 낭자가 조부님과 언쟁이 있은 후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연고도 없이 밖을 떠돌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혹시 아린 낭자를 이리로 불러서 말동무라도 시켜주면 안 될까요?”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강현준은 차마 거절의 말을 꺼낼 수 없었다.그리하여 다음 날, 고월영이 잠에서 깼을 때, 무아린이 따뜻한 물 대야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아린 낭자?”오늘 어쩌면 강현준이 그녀를 데려올 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게다가 자존심 강한 무아린이 시종이 할 일을 기꺼이 대신한 것도 의외였다.“아린 낭자를 이리로 부른 것은 제 시종이나 하라고 부른 건 아니에요.”고월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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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여왕의 복귀

무아린과 무안희는 동복자매가 아니었다.무홍일에게는 아직까지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장남이 한 명 있었다.그는 어렸을 때 백단교를 떠났기에 무아린이나 무안희도 그의 얼굴을 거의 본 적 없었다.어쩌면 만나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무아린과 무안희는 성격도 서로 달라서 자매지간인데도 별로 친분이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무아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건 잘 모르겠네요. 모르는 사이 같기도 한데….”“두 사람 서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고월영이 물었다.무아린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제 느낌이지만 어쩐지 아예 모르는 사이 같지는 않아서요.”“알겠어요.”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 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무안희는 제 손에 중상을 입었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찾아가 봐야 할 수도 있겠네요.”“걔가 마마 손에 중상을 입을 리 없는데요?”무아린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무안희는 마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합니다.”“그렇다면 안 죽을 걸 알고 일부러 나섰을 가능성이 크겠네요.”무안희가 강현준의 신변에 남기 위해 그런 방법까지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얼마나 애모하면 그런 방법까지 생각했을까?무아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현장을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지 않았나요?”무아린의 말투나 행동에서는 언니에 대한 걱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같이 수련한 건 아닙니다. 무안희는 어머니와 함께 수련하고 저는 혼자 했지요.”고월영은 차라리 무아린에게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같이 수련했다면 무아린도 무안희나 무홍일처럼 잔인무도한 성격으로 길러졌을 수도 있었다.“어쩌다가 무 교주 같은 사람과 함께하게 된 건가요?”“어릴 때 그분이 다 죽어가던 저를 주워다 키우셨습니다. 저는 그분께 목숨을 빚졌지요.”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침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 그녀는 외출 준비를 했고 무아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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