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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왕의 비밀: Chapter 331 - Chapter 340

382 Chapters

제331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안비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 고월영의 등장이 꽤나 뜻밖이었던 모양이었다.그들이 떠날 때만 해도 침상에서 곧 죽을 사람처럼 피를 토하던 아이였다.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는 했지만 두 아들이 여자 하나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것을 생각하니 그 죄책감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날 아무도 고월영의 침소에 못 들어가게 한 배후에는 안비가 있었다.다만 눈치 빠른 무안희가 모든 일을 홀로 짊어지면서 두 아들이 어머니에게 원망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안비는 무안희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졌다.3개월 뒤에 돌아오면 고월영은 진작에 죽고 시간이 지나면 두 아들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비는 현왕의 짝으로 무안희를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고월영이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에 집안을 완전히 들쑤셔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네가 현우한테 수성으로 가자고 했니?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게야!”수성은 이 나라의 큰 성이긴 하지만 병력이나 자원이나 다른 친왕들이 가진 영지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수성을 지키는 친왕은 듣기에 많은 권력을 거머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상 변방에 유폐된 거나 다름없었다.여왕이 그곳으로 가면 앞으로 황위 계승에서 멀어지는 거라고 볼 수 있었다.가장 화가 나는 점은 고월영이 두 아들을 찢어놓았다는 점이었다.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쌍둥이 아들들을 찢어놓다니!안비는 장차 이 나라를 함께 다스릴 아들들을 헤어지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치미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안비 마마, 여왕 전하는 일국의 친왕이십니다. 친왕이 자신의 영지를 받은 건 당연한 일이지요.”부들부들 떠는 안비에 비해 고월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전에는 전하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어 현왕부에서 함께 생활했다지만 이제 병환도 다 나았으니 앞으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장래를 위해 한다는 일이 고작 수성을 받아 변방으로 쫓겨나는 일이더냐! 현우에게 고작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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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추궁

“이런 고얀….”안비가 당황하여 눈을 부릅떴다.‘역시 복수를 위한 거였어! 현우와 현준이가 피 흘리며 싸우는 그림을 원했던 거야!’안비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반면 고월영은 여전히 호수처럼 고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댔다.“마마 덕분에 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그래서 마마가 가장 아끼는 두 아들의 피를 보겠다는데 뭐가 잘못 되었나요?”“이 요망한 년!”이성을 잃은 안비는 손을 번쩍 들어 고월영의 귀뺨을 내리쳤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월영은 전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조소를 가득 머금은 채 그 자리에 가만히 매를 기다리고 있었다.안비는 순간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손을 거두기에는 늦었다.짝!어찌나 힘을 주어 때렸던지 고월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월영아!”두 명의 사내가 순식간에 이쪽으로 달려왔다.강현우가 고월영을 부축해서 일으켰을 때, 그녀는 입가에 피를 머금은 채, 의식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강현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안비를 노려보며 물었다.“어머니, 대체 왜 이러십니까?”“아니, 나는 단지….”안비는 황제의 후궁들 사이에서 자주 있는 고육지책에 자신이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하필이면 이성을 잃고 고월영에게 매질을 하고 있을 때 두 아들이 나타나다니!“저것이 먼저 나를 자극했다. 진짜야. 저거 겉모습만 보고 속지 마. 저년은 나한테 복수하려고 저러는 게야!”고월영은 머리가 울리고 시야가 흐릿했지만 애써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그녀는 아무 말없이 고요한 눈빛으로 안비를 바라보았다.“쟤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야! 속으면 안 돼! 쟤는 나한테 복수하려고… 너희 형제가 피 흘리며 싸우게 만들겠다고 했어!”“월영이가 어머니께 복수할 이유가 뭐가 있나요?”강현우는 당장 쓰러질 것 같은 고월영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안비에게 추궁하듯 물었다.강현준의 매서운 눈빛으로 안비를 향했다.마치 강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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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점차 드러나는 진실

“현준이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내가 걔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고월영 걔는 줄곧 네 그림자 뒤에 숨어 있었잖니!”안비는 속으로 무척 찔렸지만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하지만 아들의 싸늘한 눈빛에 결국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아들이긴 하지만 장성한 뒤로는 안비마저도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끼고는 했다.“현준아, 걔가 현우 구한다고 제 손으로….”안비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죽은 아이는 금기어였고 주변에는 태감과 궁녀들이 잔뜩 있었다.하지만 아들이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었다.아니나 다를까, 강현준이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절대 이 일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다행히 돌아온 뒤로 무안희를 만나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되었다.안비는 무안희에게 크나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무안희가 없었더라면 일이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았을 것이다.“네가 안쓰러워서 그래. 넌 걔가 밉지도 않니?”“어찌됐건 고월영은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감사하기는커녕 고월영에게 큰 반감을 느끼시는 것 같군요.”강현준은 두눈을 매섭게 뜨고 앞으로 다가섰다.놀란 안비가 뒤로 뒷걸음질치더니 말했다.“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강현준은 말없이 싸늘한 시선으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안비의 두 눈에는 당황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강현준의 마음도 점점 무거워졌다.“현준아.”안비가 안쓰러운 얼굴로 그를 불렀다. 뭐라도 말을 하려던 찰나, 강현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현우를 치료하던 당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현준아!”조급해진 안비가 비명을 질렀다.강현준은 손짓하여 주변에 있던 태감과 궁녀를 물렸다.그리고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말했다.“어머니, 대체 뭘 그렇게 불안해하시는 거지요? 당신들이 나한테 숨기는 진실이 대체 뭡니까?”“우린 숨긴 거 없어. 걔가 너와 네 아이를 버린 거야. 고월영 스스로 결정한 거라고.”당황한 안비는 점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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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섭혼술

난원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의원은 계속해서 말했다.“문제가 없다니요? 그 부인께서는 무슨 독에 걸리셨는지는 모르나 복 중 태아는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습니다.”의원은 처음 그 부인을 만났을 때 표정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그 부인께서는 복 중 태아를 많이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소인이 빨리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현왕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의원은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강현준이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말해보거라!”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 부인을 위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약을 복용하여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부인은 절대 못 받아들인다고 하셨습니다. 끝까지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사옵니다.”강현준의 시선이 난원에게 닿았다.난원은 모든 게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리도 빨리 올 줄은 몰랐다.“대체 어떻게 된 거지?”참다못한 지언이 물었다.그는 종종 의문이 있던 와중에도 난원을 믿었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일이지?연일은 강현준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 의원에게 말했다.“나가면 시종이 심부름 값을 줄 거니 받아가거라.”“화… 황송합니다! 그럼 전하, 나리, 소인은 그만 물러가겠사옵니다.”의원이 도망치듯 서재를 나갔다.지언은 여전히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 난원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난원,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지?”난원은 말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는 그 어떤 변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그의 모습에서 그가 고월영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연일이 다가가서 그의 멱살을 잡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그러니까 애초에 네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고 아씨께서 원해서 복 중 태아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이번 일로 고월영은 수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현왕은 그녀를 죄인 취급하며 매일 밤 찾아가서 그녀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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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미안한 마음

“그러기 위해서는 약재와 술이 필요합니다.”고여추가 말했다.강현준이 지언에게 손짓했다. 지언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여추가 요구한 약재와 술을 대령했다.고여추는 난원의 앞으로 다가가며 부드럽게 말했다.“의원님, 무례를 용서하세요.”난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다.연일도 주먹을 꽉 쥔 채, 옆에서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결국 참다못한 지언이 간청했다.“전하, 난원은 저희와 수십 년을 함께한 사람입니다.”강현준은 말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고여추는 약재를 갈아 술에 담갔다.그것은 사람의 의식을 흐리게 하는 약물이었다. 일반적으로 외상을 치료할 때 부상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이런 약재가 술에 담가지면 어떤 효과가 나올지 그는 장담할 수 없었다.고여추는 약재와 술을 잘 배합한 뒤, 난원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입을 다물고 있던 난원이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하, 독을 여왕비 마마의 체내에 주입한 사람은 저입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조용한 서재에 난원의 목소리만 울려퍼질 뿐이었다.한참이 지나 난원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마마는 끝까지 안된다고 발버둥치고 울며 애원하였습니다. 아이를 살릴 방법이 분명 있을 거라면서요. 하지만 제가 진맥한 결과로는 복 중의 태아는 이미 심각한 중독에 빠져 세상에 태어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을 겁니다.”사실을 털어놓으니 난원은 오히려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진실을 숨기고 계속 거짓말을 할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절망을 겪었고 몇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했었다.난원은 물기를 머금은 두 눈으로 강현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독을 왕비 마마의 체내에 주입한 뒤 얼마 안 가 맥이 짚이지 않았습니다. 저마저도 왕비 마마는 그렇게 숨을 거두실 거라고 믿었지요.”“그때는 여왕 전하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왕비 마마를 홀로 버려두고 여왕 전하에게로 달려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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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녀가 원한다면

어둠이 내려앉은 영안궁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잠든 고월영의 방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그는 침상으로 다가가서 잠든 여인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낮에 맞았던 볼이 지금도 빨갛게 부어 있었다.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약도 바르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다.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손을 뻗어 볼을 쓰다듬으려다가 차마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다시 손을 내렸다.그는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를 뒤로 쓸어주고는 그렇게 날이 거의 밝을 때까지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떴다.대문을 나가는데 그곳에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형님께서 뭘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월영이가 원치 않는다고 하면 저는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형님 곁에 가지 못하게 막을 겁니다.”강현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생을 보며 얇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형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더 이상 월영이를 괴롭히지 마세요.”강현우는 다가와서 말간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월영이가 형님 곁에 가기를 원한다면 저 또한 말리지 않겠습니다.”강현준은 말없이 대문으로 향했다.“형님!”강현우가 그의 뒤를 따랐다.“수성에 가는 건 너의 뜻이더냐? 아니면 그 여자가 가달라고 해서 가겠다는 것이냐?”강현준이 물었다.강현우는 경계 어린 표정으로 대꾸했다.“저의 뜻입니다.”강현준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동생을 바라보다가 물었다.“언제부터 네가 나한테까지 이토록 경계를 세운 거지?”강현우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형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고월영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제 뜻이 그러합니다, 형님.”강현준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누구의 뜻이건,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네가 가면 어머니는 어찌하라고?”안비 얘기가 나오자 강현우의 얼굴에 원망이 가득 서렸다.“어머니께서는 황성에서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시게 되겠지요.”어머니가 고월영을 어떻게 대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이후로 부터 자애로운 어머니의 형상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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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함정

무안희는 고월영이 예상했던 대로 현왕부에서 쫓겨난 이후에 바로 황성을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황성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다.호화 저택은 아니지만 잠깐 거주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다만 무안희는 중상을 입고 땡전 한푼 없이 백단교를 떠났기에 이 정도의 저택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했을 리 없었다. 배후에 누가 그녀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안비일까요?”무아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야 모르죠.”고월영은 무안희가 왕부를 떠난 뒤로 그녀의 행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녀가 남령국에 와서 누구와 접촉하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월영은 옥패를 보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것은 고용기의 옥패였다. 이 옥패가 아니었으면 무아린과 함께 초대한 장소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안으로 들어가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걸어나왔다.“월영 아씨가 누구신지요?”정작 고월영은 말이 없는데 옆에 있던 무아린이 발끈했다.“무례하다. 아씨가 아니라 여왕비 마마이시다.”분명 무안희가 시킨 짓이었다. 월영 아씨라는 호칭은 고월영에게 크나큰 수치였다.과거 현왕부에서 당한 수모와 악몽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인 걸까?고월영은 여인을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무안희는 지금 어디 있지?”“아가씨는 안방에 계십니다. 가시지요, 월영 아씨.”여인은 전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고월영은 버럭하려는 무아린의 손을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안 나오면 돌아가겠다. 일각의 시간을 주지. 안으로 가서 너희 아가씨에게 전하거라.”무아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안희처럼 간교한 여자가 안방에 무엇을 설계해 놓았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여인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저희 아가씨처럼 존귀하신 분을 만나려면 이 정도는… 악!”여인은 얼굴을 감싸며 고월영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가… 감히!”여인은 버럭하며 손톱을 세우며 고월영을 향해 휘둘렀다.백단교의 일등 시녀인 그녀는 상당히 강한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월영은 날카로운 손톱이 자신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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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추격

무아린은 흠칫하며 고월영의 눈치를 살폈다.그런데 고월영은 담담한 얼굴을 하고 뒤돌아서더니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조바심이 난 무아린이 발을 동동 굴렀다.하지만 고월영이 가기로 한 이상 그녀 혼자 여기에 머물러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무아린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월영의 뒤를 따랐다.“같이 가요, 마마.”그들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을 나가 마차에 올랐다.백의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고통을 참으며 무안희가 있는 방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아가씨, 진짜 돌아갔습니다.”“나한테도 눈이 있어!”무안희의 두 눈에서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오라버니의 생사도 고려하지 않고 이대로 가버리다니!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에 그녀는 부들부들 떨었다.“그럼 주변의 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그들은 고월영이 오기 직전에 주변에 약을 뿌려두었다.그런데 사냥감이 그대로 가버렸으니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었다.무안희는 짜증스럽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죽여서 시체도 남지 않게 전부 처리해.”“예, 아가씨.”백의 여인은 무안희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한편, 고월영과 무아린은 바로 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돌다가 근처의 편벽한 수림으로 들어갔다.“마마….”무아린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하고 고월영을 바라봤다.고용기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는 지금 그녀는 너무도 초조했다.“그날 장군부 사람들이 같이 출발하는 모습을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그런데 왜 무안희는 고용기가 자신의 손에 있다고 한 걸까?“오라버니가 무안희의 손에 잡힌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아까 방에서 만다린과 금무화의 향기를 맡았습니다.”고월영은 마차에 앉아 서책을 뒤지며 둘 사이의 작용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만다린과 금무화요?”무아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일반인이 그 향을 맡으면 환각이 생기고 이성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정염에 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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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죽여주마

무아린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홀로 성을 나오다니 무슨 소리야? 무안희, 네 눈에는 내가 공기로 보여?”무안희의 시선이 다시 무아린에게로 돌아갔다.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아린아, 네가 언제 날 이겨 본 적이 있어?”정곡에 찔린 무아린이 입을 꾹 다물었다.무안희가 정말 싫지만 그녀가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어렸을 때부터 무공으로 그녀는 무안희에게 이겨본 적이 없었다.“고월영, 무아린은 널 지켜주지 못해. 곱게 죽고 싶으면 당장 나와.”마차에 앉은 고월영이 미동도 없자 무안희는 슬슬 인내심을 잃고 표창을 던졌다.미리 대비하고 있던 무아린이 장검을 휘둘러 표창을 막아냈다.“너 끝까지 저년을 돕기로 작정했구나.”무안희가 허공을 날더니 괴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무아린의 정수리로 공격을 퍼부었다.무아린은 백단교에 몸담으며 한 번도 보지 못한 장풍에 당황했지만 이내 장검을 들고 맞서 싸웠다.장풍이 스치고 지난 자리에서 시체가 부패한 것 같은 냄새가 풍겨왔다.순결과 신성함의 상징인 백단교의 성녀가 이토록 사악한 주술을 쓰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무아린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어깨에서 짜릿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무안희의 손톱이 살갗을 긁고 지나갔다.무아린은 장검을 휘둘러 무안희와 거리를 벌인 뒤, 바닥을 뒹굴었다.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어깨를 내려다보니 상처를 입은 곳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무안희의 다섯 손톱도 섬뜩한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비겁한 년!”무아린이 욕설을 내뱉었다.무안희의 손톱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넌 여전히 어릴 때처럼 단순하구나?”무안희는 싸늘하게 그녀를 쳐다보고는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고월영,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안 나올 거야?”그녀가 손을 들자 손바닥을 중심으로 검은 진기가 모이고 있었다.“마차에 숨어서 안 나오면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아는 너는 그렇게까지 순진해 빠진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지.”무아린은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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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어쩌다가

무아린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았다.손이 검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독은 이미 온몸에 퍼졌고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여기서 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었다.고월영은 그녀에게 상대하기 힘들면 싸움을 끌지 말고 도망가라고 신신당부했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만약 시간을 많이 끌지 못해서 고월영이 고용기가 있는 곳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었다.“10년 전에 비열한 술수를 써서 나를 이겼다는 건 진짜 실력이 나보다 약하다는 거잖아. 그럼 지금도 내 실력으로 널 무너뜨릴 수 있어!”무아린이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지면에 균열을 일으키며 울부짖었다.무안희는 미세하게 갈라진 지면을 보고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무아린, 너 지금은 3할 정도의 힘밖에 쓸 수 없을 거야. 그런 몸으로 날 막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라고!”그녀는 고월영이 대체 이 아이한테 무엇을 내줬기에 이 아이가 목숨 걸고 고월영을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멍청한 년!”무안희가 음침한 얼굴로 공중에 날아올랐다.그녀는 온몸의 기력을 방출하였다. 독기를 품은 장풍이 올가미처럼 무아린을 향해 날아갔다.무아린은 검으로 막아내려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기세가 꺾였다.장풍은 죽음의 기운을 담고 무아린을 짓눌렀다.그 시각, 지붕으로 올라간 고월영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주저앉았다.가슴이 갑갑한 것이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불편했다.죽은 시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숨이 막히고 호흡이 가빠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수림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무아린은 어떻게 된 거지?가슴이 갑갑한 것이 꼭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고월영이 무아린에게 돌아가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복도 끝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곧장 소리가 나는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백의 여인이 절뚝거리며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복도 끝 쪽에 있는 작은 별채로 들어갔다.고월영은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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