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현우는 품에서 야명주를 꺼내 어두운 감옥을 비추었다.고월영은 빛이 비친 순간 서글픈 표정을 지우고 고여추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언니, 가끔은 육안으로 보이는 게 다 진실은 아니에요. 이유야 어찌됐건 현왕을 시해하려 한 것은 큰 죄에 해당해요. 현우 오라버니와 제가 현왕 전하께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시 이런 짓 하지 말아요.”“월영아….”“언니, 저는 지금이 좋아요. 그러니 제발 전하를 시해하려는 생각은 거두어 주세요.”고여추는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강현우가 옆에 있었기에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그런 인간을 위해 나한테 부탁하는 거니? 아직도 그 인간을 내려놓지 못한 거야?’“미안하구나.”“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떻게든 현왕 전하께 살려달라고 빌어봐야죠.”고월영은 간절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강현우가 물었다.“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척추가 심하게 비틀어진 것 같아요.”고월영이 말했다.고여추는 놀란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이미 통증을 최대한으로 참고 있었는데도 고월영은 한눈에 다친 곳을 알아보았다.“현우 오라버니, 언니를 침소로 옮겨서 간단한 시술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는 곤란해요.”고월영은 죄인을 치료한답시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겠다는 부탁이 얼마나 무례한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공기가 습한 옥 중에서 시술을 하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자칫 잘못하면 고여추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알겠다. 내가 데리고 나가마. 치료가 끝나면 형님께 말씀드리겠다.”강현우가 감옥 문을 열어주었다.고월영은 고여추를 부축하며 말했다.“언니, 조금만 참고 천천히 걸어요.”고여추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최대한 참으려고 했지만 일어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아파….”“알아요. 언니, 나한테 업혀요.”말을 마친 고월영은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고여추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