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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비밀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382 챕터

제351화 악인

아니나 다를까, 감옥 입구에 가까워지자 고용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현우는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서 고월영과 고여추가 당도하기 전에 고용기의 혈자리를 봉인하여 진정시켰다.하지만 고용기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입술도 검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혈자리가 봉인되어 더 이상 발광할 수 없게 되자 충독이 체내에서 날뛰며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월영은 가슴이 철렁하며 얼른 다가가서 약을 꺼내 그의 입안에 넣어주었다.강현우는 고용기를 부축하여 앉힌 뒤에 어깨를 잡고 기를 운용하여 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기의 충혈된 눈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약이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네요.”가슴을 졸이던 고월영이 안도한 얼굴로 말했다.“월영아?”정신을 차린 고용기는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려 했지만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강현우는 고월영과 시선을 교환한 뒤, 그녀의 허락을 받고 혈자리 봉인을 풀었다.“오라버니, 좀 어떠신가요?”고월영이 다급히 물었다.고용기는 그제야 자신이 충독이 발작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여추가 손수건을 꺼내 고월영에게 건넸다.고월영은 오라버니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준 뒤, 강현우와 함께 그를 부축해서 일으켰다.고용기의 손발은 차가운 쇠사슬에 묶인 상태였다.“현우 오라버니….”고월영은 간청하는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마 발작을 일으켜서 더 큰 사고가 날까 봐 연일이 족쇄를 잠근 것 같구나.”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족쇄를 풀어주지 않는 게 나았다.고월영은 안쓰러운 얼굴로 오라버니를 바라보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현왕은 여느 수감자를 대하는 것처럼 각박하게 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옥 중이었지만 침대도 있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상과 의자도 마련해 주었으며 상 위에는 진귀한 차도 놓여 있었다.둘은 고용기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고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다.“오라버니, 안색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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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만약 나였다면

고용기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월영이 네가 무안희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열 살이면 세상 물정도 모를 때고 우리가 만난 적도 없는데 어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함하느냐?”고월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다독였다.“오라버니,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들은 게 있고 느끼는 게 있어요. 다만 증거가 없어서 말을 못한 것뿐이지요.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무안희는 열 살 때부터 이미 충독을 사용하여 사람을 해치기 시작했어요. 그 여자는 절대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선한 처자가 아니에요. 오라버니가 속은 거예요.”“월영아!”고용기는 여전히 못 믿는 태도였다.무안희가 열 살이면 고월영은 그때 고작 여섯 살이었다. 그러니 십 년 전의 일에 대해 뭘 안다고 저렇게 말하는 걸까?“알겠어요. 증거가 없으니 더 뭐라 하지 않을게요.”고월영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월영아, 네 말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고용기의 기분은 엉망이었다.무안희가 무아린에게 중상을 입히는 장면을 직접 보았을 때 그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혈연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자매였다. 그는 무안희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라버니, 체내에 있는 그 충독 누구한테 당했는지 정말 모르시나요?”고월영이 또 물었다.고용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날 구해준 사람은 아린이가 아니었어.”“무안희라는 말씀인가요?”고월영의 질문에 고용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마음을 주게 된 건가요? 하지만 무안희는 백단교의 성녀라서 마음을 숨기려고 했던 거고요. 이 일이 알려지면 무안희가 곤란해지니까요.”고용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둘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고월영이 말했다.“어쨌든 지금 시급한 건 충독을 해결하는 거예요. 독이 해제되면 오라버니도 정신을 차리겠죠.”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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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잔혹한 진실

부드러운 달빛이 완전무결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었다.강현우는 넋을 놓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티 나지 않았지만 손에는 이미 땀이 흥건히 고였다.그는 긴장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어쩌면 그가 필요한 건 진솔한 답일지도 모른다.그 답을 알더라도 현실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답이었다.고월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하, 이 세상에는 만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요.”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강현우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월영아….”“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앞으로 마음이 가는 여인이 생기면 그때 저를 내치셔도 좋습니다.”말을 마친 고월영은 안으로 들어갔다.강현우는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런 날은 아마 평생 오지 않을 거야.”하지만 앞서가던 고월영은 그의 절절한 고백을 듣지 못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시지요.”방 문 앞에 당도한 고월영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전하께서 건강을 회복하셨는데 현왕 전하께서 최근에 계속 부상을 당하시니 현왕께서 하시던 일을 대신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도 전하를 한가히 놀릴 것 같지도 않고요.”“알아.”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그럼 내일 보자, 월영아.”뒤돌아선 그는 고개를 돌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언젠가는 허울 뿐인 친왕이 아닌 진짜 왕이 되어 너를 지켜주겠다.”일국의 친왕은 나라를 위해 공적을 세워야 했다.여왕이라는 칭호도 결국 형인 현왕의 덕을 입어서 내려진 것이었다.하지만 오늘부터는 진짜 친왕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고월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안으로 들어갔다.무아린은 이미 깨어 있었고 시종이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고월영은 시종의 손에서 탕약을 받아 들고 말했다.“여긴 내가 있을 테니 넌 그만 나가 보거라.”“예, 마마.”시종은 공손하게 예를 취한 뒤,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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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행복한 느낌

이어지는 며칠간 고월영은 성심껏 무아린을 돌보았다.부상이 심각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완쾌하는 건 불가능했다.하지만 고월영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에 무아린은 느리지만 천천히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다.3일째가 되었을 때 무아린은 이미 스스로 정원을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회복되었다.그 3일 동안 강현우도 바쁘게 보냈다.강현준은 아직 요양 중이었기에 현왕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정왕과 함께 성 안팎에 있는 간첩들을 추려내느라 굉장히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소문에 운조인들은 서령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 겉으로 보기에는 운조에서 보낸 것 같지만 사실 저들은 서령국의 괴뢰일 수도 있어.”“괴뢰요?”그가 갑옷을 벗는 일을 도와주던 고월영은 흠칫하며 무 공자의 얼굴을 떠올렸다.“누구의 꼭두각시로는 안 보였어요.”고귀하고 순결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고작 서령국의 괴뢰일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았다.괴뢰라면 무릇 음산한 분위기를 사방에 풍기고 다니는 좀비와도 같은 자들이 아닌가!“어쩌면 녀석이 괴뢰 두목일 수도 있겠지. 큰 형님마저 그 괴뢰들에게 당했어.”고월영은 젖은 물수건으로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자란 강현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하지만 아직은 녀석들이 운조인인지 아니면 서령에서 왔는지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어. 그런데 놈들이 쓰는 무공 초식이 이상해. 마치 아주 특별한 훈련을 받은 놈들 같았어.”“괴뢰들이 특별한 훈련을 받는다고요?”고월영은 괴뢰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일반적인 괴뢰는 아니야. 보통 괴뢰들은 온몸에 죽음의 기운을 풍기고 독을 달고 다니는데 놈들은 아니었어.”“그 놈들이 어땠는데요?”“뭐랄까….”강현우는 갑자기 허기를 느끼며 상 위에 있는 음식으로 손을 뻗었다. 고월영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손 안 씻으셨잖아요. 손에 피가 잔뜩 묻어 있는데 어서 목욕이나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세요.”“그냥 여기서 씻으면 안 될까? 부탁이야. 너무 배고파서 운려각까지 가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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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고여추

“최근 여왕 전하는 밖에서 돌아오면 줄곧 영하각에서 왕비 마마와 함께 목욕하고 식사를 즐긴다고 합니다.”“뭐라?”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현준이 쥐고 있던 백옥 젓가락이 두 동강이 났다.지언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다시 해명했다.“아… 아닙니다. 목욕을 같이 즐긴 건 아니고… 여왕 전하 혼자 여왕비 마마의 방에서 목욕을 하셨다고 합니다.”강현준은 눈을 질끈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하지만 가슴까지 올라온 뜨거운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지언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어쨌거나 부부 아니겠습니까….”“당장 나가!”고함소리와 함께 지언은 도망치듯 현왕의 방을 나갔다.첩보원 업무는 정말이지 피곤하고 간담이 서늘한 일이었다.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사실을 말하면 불호령이 떨어지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강현준은 식탁에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순간 입맛이 떨어졌다.지언이 떠난 뒤로 홀로 남게 된 방 안에서는 고독의 향기만 풀풀 풍겼다.그는 자신이 뭘 기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20여 년의 거의 대부분 시간을 홀로 식사를 해결해도 느낀 적이 없던 고독감이었다.그런데 영하각에서 둘이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상실감이 몰려왔다.‘하! 내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나?’강현준은 홧김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전하, 여추 아씨가 뵙기를 청하옵니다.”고여추의 등장은 안 그래도 심란한 그의 마음에 짜증만 더 불러일으켰다.“당장 돌아가라고 하거라!”말을 마친 그는 술잔을 비우고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아씨께서 장군부에 계실 때 여왕비가 자주 애용하던 물건들을 가져와서 전하께 바치겠다고 하옵니다.”지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여왕비는 분명 영하각에 있는데 왜 그녀의 물건을 고여추가 가져온 것일까?그는 소박하지만 신경 써서 입고 온 듯한 고여추의 차림새와 그녀의 고운 얼굴을 바라보고 뭔가 알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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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시해

강현준은 혼란스러운 심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그는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 고여추가 내려놓은 서책을 집어들었다.책을 열고 고월영의 필체를 확인하자마자 그는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일반인은 알아볼 수도 없는 조잡한 설계도였는데 강현준은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녀는 가끔은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특별한 생각을 가진 여인이었다. 가끔 마치 자신은 이 시대 사람이 아닌 것처럼 굴기도 했는데 캐물으면 대충 둘러대고는 했다.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강현준도 더 캐묻지 않았다.우아한 곡조가 계속되고 있었다.둘만 있을 때 그녀가 자주 흥얼거리던 곡조였다.강현준의 의식은 점차 곡조에 같이 녹아들기 시작했다.유쾌하던 곡조가 언젠가부터 우울하고 애잔한 흐름을 타기 시작하더니 끝으로 달려갈수록 절망의 기운을 띄고 있었다.그는 마치 울고 있는 고월영을 눈앞에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녀는 좋아하는 꽃들이 만개한 산마루에 앉아 멍하니 꽃밭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강현준은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갑자기 고개를 든 그녀가 원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갖은 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빛이었다.“다 전하 때문입니다! 왜 저와 현우 오라버니를 갈라놓아야만 했나요? 왜 그렇게 저희한테 모질게 대하셨습니까?”“제가 이렇게 된 것은 다 전하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저의 아이를 죽였습니다!”“전하, 차라리 죽지 그러셨습니까? 살아 있는 전하를 보는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안비는 전하를 사랑하지 않아요. 하나뿐이 동생은 전하를 두려워하죠. 저도 전하가 두렵습니다. 이 세상에 전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차라리 죽지 왜 그리도 끈질기게 살아 계신 겁니까?”강현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피부를 뚫고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모두가 나를 두려워하고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구나.’‘내 존재는 세상 사람들에게 불행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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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감옥행

강현준은 전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고여추는 점점 숨이 막히고 정신이 흐릿해졌다.이대로 죽는 걸까?총기를 담은 눈동자는 강현준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물론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고 싶지도 않았다.다섯 손가락은 계속해서 그녀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고여추는 점점 생기를 일어갔다.‘내가 죽으면 다들 행복해할 거라고?’‘내가 왜 모두를 위해 목숨을 희생해야 하지?’‘저들은 뭐가 잘났다고?’‘뭐가 잘나서 너희들은 다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거지?’“전하!”수상한 인기척을 들은 지언은 밖에서 애타게 전하를 외치다가 답이 없자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리고 모시는 상전이 고여추의 목을 조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여추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눈알은 이미 뒤집혔고 혀끝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전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왕비 마마께서 평생 전하를 증오할 겁니다!”하지만 애타는 부름에도 강현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지언도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전하, 월영 아씨가 괴로워할 겁니다!”그제야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고여추의 몸이 튕겨져 나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지언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신속히 진기를 그녀의 체내에 흘려보냈다.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고여추는 세게 기침을 하더니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이미 각오하고 행한 일이지만 죽음의 직전에서 느낀 공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왜 나를 암살하려 했느냐?”강현준은 의자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실패했으니…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전부 소인이 혼자 행한 일이니… 죽이든 거리에 내몰든 마음대로 하시지요.”고여추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이번에는 실패했지만 기회만 되면 계속할 것입니다.”“끌고 가서 옥에 가두거라.”강현준은 지언에게 손짓하고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그는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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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그의 분노

술을 마시고 있던 강현준은 고월영의 방문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네 언니를 살려달라고 간청하러 온 거라면 당장 꺼져라.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네 응석을 받아줄 수 없어.”말을 마친 그는 잔에 든 술을 한숨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만나게만 해주세요.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유라도….”“그년도 고 장군처럼 충독의 통제를 받아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잔을 내려놓은 강현준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반적인 암살이 아니었다. 섭혼술을 사용했어.”섭혼술이라는 말에 고월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섭혼술이라면 고여추는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시전했다는 의미였다. 충독에 통제 당한 사람은 절대 섭혼술을 시전할 수 없었다.‘언니가 대체 왜 그런 짓을….’“전하, 여추 언니는 어릴 때부터 장군부의 편전에서 자랐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바깥세상에 나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언니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그런 일을 행했을 리는 없습니다.”“그리 멀리 서서 웅얼거리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안 들리는구나. 이리 가까이 와보거라.”강현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월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내가 두려운 것이냐?”강현준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그리도 나를 무서워하면서 왜 찾아온 거지? 당장 꺼지거라!”고월영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자객이 암살 시도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그는 평소보다 기분이 훨씬 안 좋아 보였다.고월영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렵사리 걸음을 떼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전하, 언니는….”“네 얘기를 할 거면 이리 와서 앉고 다른 여자 얘기를 할 거면 듣고 싶지 않으니 나가.”고월영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고여추 일이 아니면 그와 독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예. 그럼 제 얘기를 해보지요. 옥으로 가서 언니와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강현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더니 주먹으로 상을 내리쳤다.“이리 와서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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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그래야 네가 사니까

연일과 그의 수하들은 당연하게도 강현우를 막지 못했다.정말 싸움이 나도 그들은 황족인 강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고월영은 어두침침한 감옥에서 구석에 앉아 있는 고여추를 만날 수 있었다.“언니,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예요?”고월영은 그녀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려고 했지만 옥 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용기가 갇혀 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대우였다.그녀는 강현우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네 언니가 진심으로 형님을 죽이려 했나 보구나. 그게 아니라면 형님의 사람들이 이런 대우를 할 리가 없어.”고월영은 가지고 온 상자에서 침을 꺼내고 강현우에게 눈짓했다.강현우는 바로 알아듣고 뒤돌아섰다.“필요 없어….”고여추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고월영은 고집스럽게 그녀의 옷섶을 열었다.고월영의 침술은 고여추마저 의아할 정도였다.어릴 때에는 동생이 의술을 할 줄 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일년 사이에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펼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여추는 옥으로 끌려오기 직전에 강현준에게 목이 졸렸었고 끌려오면서 차디찬 벽에 부딪혀 내상을 입었기에 숨을 쉬고 말하는 것조차 힘겨웠다.그런데 고월영의 침 한방에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숨 쉬는 것도 수월해졌다.“월영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무능해서….”고여추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그러니까 진심으로 형님을 시해하려 했단 말이냐!”옆에서 듣고 있던 강현우가 분노하며 물었다.“우리 형님이 대체 너한테 어떻게 했길래 이러는 것이냐?”고월영도 정색한 얼굴로 고여추에게 물었다.“현왕 전하를 시해하려 한 이유가 뭔가요?”강현우는 뒤돌아서 성큼성큼 고여추의 코앞에 다가갔다.“너, 정왕의 사람이냐?”그의 두 눈이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고월영도 믿고 싶지 않았지만 고여추를 바라보는 눈빛이 평소처럼 따뜻하지만은 않았다.“그게….”고여추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여왕 전하, 소녀는 어릴 때부터 장군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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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탈옥

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현우는 품에서 야명주를 꺼내 어두운 감옥을 비추었다.고월영은 빛이 비친 순간 서글픈 표정을 지우고 고여추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언니, 가끔은 육안으로 보이는 게 다 진실은 아니에요. 이유야 어찌됐건 현왕을 시해하려 한 것은 큰 죄에 해당해요. 현우 오라버니와 제가 현왕 전하께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시 이런 짓 하지 말아요.”“월영아….”“언니, 저는 지금이 좋아요. 그러니 제발 전하를 시해하려는 생각은 거두어 주세요.”고여추는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강현우가 옆에 있었기에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그런 인간을 위해 나한테 부탁하는 거니? 아직도 그 인간을 내려놓지 못한 거야?’“미안하구나.”“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떻게든 현왕 전하께 살려달라고 빌어봐야죠.”고월영은 간절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강현우가 물었다.“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척추가 심하게 비틀어진 것 같아요.”고월영이 말했다.고여추는 놀란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이미 통증을 최대한으로 참고 있었는데도 고월영은 한눈에 다친 곳을 알아보았다.“현우 오라버니, 언니를 침소로 옮겨서 간단한 시술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는 곤란해요.”고월영은 죄인을 치료한답시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겠다는 부탁이 얼마나 무례한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공기가 습한 옥 중에서 시술을 하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자칫 잘못하면 고여추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알겠다. 내가 데리고 나가마. 치료가 끝나면 형님께 말씀드리겠다.”강현우가 감옥 문을 열어주었다.고월영은 고여추를 부축하며 말했다.“언니, 조금만 참고 천천히 걸어요.”고여추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최대한 참으려고 했지만 일어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아파….”“알아요. 언니, 나한테 업혀요.”말을 마친 고월영은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고여추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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