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고월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오라버니가 눈앞이 흐려져서 네 본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러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똑똑히 보게 해줄 테니까.”잠시 후, 연일이 고용기를 끌고 왔다.“안희야.”무안희를 본 순간 고용기는 무작정 달려가려고 했지만 연일이 그의 손목을 묶은 쇠사슬을 잡아당겼다.무안희는 그의 손발을 묶은 쇠사슬을 보고 눈가에 실망이 스쳤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강현준을 바라보며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전하, 왜 저한테 이리도 모질게 대하시는 겁니까? 이 모든 건 고월영 때문에 벌어진 거예요. 믿기지 않으면 안비마마께 가서 여쭤보세요.”강현준은 조용히 차만 홀짝이고 있었다.오늘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니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전하, 저는 전하를 위해 운조에서 천리를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전하를 위하다가 어머니 손에 목숨을 잃을 뻔하기까지 했어요.”“옛정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전하의 목숨을 구해준 저에게 이리 대하실 수는 없습니다!”무안희는 힘껏 몸을 비틀었지만 단단히 묶인 줄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전하, 제 마음은 언제나 전하에게….”“오라버니, 잘 들으셨지요?”고월영은 고개를 돌리고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고용기에게 한마디 했다.무안희의 입에 물린 재갈을 뺀 것도 오라버니에게 그녀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조금 전까지 기대에 찬 얼굴로 고용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고용기에게 자신을 구해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강현준에게 절절한 고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고용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여자의 본모습을 하나씩 오라버니의 앞에서 까발릴 것이다.“월영아, 침상 가져왔어.”고여추가 내전으로 들어오며 강현준과 강현우에게 예를 취했다. 그녀의 뒤로 하인들이 작은 침상을 들고 들어왔다.한 사람만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침상이었다.“오라버니, 지금부터 충독을 해제할 거예요. 올라가서 누우세요.”고월영은 연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연일, 부탁할게.”연
Last Updated : 2024-02-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