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안비도 비명을 질렀다.검은색 벌레 세 마리가 고용기의 가슴에서 밖으로 기어나왔다. 안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했다.강현준은 지언에게 눈짓했다.지언이 다가와서 안비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안비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사람의 심장 근처에서 벌레가 기어 나오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흉측했다.고월영은 벌레가 기어나와 무안희의 피를 향해 기어갈 때 비수를 휘둘렀다.벌레 세 마리가 각자 두 동강이 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강현준은 음침한 얼굴로 그것들을 향해 장풍을 날렸다.그러자 벌레들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부서졌다.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월영은 고용기를 위해 간단하게 상처를 처리한 뒤, 옷을 다시 입혀주고 강현준을 바라보았다.“전하.”강현준은 말없이 손가락을 휘둘렀다.고용기를 속박했던 혈자리 봉인이 드디어 풀리고 그는 힘겹게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오라버니, 좀 어떠신가요?”고월영은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다.고용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 찮아.”조금 전에 벌레가 기어나올 때는 지옥 같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과거 충독이 발생했을 때보다도 고배는 되는 고통이었다.하지만 벌레가 사라진 뒤로 갑자기 온몸이 홀가분해진 것이 느껴졌다.충독이 드디어 해제된 것이다.내전 안에는 불안에 떠는 무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용기 오라버니, 쟤한테 속지 마세요. 분명 뭔가 꼼수를 부렸을 거예요….”“오라버니가 너한테 마음을 주어서 네 말을 다 들어주었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야.”자리에서 일어선 고월영이 무안희를 빤히 보며 말했다.“네 말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이 자리에 있을까?”“난….”“그만!”침상에서 일어난 고용기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싸늘한 눈빛으로 무안희를 노려보았다.“무안희, 지독하게도 나를 속였구나!”충독의 고통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인 사람이 무안희였다.그래서 가해자인 그녀를 생명은인으로 착각했던 것이다.오랜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