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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Chapters

제321화 여왕비이고 싶습니다

여왕 강현우였다.안비나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고 고월영과 빨리 만나기 위해 홀로 산을 내려온 것이다.그렇게 반가운 마음에 영하각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그는 지나가던 시종에게서 그녀가 현왕의 처소 뒤뜰에 있는 작은 처소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 시종에게서 고월영을 모시던 시안이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강현우는 고월영의 손을 꼭 잡고 모두를 물린 채, 영하각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지언과 마찰이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지언은 어쩔 수 없이 홀로 강현준에게로 명을 전하러 돌아갔다.여왕이 먼저 돌아왔다는 소식은 강현준도 궁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되어 듣게 되었다. 현왕의 첩자마저 따돌리고 돌아온 것이다.“형님께서 왜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하신 거지?”강현우는 여전히 고월영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는 지난번에 헤어졌을 때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다.초췌하지는 않았지만 불면 쓰러질 것처럼 살이 다 빠진 그녀를 보자 안쓰러웠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마마마께 아이가 낙태되었다는 얘기는 들었다.”“오라버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고월영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잔뜩 상심한 그에 비해 그녀의 태도는 차분하기만 했다.“그때는 회임한 사실도 모르고 제 피로 오라버니께 혈청을 제련하느라 아이가 죽어가는 줄도 몰랐어요. 그러다가….”“나중에 어떻게 되었는데?”강현우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캐물었다.사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 관한 소식을 간간히 듣기는 했지만 당사자에게서 직접 들으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나중에요?”그녀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미소가 강현우를 불안하게 했다.“어마마마께서 뭐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요.”“월영아!”강현우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여기서 무슨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말해 보거라. 말을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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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저에게 선택지가 있었을까요?

강현준이 영하각으로 찾아왔고 형제는 정자에서 독대하게 되었다.“월영이는 저의 왕비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한, 여왕비의 자리는 평생 월영이의 것입니다.”강현우가 이토록 강경한 말투로 강현준에게 요구한 건 처음이었다.강현준이 싸늘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내 여인이다!”그 말에 강현우는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팠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고월영이 내전에서 걸어나왔다.“저는 망월각의 처소로 돌아가겠습니다.”그녀의 말에 강현우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월영아, 아까는….”“전하의 병을 고쳐드리면서 저는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합니다.”그녀가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강현우는 조바심이 났다.“넌 처음부터 나한테 빚진 게 없었다. 오히려 내가 너한테 목숨을 빚졌지!”고월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강현준의 앞으로 다가갔다.“전하, 저는 자의로 무언가를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화가 나시더라도 저한테 화풀이하지는 마세요. 저는 억울합니다.”강현준은 말없이 그녀를 품에 안고는 뒤돌아섰다.“형님!”강현우가 그들을 뒤쫓아왔다.강현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동생에게 말했다.“현우야, 난 항상 너에게 양보만 해왔다.”그 말에 강현우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달려가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집요한 시선으로 고월영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말하거라. 네 입으로 말한다면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그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제 입으로 여왕비의 신분을 원한다고 말한 건 고월영이었다.그런데 강현준이 오자마자 태도를 바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월영은 말없이 강현준의 옷깃을 잡았다.이것이 그녀의 선택이었다.강현준은 싸늘하게 동생을 지나쳤고 고월영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현우는 머릿속이 하얘졌다.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그렇게 그는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서 있다가 뒤늦게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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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현왕비는 안 되나요?

“한 사람이 저를 끌고 가면 한 사람이 잡으러 오고! 제가 어떤 선택을 하시길 바라십니까?”매번 스스로 원해서 한 선택이 아닌데도 그녀는 모든 분노를 감당해야 했다.고월영은 너무 억울하고 원통했다.강현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고월영은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해졌다.매번 그녀가 이런 표정을 보일 때마다 강현준은 화가 치밀었다.“대체 현우에게 무슨 말을 한 것이냐?”그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월영 아씨라는 신분이 싫다고 했습니다. 죽든가 왕비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아직도 여왕비라는 신분에 미련을 못 버린 게냐?”강현준의 두 눈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고월영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 물었다.“현왕비는 안 됩니까?”순간 그는 할 말을 잃었다.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그녀가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직접 그를 위해 비 간택을 준비한다고 설치던 그녀였다.“말이 아씨지 첩이나 다름없잖습니까. 누구든 저를 괴롭힐 수 있고 신변을 시중 들던 시종마저 누군가의 입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현왕비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고월영은 침상을 내려 그에게 손을 뻗어 목을 끌어안았다.강현준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녀가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행동이었다.또 무슨 꿍꿍이지?“조금 전에야 알았습니다. 현우 오라버니는 전하에 비하면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요.”“그래서?”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제가 원하는 건 제 앞에서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강한 사내입니다. 풋내 나는 어린아이는 싫어요.”그녀는 고개를 들고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과거의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처음에 저에게 다가와 주신 분이 현우 오라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분을 연모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하에게 있었습니다.”“고월영!”강현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이런 말로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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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상황 역전

그날 밤 고월영은 현왕의 침소에 머물렀지만 그는 놀랍게도 그녀를 취하지 않았다.그토록 반항할 때는 오기로라도 그녀를 정복하려 했는데 고분고분해진 지금은 그녀를 껴안고 잠들었다.강현준 본인도 자신이 뭘 어쩌자고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반면 고월영은 그의 품에서 아주 단잠을 잤다.다음 날 아침, 밤새 잠에 들지 못한 강현준은 문밖에서 들리는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문밖을 지키던 지언은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은 소리로 소식을 아뢰었다.“전하, 폐하께서 급히 입궁하시랍니다!”강현준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지언과 함께 입궁했다.그런데 대전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강현우와 고용기였다.“아바마마, 왕비만 홀로 남겨두고 설산에 가 있으면서 왕비가 왕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 장군을 왕부에 보낸 것인데 그 일로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강현준은 대전으로 들어서자마자 강현우가 하는 말을 듣고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입성하자마자 고용기를 구한답시고 달려왔단 말이지?’그는 동생의 태도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형님, 오셨습니까.”공손한 태도였지만 전처럼 살갑지는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바마마, 오해로 인하여 벌어진 일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담보드리건대, 고 장군은 절대 형님께 불경한 마음을 품고 왕부에 잠입하지 않았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고용기는 감격한 눈빛으로 여왕을 바라보고 있었다.고고한 황족인 그가 고월영을 위하여 목숨까지 담보로 내놓다니. 동생을 향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황제는 어릴 때부터 병약한 여왕에게 항상 관대한 편이었다.항상 앓기만 하던 아들의 병이 다 나았고 활기가 넘쳐 보이는데 당연히 이런 일로 아들의 기분을 상할 이유가 없었다.“현준아, 현우가 오해라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강현준이 직접 끌고 온 사람이니 겉치레라도 그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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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너를 위해서라면

고월영의 예상은 적중했다.황궁에서 돌아온 강현우는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입궁해서 태후전으로 갔다.“이러다가 현왕 전하께서 뒷목 잡고 쓰러지시겠어요.”고월영은 강현우에게 다가가 말했다.조금 전에 태후께 인사를 드리고 지금은 별채로 가는 길이었다.“아바마마께 현왕부에서 독립하겠다고 동의를 구했다.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택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에 있던 저택을 수리해서 들어가겠다고 했어. 아바마마도 흔쾌히 동의하셨고.”“왕부를 새로 명명하는 일인데 어찌 낡은 저택을 수리해서 들어간다고 하십니까? 사람들이 여왕 전하께서 재정이 궁핍하다고 오해할 겁니다.”길을 걷던 고월영은 그네를 보고 다가가서 그네에 앉았다.강현우는 그녀의 뒤에서 가볍게 그네를 밀어주며 말했다.“돈이 궁하지는 않다만 형님에 비하면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겁니까?”고월영이 인상을 찌푸렸다.“너만 개의치 않는다면 너를 먹여 살리는데는 문제 없을 거란 말이다.”그 말에 고월영이 웃었다.“제가 지금 이것저것 가릴 처지인가요? 현왕부에서 시첩으로 살기보다는 낫겠지요. 적어도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 해도 되고 매일 누가 괴롭힐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이대로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월영아.”“예, 전하.”고월영은 그의 손을 살짝 밀치고 그네를 탔다.강현우는 옆에서 드디어 홍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내가 지킬 것이다.”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월영은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내 말을 못 믿는 것이냐?”그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물었다.어쩌면 형님의 가호 아래 살아온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믿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전하의 진심을 믿어요. 하지만 황족으로써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도래할 겁니다. 다른 걸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전하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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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불안한 느낌

하지만 고월영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모든 게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혹시 폐하께서 너무 흔쾌히 승낙하셔서 불안하신 겁니까?”눈치 빠른 무아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께서는 현왕 전하의 힘이 너무 커지는 게 불안하실 겁니다. 황위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그러니까 사실 폐하께서도 처음부터 두 전하를 갈라놓을 생각이 있으셨던 거지요?”무아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고월영과 함께한 뒤로 점점 머리 쓸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장기간의 병을 극복하고 드디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된 아들인데 황제도 어느 정도 실권을 쥐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실권을 장악한 여왕이 현왕의 편에 서게 된다면 현왕의 세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여왕이 아니더라도 현왕이 가진 세력은 강력한 무기였다. 그런데 여왕까지 복귀했으니 정왕 혼자서는 현왕과 대적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황제가 바라는 건 세력의 균형이었다. 어느 하나라도 기울기 시작하면 황제에게는 득 될 것이 없었다.고월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황제의 마음은 가장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었다.“여왕 전하는 바로 떠날 수 없겠지만 장군부가 먼저 움직이는 건 나쁘지 않지요.”고월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장군부 가족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전하의 옥패를 가지고 장군부에 한번 더 다녀오세요. 황제 폐하의 성지가 떨어지면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수성으로 출발하라고 하세요.”고월영은 무아린을 만류하고 싶었지만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낭자가 오라버니를 따라가고 싶다고 하면….”“전하의 곁에 남겠습니다.”“오라버니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요?”고월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아린이 옆에 있으면 그녀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뛰어난 무공 실력이 있었기에 중요한 심부름을 시키기에도 편했다.만약 그녀가 떠난다면 고월영은 그녀보다 믿을만한 사람을 당분간은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오라버니를 연모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보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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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세상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

강현준의 등장은 고월영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그가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계했다.“태후 마마의 궁으로 숨어들면 나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강현준이 싸늘한 시선을 고월영에게 고정한 채 물었다.“장군부의 사람을 몽땅 수성으로 옮기고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면 나에게서 완전히 멀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하찮은 벌레가 살 길을 도모한 것뿐입니다. 전하께서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듯이 저도 가족들에게 살 길을 찾아준 것뿐입니다.”고월영은 뒤로 뒷걸음질치다가 결국 침상에 부딪혀 주저앉았다.“전하께서 미워하는 사람은 저이지 않습니까. 가족들이랑 이 일은 무관하니 그냥 살 길을 찾아가도록 내버려 두시면 안 되겠습니까?”강현준은 성큼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래서 어제까지 내 품에서 비바람을 막아줄 남자를 원한다고 했던 네가 오늘은 현우의 품으로 찾아들었단 말이냐?”그는 이 여자의 가식에 분노했다.가장 화가 나는 건 어제 그 말을 믿었던 자신이었다.황제의 임무를 받고 황성을 나간지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었다.황제마저 일부러 그를 그들에게서 멀리 떼어냈고 황태후마저 고월영과 강현우를 돕고 있었다.그들은 마치 일가족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를 홀로 외부에 고립시켰다.“고월영, 그분들을 동원하면 나를 고립시킬 수 있을 것 같았어?”고월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남자는 손을 뻗어 우악스럽게 그녀의 턱을 잡았다.그녀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하, 사실 아무도 전하를 고립시키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모르시겠나이까?”강현준은 말없이 손에 힘을 꽉 주었다.통증을 느낀 고월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전하, 이 상황을 만든 사람은 전하이십니다. 태후마마마저 전하께서 저에게 다른 감정을 품었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날 연회에서 전하께서 억지를 부려 생긴 결과이지요.”“전하는 황족이라 잘못을 해서 폐하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해도 훈계 몇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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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저는 전하를 연모하지 않습니다

“그것에 대해 확실하게 답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고월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현왕 전하, 이제 저는 전하를 연모하지 않습니다.”“내가 네 마음 따위 원했다고 생각하느냐?”강현준이 이를 갈며 되물었다.평소였다면 당황했을 고월영이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이런 협박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약속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원한 게 아니었다면 앞으로 더는 저와 여왕 전하의 삶을 방해하지 마세요.”그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고월영이 한 말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그의 두 눈에 남았던 한 점 빛마저 사라져 버렸다.“후회하지 말거라!”그 말을 끝으로 그는 가버렸다.고월영은 그대로 침상에 주저앉아 무릎을 껴안았다.밖에서 누군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침상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강현우가 초조한 얼굴을 하고 안으로 달려들어왔다.“형님께서….”“가셨습니다.”고월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미안하다, 월영아. 형님이 오신 줄은 몰랐어.”“이제 가셨으니 괜찮습니다.”고월영이 되려 강현우를 위로했다.“저는 정말 괜찮습니다.”강현우는 더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무사한 게 중요했다.그는 언젠가는 기회를 봐서 강현준과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만약 고월영이 강현준을 택했더라면 기꺼이 축복해 주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강현준의 만행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전하, 조금 지쳤습니다. 아린 낭자를 불러주세요.”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무아린을 침소로 부르고 나가버렸다.그는 근처에 있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이렇게 각방을 쓰시면 태후께서 의심하실 것 같은데 괜찮으신 겁니까?”무아린이 다과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고월영이 말이 없자 무아린은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정말 현왕 전하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신 겁니까?”“아린 낭자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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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죽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앗!”침상에서 묵직한 베개가 날아왔다.결국 무아린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태후궁을 떠나던 강현준의 고독한 뒷모습이 떠나지를 않았다.‘마마께서도 냉철한 면이 있으셔.’반면 고월영의 마음은 고요했다.그가 지금 느끼는 아픔은 그녀가 여태 느낀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현왕은 원래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었다.지금 위태로운 사람은 그녀와 장군부 사람들이었다.그 처지만 생각해도 그녀는 다른 사람을 동정할 자격이 없었다.“알겠어요. 그만할게요. 하지만 마마께서는 복수를 원하지 않으셨나요? 안비에게 복수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왕 전하와 여왕 전하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요?”현왕이 씩씩거리며 나갔으니 앞으로 적이 한 명 더 추가된 셈이었다.고월영은 담담한 얼굴로 무아린에게 물었다.“낭자가 저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무아린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둘 다 유혹해서 같이 안비를 공격할 거예요.”“상대는 두 분의 어머니이십니다. 저 하나를 위해 어머니에게 칼을 겨눌 거라 생각하시나요?”고월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게다가 현왕 전하는 의심이 많은 분입니다.”아무리 나에게는 전하뿐이라고 백날 떠들어도 믿을 사람이 아니었다.무아린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하지만 그렇게 보내버렸으니 앞으로 적이 한 명 더 생긴 셈이 맞잖아요.”고월영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무안희는 지금 어쩌고 있나요?”“완전히 회복한 것 같아요. 어제 현왕부에서 쫓겨났거든요.”그 얘기가 나오자 무아린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백단교에서 돌아오라고 사람까지 보냈는데 끝까지 안 간다고 버티다가 쫓겨난 꼴이잖아요. 이제는 포기했을까요?”“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닙니다.”무아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현왕부의 귀빈으로 왔다가 초라하게 쫓겨났으니 현왕 전하의 인내심도 바닥났다는 거예요.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요?”고월영은 침상에 누워 이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녀에게는 마지막 수가 남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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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안비의 복귀

이어지는 이틀간 고월영은 태후궁에 머물렀다.강현우도 여왕부를 재건하는 일로 바쁘게 보냈다.고월영은 3일 째 되는 날에 원하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장군부 사람들이 무사히 황성을 나갔단 말입니까?”소식을 접한 그녀의 입가에는 드디어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현왕께서 길을 가로막을 거라 걱정하신 건가요?”무아린이 웃으며 농담처럼 물었다.고월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현왕의 속마음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3일 전에 화를 내고 가버렸으니 장군부의 이동을 막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여왕 전하와 대책을 강구했었습니다. 현왕께서 정말 막아 나선다면 여왕 전하께서 움직였을 겁니다.”물론 강현준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오늘은 무 공자를 좀 만나고 싶네요.”고월영이 말했다.“며칠을 찾았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황성에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나요?”무아린이 기 죽은 얼굴로 말했다.“정왕부 사람들도 눈에 쌍불을 켜고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아직 황성을 떠나지 않았다는 의미겠지요.”무아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그분의 신분을 아십니까?”“아니요. 하지만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압니다. 어쩌면 운조의 황자일 수도 있겠네요.”“그건 운조에 사람을 보내 사라진 황자가 있는지 조사하면 나올 겁니다.”고월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수백 리 떨어진 곳에서 뭘 어떻게 조사한다는 겁니까?”“아, 마마께서는 모르고 계셨구나. 백단교에 있을 때 저는 정보망을 책임졌습니다. 나중에 무안희가 저를 경계하면서 교주님 앞에서 제 흉을 봐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지만요.”“일은 그만뒀지만 곳곳에 심어둔 첩자들은 아직도 활약 중이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은 제가 전문이에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소식을 전해드릴게요.”그 말을 들은 고월영의 얼굴도 환해졌다.“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네요.”“마마가 원해서 곁에 있는 건 아니랍니다.”“그럼요. 낭자가 원해서 제 옆에 머물러 주는 거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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