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고월영은 현왕의 침소에 머물렀지만 그는 놀랍게도 그녀를 취하지 않았다.그토록 반항할 때는 오기로라도 그녀를 정복하려 했는데 고분고분해진 지금은 그녀를 껴안고 잠들었다.강현준 본인도 자신이 뭘 어쩌자고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반면 고월영은 그의 품에서 아주 단잠을 잤다.다음 날 아침, 밤새 잠에 들지 못한 강현준은 문밖에서 들리는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문밖을 지키던 지언은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은 소리로 소식을 아뢰었다.“전하, 폐하께서 급히 입궁하시랍니다!”강현준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지언과 함께 입궁했다.그런데 대전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강현우와 고용기였다.“아바마마, 왕비만 홀로 남겨두고 설산에 가 있으면서 왕비가 왕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 장군을 왕부에 보낸 것인데 그 일로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강현준은 대전으로 들어서자마자 강현우가 하는 말을 듣고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입성하자마자 고용기를 구한답시고 달려왔단 말이지?’그는 동생의 태도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형님, 오셨습니까.”공손한 태도였지만 전처럼 살갑지는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바마마, 오해로 인하여 벌어진 일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담보드리건대, 고 장군은 절대 형님께 불경한 마음을 품고 왕부에 잠입하지 않았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고용기는 감격한 눈빛으로 여왕을 바라보고 있었다.고고한 황족인 그가 고월영을 위하여 목숨까지 담보로 내놓다니. 동생을 향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황제는 어릴 때부터 병약한 여왕에게 항상 관대한 편이었다.항상 앓기만 하던 아들의 병이 다 나았고 활기가 넘쳐 보이는데 당연히 이런 일로 아들의 기분을 상할 이유가 없었다.“현준아, 현우가 오해라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강현준이 직접 끌고 온 사람이니 겉치레라도 그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
Last Updated : 2024-02-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