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693 챕터

제591화 공항에서 만나다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빈이의 눈빛에서는 삽시간에 빛이 나더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아빠!”말을 마친 뒤 그는 배인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기분도 조금 전 보다 확실히 좋아진 듯 했고,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무균 치료실에 들어가는 듯 했다.무균 치료실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누구도 한 달 동안 빈이가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 알 수 없었고, 빈이와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 선생님뿐이었다.나는 모든 게 순조롭길 기도했다.“자식, 진짜 용감하고 멋지네. 나 전에는 빈이가 저렇게 착하고 멋진 애인 줄 왜 몰랐지?”박준이 입을 열었다. 그는 빈이가 이식수술은 한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달려온 듯 했으며, 그와 동시에 노성민의 일 때문에 겸사겸사 온 듯 하다.누가 뭐라든 그와 노성민은 수년간의 친구로서 어떤 일이 생겨도 서로 돕곤 했었다.“응.”배인호는 짧게 답한 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노성민이 이 틈을 타 내 앞에서 불쌍한척하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나도 우리 아이들 보고 싶네. 지금 어디 있는지, 잘은 지내는지, 괴롭힘은 당하지 않는지….”그가 이혼 후 와이프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다.모르는 사람이 그 말만 들었으면 그의 아이들이 누구한테 유괴라도 당한 줄 알겠다.이때 배인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너 다리도 이제는 거의 나았으니 얼른 제주도로 가. 그쪽에는 내가 안심할 수 없으니까, 네가 가서 봐줘. ”“뭐?”원한과 증오에 빠져있던 노성민은 그 말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뭐가 뭐야? 네 전 와이프가 아직도 널 기다리는 줄 알아?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겨서 널 피할 수도 있잖아.”배인호가 무표정인 얼굴로 노성민에게 상기시키자, 노성민은 대경실색하며 답했다.“인호 형, 형 전 와이프가 그랬다고 내 전 와이프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 마!! 우리 아이들이 다른 남자를 아빠라 부른다고? 절대 안 돼!”배인호는 노성민의 그 말에 얼굴색이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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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끝까지 끊지 못하다

세희는 내 비명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그녀도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이모건을 발견했고, 그를 본 순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이모건은 큰 손으로 세희 팔목을 꽉 잡은 채 가지 못하게 했다.나는 바로 달려가 있는 힘껏 이모건의 손을 떼려 했다.“이모건 씨, 당장 그 손 놔요!”분노 섞인 나와 세희를 마주하던 이모건의 눈빛은 살짝 차가웠지만 그래도 결국은 세희의 팔을 놓아줬다.세희는 비록 나보다 조금은 살집이 있지만 이모건의 체형과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만약 이모건이 마음먹고 세희를 데려가려 한다면, 우리 두 명이라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그 시각, 대기실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우리 셋만 대치 상태에 있었다.내가 한 가지 더 빠뜨린 점이 있다면 이모건은 세희의 핸드폰 위치추적까지 했다. 그렇게 된 이상 세희의 신상과 티켓 구매 상황 등 전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둘이서만 얘기 좀 해요.”이모건은 나긋나긋한 말투로 세희한테 말했다. 비록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매우 달랐다.나도 과거에는 말릴 수 없는 사랑꾼이었기에, 사랑할 때와 사랑하지 않을 때의 눈빛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 하여 이모건이 세희에게 감정이 있는 건 확실하다.단, 이건 기괴한 사랑이다!“이야기 하지 마!. 남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 대화 좀 하자는 거야. 그러다 네 태도가 많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본성을 내비치는 거지!”나는 세희가 답하기도 전에 미리 그녀 대신 거절해 버렸다.그 순간 나를 보는 이모건의 눈빛은 삽시간에 차가워졌다.“이건 저랑 세희씨 일이니, 지영 씨는 간섭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이모건 씨, 지영이도 간섭한 권리가 있어요. 본인이 뭐가 된 것처럼 얘기하지 마요. 기껏 해봐야 저랑 한동안 만났던 제 전 남자 친구잖아요? 하지만 지영이는 제 오랜 친구예요. 얘가 간섭할 권리가 없는 거면, 이모건 씨는 저를 괴롭힐 권리가 있어서 이러는 건가요?”세희는 이모건의 한마디에 나를 자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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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한국에 돌아온 지 5일째.나는 너무 피곤해 일단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몇몇 도우미 아줌마, 로아와 승현이가 있었고, 세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이틀 전 이미 서울로 돌아갔다. 그 맞선 상대의 일은 누가 뭐라든 그녀가 직접 처리해야 했다.그리고 그날 이모건이 다친 이유는 그의 아버지에 의해 심하게 맞았기 때문이었다.그도 독한 게 그렇게 심하게 상처를 입고도 세희를 찾으러 간 것이었다.“엄…엄…마…”한창 로아를 안고 놀아주고 있을 때쯤, 갑자기 로아가 작은 입을 움직이더니 희미하게 뭐라고 옹알거렸다.“빠…빠…”그러고는 또다시 그걸 반복하기 시작했다.옆에서 승현이를 안고 있던 도우미 아줌마도 깜짝 놀란 듯 말했다.“어머, 작은 아가씨가 이제는 엄마라고 부를 줄도 아네요?!”엄마?나는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그러고는 신기한 듯 계속 로아의 입 쪽을 바라보았다.“로아야, 엄마라고 한 번만 더 불러볼래?”로아는 나를 보며 손가락을 물고 있었고, 투명한 침이 턱에 흘러내렸다. 나는 휴지로 로아의 침을 닦아주며 이어서 말했다.“자, 엄~마 해봐.”나는 한 글자씩 로아에게 말해줬지만, 로아는 아직 알아들을 수 없었다. 로아는 까맣고 예쁜 큰 눈으로 나를 보고만 있었고, 기나긴 속눈썹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길었다.“아가씨, 너무 급해하지 마세요. 작은 아가씨가 아직은 말을 트기 시작한 단계인 같아요. 즉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음절 같은 거죠. 사실 아직은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도 모를 거예요. 시간 좀 더 지나면 조금씩 알 거니까 너무 다급해하지 마요.”도우미 아줌마가 나를 안심시켰다.=나는 아이를 늦게 가진 케이스이다. 내 나이 또래면 대부분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이가 무의식에 부른 엄마 소리에 기뻐하고 있다.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 처음으로 엄마가 되어보니 잘 몰랐어요. 우리 승현이는 말을 늦게 트려나?”나는 이번에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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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병문안

고개를 돌려보니 배인호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왜 병원에 있는 거지? 이론대로라면 빈이가 무균 치료실에 들어갔으니, 그도 더 이상 여기 남아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박준은 그의 냉담함에 다소 뻘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배인호를 대신해서 감정상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싶어 했지만, 그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오늘 왜 온 거야? 병원에 처리할 거 있으면 내가 해!”박준이 의리 가득한 모습으로 말했다.“배인호, 너 일 많잖아. 지금쯤 엄청 바빠야 하는 거 아니야?”그렇다, 배인호에게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 그리고 민설아, 친자식이 아닌 빈이까지. 말 그대로 아주 많은 일이 있다.요 며칠 이우범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배인호는 여전히 가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건가?“준이야!”박준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어디선가 배인호 어머니 김미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그쪽을 바라보니 배인호 부모님이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계셨다. 여긴 왜 온 거지?이윽고 박준도 그녀에게 얼른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그들은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김미애는 나한테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지영아, 아버지가 아픈 거 왜 우리한테는 안 알려줬어? 어제 오랜 친구가 갑자기 전화 와서, 나한테 알려주지만 않았다면 우린 여전히 다 몰랐을 거야!”그 말에 나는 배인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내 시선을 피한 채 옆모습만 보이게 고개를 돌렸다.가끔 배인호도 내 심정에 대해 잘 헤아려주는 듯하다. 내가 먼저 그의 부모님에게 우리 아빠의 병세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도 자연스레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과거에 사돈 사이였으니, 서로 만나면 어색할 게 분명하다.나 대신 말하지 않은 거네.하지만 몇 다리만 걸치면 서로 다 아는 사이라, 결국에는 배인호 부모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아주머니, 저희 아빠 괜찮아요. 아직은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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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감히 날 때려?

아빠가 배인호에 대한 태도는 배인호 부모님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전에 배인호가 나에게 했던 짓도 있기에 그 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하여 그들은 배인호가 문 앞에 서 있던 말던 아예 무시해버렸다.아빠는 아까 말로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더니, 막상 대화를 시작하니 또 아주 화기애애했다.이때, 나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고, 병원으로 보내온 택배 전화였다.그 전화에 나는 엄청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인터넷에서 뭘 구매한 적이 없을뿐더러, 구매했다 해도 병원으로 주소를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택배기사님은 병원 문 앞에 있었고, 나는 할 수 없이 택배를 가지러 나갔어야 했다. 택배를 가지고 확인해보니 법원의 소환장이었다. 소환장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게 웃긴 일이라고 해야 할지 역겹다고 해야 할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그건 바로 민설아가 빈이 엄마의 신분으로 나를 기소한 것이었다.게다가 기소 원인은 내가 빈이에게 독을 탔다는 것이다.민설아는 적반하장으로, 그 화살을 나에게로 돌렸다.게다가 법원 재판시간은 1달 좌우가 걸린다. 그때 가서 별 사고가 없는 한 빈이는 아마 무균 치료실에서 이미 나왔을 것이다.나는 분노와 역겨움을 참으며 소환장을 손에 꼭 쥐었다. 이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해보니 민설아였다. 나는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다.“허지영 씨, 법원 소환장 받았죠?”전화기 너머로 여유로운 민설아의 소리가 들려왔다.“할 말이 뭔데요. 빨리 말해요, 나 시간 없으니까요.”내가 차갑게 답했다.“아니에요. 그냥 그때 가서 제시간에 법원에 출두 하라고요. 당신이 나와 내 아이에게 준 피해, 법적으로 내가 다 돌려받을 거예요!”민설아의 말만 들으면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 같았다.“대체 뭔 양심으로 그런 말을 지껄여요?”나는 그녀를 비웃으며 조롱했다.“이럴 게 아니라 민설아 씨가 빈이를 학대한 일이 밝혀지면, 그 양육권을 계속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더 잘 생각해 보는 게 낫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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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고집이 센 남자

“그 정도면 약과인 줄 알아요. 짐승!”나는 입을 깨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비록 그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나에게 화를 낼 기미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는 뺨을 때린 거에 대해 더는 따지고 싶지 않아 보였고, 오히려 나에게 다른 질문을 건넸다.“허지영, 너는 내가 하는 말이 전부 별 의미 없이 말하는 것 같아? 전부 다 내 이기심에서 나오는 말 같냐고?”“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 내릴래요.”나는 짜증 난 말투로 대답을 거부했다.하지만 차 문은 열리지 않았고, 한순간 마음속의 분노가 다시 끓어오르는 듯했다. 아빠의 일로부터 시작해서 민설아가 갑자기 나를 기소한 일 때문에 기분이 극도로 나빴지만, 그걸 겉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조금 전 배인호의 그 행동은 바로 내 마음속에 억눌렀던 화를 끄집어낸 거나 다름없었다.그러나 더는 배인호를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내가 때리는 걸 무서워하지도 않을뿐더러, 그에 의해 내 손이 부러질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하여 나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서에 신고하기 시작했고, 내 행동을 본 배인호는 바로 내 핸드폰을 뺏어 전화를 끊었다.“미쳤어?”“인호 씨가 지금 내 자유를 박탈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신고하는 건데 안 돼요?”나는 그의 말에 반박하며 되물었다.“난 씨발 네가 그냥 뭘 어쩌고 싶은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배인호는 끝내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힘껏 핸들을 내리치며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는 것이었다. 너무 힘을 줘 새하얘진 그의 뼈마디를 보니 그의 심란함을 알 수 있었다.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화가 난 남자를 마주한 나는 순식간에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차라리 조금 전 그 질문을 다시 말해보는 건 어때요? 똑바로 말해봐요.”“내가 이미 너에게 이우범이 전에 했던 일이랑 걔가 어떤 사람인지도 다 알려줬는데, 넌 왜 끝까지 걔를 선택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거야? 아직 걔한테서 제대로 큰코다친 적 없어서 믿지 못하는 거야?”배인호가 자세히 말하는 걸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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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나에게 당하다

게다가 내가 가기 싫다고 해서 안 가도 되는 게 아니다.게다가 내가 만약 결석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민설아의 그 말도 안 되는 헛소리도 맞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면 법원에서 나에게 판결을 내릴 것이며 이는 나에게 있어 큰 손실이 될 것이다.“내가 가서 고소 취하하라고 말할게.”배인호는 내 앞에서 민설아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나는 그를 제지했다.나는 그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빈이와 관련된 일이다.민설아가 뻔뻔하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나 또한 피도 눈물도 없이 소송뿐만 아니라, 아이 문제도 나에게 지게 만들 것이다.빈이를 계속 민설아같은 여자에게 맡겼다가는 아마 빈이가 점점 더 망가져 갈 것이다. 하여 더는 민설아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너 진심이야?”내 생각에 대해 들은 배인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 보였다.“너도 지금 아이 둘 기르잖아?”“내가 두 아이를 기른다고 해서 빈이를 못 기르는 건 아니잖아요. 난 빈이가 남을 거라 믿어요.”나는 어디서 나온 자신감과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지난번 빈이의 그 기대에 찬 눈빛은 내가 자기를 남겨줬으면 하는 눈빛 같았다.그러자 배인호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허지영, 빈이는 민설아 아들이야. 너 잘 생각해. 내가 널 도와 양육권을 뺏어온다고 해도 앞으로 번거로운 일이 더 많을 거야. 너 아이 하나 받아들이고, 민설아와 계속 얽히고 싶어?”전에 나도 이 생각 때문에 감히 빈이를 받아들여 그의 옆에 둬야겠다는 결심을 차마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민설아는 나에게 파렴치함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빈이가 이식수술을 끝난 뒤에 만약 진짜 민설아가 데려갔다면, 좋은 보살핌과 교육도 받지 못할뿐더러 또다시 그녀의 도구가 될 것이다. 누가 뭐라 하든 그녀는 배인호를 이대로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그래, 네 말 들어줄게.”되게 의외였던 건 배인호였다.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흔쾌히 내 그 조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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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김미애를 거절하다

그는 자기 부모님의 도움으로 차에서 내린 뒤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검사결과 역시나 위장염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뭘 잘못 먹었느냐고 할 때 배인호는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그의 시선을 피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 가계에는 배인호가 고집부리며 가겠다고 한 것이었다.“네, 별로 맛없는 음식을 먹었어요.”배인호가 한마디 답했다.그가 치료를 받을 때쯤 나는 몰래 밖에 나왔는데 생각 밖으로 김미애도 내 따라 나오는 것이었다.나는 그녀가 나에게 배인호가 뭘 먹었기에 위장염이 걸렸는지 물어보는 줄 알고 사과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지영아, 인호랑 같이 저녁 먹었다면서? 넌 괜찮니?”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내게 물었다.나는 조금 전까지 했던 심리준비는 소용이 없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저는 괜찮아요, 아주머니. 저는 별로 안 먹었어요.”몇 초 뒤에야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는 더욱 깊은 자책감을 느꼈고, 왠지 배인호를 골탕 먹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러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괜찮으면 됐어. 조금 전에 네 아빠랑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정신상태는 아주 좋으시더라. 치료만 잘하면 별일 없을 거야.”“네, 고마워요. 이렇게 친히 저희 아빠 보러 와주셔서요. 아주머니, 저녁에 아저씨랑 시간 있으세요? 같이 밥 먹어요.”나는 다시 한번 식사 초대를 했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왠지 속에서 내려갈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원래는 “아니”라고 거절의 한마디를 내뱉으려는 듯 보였지만 곧 말을 다른 말로 바꾼듯했다.“지영아, 나랑 네 아저씨 둘 다 지금은 밖에 음식을 별로 안 먹어. 괜찮다면 우리가 너희 집에 가서 로아와 승현이도 보며 밥 한 끼 먹고 싶은데, 어떠니?”그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나는 배인호 부모님이 내가 지금 사는 집에 가는 게 싫었다. 비록 숨긴다 해도 별 의미는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 쉽게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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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그를 돌봐달라고 나에게 부탁하다

“허지영, 너 잘 준비하는 거야?”전화기 너머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네, 자려고요. 왜요?”나는 욕조에 몸을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었다.배인호는 잠시 3초간 조용히 있었다. 나는 불안감이 점점 강해지는 듯했다.역시, 내 예상대로 그는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너 나 굶겨 죽일 예정이야?”“내가 인호 씨를 굶겨 죽인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병원에서 밥 안 먹었어요?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병원에 음식은 입에 안 맞아. 밖에 음식도 먹고 싶지 않고. 위장병에는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지. 의사 선생님도 나보고 집밥을 먹는 게 위에도 가장 좋다고 했어.”배인호는 듣기에는 허약해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나는 그가 나한테 밥을 해달라고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뭐가 먹고 싶으면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 간단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시킨다거나 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곧 잠들 전 와이프에게 부탁을 하는 걸까?나는 냉정하게 그를 거절했다.“나 요리 잘 못 해서 집밥 같은 거 해줄 수 없어요. 아니면 박준 씨에게 부탁해 봐요.”박준도 아직 있을 건데 이럴 때나 그를 부려먹지 대체 언제 부려먹으려고 저럴까?어차피 노성민 쪽은 인젠 걱정할 필요 없으니, 이제는 배인호만 걱정하면 되겠네.“걔는 5성급 호텔 음식밖에 포장할 줄 몰라. 나 이미 질렸어. 나 집에서 끓인 죽 먹고 싶어. 쉽잖아.”배인호는 심지어 나에게 더 구체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말했다.내 음식솜씨가 별로인 건 맞지만,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보고 죽을 끓여다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전제하에만 그렇게 할 수 있다.게다가 쌀죽 같은 건 쉽게 구할 수 있는 거라 나는 다시금 거절했다.“박준 씨보고 5성급 호텔로 가서 미쉐린 쉐프님한테 직접 끓여달라고 부탁해요. 난 안돼요.”내가 끝까지 거절하자 배인호는 그의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진짜 안 되는 거야? 내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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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분명하게 선을 긋다

이것은 인삼의 문제가 아니라, 배인호가 나에게 큰 도움을 요청한 일이다.나는 얼른 대화 주제를 돌려 곧 병원을 옮기는 일에 대해 아빠한테 말해주었다. 아빠는 국내든 해외든 별다른 의견이 없으셨다. 처음에는 심지어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도 한 적 있으니 말이다.“나 배인호 씨한테 갔다 올게요.”나는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배인호에게로 갈 준비를 했다. 그 모습에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어쨌든 어제 배인호 부모님이 한번 왔다 가셨기에, 아빠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나는 그렇게 별 탈 없이 배인호의 병실로 갔다. 병실에 도착해보니 예상외로 박준도 있었고, 한가득 풍성한 음식이 매혹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배인호는 한 입도 먹지 않았고, 내가 온 걸 본 뒤에야 박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내 손의 보온 도시락을 가리켰다. “어쩐지 내가 사 온 아침을 안 먹는다 했어. 인제 보니 아침 가져다줄 사람이 있어서네.”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나는 그 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온 도시락통만 내려놓았다.“먹어요.”“다행히 오셨네요. 계속 안 왔으면 인호 아마 혼자서 굶어 죽었을 거예요.”박준은 내가 가져간 도시락통을 열며, 안에 죽을 떠서 배인호에게 건네주었다.“냄새 좋네. 직접 했어?”배인호는 약간의 희망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질문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그럴 리가요.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한 거예요.”내 말에 그의 반짝이던 눈빛은 삽시간에 빛을 잃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여 배고픈 듯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내가 가져간 죽을 순식간에 다 먹어버리고, 박준이 사간 아침도 조금 곁들여 같이 먹었다.나는 임무완수를 했다고 생각해 보온 도시락을 들고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박준이 단번에 나를 잡았다.“가긴 어딜 가요? 나 오늘 서울로 가봐야 해요. 지영 씨 아버지도 이 병원에 입원했다면서요? 병원에 올 때마다 겸사겸사 이 친구도 좀 돌봐주세요...”박준은 배인호를 한번 힐끗 보며 명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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