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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그를 돌봐달라고 나에게 부탁하다

“허지영, 너 잘 준비하는 거야?”

전화기 너머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네, 자려고요. 왜요?”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었다.

배인호는 잠시 3초간 조용히 있었다. 나는 불안감이 점점 강해지는 듯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그는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

“너 나 굶겨 죽일 예정이야?”

“내가 인호 씨를 굶겨 죽인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병원에서 밥 안 먹었어요? ”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

“병원에 음식은 입에 안 맞아. 밖에 음식도 먹고 싶지 않고. 위장병에는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지. 의사 선생님도 나보고 집밥을 먹는 게 위에도 가장 좋다고 했어.”

배인호는 듣기에는 허약해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나는 그가 나한테 밥을 해달라고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뭐가 먹고 싶으면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 간단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시킨다거나 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왜 곧 잠들 전 와이프에게 부탁을 하는 걸까?

나는 냉정하게 그를 거절했다.

“나 요리 잘 못 해서 집밥 같은 거 해줄 수 없어요. 아니면 박준 씨에게 부탁해 봐요.”

박준도 아직 있을 건데 이럴 때나 그를 부려먹지 대체 언제 부려먹으려고 저럴까?

어차피 노성민 쪽은 인젠 걱정할 필요 없으니, 이제는 배인호만 걱정하면 되겠네.

“걔는 5성급 호텔 음식밖에 포장할 줄 몰라. 나 이미 질렸어. 나 집에서 끓인 죽 먹고 싶어. 쉽잖아.”

배인호는 심지어 나에게 더 구체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말했다.

내 음식솜씨가 별로인 건 맞지만,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보고 죽을 끓여다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전제하에만 그렇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쌀죽 같은 건 쉽게 구할 수 있는 거라 나는 다시금 거절했다.

“박준 씨보고 5성급 호텔로 가서 미쉐린 쉐프님한테 직접 끓여달라고 부탁해요. 난 안돼요.”

내가 끝까지 거절하자 배인호는 그의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진짜 안 되는 거야? 내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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