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693 챕터
제111화 그 사람 애도 아닌데 뭐
정아와 민정이의 2일 여행은 일시적으로 연장됐다.나는 매일 출근하는 것 외에도, 어떻게 하면 정아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영양을 보충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민정이와 식단을 연구했다.정아네 집도 자연스레 발칵 뒤집혔고,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는 전화가 잇달아 걸려 왔다. 그러나 노성민 쪽에서 답변을 받기 전까지, 정아는 누군지 말하지 않았다.나도 일단은 정아를 위해 입을 다물었고, 정아의 친오빠 박정환이 물어봐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나 갑자기 하이난 치킨 라이스가 너무 먹고 싶어.”정아는 갑자기 배를 만지며 말했다.주방에서 오리찜을 하고 있던 민정이가 나오며 물었다.“오리는 어때?”“오리보다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가 먹고 싶다.”정아는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소파에 누워 꿈쩍하지 않았다.요즘 정아의 입덧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지라 그 입맛도 아주 까다로워졌다.가끔은 아예 음식에 입도 못 대다가, 또 가끔은 걸신들린 것처럼 많이 먹어 재꼈다.나는 차 키를 들며 말했다.“기다려, 내가 가서 사 올게.”“역시, 우리 지영이가 최고야!”정아의 눈은 삽시간에 반짝였다.밖에는 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다. 지난번 갔던 곳이 가장 정통 식당이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그 식당을 향해 갔다. 저녁 시간이라 식당에는 사람이 많이 붐볐다. 나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와 다른 요리도 주문 후 포장해달라 하고 문 근처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까지도 나는 머리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그는 화이트에 그레이 색상의 정장에, 안에는 블랙 스웨터를 입었다. 수작업으로 만든 정장은 그의 몸에 딱 맞았고, 완벽한 핏과 뛰어난 비율로 신사적이고 고상한 느낌을 줬다. 게다가 짧은 까만 머리와 일부 머리카락은 눈 사이에 늘어져 있었고,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와 얼굴형까지 합쳐져 더할 나위 없이 멋있었다.그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식당 안의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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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배인호를 이길 수 없을 거야
정아는 포장 2인분을 들고 베란다로 가서 욕설을 퍼부으려던 찰나, 갑자기 하늘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나와 민정이도 뒤쫓아가 머리를 들어 보니, 밤하늘에는 수많은 드론이 있었고, 매 드론에는 새빨간 장미가 걸려있었다. 그 위에는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하트모양으로 진열돼 있었다. 인근 건물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내밀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나는 3층에 살고 있었고, 베란다 아래로 내려가면 동네 정원을 볼 수 있다. 나는 정아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저거 노성민 아냐?”정아는 고개를 쭉 뻗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에는 역시나 노성민이 정장을 차려입고, 큰 꽃다발을 들고는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박정아, 나랑 결혼해 줘!”노성민은 거짓 없이 정아를 바라보며, 바닥에 무릎을 꿇어 보였다.멀지 않은 곳에 배인호, 이우범, 박준의 그림자가 파란 나무 그늘에 희미하게 가려져 있었다.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한 명이 프러포즈한다고 다들 달려왔네.정아는 요 며칠간 혹시라도 노성민이 책임지지 않는다고 할까 봐 마음 졸이며 기다렸었다.예상외로 노성민이 남자답게 프러포즈하러 비행기 타고 달려온 것이었다.정아는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글썽이며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고, 나와 민정이도 얼른 뒤따라 내려갔다.“박정아, 급하게 프러포즈하러 와서 미안하다. 나 이곳은 잘 몰라서 거창한 프러포즈는 해줄 수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 프러포즈만 받아준다면 한국 돌아가서 꼭 근사한 결혼식으로 보답해 줄게!”노성민은 무릎을 꿇고, 진지하고 솔직담백하게 말했다.나는 정아가 노성민을 곤란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웃어 보이며 반지를 빼앗아 스스로 손에 끼는 것이었다. “이거 몇 캐럿이야?”그녀는 손가락의 다이아몬드를 가리키며 물었다.“9캐럿, 우리 둘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며 산 거야!”노성민은 바보처럼 웃으며 말했다.“그래, 너희 집에서는 뭐래?”정아가 이어서 물었다.노성민은 자신 있게 답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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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나도 임신했다
배인호가 나간 후 이우범과 다른 사람들은 나를 한 번씩 힐끗 쳐다봤다.만약 조금 전 전화 온 상대가 서란이라면, 잠시 후 이 전처와 현처가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는 광경일 것이다.정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됐어, 나 안 먹어!!”“왜 그래, 난 괜찮아.”나는 정아의 불안정한 정서가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웠다.노성민은 얼른 정아의 배를 어루만졌다.“아기야 겁내지 마, 너희 엄마는 너한테 화난 게 아니란다!”정아는 손바닥으로 노성민의 이마를 냅다 때리며 말했다.“너와 배인호가 친구란 것만 생각하면, 너랑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아예 싹 사라져!”노성민은 억울하단 듯이 이마를 감싸며 아무 말도 못 했다.“정아야, 너 지금 임신 상태라 너무 화내고 그러지 마.”나는 정아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분위기가 무거워진 상태에서 룸 문이 열렸다. 배인호는 한 남자와 웃으며 들어왔고, 둘 사이는 꽤 친해 보였다.하지만 나는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우지훈?”이우범이 그 남자를 알아보고는 반가움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우범아, 오랜만이다!”우지훈의 나이는 배인호와 비슷해 보였고, 외모나 스타일은 점잖은 편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우범과 인사를 나눴다.인사를 나누면서 배인호와 우지훈은 다시 착석했다.나는 배인호가 서란이를 데리러 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우지훈은 바로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나는 그가 누군지 떠오르지 않아 그를 자꾸 힐끔거렸다. 그러다 어렴풋이 어디선가 본 것 같았고,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전에 배인호의 앨범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배인호의 앨범에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그의 중요한 추억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한 장은 그와 이우범, 그리고 나이가 비슷한 남자아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그것은 고등학교 졸업 때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고, 사진에 있는 한 소년의 얼굴은 지금 눈앞의 우지훈과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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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출장을 한국으로
나는 얼른 화장실 문을 열었고, 정아는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배탈 났어?”“응, 저녁에 너무 많이 먹었나 봐.”나는 잠옷을 여미며 말했다.“얼른 화장실 써, 난 들어가 자야겠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방으로 돌아가 잠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나는 불을 끄지 않은 채, 눈은 창문 유리를 응시하며 멍하니 있었다.이젠 어떡하지?만약 임신한 사실을 배인호한테 알려주면 우리 둘 사이는 더욱더 얽힐 것이며, 특히 그의 부모님은 손주를 일찍 보고 싶어 했기에 분명히 날 찾아올 것이다.그렇다고 배인호한테 안 알려주면 애는 어떻게 해야지? 나 혼자서 낳고 홀로 키워야 할지 아니면 병원에 가서…나는 모성애가 이렇게 빨리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제야 깨달았고, 내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엄마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병원에 가서 아기를 지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여러 가지 헛된 생각 속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나는 다음 날 출근 때문에 정아와 민정이를 배웅할 수 없었고, 그들을 깨우지도 않았다.회사에 출근 후 나는 민정이의 메시지를 받았다.「지영아, 우리 지금 떠나. 정아 결혼식 날짜 잡히면 꼭 와서 참석해!」나는 바로 답장했다.「당연하지, 조심히 가.」정아와 민정이가 떠난다고 하니 나는 왠지 슬펐다. 비록 큰아버지네 가족과 같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기쁘진 않았고, 심지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나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아예 화장실에 달려갔다.화장실에서 한창 울고 있을 찰나, 배인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받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었고, 5번째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울지 않은 척 전화를 받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나 한국에 돌아가.”배인호가 입을 열었다.“네.”나는 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짧게 답했다.“잘 있어.”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간결하게 인사 한마디 건넸다.나는 잽싸게 전화를 끊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배인호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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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날 굶겨 죽일 작정인가?
위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토하고 있을 때, 한 손이 갑자기 내 등에 떨어지더니, 내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나는 괴로움을 참으며 고개를 돌려 봤더니, 배인호는 진지한 얼굴로 약간의 걱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괜찮아? 병원에 데려다줄게.”“괜찮아요, 위병이 있어서 이제 위장약 사 먹으면 돼요.”나는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병원에 가면 내가 임신한 사실을 들킬 뿐만 아니라, 배인호가 알면 더 큰 일이다.내가 싱가포르에 있을 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봤더니 현재 임신한 지 거의 2달이 다 되어 간다고 했다. 다만 내가 여러 약을 먹었기 때문에, 현재 태아가 영향을 받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나는 아이를 지울 자신이 없어 계속 미뤄왔었다.“위병이 있으면 더욱 병원에 가서 전면적인 검사를 받고, 약물과 배합해서 치료해야지.”배인호는 내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는, 병원에 데려다주겠다며 내 팔을 잡았다.“병원에 이미 가서 검사받았으니까, 다시 갈 필요 없어요!”나는 그의 손을 떼며 지친 듯이 답했다.“이 방에 쉬고 싶어서 들어온 거니까 저 좀 잘게요.”여기는 레스트룸인 듯했으며, 크지 않은 침대 소파가 놓여있었다. 나는 거기로 걸어가서 누웠고, 눈꺼풀도 따라서 감기며 눈 뜨기도 귀찮았다.임신 때문인지 너무 졸렸고, 배인호가 옆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 쓸 힘이 없어 금방 깊은 잠에 빠졌다.얼마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깨어나 보니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졌고, 방안에는 어슴푸레한 불이 켜져 있었다.“일어났어?”배인호는 예상외로 아직 가지 않았고, 의자에 앉아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몇 시예요? 결혼식 이미 끝났죠?”나는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자고 나니 아차 싶었다. 다들 날 찾았을 텐데?배인호는 손목시계를 보며 답했다.“저녁 9시 반.”나는 일어나 앉았고, 조금은 멍했다. 내가 오후부터 저녁까지 잤다고?!배인호는 이어서 말했다.“박정아와 몇몇이 널 찾아왔어. 그래서 내가 이따가 너 데려다준다고 하고, 너 친구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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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애를 낳기로 했다
길거리 음식을 한참을 먹고 난 후에야 마침내 배가 불렀다. “안 바쁘면 나 호텔까지 데려다줘요.”나는 배가 부르고 나니 차를 잡으러 가기 귀찮았다.배인호도 때마침 아직 가지 않았으니, 나는 뻔뻔하게 그에게 말했다.배인호는 말없이 차 쪽을 향해 걸어갔고, 나도 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우리 엄마 최근에 너한테 연락한 적 있어?”차로 가는 도중, 배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우리 이젠 이혼도 했으니 다시 연락해 오진 않을 것 같은데요.”나는 창밖의 풍경에 몰두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답했다.하지만 나는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노려봤다.“혹시 나한테 보내준 이혼 증명서 가짜는 아니죠?!”그는 원래부터 이혼하려 하지 않았고, 거기에 부모님의 반대까지 더해져 이런 수단으로 내 입과 가족의 입을 막았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배인호는 곁눈질로 나를 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비웃었다.“내가 안 놓아줄까 봐 그렇게나 걱정돼?”“내가 다음 남편 찾는 걸 지체시키잖아요!”나는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는 대로 답했다.차는 급정거하여 길가에 멈췄고, 내 몸은 관성 때문에 심하게 흔들렸다.배인호는 욱하는 성질이 올라온 듯 무섭게 나한테 명령했다. “내려, 너 혼자서 가!”때마침 호텔과 거리가 멀지 않았고, 나는 밖을 한번 힐끗 보고는 주저 없이 차에서 내렸다. 임신 기간이라 운동도 조금씩 해야 하는데, 배인호 고-맙네!호텔에 도착 후 나는 샤워를 하면서 한가지 결심을 내렸다. 애를 낳고 나 혼자서 키우기로 말이다.배인호 같은 성격의 아버지라면 분명히 내 아이한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나는 내 첫 번째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부성애가 부족하긴 하지만 아이한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알람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고, 빠르게 옅은 화장 후 옷을 갈아입고 Linda와 같이 부산으로 향했다. 그녀가 운전하고, 나는 그 옆 조수석에 앉았다.운전으로 부산까지 가려면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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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나를 싫어하는 사람
Linda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에요. 그냥 인연이란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예전에 나도 그와 아는 사이였지만 친하진 않았어요.”나는 더는 깊게 묻지 않고 그냥 웃음으로 답했다. “그러게요. 세상은 크다면 크고 좁다면 좁은 것 같아요. 인연만 닿으면 언젠간 꼭 만나게 되니까요.”Linda는 말없이 앉아있더니, 몸을 일으키며 샤워하러 들어갔다.나는 침대에 누워 전화로 이우범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허성재한테 연락했고 오늘 논의했던 문제들을 그한테 전달했다. 한참을 이야기 후, 뒤에는 대략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내가 거의 잠이 들려 할 때쯤 Linda도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소리 없이 내 옆 침대에서 잠자리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나는 배고픔과 함께 깨어났다.호텔에는 조식 서비스도 있었고, 나는 빠르게 일어나 2층 식당에 조식 먹으러 갔다.거기에는 예상외로 이우범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약간의 흰 수염을 가진 5, 60세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고, 아마 병원의 교수님인 듯했다.이우범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곁눈질로 나를 보더니, 그 시선은 쭉 나를 따라왔다.내 테이블 위에는 계란 네 개와 우유 한 잔, 사오마이, 그리고 샌드위치 두 개와 차시우바오 하나, 마지막으로 죽까지 놓여있었다.그는 역시나 깜짝 놀란 듯했고, 교수님과 한마디 하고는 내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이렇게나 많이 먹어요?”이우범은 내 테이블 위의 조식들을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다 맛보고 싶어서요.”나는 계란을 까며 말했다. 이젠 임신 2달째가 되어가니, 배고픔의 정도는 마치 2달은 굶은 사람처럼 배가 고팠다.이우범은 계란 하나를 집어 껍질을 까주었고, 곧 내 죽에 계란 두 개가 들어가 있었다.나는 계란과 죽을 먹으며, 가끔 사오마이도 한입씩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맵고 짠 음식이 당겼다. 하여 점심에는 어떤 걸 먹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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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Linda의 정체
젊은 여자는 좀 달갑지 않은듯했다.“엄마, 그 사람 이혼도 했는데 내가 좋아하지도 못해?”“진짜 했는지 안 했는지 누가 알아? 그 사람이 외부에 이혼했다고 발표한 적 있어? 본인이 직접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러려니 해!”“흥, 언젠간 꼭 공개하게 될 거야.”한참 후, 그 두 모녀의 발걸음 소리는 사라졌고, 나는 칸막이 화장실에서 나왔다.그 루루라는 여자는 유 삼촌의 딸 유이루였다.식사 시간 전, 나는 유 삼촌이 소개해 줘서 그녀를 한번 본 적 있었다. 그 당시 그녀는 자꾸만 배인호를 힐끔힐끔 쳐다봤었다. 하지만 나에 대한 태도도 괜찮았고, 말할 때는 항상 미소를 띠며 말했다.나는 손을 씻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가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하객들은 속속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유 삼촌한테 인사하고 가려 했는데,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없었다.“지영 언니!”이때 갑자기 유이루가 등장했다. 그녀는 25, 26살쯤의 나이로, 옷은 성숙하고 화려한 스타일로 입었지만, 자세히 보면 어린 게 티가 났다.“이루야.”나는 살짝 웃어 보였다.“엇, 배인호 대표님은요? 왜 언니랑 같이 안 있어요?”유이루는 선물상자를 나에게 건네줬고, 들기에는 다소 무거웠다.그녀가 말했다.“이건 답례품이에요 언니.”“고마워.”나는 선물상자를 받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척했다.“그나저나 인호 씨가 어디 갔는지 나도 잘 모르겠네. 네가 한번 찾아봐. 그리고 유 삼촌한테 나 대신 고맙다고 꼭 전해주고. 나 일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해.”“네, 그래요.”유이루는 고개를 끄떡였다.나는 선물상자를 들고 그랜드 호텔을 나와 차를 잡으려 했다.이때 서울 번호판인 까만색 벤틀리 아르나지가 내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반쯤 열리더니, 배인호가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데려다줄게.”“그래요.”나는 얼른 답했고, 바로 조수석에 탔다.논리적으로는 배인호와 거리를 두는 게 맞지만, 내가 임신한 아이가 이 사람 아이이고,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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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서란은 너무 배인호한테 의지하는 게 싫다고 했다
“네, 동의하지 않았어요.”나는 나 자신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다.민예솔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남은 기간도 별로 대화가 없었다. 업무적인 대화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거의 나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다행히 그녀는 공과 사는 분명했고, 업무적으로는 아주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계약도 성공적으로 체결된 후, 우리는 싱가포르로 돌아갔다.허성재는 나와 민예솔을 칭찬하며 아주 기뻐했다. 그 뒤로도 민예솔과 계속하여 동료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그러나 뚜렷한 충돌이 있기 전까지 나는 주동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지영씨, 마케팅팀에 이 문서 좀 전달해 줘요. 요즘 회사에서 온라인 마케팅 준비하고 있거든요. 출장 가서 체결한 채널도 이거랑 관련된 거니까 마케팅팀과 콘택트 좀 해줘요. 국내랑 해외 모두 동시에 진행되어야 해요.”허성재는 나에게 문서를 건네줬다.나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문서를 전달하러 마케팅 부서에 갔다.마케팅 부서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정교한 메이크업을 한 예쁜 어린 여자 몇 명을 보았다. 마케팅팀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 여자애들은 마케팅 부서에서 모집한 온라인 비제이라고 하였다.회사는 주로 색조 화장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체 판매 채널도 있다. 싱가포르에 이미 거의 100개의 전문 매장이 있고, 허성재는 온라인에서도 잘 발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 또한 지사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나는 서류를 마케팅팀 매니저에게 건네주고 떠나려던 찰나 뜻밖에 눈에 익은 모습이 보였다.서란은 샤넬풍 트위드 재킷을 입었고, 기존에 까맣던 긴 생머리는 큰 물결펌을 해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얼굴에 메이크업은 다른 여자애들보다 훨씬 옅었지만 그래도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수려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냈다.그녀도 날 보고 놀란 듯했다.“지영 언니.”서란은 다가오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여기서 뭐 해?”나는 이 정도면 진짜 나를 뒷조사라도 하느라 접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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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배인호가 진짜로 차를 선물했다
나는 정아의 이런 작전에 매우 난감했다. 박정환은 내가 누구랑 어떤 내용으로 문자 하고 있는지 아는 듯했고, 내 마음을 이해해 주면서 말했다.“지영아, 너무 난감해할 필요 없어. 나 여기 친구들 많아, 아니면 호텔에 묵어도 되고. 정아 말 듣지 마.”박정환이 이렇게 말하니 나는 오히려 더욱더 어찌할 줄 몰랐다.“아니야 오빠, 며칠뿐인데 뭐! 우리 집에 방도 2개라서 괜찮아요.”나는 쿨하게 답했다.“그럼… 신세 좀 질게. 아마 3일 이내에 살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박정환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고작 3일뿐인데 뭐, 정아의 오빠면 내 오빠이기도 하지.이튿날 아침 일어나보니, 주방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겼다. 주방에 가보니 박정환이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일어났어? 얼른 아침 먹고 출근해.”박정환은 나를 보더니 앞치마를 벗었고, 계란국수 두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그 위에는 표고버섯과 고기 부스러기가 토핑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출근하는 길에 아침을 사서 먹곤 했는데, 오늘은 박정환이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 덕분에 집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다.“감사합니다!”나는 젓가락으로 빠르게 국수 한 그릇을 다 먹어버렸다.아침을 먹고 난 뒤, 나는 빠르게 회사로 향했다.오늘도 또 서란이를 문 앞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전동 스쿠터에서 내렸고,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그녀를 지나갔다.점심 휴식 시간이 다 되어 우리 부서 문 앞에 갑자기 서란이 나타났고 몇몇 남자 동료들은 그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지영 언니!”서란은 밝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고, 손에는 예쁜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나와 민예솔의 자리는 가까이 붙어 있었으며, 그녀는 소리를 듣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설아?”서란은 민예솔이 누군지 몰랐고, 오직 나를 향해 걸어왔다.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뭔 일이야?”“언니, 인호 씨한테서 요즘 언니 위장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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