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402 챕터

제981화

무무는 말을 하지 못했기에 연신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는 마음을 몸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착하지, 엄마 왔어.”다시 오두막집으로 돌아와 보니 미셸도 잠에서 깨어 있었다.어젯밤, 진환은 우는 미셸이 도윤이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그녀를 그냥 때려서 쓰러뜨렸다.진봉의 등에 업힌 사람을 보고는 울면서 다가왔다.“오빠, 어떻게 됐어? 어떻게 날 두고 떠날 수 있어? 나도 같이 데려가.”그때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속 울 거면 나가요. 시끄러우니까.”입을 벙긋하며 울려던 미셸이 여자의 말에 울지 않으려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보였다.그제야 함께 온 낯선 여자를 발견하고 물었다.“누구야?”“누나, 이분은 보스를 치료해 줄 명의셔. 예의를 지켜.”진봉은 또다시 미셸의 고약한 성미가 드러날까 얼른 제지했다.미셸은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지만 도윤에게 좋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진심이 있었다.하여 곧바로 표정을 바꾸었다.“명의였군요. 저희 오빠 잘 부탁드려요.”진봉은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부터 도윤이 미셸에게 ‘우리 오빠’가 되었지?그때 조원주가 문 앞에 나타났다.“왔구나.”“할머님.”“이제 막 돌아와서 아직 모를 테니 내가 소개해 주마. 이분들은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나와 서진이의 40년 전 인연으로 하룻밤 묶게 되었어. 저 남자는 구심독에 걸렸고 저 여자는 약혼녀란다.”조원주는 약혼녀라는 단어를 강조했다.여자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여러분은 저 사람을 뒤쪽 동굴로 데려가세요. 무무야, 네가 앞장서. 저는 치료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할게요.”여자는 민첩하게 움직였고, 몇몇 사람들은 그녀가 말을 바꿀까 봐 서둘러 움직였다.여자가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돌아가자 조원주가 따라 들어왔다.“먼지가 잔뜩 묻은 걸 보니 급하게 왔나 보네.”“무무를 못 본 지 꽤 오래되어서 보고 싶어서요.”“무무 때문이야, 전남편 때문이야?”여자의 손이 멈칫했고 조원주는 말을 계속했다.“내 눈을 속일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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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재빨리 약재를 손질하는 지아는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었다.침착하고 자립심이 강했으며, 이미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단단했다.소쿠리 촌은 가진 게 별로 없었지만 약초는 많았고, 조원주는 자신의 의술을 모두 전수해 주었다. 해독에 관한 한 지아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이미 세계 최고였다.지아는 필요한 것을 챙겨 동굴로 서둘러 들어갔다.들어오자마자 미셸이 또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짜인 것 같지는 않았다.미셸이 오랫동안 도윤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그들은 같은 세계 출신이고 혈액형도 같아서 미셸이야말로 도윤에게 정말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지아가 조용히 다가오자 미셸은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명의님, 제가 이 사람과 혈액형이 같으니 수혈이 필요하면 제 피를 쓰세요.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줄 수 있어요.”지아는 그런 미셸을 가볍게 흘깃 쳐다봤다.“입 다물고 나가요. 필요할 때 알아서 부를 테니까.”“하지만...”지아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흘겨보더니 진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 사람 빼고 다들 방해하지 말고 나가요.”“네.”미셸은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종종 문 쪽에서 목을 내밀어 들여다보았다.무무는 이 여자가 싫어서 피리를 꺼내서 연주하자 곧 커다란 붉은 뱀이 나타났다. 커다란 뱀의 몸통이 문을 향해 휘감아 돌자, 누구도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동굴은 입구에 갈라진 틈이 있어 햇빛과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반개방형 동굴이었다.균열 아래에는 작고 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화산 샘이었고, 그 주변에는 이국적인 꽃과 허브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이 작은 샘은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약효를 가지고 있었다.동굴 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고, 드라마에서 고대인들이 목욕하는 모습처럼 흔한 도구와 커다란 목욕통이 있었다.도윤은 눈을 꼭 감고 동물 가죽 위에 누워 있었는데, 살짝씩 들썩이는 심장이 아니었다면 방금 죽은 사람 같았다.다행히도 독이 심장을 갉아먹지 않아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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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진환이 멍때리는 동안 지아는 재빨리 약초를 약을 지어 무무에게 끓일 약초를 건넸다.아이들 중 무무는 유일하게 특별한 체질로 태어나 의술을 물려받은 아이였다.3년 전 지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주원은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아이를 지우려 했다.지아는 주원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다른 방법이 없자 주원은 지아를 소쿠리촌 조원주에게 보내는 궁여지책을 생각해 낸다.조원주는 약으로 태아를 키우는 비책을 알고 있었는데, 약으로 영양을 공급받은 태아는 배 속에 있는 동안 약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대신 산모인 지아의 몸도 추슬러야 했기에 지아는 밤낮으로 약재가 된 음식을 먹었다.이런 상황에서 지아는 암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출산 당일 약간의 진통이 있었지만 아기는 무사히 나왔다.단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이가 초록색 눈을 가지고 태어났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지아는 무무를 세계 최고의 전문의들에게 데려갔지만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다.검사 결과 모든 게 정상이었고 전문가들은 아이가 너무 작아서 조금만 더 크면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자폐증을 배제하는 한 지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약을 먹고 자란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며, 말하지 못하는 것은 생명을 잃은 것에 비하면 작은 대가에 불과했다.또한 무무가 태어나던 날 하늘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며 대나무 집 주변에 새와 곤충,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등 많은 동물들이 나타났다.무무는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고, 독으로도 해를 입지 않았다.마치 하늘이 자신의 앞날을 열어줬다는 뜻으로 지아는 무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눈이 녹색인 이유는 부모 모두 녹색 눈 유전자를 가진 친척이 있거나, 엄마 뱃속에서 약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켰거나,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지아는 강욱의 가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친부모도 알 수 없었기에 아직은 무슨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무무가 생명을 되찾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만으로 지아는 이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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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가쁜 숨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지아는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본 게 오랜만이었다.남자가 입 밖으로 부른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지아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이미 결혼 약속을 맺은 다른 사람이 있지 않았나?진환은 그 광경에 깜짝 놀랐고, 혹시나 이 명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화가 난 그녀가 더 이상 치료를 해주지 않을까 두려워 얼른 설명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보스가 의식이 흐릿해서요.”“네.”지아는 도윤을 통 가장자리로 부축한 다음 지시했다.“옷 벗기고 안에 들여보내요.”지아는 약재를 다듬으려 등을 돌렸고 진환은 멍하니 다시 물었다.“전부 다요?”“네.”지아는 낮게 대답했다.말을 마친 지아의 머릿속에는 도윤의 몸이 떠올랐고, 수없는 밤을 함께 뒹군 남자의 몸에 대해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떠났을 때와 비교하면 도윤의 몸은 훨씬 더 탄탄해졌고, 팔로 허리춤만 감싸도 근육의 탄력과 라인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지아는 도윤의 옷을 벗기면서도 가슴에 있는 몇 개의 상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도윤이 지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 지아는 그의 움직임을 은밀히 알고 있었다.도윤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지아와 마주칠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지아는 일부러 그를 피했다.이제 도윤의 삶에서 벗어났으니 깨끗하게 사라지고 싶었다.도윤이 구심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지 못했다면 그렇게 서둘러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바네사, 다 됐습니다.”“불 지켜보면서 30분 동안 안에 있게 해요.”지아는 담요를 가져왔다.“이거 둘러줘요.”땀을 흘려서 도윤의 몸속에 있는 독을 조금이라도 없애고 싶었던 것이다.도윤은 VIP 찜질방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무무는 작은 부채로 불을 부채질하며 약을 끓이고 있었는데, 작은 체구의 모습이 유난히 귀여워 보였다.나비 몇 마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지아는 무무에게 다가가 무무를 무릎에 안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살살 닦아주었다.“엄마가 하면 돼. 양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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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지아는 동물 가죽을 다시 정리하고 작은 담요를 가져왔다.진환이 말했다.“바네사, 좀 도와줄래요? 나 혼자서는 못 꺼내겠어요.”문제는 도윤이 의식이 없는 상태라 혼자서는 사람을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지아는 짜증이 밀려왔다. 진봉이 호들갑만 떨지 않았어도 내보내지 않았을 텐데.스스로 자초한 것 같으니 그냥 평범한 환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그래요.”두 사람은 계단에 서서 힘겹게 도윤을 꺼내려 애썼고, 지아의 눈은 감히 주위를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도윤은 온몸에서 약인지 땀인지 모를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안색도 전보다 조금 나아진 상태였다.“조심해요.”진환은 조심스럽게 도윤을 내려주었다.지아도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길이 고르지 않아 발밑을 조심하지 않은 진환이 그만 도윤의 몸을 놓치고 말았다.도윤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벌거벗은 채 시체처럼 지아를 동물의 가죽 위에 눌렀다.하필 입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지아야.”진환은 얼굴을 붉히며 머쓱해했다.“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지아는 화가 났지만 낼 곳이 없었기에 힘겹게 도윤을 옮기고 담요를 덮어주었다.지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도윤 때문에 젖은 옷을 털어냈다.“얼른 약 먹여요.”“네.”진환이 막 한 입 먹였지만 도윤은 삼킬 생각이 없었고, 약이 입가에 조금씩 흘러내렸다.진환은 약을 낭비할 수 없었기에 지아에게 얼른 물었다.“바네사, 보스가 독 때문에 감각이 무뎌져 지금 약을 마실 줄 모르는 것 같은데 이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할까요?”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병원에 있으면 먹지 못하는 인후암 환자처럼 몸에 구멍을 뚫고 기구를 이용해 배 속에 넣으면 약을 먹이기 편할 텐데...이곳의 낙후한 의료 환경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무무의 피는 독의 발병을 늦출 수 있을 뿐 치료할 수는 없었고, 이렇게 시간을 끌면 해독제가 있어도 도윤을 살릴 방법이 없었다.“약혼자 있지 않아요? 이리 들어와서 입으로 먹이라고 해요.”“안 돼요.”진환은 황급히 거절했고 지아는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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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진환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을 가리켰다.“저요?”지아는 차갑게 말했다.“그쪽이 아니면 저겠어요? 서둘러요. 지금 시간을 지체하는 건 저 사람 생명을 소진하는 일이니까요.”진환은 어이가 없었다. 여자 친구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쪽 취향은 아니었다. 세상 꼿꼿한 남자인데!하지만 상대방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1분 1초를 낭비하면 도윤은 죽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었다.“저... 알았어요.”진환은 도윤만 살릴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한입 가득 약을 입에 넣자 입꼬리가 파들 떨렸다.“신중하게 낭비하지 마요. 두 번째 약은 다른 약초라 약효가 달라요.”진환은 혼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도윤의 입을 향해 돌진했다.생사가 갈리는 상황인데 인공 호흡이 무슨 대수냐, 그냥 인공 호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게다가 도윤은 자신을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뭐라고 도윤을 싫어하겠나.진환은 지아가 고른 사람답게 역시나 신중했다.나름 외모도 훌륭한 진환이라 잘생긴 두 남자가 입을 맞추는 모습이 제법 눈을 즐겁게 했다.흠, 정신이 팔렸군.지아는 마음 놓고 약을 계속 끓였다.도윤은 내내 쉬지 않고 약을 복용해야 했는데 처음 3일 동안은 3시간에 한 번씩 먹어야 했다. 어쨌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약도 센 걸로 준비했다.약을 먹인 진환은 도윤을 바닥에 부드럽게 눕혀 잠시 쉬게 한 뒤, 독소를 최대한 빨리 빼내기 위해 양동이로 옮겼다.지아는 약을 준비하고 끓이고, 진환은 약을 먹이며 도윤을 돌보는 등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았다.하룻밤이 지나자 도윤이의 입술 색깔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고, 스스로 약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도윤이 적극적으로 약을 삼키기 시작한 순간 진환은 감동이 밀려왔다.“보스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네요!”“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몸의 모든 장기가 독에 의해 파괴되었으니 그렇게 빨리 회복할 수 없어요.”진환은 눈시울을 붉혔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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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막 조금 회복했는데 이렇게 미쳐 날뛰다니.도윤의 청력은 조금 더 빨리 회복되었는데, 사람의 몸에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동을 멈추는 기관이 청각이라 그런 모양이다.하지만 시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지아가 가까이 있어도 흐릿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옆에는 익숙한 목소리도 없었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몰랐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려 지아의 목을 조르면서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죽고 싶으면 내 목을 조르세요.”지아는 진환 일행도 눈치채지 못한 변조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지?”“당신을 구해준 사람.”도윤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조금 풀어주었다.“미안합니다. 앞이 안 보여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당신은 지금 욕조에 있어요. 여긴 투석 장비가 없어서 온도를 올려 천천히 독소를 몸 밖으로 빼내는 방법밖에 없죠. 방금은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려고 온 거예요.”지아는 무심하게 도윤에게 설명했다.도윤은 자신이 추태를 부린 것을 알았다.“미안합니다.”“이제 의식을 조금이나마 되찾으셨으니 저에게 협조해서 검사에 응하세요. 지금 느낌이 어떠세요? 어떤 부분이 불편한가요?”도윤이 말했다.“몸은 매우 뜨겁고, 눈은 보이지 않고, 귀는 들리지만 소리가 작고 가끔 이명이 들립니다. 두통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고, 손발에 힘이 없어요...”“몸의 모든 장기가 독소의 공격을 받아 당분간은 회복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은 갖지 마세요. 체질도 좋고 회복도 빨라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내가 몸을 좀 볼게요.”약물이 도윤을 검게 물들이고 그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지아는 도윤을 굳이 옮기기 싫었다.도윤은 갑자기 문제를 하나 깨달았다.“제가 지금 옷을 안 입고 있는 건가요?”“네.”“...”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어진 얼굴로 협조하지 않았다.“난 의사고 당신은 환자예요. 지금 당신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하지만 당신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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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지아도 확 성질이 치밀었다.“그래요, 보여주기 싫으면 말아요. 남들은 보이기 위해 안달인데, 후회하지나 마요.”지아는 통 밖으로 기어 나가기 시작했고, 더 이상 머물러 있으면 더워 죽을 것 같았다,면 소재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욕조는 높고 미끄러웠으며, 계단이 있는 쪽은 도윤이 차지하고 있었다.곧 위로 올라가려는데 젖은 치마를 밟고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조심해요.”도윤은 무의식적으로 지아를 받았고, 방심한 지아는 본래의 목소리로 앓는 소리를 냈다.“지아야!”도윤의 얼굴에 황홀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지아가 정신 차렸을 때 자신은 이미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도윤의 가슴 위에 엎드리고 있었다.부드러운 손바닥이 도윤의 강한 근육에 닿았고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은 도윤의 표정이었다.지아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변조된 목소리를 냈다.“이거 놔요.”도윤은 매우 낯선 목소리에 당황했다. 방금 전 그 가녀린 목소리는 잘못 들은 걸까?얼른 손을 놓았다. 다른 여자를 지아로 착각하다니, 말도 안 된다!“죄송합니다, 방금 잘못 들어서 당신이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보스, 괜찮다니 너무... 엇, 뭐 하는 거예요?”진봉의 큰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지아는 머리가 아팠다.여전히 도윤의 품에 갇힌 상태라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지아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몸을 살피고 있었는데 내가 해치려는 줄 알고 끌어당겼어요. 조금만 늦게 들어왔으면 저 죽었을 겁니다.”다행히 단순한 진봉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재빨리 달려가 설명했다.“보스, 이분은 구세주예요. 해치지 저희는 허준이라도 찾으러 다녀야 해요.”지아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조심스럽게 물 밖으로 올라왔다.“괜찮아요?”진봉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선생님이 무사하셔야 해요. 선생님이 죽으면 보스를 구할 사람이 없어요.”여전히 머리를 거치지 않는 말에 지아는 이가 갈렸다.“괜찮으니까 그쪽 보스랑 불이나 잘 지켜봐요. 전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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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지아는 빠르게 방으로 돌아왔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약을 끓이느라 바삐 맴돌았다. 첫 3일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기에 약을 끊을 수 없었다.조금 전 도윤의 행동 때문에 지아는 하마터면 요물처럼 자신의 원래 모습을 드러낼 뻔했다.그녀는 마스크를 벗고 조심스럽게 말리는 동안 자신도 옷을 갈아입었다.도윤의 뒤틀린 성격을 생각하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하는 게 나았다. 앞으로 몸을 검사할 때마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으니까.지아는 만약을 대비해 다른 약을 특별히 준비했다.마스크를 얼굴에 다시 끼운 지아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동굴로 들어가는 지름길을 택했다.약을 기다리는 동안 지아는 과일 몇 개를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피로를 조금이나마 달랬다.“제가 몸을 보는 걸 원하지 않으니 그쪽이 본 다음 설명해 주세요.”지아는 진봉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지아가 없는 동안 진봉과 도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진봉은 심각한 얼굴로 지아에게 말했다.“몸에 새겨진 선이 많이 옅어지긴 했습니다. 위로는 쇄골, 아래로는 배꼽 아래 3센티미터까지, 등 뒤는 엉덩이까지 내려왔어요.”도윤은 진봉을 노려보았고 진봉은 가볍게 기침했다.“둔부요.”“색의 선명함, 굵기, 모양을 명확하게 설명해 줘요.”“그건...”진봉은 반나절을 생각해도 마땅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아 휴대폰으로 부분적인 사진 몇 장 찍었다.“자, 직접 보시죠, 선생님.”중요 부위를 피해서 찍었지만 도윤의 몸이 좋다는 건 아무 사진에서나 다 알 수 있었다.깎은 듯이 야윈 턱, 섬세한 쇄골, 거친 선이 드러난 복근의 윤곽, 움직이지 않아도 단단한 근육이 드러난 허벅지까지.지아가 붉은 선을 살펴보니 대충 10% 정도 옅어진 모습이었다.“네, 알겠습니다.”다음날이 지나고 도윤의 몸 상태는 조금 나아졌지만 땀을 많이 흘려서 기운이 없었다.진봉이 그를 부축해 목욕 가운으로 감싸주니 더 이상 이틀 전처럼 틈틈이 몸을 적시고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다.도윤은 과일을 먹고 몸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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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아니, 이건 또 무슨 전개야?지아는 도윤이 자신을 보면 검사할 수 있도록 순순히 몸을 내어줄 줄 알았는데 보자마자 입을 맞추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게다가 전에 진환이 약을 먹인 입술이라 지아는 거부감이 들었다.왠지 자신이 자초한 일에 대한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도윤 씨, 이거 놔!”도윤은 코알라처럼 지아를 꼭 껴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지아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널 찾았는지 알아? 매일 밤낮으로 네 생각만 했어. 내가 멍청했어. 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지아는 멈칫했다. 어쩐지 유난히 순조롭게 떠날 수 있더라니.자신이 가자마자 누군가 쫓아왔지만 도윤은 처음부터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막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그녀의 계획을 무산시킬 수도 있었다.“왜 놓아주려고 했어?”도윤은 꿈속이라고 생각했는지 망설임 없이 지아에게 말했다.“내가 과거에 너한테 못된 짓을 많이 했으니까 보상해 주고 싶었어.”지아는 도윤의 눈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붉은 자국이 있었지만 원래도 잘생긴 얼굴에 붉은 핏줄이 더해지자 추한 게 아니라 악마의 기운이 느껴지는 불멸의 군주 같았다.도윤은 아직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아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볼 수 없었다.“죽어도 놓아주지 않겠다고 했잖아.”“나도 너를 억지로 곁에 붙잡아두고 있으면 영양분을 잃은 화분처럼 언젠가는 시들어 버릴 거라는 걸 잘 알아.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널 떠나보내기로 했어. 네가 떠나더라도 가끔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아예 소식이 끊길 줄은 몰랐지.”도윤은 지아의 숨결을 느끼며 목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후회했어. 밤마다 네 생각만 하면 후회가 밀려왔어. 널 보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괴로웠어.”지아는 도윤의 입술을 떼어냈다.“이러지 마.”도윤은 손을 뻗어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지아야, 그거 알아? 며칠 전에 나 진짜 죽을 뻔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이대로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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