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숲, 큰 뱀, 그리고 여자아이.머리 위 거대한 나무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내려와 아이의 몸에 바로 닿았다.아이의 피부는 새하얗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고 작은 얼굴은 섬세하고 예뻤으며 더욱 특별한 것은 눈이 녹색이었다! 이목구비는 입체적이었고 외국인과 매우 흡사했다.몸에는 옛날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신발이 없는 맨발이었다.발목에는 오색으로 엮은 발찌 두 개가 있었는데 위에는 방울까지 달려 있었다.서양인 얼굴에 고대의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극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소녀는 큰 붉은 뱀의 몸 위에 높이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앳된 기색 없이 내려다보는 모습이 여신처럼 신성했다.특히 어깨에 내려앉은 빛줄기는 소녀를 더욱 거룩하게 보이게 했다.마치 소설 속 성녀 같았다.소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치 여기서 뭐 하려는지 묻는 것 같았다.우서진은 서둘러 설명했다.“꼬마야, 여기 심한 독에 걸린 환자가 있어 독을 치료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야 길 좀 안내해 줄래? 우리는 악의도 없고, 해칠 생각도 없어.”소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큰 붉은 뱀은 즉시 소녀의 뜻을 알아듣고 들것에 실린 도윤을 향해 다가왔다.진봉은 말할 것도 없고, 진환도 소름이 돋아 뒷걸음질 쳤지만 책임감 때문에 감히 반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뱀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 거대한 몸집에 불같은 붉은 비늘을 가진 뱀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잔뜩 공포에 질렸다.소녀는 뱀에서 뛰어내려 도윤의 옆으로 걸어왔다.도윤의 몸도 보호복으로 단단히 싸여 있었고, 고글 너머로 굳게 감긴 두 눈이 보였다.진봉은 서둘러 도윤의 옷을 살짝 들어 올려 몸에 있는 붉은 자국을 드러냈다.“우리 집 보스가 구심독에 걸렸는데 이제 고작 하루 남았습니다. 구해내지 못하면 살아날 희망이 없어요. 아가씨, 제발 마을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저희는 해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대한 뱀의 머리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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