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1402 챕터

제961화

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서둘러 껐다. 지아 앞에서는 늘 착한 소년의 이미지였던 주원의 얼굴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주원이 독충 사람이라는 걸 지아가 안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제대로 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주원은 최대한 감추는 쪽을 선택했다.“지아 누나, 다 들었어요?”지아는 배를 감쌌다.“배가 아픈데 화장실 어디 있어? 방금 무슨 얘기 했어?”하얀 얼굴에 조금의 의아함도 없는 걸 보아 조금 전 대화를 못 들은 것 같았다.주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아파요? 검사 한 번 더 할까요?”“아니, 방금 초음파를 찍었으니 괜찮을 거야. 화장실부터 다녀올게.”“알았어요, 지아 누나, 내가 도와줄게요.”주원은 순한 모습이었다. 비록 이젠 성숙한 남자의 모습이지만 유치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지아 앞에서는 그저 순진한 모습이었다.화장실에 간 지아는 문고리를 닫는 순간 가슴을 움켜쥐었다.몇 년 전의 일로 미루어 보아 주원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순한 사람이 아니라 극단적이었고, 반대로 전효는 냉정해 보이지만 지아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짧은 순간 지아의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1년 전의 치료가 효과가 있었기에 지난 1년 동안 병이 발작하지 않았다.종양의 크기는 수술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많이 아팠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주원은 지아를 낙태시키려고 일부러 의사와 공모해 가짜 결과를 만들었고, 지아는 그가 자신을 위해 그런 짓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전효의 말처럼 혹시나 자신의 말대로 이 무고한 어린 생명을 지킬 수도 있지 않나.해경과 소망도 지아가 아기를 낳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흐릿했던 지아의 머릿속이 정리되며 지아는 결단을 내렸다.아이 아빠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아이는 결코 잘못이 없었고, 아이가 자신을 선택한 이상 그냥 포기할 수 없었다.지아가 걸어 나오자 주원이 얼른 다가왔다.“지아 누나, 좀 나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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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석 달이 지났지만 도윤은 무수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지아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우서진으로 이미 밑밥까지 깔아놓았다.지아가 스승인 우규현을 봐서라도 협회에 연락해 의학 공부를 계속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방 안에서 도윤은 담배를 연신 피웠고 세찬은 술잔을 연거푸 마셨는데 분위기는 무서울 정도로 침울했다.3개월이 지나서야 세찬은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고 민아가 자신에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민아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과 다름없었다.가족을 이용해 협박하고 싶어도 민아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주먹으로 솜을 치는 격이었다.도윤은 상사병이 났다. 지아가 자신을 떠나면 무척 안전하겠지만 그녀를 완전히 잃은 셈이었다.도윤은 자신이 정말 옳은 일을 한 건지 계속해서 되새겼다.세찬은 태연한 척하는 도윤을 보며 비웃었다.“이렇게 되니까 행복해?”“솔직히 생각만큼 기쁘지 않네.”도윤은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끄고 무심코 술 한 병을 집어 들이켰다.“지아도, 애들도 보고 싶어.”“허.”세찬은 코웃음 쳤다.“넌 그냥 잘난 척만 하는 놈이야!”보내줄 거면 지아만 보내주지 왜 민아까지!세찬은 눈을 감을 때마다 민아가 떠올랐다. 회사 곳곳에도 민아의 잔영이 보이고 집안 어디에도 둘이 사랑을 나누던 흔적뿐이었다.민아가 떠난 후, 주변에 먼저 다가오는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세찬은 더욱 화가 났고, 그 순간 민아는 이미 오래전에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넓은 지구에서 일행이 낯선 곳에 이름을 감춘 채 조용히 살아가면 아무리 그들이라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천지를 뒤흔들만한 힘을 가진 두 남자가 이런 일에 쩔쩔매고 있었다.지아의 양부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지아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조금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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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3년 전, 도윤의 정체가 다크웹에 공개되면서 복수를 노리는 많은 적들이 몰려들었다.그들 중 일부는 도윤을 죽일 수 없어서 YH 그룹에 손댔다.한동안 그룹 산하의 모든 산업 체인에 큰 문제가 생겼고 사람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다른 사업가가 경쟁을 위해 손을 쓴 것이라 생각했다.이씨 가문은 이미 재계에 손꼽히는 재벌이었는데 누가 감히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단 말인가.온 나라가 들썩여도 도윤은 느긋하게 하나하나 조사해 갔다.이씨 가문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둠의 조직들뿐만 아니라 거대하고 강력한 가문들도 뒤섞여 있었다.도윤은 조직을 하나씩 찾을 때마다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을 소탕했다. 범법자는 범에 따라 처리하고 우두머리 보스는 목을 잘라 다크웹에 올리며 번호를 달았다.1번, 2번, 3번...도윤은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었고, 관련된 모든 이들이 도윤의 먹잇감이 되었다.예전에는 그래도 양심껏 재계에서 독점하지 않았다.우선 이씨 가문은 수백 년에 걸쳐 축적한 재산을 수십 대에 걸쳐 이씨 가문의 후손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도윤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도윤은 나라를 위해 나라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며 조용히 나라를 지켰고, 이런 일들은 위험했지만 대통령이 되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었다.재계에서도 홀로 독식하지 않고 어느 정도 타인의 몫을 남겨두곤 했다.그러나 그 양반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가문에 문제가 생긴 틈을 타 부채질하고 불을 지폈다.지아가 떠난 후 도윤의 성품은 급격히 변했고, 꿍꿍이가 있는 재벌 후계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도윤은 서씨 가문, 민씨 가문, 강씨 가문과 손을 잡고 손쉽게 다른 가문을 무너뜨리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사업을 나눠 이 판을 정리했다.한동안 A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여러 경제 구역의 재벌들은 자신의 지갑을 사수하기 바빴다.3 년 동안 도윤 때문에 파산당한 크고 작은 가문이 20개가 넘었다.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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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도윤은 위장복 전체가 다른 사람의 피로 물들었고 자신은 팔에 가벼운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도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3년이 지났는데도 지아는 소식이 없고, 그는 피에 굶주린 괴물로 전락해 버렸다.“금상어가 도망쳤다고? 상관없어, 모든 거점이 내 손에 무너졌으니 이제 독 안에 든 쥐새끼야.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도윤의 입가에 피에 굶주린 미소가 번졌다.“보스, 손 다쳤어요.”“이 정도로 뭘.”그건 여자의 단도에 슬쩍 베인 작은 상처였다.지아와 제법 닮은 여자 때문에 총을 겨눌 때 정신이 팔려 잠깐 한눈을 팔았다.도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팔에서 마치 독사에게 물린 것처럼 고통이 밀려왔다.일격에 여자를 죽여버린 다음 도윤은 미련 없이 떠났다.그들에게 다치는 것은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도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지만 그 순간 팔의 상처 주변 색이 변했고, 도윤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쓰러졌다.“보스!”도윤의 가면을 벗기자 검게 변한 입술이 보였다.“큰일 났어, 중독된 거야!”“빌어먹을 금상어, 이 순간을 위해 일부러 사모님과 비슷한 여자를 남겨둔 거야! 칼에 강한 독이 묻어 있었나 봐!”“3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사모님을 마음에 품고 계셨어. 그 일편단심이 결국 해가 된 거야!”그 시각 저택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반듯한 얼굴에 올곧은 자세, 우아하게 술잔을 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동안 도윤과 공개적으로 맞서 싸우던 하용이었다.3년 동안 도윤은 성난 짐승이 사방으로 불을 뿜는 것 같았고, 하씨 가문은 이제 마지막 기력만 겨우 남은 상태였다.절망한 하용은 도윤의 곁에 몰려드는 사람을 보며 이런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다른 한 사람은 도망친 금상어였는데, 험상궂은 얼굴에 눈가에 상처가 있었다.“됐어!”금상어는 손에 든 잔을 깨뜨렸다.“고스트 이 망할 자식, 내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이고 내 앞길을 망쳤는데 이대로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금상어는 조금도 분이 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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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금상어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뭐야?”“사장님, 우리 앞에 시체가 있는 것 같아요.”“그냥 소란 피우지 말고 밟아버려.”금상어의 몸놀림은 멈추지 않았고, 그의 밑에 있던 여자는 애걸복걸하고 있었다.운전기사가 고개를 내밀고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장님, 저, 저거 부사장님 시체 같은데요.”복어가 도윤에게 참수당했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에 전해졌고, 그 사진은 다크웹에 올라온 상태였다.그러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워 있는 시체는 다름 아닌 복어의 몸통이었다.“말도 안 돼, 시체가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어?”운전기사가 차를 세우고 확인해 보니 이미 차가워진 시신의 팔에는 청룡 문신이 있었고, 운전기사는 순식간에 눈물을 흘렸다.“사장님, 정말 부사장님이 맞아요. 이 문신은 제가 함께 가서 새긴 거예요.”금상어는 머리 없는 시신에 등골이 서늘해져 주섬주섬 바지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왜 시체가 여기 나타나? 누가 장난친 게 틀림없어. 당장 여기를 떠나!”그 말이 떨어지자 뒤따르던 네다섯 대의 차가 갑자기 모두 폭발했다!불빛 아래서 금상어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한 인물을 보았다.굴곡진 몸매에 검은 옷을 입은 상대는 여자였다!“너, 너 누구야?”금상어는 너무 겁이 나서 바지 속에 있던 권총을 꺼냈다.이미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역광 때문에 여자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금상어가 총을 뽑아 든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자가 그의 손을 부러뜨리고 무기를 바닥에 떨구었다.운전기사는 그 틈을 타 총을 겨누려 했지만 번쩍이는 빛이 그의 힘장을 관통했다. 고개를 숙여 보니 가슴에 단검이 꽂혀 있었다.운전사는 입가에 다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금상어도 풍파를 많이 겪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의 사건은 너무 기괴했다.더 무서운 것은 자신이 손이 부러진 채 도망치려는데 또 한 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무릎에 박혔다.금상어가 움직이는 곳마다 총알이 날아들었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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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더운 여름날 태양은 대지를 태우는 커다란 불덩어리 같았다.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문이 열렸다.양요한이 고개를 숙이고 걸어 나오자 진환이 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습니까?”“상황이 좋지 않아요. 검사를 위해 혈액 표본을 채취했는데 대표님이 이번에 희귀한 독에 맞으셨어요. 이 독은 독성이 강한 여러 가지 독에서 추출한 겁니다.”“어떤 종류의 독인지 알 수 있습니까?”“이미 실험실에 연락해서 야근하더라도 알아내라고 했지만 알아내도 방법이 없습니다. 약을 주사해서 일시적으로 독이 심장으로 가는 것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어요. 평소 조심하시던 분이 이번에는 왜 방심하셨답니까?”진봉은 한숨을 쉬었다.“그 망할 놈 때문이죠. 일부러 사모님을 닮은 여자를 찾았어요. 보스가 지난 몇 년 동안 겉으로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사실은 사모님을 무척 그리워한다는 걸 알잖아요! 매번 사모님에 대한 흔적이 보일 때마다 직접 갔지만 허탕만 칠 뿐이었죠.”“어휴, 이번에 곤란하게 됐습니다. 방법이 없으면 대표님이 이대로...”“이미 군의관에게 알렸고, 우 박사님이 직접 사람을 대동하고 오실 겁니다. 대충 오실 때가 됐네요.”도윤의 몸은 이미 독에 잠식당한 상태였고, 정맥에서 올라오는 통증이 몸에 퍼져 온몸이 쑤셨다.피부 표면에 나타난 짙고 붉은 무늬가 사지로 빽빽하게 퍼져 있었다.부하들과 함께 달려온 우서진은 붉은 무늬를 보자마자 표정이 급변했다.“어쩌다 이런 독에 당한 건가?”“사고였습니다. 무슨 독입니까?”“구심독이네.”우서진은 경계하는 표정이었다.“아홉 가지 맹독에서 정제된 독으로, 중독된 사람은 보통 72시간 이상 살 수 없고, 피부 표면에 붉은 선이 나타나며, 붉은 선이 심장까지 퍼지면 생명줄도 끊기지. 보통 구역에서 배신자를 벌하는 독인데 대체 어쩌다 방심한 거야?”도윤의 실력이면 쉽게 다가올 사람이 없을 텐데 어쩌다 공격할 빈틈을 준 것일까.“금상어가 보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사모님과 아주 비슷한 여자를 찾았어요, 그래서...”“또 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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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소쿠리 촌은 원시림 끝자락에 있는 작고 오래된 마을로, 어느 나라 관할에도 속하지 않고 사방에 독초와 독충이 많아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당시 우서진은 스승의 소개로 우연히 소쿠리 촌에 들어갔고, 소쿠리 촌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마을 바깥쪽은 안개가 자욱했고, 북쪽은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여 있었다.일반인이 함부로 마을에 들어가면 독사에게 물려 죽거나 독기에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우서진이 미리 준비한 방호복과 방독면을 쓰고 모두들 도윤을 들것에 실은 채 들어갔다.도윤은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낯선 곳에 처음 온 진봉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완전 무장을 했음에도 발밑에서 독사와 전갈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슈슉-“형, 소리 들려?”진환은 도윤의 곁에 서서 덤덤하게 대답했다.“여기에는 독사가 많아서 뱀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한 거야.”“그런데 평범한 뱀 소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기분 탓이야.”진봉은 이런 독이 있는 곳에 오느니 차라리 공동묘지에 가서 무덤을 파는 게 낫겠다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문득 머리 위 나무에서 주먹보다 큰 거미가 떨어졌다.“젠장!”진환의 미간이 펄떡펄떡 뛰었다.“여긴 열대우림과 가까워서 동물이 큰게 당연해. 동물의 왕국 못 봤어? 아마존에는 수십 미터 길이의 보아뱀도 있어.”이 나이에도 호들갑을 떠는 동생을 보며 진환은 머리가 지끈하며 할 말을 잃었다.갑자기 진봉의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떨렸다.“형, 형, 혹시 저게...”“또 뭘 본 거야?”진환이 꾸짖으려는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갑자기 독기 중에 커다랗고 긴 그림자가 나타났다.진봉은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이게 전설 속에 나오는 거대한 뱀은 아니겠지?”“내가 그런 소설 그만 보라고 했지, 뱀이 똑같은 뱀이지 전설 속의 뱀은 또 뭐야? 저렇게 큰 건 아마 비단뱀일 거야. 비단뱀은 독 없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물체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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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안개, 숲, 큰 뱀, 그리고 여자아이.머리 위 거대한 나무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내려와 아이의 몸에 바로 닿았다.아이의 피부는 새하얗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고 작은 얼굴은 섬세하고 예뻤으며 더욱 특별한 것은 눈이 녹색이었다! 이목구비는 입체적이었고 외국인과 매우 흡사했다.몸에는 옛날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신발이 없는 맨발이었다.발목에는 오색으로 엮은 발찌 두 개가 있었는데 위에는 방울까지 달려 있었다.서양인 얼굴에 고대의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극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소녀는 큰 붉은 뱀의 몸 위에 높이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앳된 기색 없이 내려다보는 모습이 여신처럼 신성했다.특히 어깨에 내려앉은 빛줄기는 소녀를 더욱 거룩하게 보이게 했다.마치 소설 속 성녀 같았다.소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치 여기서 뭐 하려는지 묻는 것 같았다.우서진은 서둘러 설명했다.“꼬마야, 여기 심한 독에 걸린 환자가 있어 독을 치료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야 길 좀 안내해 줄래? 우리는 악의도 없고, 해칠 생각도 없어.”소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큰 붉은 뱀은 즉시 소녀의 뜻을 알아듣고 들것에 실린 도윤을 향해 다가왔다.진봉은 말할 것도 없고, 진환도 소름이 돋아 뒷걸음질 쳤지만 책임감 때문에 감히 반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뱀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 거대한 몸집에 불같은 붉은 비늘을 가진 뱀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잔뜩 공포에 질렸다.소녀는 뱀에서 뛰어내려 도윤의 옆으로 걸어왔다.도윤의 몸도 보호복으로 단단히 싸여 있었고, 고글 너머로 굳게 감긴 두 눈이 보였다.진봉은 서둘러 도윤의 옷을 살짝 들어 올려 몸에 있는 붉은 자국을 드러냈다.“우리 집 보스가 구심독에 걸렸는데 이제 고작 하루 남았습니다. 구해내지 못하면 살아날 희망이 없어요. 아가씨, 제발 마을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저희는 해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대한 뱀의 머리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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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어린 소녀는 비록 작았지만 이곳에서 지위가 높은 게 분명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진환은 그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똑바로 서서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가씨.”소녀는 부드럽게 고개만 끄덕일 뿐 입을 열지 않았다.일행은 소녀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향했고, 소녀는 그들에게 잠시 멈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이윽고 혼자서 대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대나무 숲 옆에는 돌다리가 있는 작은 개울이 무척 고즈넉해 보였다.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었다.나무에는 빨간 리본이 매달려 있었고, 리본 끝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딸랑딸랑 울렸다.이곳은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미셸이 작게 말했다.“저 아이 말 못 하는 건가?”우서진은 차갑게 바라보았다.“닥쳐,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싶어?”진환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붉은 색을 가리켰다.미셸은 초록색 눈동자에 등골이 오싹해나며 식은땀이 흘렀다. 숲에서 봤던 뱀이 줄곧 따라오던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목조 주택에서 걸어 나오자 우서진이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아, 아주머니, 저 우진입니다. 그때 저를 살려주셨는데 기억하세요?”보통 그 나이가 되면 눈도 침침하고 귀도 안 들릴 텐데 조원주는 나이가 들었지만 손발이 날렵했고, 눈빛은 또렷했다.조원주가 입고 있던 옷은 어린 소녀의 옷과 비슷했고, 흰색의 긴 머리가 나무 비녀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무척 정정해 보였다.“서진이구나. 어느새 40년이 지났네. 넌 예전과 똑같네. 이젠 키가 안 클 테지?”우서진의 나이 든 얼굴이 붉어졌다. 당시 우서진은 심한 독살을 앓고 있었고, 선생님이 그를 데리고 왔을 때 겨우 10대였다.당시 조원주는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고,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해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성격도 털털해서 우서진을 치료해 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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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조원주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미셸이 서둘러 말했다.“할머님, 아는 사람이에요?”조원주가 미셸과 도윤을 번갈아 보았다.“둘은 무슨 사이야?”미셸은 진환 일행이 말하기 전에 서둘러 대답했다.“이 사람 약혼녀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한테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 없으면 안 돼요. 필요하시면 제 피를 뽑아가셔도 돼요. 혈액형이 같거든요.”진환 일행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대답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았지만 도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많이 사랑하니?”조원주는 계속 물었다.우서진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원주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네, 오랫동안 이 사람을 사랑해 왔고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할 거예요.”“명이 고달픈 부부구나.”조원주는 손을 탁 칠 뻔했다.“안타깝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구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겠네.”그렇게 말하며 조원주는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했다.소녀는 도윤의 그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조원주의 옷깃을 애원하듯 잡아당겼다.조원주는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무무야, 이 사람은 우리가 구할 수 없으니 이만 보내.”도윤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힘겹게 눈을 떴지만 독 때문에 눈앞이 흐릿했다.어렴풋이 할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고, 아이가 돌아보았지만 아이의 얼굴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우서진은 조원주의 달라진 태도에 황급히 쫓아갔다.“아주머니, 제발 살려주세요.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서진아, 도와주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너도 의학을 배웠으니 구심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잖아. 게다가 이미 독에 감염돼 저 지경으로 됐는데 내가 뭘 해줄 수 있겠니?”“아주머니,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직 하루가 남았으니 시도해 볼 수도 있잖아요.”“시도해? 난 못한다.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내가 무슨 수로 갚아주겠어? 됐다, 우리 촌에서 외부인은 환영하지 않으니 너희도 시간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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