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402 챕터

제951화

두 아이도 머리를 내밀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나...”지아는 민아의 품에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숨을 헐떡이며 온몸에 힘이 빠진 듯했다.민아의 표정이 어두웠다.“지아야, 너 그전까지 매일 해부해도 토하지 않았잖아. 설마, 최근에 개도윤이랑 잔 적 있어? 이 증상만 보면 꼭... 임신한 것 같잖아.”지아의 표정이 굳었다. 요 며칠 도윤을 돌봐줄 때도 둘은 마지막 단계까지 가지도 못했고 시간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혹시...지아는 강욱과 배에서 보냈던 밤을 떠올렸다.지아는 다음 날 A시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하빈에게 피임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고 임신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아니, 임신은 아닐 거야.”지아의 손이 약간 떨렸다.“약 먹었어.”“약? 지아야, 피임약으로만 100% 피임이 가능한 건 아니야. 생리했어?”지아가 계산을 해보니 마지막으로 생리를 한 것이 두 달 전이었다.줄곧 생리가 규칙적이지 않았기에 개의치 않았던 지아는 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워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아니야. 내가 임신했을 리 없어!”민아는 지아의 충격과 두려움에 찬 표정을 보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지아야, 걱정하지 마. 밤새 급하게 이동하느라 배가 아파서 그런 걸 수도 있어. 의사 선생님도 너 다시 임신하기 힘들다고 했었잖아. 괜히 겁먹지 마.”지아의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머릿속엔 정말 강욱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지아는 강욱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날 밤은 그저 사고였다.지아는 가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도중에 몇 개의 섬을 지났지만 임신 테스트기를 파는 곳은 없었다. 역겨운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점점 더 불안해졌다.민아도 지아의 병이 다시 발작한 건 아닌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임신이든 병이든 어느 쪽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지아는 병이 발작하면 단순히 토하고 메스꺼운 것이 아니라 위가 아프다는 걸 잘 알았다.이런 증상은 지난 임신 때 겪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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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주원을 보고 너무 놀란 지아는 잔뜩 들떠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주원아,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누나 찾기 정말 힘들었는데 다행히 전효 형한테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됐네요.”“응,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지아는 한탄했다.“누나, 병은 좀 어때요?”지아는 가발을 벗었다.“상반기에 재발했을 때 죽을 뻔했는데, 다행히 예전에 네가 준 약과 항암치료로 잘 이겨냈어. 지금은 항암 부작용도 많이 줄었고 머리카락도 자라기 시작했지만 종양은 여전히 있어.”남자보다 더 짧은 지아의 머리를 보는 민아의 눈에는 아픔이 가득했다.“지아야, 고생 많았어.”“다 지나간 일이야.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내 명이 긴가 봐. 주원아, 항암약물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전이 있어?”“지아 누나, 이번엔 누나 병 완치해 주려고 찾은 거예요.”완치라는 말을 듣자 지아의 눈은 순식간에 밝아졌고,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내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요?”세계의 의료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암은 여전히 인류가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였다.아무리 좋은 의사도 100% 완치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네, K국에 가서 반년 내내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효과가 있는 약을 찾았어요. 다른 암은 100% 낫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암은 내가 배합해 준 약대로만 먹으면 반년 안에 암세포 수치가 정상으로 되고 종양이 사라지며 몸의 수치도 서서히 전부 정상으로 바뀔 수 있어요.”지아는 감격했다. 몇 년 동안 이 병으로 깊은 고통을 받아왔고, 단기간에 또다시 심각한 발작이 오면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항암치료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었기에 결국 죽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민아도 외쳤다.“신의네! 특허 내지 않을래요? 제가 투자해서 함께 연구개발에 매진하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주원은 옆에서 잔뜩 들떠있는 여자를 바라보았고 지아는 이마를 짚었다.“흠, 여기는 내 절친 민아고 이쪽은 주원이라고 해.”“안녕하세요.”“만나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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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주원의 시선이 지아의 두 손을 잡은 쌍둥이에게 향하면서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또... 임신했다고요?”준비하고 낳은 지윤을 제외하고 전부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다.지아는 나중에 관계를 한 적이 없었다. 쌍둥이는 도윤이 고열에 시달려 의식이 흐릿할 때 생긴 것이고, 이번에는 더욱 말도 안 되었다.의사가 임신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왜 매번 이렇게 적중하는 걸까.“요즘 좀 메스꺼워서 예전에 임신했을 때랑 증상이 같아...”“알았어요. 그럼 초음파부터 해봐요. 그건 가능하지만 이 동네에서 MRI는 할 수 없어요. 초음파부터 해서 임신 여부를 확인한 다음 종양은 다른 곳에서 검사해야 해요.”“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이동하는 내내 지아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해경과 소망을 임신했을 때 사람들은 아이를 지우고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지아는 고집을 부렸고 결국 아슬아슬하게 두 아이를 낳았다.지아가 기를 쓰고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한 건 한편으로는 앞으로 임신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지윤이를 잃은 슬픔이 더해져 두 아이에게 모든 모성애를 쏟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과 도윤의 자식이라는 생각에 출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지아는 강욱을 사랑하지도 않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아기를 원하지도 않았다.이 아기는 부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것이다.“지아 누나, 이 아이 원하지 않아요?”지아는 머뭇거렸다.“주원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아기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괜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임신하고 싶지 않아.”“이해해요. 임신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일단 검사부터 해요. 혹시라도 정말 임신이면 좋은 병원에서 고통 없이 지우면 되니까 괜찮아요.”그러자 지아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작은 마을에 있는 병원은 다소 낡았고 초음파실도 초라했다.하얀 커튼은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고, 주변 벽은 콘크리트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구석에는 거미줄까지 있었다.“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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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물을 마시던 민아는 지아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뿜어버렸다.“이런, 뭐야! 그놈이 아니야?”민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이런 나쁜 여자일 줄은 몰랐는데? 애 아빠는 누구야, 가면 쓴 남자야 아님 연하남이야? 두 사람 너에게 잘해주는 걸 봐서 개도윤처럼 널 해치지는 않을 거야.”지아는 마음이 복잡했다.“둘 다 아니야...”“지아야, 이건 아니지. 난 강세찬이 한번 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도 말해줬는데 넌 왜 아무것도 안 알려줘!”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민아가 알아서 불만을 털어놓은 것들이었다.“말 하자면 얘기가 길어.”“그럼 짧게 해.”민아가 들뜬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아 호기심이 동한 게 분명했다.지아는 민아의 닦달을 이기지 못하고 전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항상 말이 많았던 민아도 그 말을 듣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그래서... 그 남자는 자기 아이라는 걸 알아?”“몰라, 그날 밤 이후로 떠났어. 그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그땐 상황이 급해서 그냥 벌어진 일이야. 분명 피임약을 제때 먹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민아야, 나 어떡하면 좋지?”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지아는 복잡한 마음에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모르겠어. 나도 아이를 가져본 엄마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작은 생명을 해치고 싶지 않지.”주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아이는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요. 지아 누나가 앞으로 반년 정도 내가 준 약을 먹으면 임신을 해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요. 태아가 기형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때 평생 고생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이 아이를 지우는 게 나아요.”이전과 같은 선택지에 놓여 있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아이를 지킬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지아는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고 싶었지만 임신은 자신의 발을 단단히 묶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뒤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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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세찬뿐만 아니라 도윤도 요즘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 전효가 그의 부하들에게서 벗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전효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 도윤은 그에게 별다른 악감정이 없었다.전효에 대해 알아보니 전림의 쌍둥이 형제로서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매우 허약하여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점쟁이의 점괘에 따라 아이를 밖에 내보내서는 안 되기에 재앙을 막기 위해 절에 가둬야만 했다.그래서 전씨 가문에서 대외에 공개한 아들은 한 명뿐이고 도윤조차 전효의 존재를 몰랐다.진봉은 한숨을 쉬었다.“참 이상하네요. 그때 점쟁이는 전씨 가문 아들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고 했는데 몸이 약한 전효가 아니라 그의 형이 죽을 줄이야. 그때 전림이 늘 비밀스럽게 절에 갔었는데 우리는 또 기도라도 하는 줄 알았죠. 동생을 보러 갔던 거네요. 그러면 전효도 자신의 형이 보스 때문에 죽었다는 걸 알 텐데, 사모님한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요?”전씨 가문 사람들조차도 이 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도 이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다.전림의 사망 소식이 전씨 가문에 전해지자 전씨 가문 사람들은 슬퍼하며 전효를 다시 데려와 키우자고 제안했다.그러나 전씨 가문 사람들이 급히 절에 가보니 전효는 이미 오래전에 떠났다는 말을 들었고, 그때부터 전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전림은 늘 병든 사람에 대해 중얼거리곤 했는데, 이제 도윤은 그가 말하는 병든 사람이 전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효와 전림은 형제애가 좋다는 것이었다.전림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지아에게 접근한 게 이해가 되었다.다만 도윤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아이를 이용해 무언가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전효는 아이를 해치지 않았고 자신을 위협한 적도 없었다는 점이었다.도윤은 전효가 정확히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저 하루라도 빨리 지아와 아기를 데려오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전효는 지아와 아이들, 그리고 민아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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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세찬은 도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섬도 네 거고 사람도 너희 쪽 사람들인데 네가 시킨 게 아니고서야 도망칠 수 있겠어?”세찬은 바보가 아니었고 지아에 대한 도윤의 태도 변화를 오래전부터 감지하고 있었다.“너한테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어.”도윤은 부정하지 않았다.“너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내 일에 참견해서는 안 됐어.”세찬은 도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두 남자의 티격태격하는 분위기를 지켜보던 백현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됐어, 너 같은 놈은 떨어져 봐야 자기 마음을 깨닫지. 도윤이 탓하지 마. 민아 씨가 원하지 않았다면 데려갈 수도 없었을 거야. 친구 탓하기 전에 왜 민아 씨가 널 떠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때?”세찬은 낙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이유가 뭔데, 돈도 많이 줬잖아. 돈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결국 날 떠났어.”“넌 멍청한 거야, 멍청한 척하는 거야? 돈으로만 여자를 살 수 있으면 널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겠지. 근데 돈을 버리고 떠났다는 건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여자를 노리개로 취급한다면 당연히 이런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지.”관계에서 대부분은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 알아도 정작 상황에 처한 본인은 깨닫지 못할 때가 많았다.세찬은 당황했다.“그 여자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감정을 배제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어.”도윤은 눈을 흘겼다.“너한테 그 여자가 그냥 장난감이라면, 왜 그렇게 장난감에 집착하는 건데?”“난...”“놀잇감은 누구든 대체할 수 있지만 연인은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몰라? 넌 오래전에 그 여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잖아.”“난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 기껏해야 조금 특별할 뿐이야.”“그래, 사랑하지 않는다고 쳐. 그럼 왜 요즘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거야? 여자 때문에 친구한테도 막 대하고.”도윤이 허를 찌르자 세찬의 표정도 동요했다.“그냥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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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대표님, 요즘 공적인 일도 있고 사업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도 많은데 사모님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다가 완전히 치료하지 못한 몸이 무너지면 어떡합니까?”진환이 말렸다.다크웹에 도윤의 정체가 공개된 이후 이씨 가문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YH 그룹의 산하에는 꽤 많은 산업 체인이 있는데, 요즘은 부동산이든 식품 산업이든 모두 문제가 생겼다.누군가 온갖 어둠의 세력을 동원해 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었다.사업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게 보이지 않는 공격인데 백현도 정보를 입수했다.“이대로 가다가는 큰 손해를 볼 텐데 어떡할 거야?”“내 성격 알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백배로 갚아줄 거야.”도윤은 콧방귀를 뀌었다.“내 손에 그놈들 약점이 있다는 걸 자기도 잘 알겠지. 그러면 그놈은 질 수밖에 없어. 급하면 이씨 가문과 지아에게 손을 대겠지만 내가 이제 지아를 보내줬잖아. 나도 모르는 지아의 행방을 그놈들이 알 리가 없지. 약점이 없으면 그놈이 무슨 수를 쓰겠어?”원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지아를 떠나보낸 뒤에는 걱정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었다.유일한 변수는 전효였다.전효가 아군이라면 이번엔 도윤의 승리겠지만 전효가 손을 쓰면 도윤은 지아 때문에 크게 패할 것이다.“형수를 못 찾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전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정말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이었으면 2년 동안 그렇게 많은 기회가 있었고 네 자식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아무 짓도 안 했잖아.”도윤은 한숨을 쉬었다.“그러길 바라야지.”도윤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더 이상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지아야, 무사해야 해.도윤의 생각을 감지한 듯 지아는 꿈에서 벌떡 깨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지아는 꿈속에서 아이의 애절한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지아 눈앞에는 달빛을 받아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차가운 마스크의 남자가 서 있었다.옆에서 자는 두 아이를 보며 지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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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전효는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이 말했다.“말해.”“우리는 아주 짧게 알고 지냈고, 그때는 만수 아저씨처럼 섬에 있는 사람들을 봐서 나 대신 알아봐 줬지만, 나중에는 왜 그랬어요? 몰래 나를 도와주고 내 아이를 키워주고, 내가 탈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불평 없이, 심지어 헌신적으로 도와주었어요. 우리는 가족도 아닌데 당신은 나를 위해 목숨이 위험한 일들을 감행했어요. 이유가 뭔가요?”어느새 전효의 손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이 들려 있었고, 지아는 처음으로 그의 무기를 보았다. 섬뜩하고 예리했다.전효는 신비롭고 무기처럼 섬뜩한 분위기가 있었다.“내가 왜 도와줬을까, 네가 맞춰볼래?”낮은 전효의 목소리에 특히 오늘 같은 밤 지아는 왠지 모르게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모르겠어요. 다만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는 걸 알아요. 얻은 만큼 베풀어야죠. 전효 씨, 원하는 게 뭐예요?”지아는 전효를 만난 후 2년 동안 아이를 돌봐준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나 같은 사람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세상의 차가움과 따뜻함, 삶과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어. 그때 우연히 만수 아저씨가 구해줘서 섬에 살다가 네가 나타난 뒤로 섬도 새롭게 발전했지. 나는 내 길을 계속 가려다가 조직에서 너와 관련된 명령을 발견하고 도와준 거야. 아이도 얼떨결에 구한 거고. 난 지금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서 이젠 돌아갈 길이 없어.”전효는 지아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널 구한 이유는 아마 너한테서 삶의 의미를 봤기 때문일 거야. 좀 웃기지?”지아는 전효가 사연이 있는 남자라는 것을 직감했다.“가족은 없나요?”“가족? 그딴 것 없어.”역시 전효에게서 느껴지는 타고난 외로움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유일한 가족도 이 세상을 떠났고, 나에겐 이제 가족이 없어.”그 말을 하는 전효에게서 지아는 끝없는 외로움을 느낄 뿐이었다.“전효 씨, 당신만 원한다면 나와 아이를 가족으로 생각해도 돼요. 만약 나에게 오빠가 있었다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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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지아는 아이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꿈을 떠올리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아이가 엄마의 마음을 알아챈 걸까?“모르겠어요.”“지아 누나, 이 아이는 키우면 안 돼요.”주원도 인기척을 듣고 걸어 나와 지아 옆에 앉았다.“전에도 항암치료 받아서 알잖아요. 항암치료 부작용은 오래갈 텐데 아이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그리고 내가 준 약을 쓰면 아이가 죽지 않더라도 기형이 될 확률이 높아요.”지아가 시간을 세어보니 마지막 항암 치료 후 7개월을 머물다 떠난 뒤 두 달을 바다에서 지냈고, 배가 해적에 의해 파괴된 뒤 한 달 넘게 섬에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해 보름이 지난 뒤 생긴 아이였다.어쩌다 보니 항암치료를 마친 지 1년이 지났다.아기는 안전할지 모르지만 주원의 말이 맞았다. 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다음 약을 먹으면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방법이 있긴 해. 당분간 약을 쓰지 않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리면...”주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지아 누나, 미쳤어요? 이 아이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시겠다고요? 혹시 재발하면 누나와 아기 모두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하지만 주원아... 나는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오갔잖아. 죽어봐야 생명이 귀한 걸 알아. 이 아이는 이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그래도 이 세상에 왔는데 이대로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어.”주원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요? 이 아이의 아빠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아이를 안전하게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사랑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그럴 거야, 내 자식이니까 똑같이 대할 거야.”“형, 내 말은 소용없는 것 같으니까 형이 설득해. 아이를 남겨두어서는 안 돼.”전효는 지아를 쳐다봤고,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지아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MRI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해. 내 상태가 좋아서 당분간 재발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고 완치해도 되잖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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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지아는 항암 치료 후 검진을 받지 않은 지 1년이 지났고, 지난 1년 동안 지아의 상태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지아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었고, 위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며 종양도 훨씬 작아졌을 것 같았다.결과가 나오기 전에 지아는 마치 자신의 건강이 너무 나빠서 아기를 지워야 할 정당한 이유가 생길까 봐 불안했다.엄마로서 본능적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싶었고, 좋든 싫든 작은 생명이 형성되었으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갈등하는 와중에 주원이가 결과를 들고나왔다.“주원아, 어때?”주원은 심각한 표정이었다.“지아 누나, 결과가 좋지 않아. 빨리 아이를 지우는 게 좋겠어.”지아는 MRI 결과에서 종양의 크기를 확인한 후 한 발짝 물러섰다.종양이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었고, 지난 1년 동안 지아를 괴롭혔던 항암 치료의 부작용 때문인지 종양으로 인한 통증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주원아, 결과가 잘못된 건 아닐까?”“지아 누나,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누나를 치료할 약을 찾으러 K국까지 다녀왔어. 난 누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라고.”지아는 서둘러 말했다.“주원아, 화내지 마. 미안해, 내가 좀 우유부단했어. 네가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거 알아.”“지아 누나, 누나가 착하다는 건 알지만 살다 보면 이기적인 것도 필요해. 항상 남을 배려하니까 오늘 같은 상황이 된 거야. 내가 이미 산부인과 과장님께 연락해 놨으니까 지금 검사하러 가면 돼!”주원에게 떠밀려 산부인과 진료실로 향하는 지아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주원이 미리 말해놓은 덕분인지 의사는 예의 있게 지아를 대했다.영어로 바지를 벗으라는 말에 지아는 갑자기 배에 통증이 느껴져 미안하다고 말하며 화장실로 갔다.“괜찮아요, 기다릴게요.”지아는 화장실을 찾으러 나왔다가 어쩌다 흡연구역으로 향했다.들어가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네가 거짓말한 걸 지아가 알면 어떡해?”“형, 지아 누나는 그렇다 쳐도 형까지 모르겠어?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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