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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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새까만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찬바람은 촛불을 흔들었고, 사람들은 더욱 슬피 울었다.지아는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빗물을 만지더니 가볍게 중얼거렸다.“미연아, 네가 돌아온 거야?”두 방울의 빗물은 마침 사진 속 미연의 눈에 떨어졌고, 마치 사진 속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 보였다.지아는 묘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연아 걱정하지 마, 내가 네 가족들을 잘 챙겨줄게. 앞으로 네 가족이 바로 내 가족이니까 너도 이제 안심하고 떠나. 다음 생에……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집안에 환생하고.”장례식 이후, 온 마을은 보슬보슬한 이슬에 휩싸여졌다.지아는 급히 떠나지 않고, 미연이 전에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그녀의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중요한 날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집안은 전체는 낡아 보이며, 마당에 서 있는 사과나무와 포도덩굴은 빗속에서 쓸쓸함을 나타냈다.지아는 포도덩굴 아래에 서 있었는데, 눈앞에 마치 귀여운 소녀가 무더운 여름 저녁에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과일을 먹으며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누나도 이런 포도를 아주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앞으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겠네요.”강은환은 지아의 곁에 서서 예전의 미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지아는 매우 진지하게 들었고, 가끔 웃기도 했다.“미연이도 참, 장난꾸러기가 다름없네.”“그래요, 전 마을에서, 우리 누나가 제일 큰 장난꾸러기였어요. 하지만 누나는 성적이 아주 우수했고, 덕분에 우리 가족도 시내로 이사를 갈 수 있었던 거예요. 아빠 엄마는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리 남매를 부양했고, 난 좋을 날이 곧 다가올 줄 알았어요. 그러나 뜻밖에도…….”지아는 그의 빨개진 눈을 마주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울지 마. 앞으로 내가 바로 네 누나니까 너도 반드시 열심히 공부해서 미연이 실망시키지 말아야 해.”“네.”미연 일가를 공식으로 자신의 가족으로 삼기로 결정한 뒤, 날이 점점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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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지아는 멍하니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한 쌍의 눈은 무척 혼탁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주름이 가득한 입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할머니, 지금 저랑 말씀하시는 거예요?”“맞아요! 맞아요!” 노인은 흥분해하며 지아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은 마른 나무껍질처럼 거칠어 지아는 아픔을 느꼈다.지아는 깜짝 놀랐다. ‘이 할머니는 뜻밖에도 나와 존댓말을 하다니. 분명히 연세가 꽤 있으시고, 또 나와 아는 사이가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흥분해할까?’“할머니,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제가 어떻게 사람을 잘못 봤을 수가 있겠어요? 아가씨, 정말 살아생전에 아가씨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가씨는 여전히 그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도 없네요.”할머니는 지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아니다, 좀 마르신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얼굴도 좀 이상하네.”조미자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어르신, 분명히 사람을 잘못 보았을 거예요. 지아는 여태껏 우리 마을에 온 적이 없어요. 이번이 처음이라고요.”“지아?” 할머니는 지아를 에워싸고 한 바퀴 돌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음, 이상하긴 하네. 넌 우리 아가씨보다 키가 더 크고 더 말랐어. 생김새도 좀 다르고. 하지만 얼굴은 우리 아가씨와 너무 닮았잖아.”지아와 도윤은 눈을 마주쳤다.‘설마 이 할머니가 내 가족을 알고 있단 말인가?’“할머니,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보세요, 제가 누구랑 닮은 거죠?”“환희 아가씨.”‘환희?’지아의 이런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 할머니는 유일하게 자신의 진정한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였기에 지아는 조급해하며 물었다.“환희 아가씨는 누구예요? 지금 어디에 있죠? 할머니는 또 그분과 어떻게 알고 있는 사이죠?”“환희 아가씨가 바로…….”어르신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머리가 텅 비었고, 다시 손에 들고 있던 이불을 건네주었다.“이보게, 자네 딸도 너무 비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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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린 사람이었지만, 이런 습관은 이미 어르신의 뼛속에 새겨진 것 같았다.“할머니, 여기가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일단 들어가세요.”지아도 이 별장은 처음이라 들어서자마자 훑어보았고, 도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 하나를 가리켰다.“아주머니더러 임시로 방을 하나 정리하라고 했는데, 할머니는 잠시 여기에서 지내면 돼. 매일 너와 함께 있으면, 전의 일을 더욱 빨리 기억해 낼지도 몰라.”“좋아.”“먼저 이틀 동안 적응부터 하도록 하자. 그다음 내가 사람 시켜 할머니에게 전신 검사를 하라고 할게.”“고마워.”도윤에 대한 지아의 태도는 줄곧 미적지근했고, 마치 그가 그녀의 이웃인 것 같았다.도윤은 한숨을 내쉬면서, 지금 지아와의 사이를 즉시 개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지아야, 그래도 푹 쉬어야 해. 너의 몸은 결코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오늘부터 사람을 보내 네 손을 치료하라고 할게. 아버님 쪽은 의료팀이 24시간 동안 간호하고 있으니 안심해. 별일 없을 거야.”도윤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는데, 지아는 아무런 트집도 잡지 못했다.이번에 미연의 장례식을 참가하느라 차를 오랫동안 탄 데다, 어젯밤 밤새 자지 못했기에 지아는 매우 피곤했다.그래서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당부한 다음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지아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도윤은 서재에서 일했고,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오히려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두 사람은 뜻밖에도 신발 깔창을 만들기 시작했다.“어머, 어르신, 눈이 정말 좋네요, 여든이 넘은 사람이 바느질을 어쩜 이렇게 잘하실까.”“내가 자랑하는 게 아닌데, 난 우리 마을에서 바느질 솜씨가 가장 좋은 사람이야. 옛날에 마을 사람들의 옷도 다 내가 만들어 줬거든. 내가 도시에서 일해본 적이 있으니 유행을 잘 알 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내가 전에 일한 집안의 환희 아가씨는 얼마나 젊고 예쁜지, 아가씨가 입은 옷감도 모두 가장 좋은 거였어.”이 말을 할 때, 어르신은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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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도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어느 도시인데?”“할머니도 모른다고 하셨어. 그 당시 고향에서 올라와 줄곧 떠돌아다녔고, 목적지도 없었으니 그저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다고 말했거든. 전에 있던 그 도시는 바다와 가깝다고 했어.”“60여 년 전이라면, 국내는 전쟁에 처해 있었지. 각지의 세력들은 사방으로 지반을 나누며 왕으로 사칭했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산적과 도적, 민간의 각종 조직이 있었어. 그때의 역사는 혼란스러웠기에 지금 각지의 이름조차도 고치고 또 고쳤으니 이런 단서만으로는 아마 정확하게 찾을 수 없을 것 같아.”“괜찮아, 천천히 찾아봐, 할머니를 만날 수 있어서 난 이미 엄청 기쁘거든. 하늘도 우리에게 힌트를 준 셈이야. 앞으로 할머니가 더 많은 일을 떠올릴지도 모르잖아.”“지아야, 그것도 그렇지만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 그 할머니가 모시던 환희 아가씨가 너와 닮았다고 해도 우연일 수가 있어. 이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있는 것도 정상인 데다, 그것은 60년 전의 일이었으니, 너의 가족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거든.”도윤은 지아가 너무 많은 희망을 품다 또 크게 실망을 할까 봐 두려웠다.“알겠어, 의사 선생님 불러와서 내 손 치료해 달라고 해.”지아는 자신의 손목을 만졌다. 그녀는 어떤 방식을 쓰든 손을 치료할 것이고 절대로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매번 지아의 손목을 볼 때마다, 도윤의 마음속의 자책감은 점점 많아졌다.“요즘 약물과 치료가 점점 심해졌다고 들었는데, 견딜 수 있겠어?”“응, 새로 바꾼 의사, 정말 대단해.”지아는 매일의 치료과정이 고문을 받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말하지 않았다.손을 고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아파도 지아는 참을 수 있었다.날은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갔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도윤은 지아가 이미 철저히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푹 쉬라고 했지만, 지아는 매일 헬스방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냈다.불과 한 달 만에 지아의 배는 이미 평탄하게 회복되어 복근까지 생겼다.오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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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도윤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머리를 뒤로 기댔다. 잘생긴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는데 두 눈을 꼭 감고 잠든 것 같았다.지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깨우지 않고 조용히 그의 맞은편에 앉아 프로그래밍에 관한 책을 보았다.창밖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도윤은 그제야 유유히 깨어났다.바깥의 쓸쓸한 광경을 보니, 아마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방 안의 불빛은 밝았고, 바깥의 어두컴컴한 하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탁자 위에는 오늘 아침에야 원산지에서 온 생화가 아담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까지 있었다.이 별장은 도윤에게 집이란 느낌을 안겨주는 곳이었다.그러나 아무리 아늑하게 꾸며도, 그와 지아는 이미 돌아갈 수가 없었다.전에는 밖이 더 추웠지만, 지금은 그들의 관계가 더욱 싸늘해졌다.만약 예전에 도윤이 자고 있는 것을 봤다면, 지아는 틀림없이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지아는 도윤의 맞은편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눈빛은 부드러웠고 표정은 담담했다.“깼어? 뭐 좀 알아냈다면서?”지아는 깔끔하게 입을 열었고, 심지어 아무런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지아의 마음속에, 도윤은 도구일 뿐이었고, 그녀도 여태껏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은 그가 그녀에게 빚진 것이었으니 도윤은 속죄만 하면 됐다.“응, 그동안 내가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문화로를 조사하게 했는데, 전국적으로 총 52개의 거리가 이 이름을 가지고 있어, 그중 30여 개의 거리가 정돈하거나 개명되었고, 심지어 나라에서 토지를 수용하기도 했어,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 우리는 마침내 할머니가 말한 문화로가 바로 지금의 H시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어.”“이건 좋은 소식이야. 그리고 나쁜 소식이 있는데, 바로 H시의 지리적 위치가 매우 특수하다는 거야. 예로부터 그것은 전략적 요충지였고, 60몇 년 전에 큰 폭격을 당한 적이 있는 데다 후에 또 외국의 세력에 의해 십여 년 동안 통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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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첫눈이 내리던 날, 지아는 외출을 했다.지아는 잔혹한 훈련으로 위암이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임신한 후부터 그녀는 거의 속이 쓰린 적이 없었다.‘위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종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안정됐다는 거야.’지아에게 있어 이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녀는 거의 일 년 동안 쇼핑을 제대로 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했다.현재 가장 핫한 상업중심에 서서, 지아는 멀리서 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은 채 양모 외투를 입고 바삐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광고판 아래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민아야.”민아가 즉시 뒤돌아보았는데, 지아는 검은색 양모 외투를 입은 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많이 길어졌고, 머리 뒤로 감았는데, 귀에는 간단한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뭐랄까, 예쁘긴 여전히 예쁘네.’예전의 지아는 해바라기 같았는데, 후에는 매그놀리아 같았고, 지금은 오히려 도도하여 흑장미와 같았다.아무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다.민아는 지아가 숨어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뒤로는 줄곧 연락하지 않았다.이때 갑자기 지아를 보니, 민아는 기쁨을 느끼며 하이힐을 신은 채 얼른 지아를 향해 달려갔다.“너 드디어 내가 생각이 난 거지? 내가 널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아? 난 네 위치를 폭로할까 봐 감히 너한테 연락도 하지 못했는데. 그리고 아이도 보지 못했는데.”민아는 지아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몰랐기에 그녀를 에워싸고 한 바퀴 돌았다.“더 활기차게 보이고, 안색도 좋아 보이네. 나이스, 나 방금 너 보고 깜짝 놀랐잖아. 분명히 똑같은 얼굴인데, 왜 네가 변한 것 같지?”민아는 흥분해하며 재잘거렸고,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지아가 그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은 줄 알았다.“어젯밤에 네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 때, 나 정말 기뻐 죽는 줄 알았어. 가자,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내가 한 통 크게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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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민아는 깜짝 놀라서 지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작별 인사? 너 어디에 가려고?”“걱정하지 마, 단지 쉴 곳 좀 찾고 싶을 뿐이야.”민아는 지아가 올 블랙으로 입은 것을 보았는데, 생기라곤 조금도 없었고 심지어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래서 그녀도 지아가 기분을 풀러 간다고 생각했다.“오래 있을 거야?”“응, 아마도.”“이 슬픈 곳을 떠나는 것도 나쁘진 않지.”줄곧 활발하고 명랑했던 민아는 지금 어떻게 지아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받은 상처는 이미 말 한마디로 해결할 있는 것이 아니었다.슬픔과 분노를 식욕으로 바뀐 민아는 비싼 요리를 많이 시켰다.“먹어, 이 캐비어도 오늘 마음껏 먹어. 나 돈 있으니까 마음대로 시켜.”지아는 웃으며 말했다.“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들으면 네가 졸부인 줄 알겠어.”“그게 뭐가 어때서, 난 내 능력으로 졸부가 된 거야. 지아야, 나도 솔직히 말할게, 예전에 고등학교 때, 너 나 엄청 많이 도와줬잖아, 그래서 난 앞으로 꼭 출세해서 언젠가는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되고 싶었어.”“넌 지금 이미 충분히 훌륭해.”지아는 그야말로 민아의 성숙해진 과정을 목격했다.하지만 민아는 지아와 달랐다. 그녀는 일 중독이었고. 전에는 남자에게 발목을 잡혔지만, 찌질한 전남친을 찬 이후, 줄곧 꽃길만 걸었다.민아는 마침내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았으니 지아도 그녀를 위해 무척 기뻐했다.두 사람은 학창 시절 때처럼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봤다.지아는 시종 가볍게 웃었고, 날이 어두워질 때, 하늘에서 눈송이가 흩날렸다.두 사람이 곧 헤어지려고 할 때, 민아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만.”그녀는 몸을 돌려 옆에 있는 부티크 가게에 들어갔고, 곧 스카프 하나를 들고나왔는데, 직접 지아의 목에 둘러주었다.“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든, 힘들다면 내가 줄곧 네 뒤에 있다는 거 잊지 마. 항상 몸 잘 챙기고, 시간 되면 자주 나에게 문자 보내.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알아야 나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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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이튿날 아침, 지아는 작별하는 의미로 소계훈의 방에 들어갔고, 침대에 누워 뼈만 남은 남자를 바라보았다.소계훈의 근육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위축되었고, 얼굴은 더욱 주름지고 야위었다.그리고 방 안은 짙은 약 냄새가 풍겼다.지아는 이미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럴 용기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마음을 먹으면 바로 소계훈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밤새 내린 큰 눈은 정원에 두껍게 쌓였다.지아는 두꺼운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었는데, 햇빛과 눈보라가 모두 방에 들어오도록 했다.“아빠,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한 지 오래됐죠? 또 한 해의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왔네요.”지아의 오른손은 아직 왼손만큼 민첩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움직임에는 이미 문제가 없었다.그녀는 눈을 한 조각 움켜쥐더니 토끼 한 마리를 만들었다.“어렸을 때, 눈이 올 때마다 아빠는 나와 함께 정원에서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었잖아요. 아빠는 항상 대단했죠. 그때 나는 아빠가 늙으면 휠체어를 밀고 계속 나랑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자고 말했는데, 이제 그날을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네요.”“아빠, 아빠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젊고 잘생긴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그런데 오늘 나는 갑자기 아빠도 많이 늙으셨고, 어깨도 더 이상 넓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견지해 왔으니, 틀림없이 엄청 힘들었겠죠?”지아는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미안해요, 아빠. 나의 이기심 때문에 한 번 또 한 번 아빠를 이곳에 붙잡아둬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게요. 아빠, 이제 아빠는 자유로운 사람이에요.”눈물은 소계훈의 얼굴에 떨어졌다.“사실 난 아빠가 내 친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도 없어요. 내 마음속에서 아빠는 영원히 나의 가장 좋은 아빠예요. 비록 앞으로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더라도, 난 아빠가 남긴 그 추억들과 나에게 가르쳐준 도리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지아가 이별의 말을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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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백채원은 휠체어에 앉은 채 도윤이 지아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하나는 서 있었고, 하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우수수 떨어지는 큰 눈을 등지고 있으니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그동안 그녀는 도윤에게 소계훈의 행방을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도윤은 한 글자도 말해주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야 백채원은 소계훈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그녀는 심지어 소계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고, 그와 마지막조차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소계훈은 자신의 친딸이 백채원이란 것을 죽을 때까지 몰랐다.이도윤은 정말 독했고, 그는 이것이 백채원이 응당히 받아야 할 벌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난 또 무엇을 잘못했지?’백채원도 그동안 진수련에게 속아서 결국 자신의 친부모님을 죽인 범인으로 되었고, 죽을 때까지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 했다.갓 귀국했을 때, 백채원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었으며, 또한 자신을 지켜주는 이도윤이 있었다.불과 1년 만에 그녀는 이 꼴로 되었다.백씨 집안은 큰 변화를 겪었는데, 도윤은 이미 백채원와 파혼했고, 그녀는 부모님도 없는 데다 심지어 자신까지 불구가 되었다.백채원은 휠체어를 밀고 다가가서 지아의 정교한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이 천한 년은 오히려 갈수록 예뻐졌군.’“이제 만족하겠지!”지아는 슬픔에 잠겨 있었고, 백채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지아는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백채원을 본 순간, 슬픔이 눈에서 사라졌다.“만족해? 뭐가? 넌 분명히 골수가 일치했지만, 엄마에게 골수를 이식하는 것을 거절했고, 오히려 병세를 가중시켰어. 지금 나한테 이 일에 만족하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아빠가 분명히 다시 깨어났는데, 너는 오히려 아빠를 자극하여 다시 쓰러지게 했지. 백채원, 오늘 네가 본 이 모든 것은 모두 네가 직접 초래한 건데, 도대체 나더러 뭘 만족하라는 거지?”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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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지아는 백채원의 슬픈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백채원은 하인의 부축조차 받지 않고 굳이 도윤의 곁으로 기어가려 했다.그런 무기력하고 불쌍한 모습은 지아로 하여금 1년 전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그녀는 도윤과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무릎을 꿇고 그에게 빌었다.‘그때의 내가 이렇게 불쌍해 보였구나.’“이렇게 내버려둘 거야?”지아는 두 손으로 가슴을 안았고, 도윤이 자신 때문에 백채원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내 생각이나 심정을 상관할 필요가 없어. 난 하나도 관심 없거든.”도윤은 이 말에 상처를 받았고, 얼른 지아의 손을 잡았다.“지아야, 난 백채원을 종래로 사랑한 적이 없어. 그때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어.”지아는 싸늘하게 웃었다.“그 은혜를 침대에 가서 갚은 거야? 재미있네.”“지아야, 사실 지윤이는…….”도윤은 바로 말하려 했지만, 눈을 감자, 그날 밤 바다에서 거의 죽어가는 지아를 건져낸 모습이 떠올랐고, 그는 마음이 아팠다.‘지아를 암살한 사람이 누군지 아직 모르니, 만약 그들이 지윤이 바로 지아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윤이도 위험에 빠질 거야!’도윤은 다시 이 비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지아도 그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았고, 도윤을 힐끗 쳐다보더니 자리를 떠났다.도윤은 지아를 사랑했기에 이 일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지아는 이미 도윤에 대한 감정이 없었기에 더 이상 도윤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백채원은 거의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지만, 도윤과 지아가 다시 가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는 허탕을 쳐서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산꼭대기에 울려 퍼졌다.“이도윤!!”그녀는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전림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전림은 그녀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카드였다.비록 도윤이 두 사람의 혼사를 취소했지만, 백채원이 먹고 쓰는 방면에서는 여전히 예전과 같았고, 도윤 역시 예전처럼 백씨 집안을 많이 쳉겨주었다.지금의 백씨 집안은 빈껍데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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